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낮달처럼 긴 침묵이 흐르는 - 꼼쥐
<폴란드인>
사랑에도 연령 제한이 있을까? J.M. 쿳시의 소설 <폴란드인>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될 질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사랑에도 연령 제한이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적정 연령대로 인정해야 할까. 물론 개인별, 혹은 그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나 관습에 따라 어느 정도의 편차는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거나 수용하는 사람의 견해차 역시 무시할 수 없겠지만.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쿳시는 자신이 쓴 소설에 지나치리만치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담는다. 그...

6점
그해 봄의 불확실성 - oranc29
<그해 봄의 불확실성>
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열린책들/ 2025년 1월/ 320쪽이제는 과거의 어느 날이 되었다. 당시에는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 것인가, 결국 인간은 환경파괴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인가 두려움에 휩싸였던 나날이었다. 2019년 12월, 중국 후안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발생 2개월부터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수년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았다. 그렇지만 코로나는 바쁘다바빠 현대사회를 살고 있던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거리두기와 쉼을 안겨주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문득 그...

10점
주 40시간 죽는 사람들 - Yoon Hyung Chul
<시간 불평등>
언제나 우리는 나무늘보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세상의 속도가 나의 속도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사고가 형성되고 습관이 심어진다.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잠도 덜 자야 한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게 무엇이든 더 많이 생산해 내야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생산물까지 더 많이. 또한 하층계급이 노동을 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것은 유랑 혹은 게으른 방랑으로 비난받았고, 1531년의 최초의 「방랑법」통과로 이어졌다. 이 법률은 ‘게으름’을 “만악의 어머니”로 서술하고, 바랑...

10점
역사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들 - 맥락없는데이터
<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러시아의 귀족들은 조용한 응접실에서 전쟁을 이야기한다. 프랑스가 쳐들어온다, 황제께서 결단을 내리셨다, 전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살롱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는 이미 총성이 울리고 있다. 전쟁은 그렇게 한순간에 현실이 된다.이 거대한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를 19세기 초 러시아의 격동의 한복판에 던져놓는다. 피에르는 사색에 빠지고, 안드레이는 칼을 들고 나선다. 나타샤는 춤을 추며 사랑을 꿈꾼다.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소설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요동치는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결국 모든 ...

10점
그의 추락, 그의 공허한 고통에 부쳐 - 잠자냥
<추락>
좋아하지 않는 말 중에 “당신 딸이 당했어도 그럴 수 있느냐?” 류의 말이 있다. 예컨대 성범죄자들을 감형해주거나 아주 가벼운 형량만 내리는 판사에게 “당신 딸이나 와이프가 당해도 그렇게 할 것이냐?”하고 되묻는 것들.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딱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의 가족으로 치환해 생각해 보기를 촉구하는 말들을 나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의 공감 능력이 그 정도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가장 가까운 이,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도 그럴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것일 텐데, 고통스러운 일에 공감을 도통 못하기에 가족을...

8점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당신의 장미 그리고 사람들 - 다락방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패트릭 브링리는 형의 죽음으로 인해 상실감을 겪으며 <뉴요커>지의 일을 그만뒀다. 그가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곳은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방문했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 넓은 미술관에서 매일 다른 구역에 대한 경비일을 맡으며 숱한 예술 작품들 앞에 물끄러미 서보고 한참 들여다보면서 작품들로부터 감동을 받고 그 작품의 뒷이야기들을 공부해가며 그는 매일매일을 차곡차곡 형에 대한 그리움을 쌓아가고 애도한다.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보내며 어떤 날은 그동안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

8점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bookholic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몇 달 전에 강인욱 님의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란 책을 읽고 예상했지만 고고학이라는분야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숨겨져 있던 옛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를듣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 그래서 강인욱 님의 책 두어 권을 더 구입했는데, 그 중에 한 권을 이번에 읽었단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어떤 것에 대한 기원을 찾는 것. 그것이 고고학이라고 할 수있다고 한다. 어떤 것에는 유형적인 것도 있고, 무형적인것도 있고… 지은이 강인욱 님이 그 동...

