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단어 뜻의 성급한 적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레닌을 낙원의 아담과 비교하는 대목.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480)

 

마지막 문장의 핵심을 정리해 보자.

 

아담: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안다.

 

나르키소스: 물에 비친 모습이 자기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첫 번째 문장의 진술과 모순되고, 또 고대 신화의 나르키소스와 다르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고, 그것을 사랑한 게 나르키소스.

 

따라서 위 핵심은 뒤바뀌어야 한다.

 

낙원에서 샘물을 들여다보던 아담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몰랐다. [...]

[......]

[...] 그 낙원의 아담은 샘물을 들여다보는데, 나르키소스와 달리, 물 위에 나타난 창백하고 노란 흔적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프랑스어 원문: se douter짐작하다는 뜻이고, 마지막 문장은 이것의 부정.

 

의심치 않는다는 번역은 se douterdouter의심하다를 바로 적용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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