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1).

 

누락(2)

 

샹탈과 장마르크, 대화.

 

“<뒤마는 총사들의 이야기를 이백 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썼어. 그에게는 우정을 상실한 세계에 대한 향수가 이미 그때부터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정이 실종된 건 보다 최근 현상일까?>

<나는 대답할 수 없어. 우정이란 남자들 문제야. 그건 그들의 낭만주의지. 우리 것은 아니야."

장마르크는 코냑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그의 생각으로 돌아왔다. <우정이 어떻게 생기는 걸까? 필경 적대자에 대한 하나의 연대감, [...]>”(55, 부분삭제 및 문자부호 수정인용)

 

“<뒤마는 총사들의 이야기를 이백 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고 썼어. 그에게는 우정을 상실한 세계에 대한 향수가 이미 그때부터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정이 실종된 건 보다 최근 현상일까?>

<나는 대답할 수 없어. 우정은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야.>

<무슨 뜻이야?>

<내 말은 이거야. 우정이란 남자들 문제야. 그건 그들의 낭만주의지. 우리 것은 아니야.>

장마르크는 코냑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그의 생각으로 돌아왔다. <우정이 어떻게 생기는 걸까? 필경 적대자에 대한 하나의 연대감, [...]>”

 

프랑스 원문: [...] Était-ce déjà chez lui la nostalgie de l'univers perdu de l'amitié ? Ou la disparition de l'amitié est-elle un phénomène plus récent ?

- Je ne peux pas te répondre. L'amitié, ce n'est pas le problème des femmes.

- Que veux-tu dire ?

- Ce que je dis. L'amitié, c'est le problème des hommes. C'est leur romantisme. Pas le nôtre. "

Jean-Marc avala une gorgée de cognac, puis revint à ses idées : " Comment l'amitié est-elle née ? Certainement comme une alliance contre l'adversité, [...]

 

빠져서, 뒤죽박죽이 된 대화를 보완하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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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1).

 

누락(1)

 

광고 시사회.

 

키스, 타액 교환.

 

샹탈의 은유 수정.

 

그리고 샹탈은 그녀의 오랜 은유를 수정했다. 남자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것은 비물질적이며 시적인 장미 향이 아니다. 일군의 박테리아와 더불어 정부의 입에서 그의 애인 입으로, 애인 입에서 그의 부인 입으로, 부인 입에서 아기 입으로, 아기 입에서 아줌마 입으로, 레스토랑 웨이트리스인 아줌마 입에서 그녀가 침을 뱉은 수프를 마신 고객의 입으로, 고객 입에서 그의 부인 입으로, 거기서 다시 다른 입으로, 이렇듯 우리 각자가 우리를 하나의 타액 공동체, 축축하고 통일된 유일한 인류로 만들어 주는 침의 바다 속에 빠져 살듯 물질적이고 산문적인 침이 자신의 꿈이라고 정정했다.”(61-62)

 

그리고 샹탈은 그녀의 오랜 은유를 수정했다. 남자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것은 비물질적이며 시적인 장미 향이 아니다. 일군의 박테리아와 더불어 정부의 입에서 그의 애인 입으로, 애인 입에서 그의 부인 입으로, 부인 입에서 아기 입으로, 아기 입에서 아줌마 입으로, 레스토랑 웨이트리스인 아줌마 입에서 그녀가 침을 뱉은 수프를 마신 고객의 입으로, 고객 입에서 그의 부인 입으로, 부인 입에서 그녀 애인의 입으로, 그 애인 입에서 다른 입으로, 거기서 다시 다른 입으로, 이렇듯 우리 각자가 우리를 하나의 타액 공동체, 축축하고 통일된 유일한 인류로 만들어 주는 침의 바다 속에 빠져 살듯 물질적이고 산문적인 침이 자신의 꿈이라고 정정했다.”

 

프랑스어 원문: Et Chantal corrige sa vielle métaphore : ce n'est pas un parfum de rose, immatériel, poétique, qui passe à travers les hommes, mais les salives, matérielles et prosaïques, qui, avec l'armée des microbes, passent de la bouche de la maîtresse à celle de son amant, de l'amant à son épouse, de l'épouse à son bébé, du bébé à sa tante, de la tante, serveuse dans un restaurant, à son client dans la soupe duquel elle a craché, du client à son épouse, de l'épouse à son amant et de là à d'autres et d'autres bouches si bien que chacun de nous est immergé dans une mer de salives qui se mélangent et font de nous une seule communauté de salives, une seule humanité humide et unie.

 

빠진 곳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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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1).

    

매일 아침 샹탈은 출근하기 전에 우편함을 열고 자기 편지를 확인한다.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샹탈의 이름만 적혀 있고, 주소도 우표도 없다.

 

발신인이 손수 그 편지를 우편함에 넣은 모양이라고, 샹탈은 순간 생각한다.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집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50-51)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 좌석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프랑스어 원문: [...] Elle relut la lettre et se rendit compte que la dame á côtè d'elle pouvait la lire aussi. [...]

 

la dame á côtè d'elle = 그녀 옆에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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