‘야생 늑대는 어떻게 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0년대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시베리아에서 사나운 은여우를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그는 일군의 은여우 중에서 비교적 온순한 여우들을 골라 교배를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20년 만에(6세대를 거친 후)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행동을 하고, 형태적으로도 꼬리가 위로 말리는 오늘날의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우를 키워냈다.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 질 수는 없다. 다만 길들여진 은여우의 호르몬은 야생의 은여우와 차이를 보였다. 벨랴예프의 연구로 늑대의 유전자에는 이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인간을 만나면서 발현되었음이 밝혀졌다. - P163


10점
[마이리뷰] 인간의 굴레 - 물감
<인간의 굴레>
내 서평을 눈팅해오던 친구가 그러는데, 내가 비평만 써서 그런지 글이 죄다 어둡단다. 그게 컨셉이라는 걸 몰라주다니 매우 섭섭하고만? 전에도 했던 얘기인데 나님은 그렇게 생각한다. 앞서 수많은 칭찬 일색의 평을 꼭 나까지 따라 쓸 필요가 있느냐고. 내 글이 아무나 쓸 수 있을 수준이라면, 또 남들이 쓴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평을 남기는 의미가 있을까 싶고. 하여 레드오션을 피하고자 비평을 고른 거란다, 벗이여. 물론 이런 나라도 딱히 비평할 게 없다거나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은 얼마든지 호평을 남긴단다. 더군다나 이제는 여...

8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 닷슈
<문학의 역사>
예술은 개별 작품에 대해 풀어놓은 책은 많이 없지만 그 작가와 사조, 예술사를 다룬 책은 많다. 반면 문학은 개별작품 하나하나가 재밌거리이자 공감거리지만 그 작가와 문학사를 다룬 책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책 '문학의 역사'는 서양, 특히 영국문학에 집중해 그 역사와 흐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다 읽고나니 역으로 고대부터 한국문학사의 흐름을 다룬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의 문학에 대한 깊이와 혜안도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학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

10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고싶어지는 책 - 바람돌이
<지금 당장 알고 싶은 한국미술 10>
한때 광풍처럼 몰아쳤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거기다 더한다면 보이는 것이 많을수록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순간이 더 많아진다고 하고싶다.올 겨울 유럽 여행에서 수많은 미술관을 다니면서 가족들에게 나는 막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반짝반짝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책으로만 보던 그림들 또는 몰랐던 그림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붓 터치 하나하나를 새겨 넣는 순간들은 모두가 내 마음이 빛나는 순간들이었다.타고난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진짜 쥐뿔도 없고 심지어 관심도 없던 나는 오로지 20대의 어느 날 읽은 서경식 선생님의 <...

10점
불안한 일기장 - 독서괭
<금지된 일기장>
일기를 쓴다는 건 내밀한 속내를 쓴다는 것.하지만 과연 일기는,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발견될 가능성을 두려워하면서 쓴 일기에,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밑바닥이란 어디까지 일까?때때로 일기를 쓰곤 했다.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제법 솔직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누군가에 대해서나 시시콜콜한 잡담도 있었지만 부당해 보이는 사건과 대상(부모님을 포함해서)에 대한 불만 토로와 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조금은 있었다. 부모님이 내 일기를 발견할까봐 두려웠던 기억은 별로 없다. 직접 말하기 힘든 불만을 간접적으로...

직장에서 돌아와 중절모와 변호사 가방을 내려놓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성공하지 못해서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자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부모님이 몸소 보여주었던 삶의 모델, 우리에게 자연스런 영감을 주고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삶의 모델이 항상 명확하고 흔들림 없이 확고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 그럼에도 나는 과거의 신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언제부턴가 미렐라와 리카르도가 우리를 못 미더워하게 된 것은 이러한 우리의 의구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 P34


8점
나는 어쩌다 이 책을 읽었나 - 바스티안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 실화가 스포일러지만 스포일러 포함 아무리 문과라 해도 작년에 과학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건 너무하다 싶었다. 안 그래도 과학 책 한 권은 읽어야겠다 싶었는데, 얼마 전에 재개봉한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과학 책, 특히 천문학 책이 더 읽고 싶어졌다(크리스토퍼 놀란은 문과도 과학 공부 하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영화관에서 10분쯤 걸어가면 나오는 도서관으로 가서, 천문학 책들이 모여 있는 서가 앞에 섰다. 너무 어렵지 않고 흥미로운 책 없나. 서가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쭉 훑어보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책을...

