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단어 뜻의 성급한 적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레닌을 낙원의 아담과 비교하는 대목.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480)

 

마지막 문장의 핵심을 정리해 보자.

 

아담: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안다.

 

나르키소스: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첫 번째 문장의 진술과 모순되고, 또 고대 신화의 나르키소스와 다르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고, 그것을 사랑한 게 나르키소스.

 

따라서 위 핵심은 뒤바뀌어야 한다.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프랑스어 원문: se douter짐작하다는 뜻이고, 마지막 문장은 이것의 부정.

 

의심치 않는다는 번역은 se douterdouter의심하다를 바로 적용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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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2014(4).

 

 

7월 말, 아니면 8월 초. 미하엘이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

 

무언가 한나를 옥죈다. 한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 압박에 저항한다.

 

한나는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냐는 나의 질문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녀에 대한 거부적인 감정과 함께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고립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 곁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104)

 

한나는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냐는 나의 질문에는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녀가 나를 거부한다는 느낌과 함께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고립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 곁에 머무르면서 동시에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독일어 원문: Immerhin spürte ich nicht nur meine Zurückweisung, sondern auch ihre Hilflosigkeit und versuchte, für sie dazusein und sie zugleich in Ruhe zu lassen.

 

meine Zurückweisung = 내가 그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나를 거부하는 상황.

 

 

 

참고 예문:

 

Todesängste, Verneinung und Zurückweisung des Todes machen unser Leben arm und furchtbar. (2017.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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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향수,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2002(17).

 

향수 도제가 익혀야 하는 것들.

 

“[...] 빅토리아 제비꽃과 파르마 제비꽃을 구분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한 라틴 어도 알아야만 했다. 헬리오트로프는 언제 수확하고 펠라고니움은 언제 꽃이 피는지 알고 있어야 했으며, 재스민 꽃은 해가 떨어지면 향기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배우야만 했던 것이다. 펠레시에는 분명히 이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모를 것이다.”(87쪽, 부분삭제 인용)

 

“[...] 빅토리아 제비꽃과 파르마 제비꽃을 구분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한 라틴 어도 알아야만 했다. 헬리오트로프는 언제 수확하고 펠라고니움은 언제 꽃이 피는지 알고 있어야 했으며, 재스민 꽃은 해가 뜨면 향기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배우야만 했던 것이다. 펠레시에는 분명히 이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모를 것이다.”

 

독일어 원문: Man mußte [...] unterscheiden können und ein Viktoriaveilchen von einem solchen aus Parma. Man mußte die lateinische Sprache beherrschen. Man mußte wissen, wann der Heliotrop zu ernten ist und wann das Pelargonium blüht und daß die Blüte des Jasmins mit aufgehender Sonne ihren Duft verliert. Von diesen Dingen hatte dieser Pelissier selbstredend keine Ahnung.

 

aufgehen = ‘오르다’, ‘뜨다

 

이를 ‘포기하다는 뜻의 aufgeben으로 읽은 듯.

 

그래서 해가 지는 것으로 번역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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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불멸(밀란 쿤데라 전집 7), 김병욱 옮김, 민음사, 2011(21).

 

베티나.

 

불멸의 욕망.

 

그녀는 정신병에 걸린 화가 카를 블레헨을 돕고자 열을 올렸고 (그녀는 그의 부인을 옛 괴테 부인만큼이나 경멸했다.) 삭스바이마르 왕의 상속자 샤를알렉상드르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프러시아의 왕 프리드리히빌헬름 왕에게 왕의 책을 써 주어 신하들에 대한 왕의 의무를 제시하는 한편 [...] 어느 프러시아 감옥에서 처형 날짜만 기다리던 폴란드 혁명 지도자 루드비크 미에로슬라프스키를 위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263, 부분삭제 인용)

 

그녀는 정신병에 걸린 화가 카를 블레헨을 돕고자 열을 올렸고 (그녀는 그의 부인을 옛 괴테 부인만큼이나 경멸했다.) 작센-바이마르 왕의 상속자 카를 알렉산더와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왕에게 왕의 책을 써 주어 신하들에 대한 왕의 의무를 제시하는 한편 [...] 어느 프로이센 감옥에서 처형 날짜만 기다리던 폴란드 혁명 지도자 루드비크 미에로슬라프스키를 위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Sachsen-Weimar = 작센-바이마르

 

Karl Alexander = 카를 알렉산더

 

프랑스식으로 잘못 읽은 독일 이름들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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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불멸(밀란 쿤데라 전집 7), 김병욱 옮김, 민음사, 2011(21).

    

아베나리우스 교수.

 

지하철 통로의 광경.

 

그리고 웬 청년 하나가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얼굴을 두 손 사이에 묻고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자신이 지금 막 감방에서 출소했으며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굶주린다는 내용을 연필로 쓴 쪽지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출소자 맞은편) 벽 쪽에, 피로에 지친 악사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그의 발치 한쪽에는 동전 몇 개가 든 모자가, 다른 한쪽에는 트럼펫이 하나 놓여 있었다.”(248-249)

 

그리고 웬 청년 하나가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얼굴을 두 손 사이에 묻고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자신이 지금 막 감방에서 출소했으며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굶주린다는 내용을 분필로 쓴 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출소자 맞은편) 벽 쪽에, 피로에 지친 악사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그의 발치 한쪽에는 동전 몇 개가 든 모자가, 다른 한쪽에는 트럼펫이 하나 놓여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Un jeune Homme assis par terre, le dos au mur, gardait le visage enfoui entre ses mains ; devant lui, une inscription à la craie disait qu’il venait de sortir de taule, ne pouvait trouver d’emploi et vait faim. [...]

 

à la craie = 분필로

 

단어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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