10점
안과 겉 에세이 /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 - 구름모모
<디 에센셜 알베르 카뮈 (무선 보급판)>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은 소설 한 편과 에세이 3편이 구성된다. 그중 에세이 <안과 겉>을 읽으면서 『이방인』 소설과 『시지프 신화』도 무수히 연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방인 소설에서도 확신이라는 말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에세이에서도 확신에 대해서 젊은 시절의 작가는 깊게 사고한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철학적 숙고의 시간과 사유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에세이와 소설들을 통해서 이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작가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여자가 ...

​허무.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 P260


6점
우리 모두의 흘러넘치는 욕망이 우리를 착취한다 - 레삭매냐
<한국에 삽니다>
늘상 하는 생각이지만 나에게 도서관은 보물창고 같다고나 할까.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이러저러한 책들을 고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책이 콜롬비아 저널리스트 출신 글쟁이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의 <한국에 삽니다>란 책이었다. 원어로는 아마 그 뜻이 아닐텐데... 스패니쉬를 모르니 알 수가 있나 그래. 대충 <봄에 온 노트> 정도인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네 일상에 대한 스케치는 흥미로웠다. 펼쳐들었을 때는 당장에라도 읽을 것만 같았지만, 또 너튜브도 보고 또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온갖 뉴스에 휩...

10점
인생 시간 오후 4시 - 북로드
<인생 시간 오후 4시>
가면 갈수록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시간도 언젠가는 종착지점에 이른다. 인생이 직선으로만 가지 않고 곡선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살아왔지만 결국 거대한 바다로 집결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인생살이를 왜 이렇게 각박하게 살아가는지, 너와 나에 대한 구분과 특별함을 강조하는지, 자신을 대하는 것도 상대를 대하는 것도 복잡하고 힘들기만 하다. 우린 마음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따라잡으려는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손에 쥔 것만이 인생이 아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을 제대로 바...

8점
올바른 우리말 쓰기 안내서 - 자목련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글을 쓸 때마다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한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카톡을 보내면서 맞춤법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걸 알고 반가웠다. 매일 사용하는 우리말인데도 매번 맞춤법은 어렵다. 어디 맞춤법 뿐인가. 우리말을 배우고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어렵다고 느끼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우리말 맞추기 퀴즈인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면서도 맞추는 것보다는 틀리는 게 훨씬 많다. 시청할 때마다 우리말의 세계에 놀라곤 한다. ​잘 모르고 사용하는 우리말은 얼마나 많은가. MBC 아나운서국에서...

8점
극작가가 요청한 인간의 조건 - 초란공
<모두가 나의 아들>
극작가가 요청한 인간의 조건- 《모두가 나의 아들》(원제: All My Sons)아더 밀러(Arthur Miller, 1915.10.17-2005.02.10)최영 옮김 [민음사] (2012) 어제(2025.02.10)는 미국의 극작가 아더 밀러(Arthur Miller, 1915-2005.02.10)의 20주기되는 날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메릴린 먼로의 남편 혹은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 들어 본 작가의 연보때문인지, 대출하고 말았다. 그는 20세기를 거의 온전히 살아내...

[1] 크리스 켈리: "온종일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 적어도 저녁에는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정을 원하고, 아이들을 원하고,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뭔가를 이루고 싶어요."(29) - P29


10점
청년 베르터의 책상 위에 펼쳐진 에밀리아 갈로티 - 필리아
<에밀리아 갈로티>
열다섯 소년은 오래전 동숭동 연극공연을 보려 맨 앞줄 좌석에 앉았다.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열정적 사랑의 몸짓과 그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충격적 장면만이 오랜 시간 뇌리에 남았었고, 그로부터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낭만적 격정의 소설을 다시 펼쳐든다. 흘러간 세월 탓인지, 이젠 사랑의 열정에 대한 감상(感傷)은 휘발되어 사라지고 남은 이성의 찌꺼기만이 진실처럼 내게 날아든다. 자살한 청년이 마지막에 읽었을 책상 위에 홀로 펼쳐진 책, 《에밀리아 갈로티》의 상징성 때문이었을까? 아마 그런 탓일 게다. 청년 괴...

10점
새벽의 사원 - monday
<새벽의 사원>
미시마 유키오의 장편 시리즈 ’풍요의 바다‘ 3권 <새벽의 사원>. 관능적인 에너지가 느껴져 <봄눈>(1권), <달리는 말>(2권)보다 그의 다른 작품들(<오후의 예항>, <짐승들의 유희>, 그리고 아마 <금각사>)이 떠오른다. 물론 시리즈에 요구되는 유기적 연결성이나 이야기의 총체적인 진행이 이전 소설보다 더 뚜렷해져서, 소설의 초반부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문장이 훌륭한 건 말할 것도 없다.이전 이야기와 달리 불교적 색채와 회의주의적인 ...

10점
영혼에 새겨진 표식, 내재과거 - biche7923
<몸에 밴 어린시절>
작은방 침대 위에서 숨죽여 울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차마 듣기 힘든 욕설로 언성을 높이던 남자가 폭력을 휘두르자 여자는 울부짖으며 매달리고, 아이는 두려움에 벌벌 떤다. 어쩌면 다음 순서는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의 손길을 느끼며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엄마...아빠 잠들었어?" 매일 밤 술에 취해 들어와 곤히 잠든 엄마를 깨우고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괴롭히던 아빠, 겁에 질린 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식...

10점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이토록 정교한 저항의 언어 - 단발머리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1장 <백인도 인종차별당할 수 있나>와 9장 <불평등 구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인상깊었다. ​부제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이다. 작가 소개에 쿠르드계 영국인이라 나오는데, 아버지가 아랍계이고, 어머니가 백인이다. 이 소개가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사실이 저자의 독특한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을 '유색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혹은 적어도 스스로 백인은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49쪽에, 자신의 피부색이 밝아서 백인으로 오해받기도 ...

10점
경계를 맞대고 공감해야 한다 - kinye91
<모우어>
천선란 소설을 읽을 때 늘 기대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따스함. 따스함으로 인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모난 마음이 둥글어지면서, 다른 존재들에 대한 공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천선란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이다.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는데, 그것이 분노나 증오, 또는 몰이해가 아니라 사랑과 포용, 이해로 다가오면 소설을 읽는 일은 즐겁다. 결말이 비록 비극으로 끝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비극이 아니다. 우리 마음 속에 따스함이라는 씨앗을 남겼으니까...

10점
닮은 꼴이면서 달랐던 역사상 최악의 두 악마를 비교하다 - 구데리안
<히틀러와 스탈린>
예전에 <스탈린이 죽었다!(The Death of Stalin)>라는 블랙 코메디 영화를 재미있게 본 것이 기억난다. 프랑스 출신의 만화가인 파비앵 뉘리과 티에리 로뱅가 그린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3월 5일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전날 한 여성이 보낸 저주의 편지를 읽고 분노한 나머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지자 후계자 자리를 놓고 흐루쇼프를 비롯한 측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웃픈 해프닝을 코믹하면서 신랄하게 조롱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 초반에 이런 장면이 있다. 스탈린이...

8점
사랑, 편지 - 아밀 - Breeze
<사랑, 편지>
#사랑편지 #김지현 #버터북스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김지현은 필명 아밀로 소설을 쓴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에서 작가는 소설 속 음식에 대하여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읽는 책의 주제가 자주 겹친다. 읽어야 할 책을 선택하고 보면 비슷한 주제다. 책이 나에게 선택권을 주는가 보다. 이번에 함께 읽었던 책도 작품 속의 음식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작가는 한 권의 책과 문장들, 주제를 정하여 ‘당신’ 즉 독자에게 편지를 쓴다. 시, 음악, 소설, 미술 작품에서 사랑을 찾는다.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 사랑의 감정들을 독자...

10점
사람아, 너는 얼마나 작으냐 - Falstaff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
. 이 작품에서 작가의 바이오는 그리 필요한 것 같지 않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면 좀 섭섭하니 위키피디아를 한 번 뒤져봤다. 1967년 동베를린에서 물리학자, 철학자, 작가인 John 에르펜베크의 딸로 태어났다. 독일인 John을 ‘욘’이라 해야 하는지 ‘존’이라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알파벳으로 적었다. 예니의 엄마 도리스 킬리아스는 특이하게도 독일 내 아랍주의자이며 번역가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아기브 마푸즈의 작품 번역에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특이하다는 것이지 아랍주의자라고 해서 나쁘다는 의미는 1도 없다. 괜히 오해하지 ...

8점
회의주의자 사전에 냉소라는 단어는 없다 - cyrus
<희망찬 회의론자>
🙅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4점 ★★★★ A-바이러스는 혼자서 살지 못한다. 세포를 만나야 살 수 있다. 바이러스는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세포에 빌붙는다. 세포를 장악한 바이러스는 혼자 있을 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인다. 바이러스는 자신과 똑같은 바이러스를 계속 만든다. 이때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면 세포는 죽는다.냉소주의(Cynicism)는 성격이 쌀쌀한 바이러스다. 냉소주의가 좋아하는 먹잇감은 마음이 가냘픈 사람이다. 마음이 가냘프면 외로움을 더 잘 느낀다. 그리고 세상이 더 어둡...

8점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베터라이프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바라 F. 월터는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글로벌 정책 및 전략 대학원의 국제 관계 관계 분야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정치학자입니다. 그녀의 연구 분야는 내전, 폭력적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인데요. 특히, 미국이 현재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사실상 '내전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녀는 어려서 뉴욕의 욘커스에서 자랐지만 모친의 영향으로 스위스로 이주했고, 부친은 독일계로 유래가 있는 유서 깊은 가문 출신입니다. 그녀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루이스버그에 소재한 진보적 예술 대학인 버크넬 대학에서 정치학과 독...

이라크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는 수니파인 후세인과 역시 수니파의 주류인 바트당의 통치를 받는 것에 분노했다.


10점
수준높은 과학적 문제의식, 철학적 성찰, 실존의 구체성을 두루 갖춘 우주의 역사 - 벤투의스케치북
<존재의 역사>
수학 전공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길을 바꾼 팀 콜슨의 ‘ 존재의 역사‘는 리처드 도킨스, 데이비드 크리스천 등의 외국의 유명 과학자들, 박문호, 궤도 등의 우리 나라의 유명 과학자들의 추천사가 달린 책이다. 과학과 비과학 등이 포함된 1장 거대한 역사의 전제에서부터 반물질, 그리고 화학 반응 등이 포함된 3장 화학적 이끌림, 추측과 의문 등이 포함된 마지막 10장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까지 읽을 만한 내용들이 빼곡히 들어선 책이다. 560여 페이지의 책에서 어디에 초점을 두면 좋을까? 그간 과학책을 많이 접하였지만 채 만나지 못한 부분...

8점
서로 이어져 넓게 돌보라는 말. (홍익인간??) - 반유행열반인
<돌봄 선언>
-20250218 더 케어 컬렉티브. 돌봄의 윤리에 대한 관심은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을 읽으면서 다시 살아났다. 주디스 버틀러나 프레데리크 보름스가 상호의존성, 상호연대를 이야기하면서 돌봄에 대해 무척이나 강조했다. 아직 쥐뿔도 모를 때, 지금도 개뿔도 모르지만 대학원 수업 듣던 시절 학기말 페이퍼로 돌봄노동에 관해 써 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내가 생각한 돌봄노동은 굉장히 협의의 개념이었구나, 이제와 이 책 보면서 느낀 점이다. 엄마가 남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신 걸 서두로 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사회생활을...

10점
<표면으로 떠오르기>˝독자의 세계를 넓혀주는˝ 에세이들! - 은하수
<표면으로 떠오르기>
캐슬린 제이미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풍경과 문화에 뿌리를 두면서도 여행, 여성문제, 고고학과 시각예술 등을 아우르는 작품을 쓰고 있다. 2021년 스코틀랜드 마카르Makar(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정한 국가 시인)로 임명되었다. 자연과 풍경을 그린 에세이집을 활발하게 집필하고 있는데, 『발견들Findings』,『시선들Sightlines』, 『표면으로 떠오르기』가 폭넓은 찬사를 받았다. 이 중 "빛소굴 세계산문선" 세리프Sefif로 『시선들』과 『표면으로 떠오르기Surfacing』가 ...

10점
규칙으로 만들어진 세상 - 쎄인트saint
<알고리즘, 패러다임, 법>
〈 Book Review 〉 《 알고리즘, 패러다임, 법 》- 규칙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_로레인 대스턴 / 까치 1556년 영국 실용수학자 레너드 디기스는 토지 측량자들에게 직각기(直角器)사용법을 가르치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몸과 목을 바로 세우고, 발을 모으고, 양손은 크게 움직이지 말고, 한쪽 눈은 감고, 항상 양발 중간에 몸을 위치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1687년 런던의 찰스 코튼이 경주 전에 말을 어떻게 채비시켜야 할지를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온화하게 말을 ...

10점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여자들 : 고양이 눈 - 마거릿 애트우드 - 키치
<고양이 눈 1>
좋은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어떤 유년기와 청소년기, 청년기를 보내면 이와 같은 문제 의식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지도 알고 싶어진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를 읽을 때가 그랬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작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읽은 책이 마거릿 애트우드의 자전적인 소설 <고양이 눈>이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달한 1940년대 중반. 여덟 살 소녀 일레인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서 가족 전체가 캐나다 북쪽의 ...

10점
사라지지 않는 마음 - 구단씨
<이월되지 않는 엄마>
이월그해 2월은도무지 이월되지 않고여기까지 와 있다그해 2월은잊히지 않고 기어코 여기까지 와 있다그해 2월이,아팠던 그해 2월이죽어 사라지지 않고여기까지 같이 와 보란듯이 옆에 서 있다원망스러운 그해 2월이,그해 2월만 아니었다면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이런 글은 쓰지도 않을 것 같은 나로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그런 2월이다른 길로 가지 않고 온전히 내 옆에 살아 있다죽지 않고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다내가 죽을 때까지 죽지 않을 것 같아서천만다행이다 (176페이지)‘시의적절’ 시리즈를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 두지 않았다. 세상에...

8점
불면증을 대하는 자세 - hnine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눈을 뜨자 마자 시계를 본다. 숫자4가 보이면 그래도 성공이다. 적어도 새벽 4시는넘었다는 것이니까. 3이나 심지어 2가 보이면 낭패스럽다. 이미 깨어버린 잠을 억지로 다시 청해야 하니까. 그렇게 용을 쓰다가포기하고 일어나는 날은 하루가 아주 길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도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나는 잠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정신의학코너가 아니라 문학 코너에서 ‘불면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책이 눈에 띄어 안 꺼내 볼 수가 없었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에게'저자 마리나 벤저민은 주로 논픽션...

10점
함부로 요약하지 마라,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하라. - 그레이스
<바람이 분다, 가라>
함부로 요약하지 마라. 함부로 지껄이지 마. 그 빌어먹을 사랑으로 떨리는 입술을 닥쳐. 작가는 “정체와 이탤릭체의 문장들이 충돌하며 흔들리는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탤릭체는 기억과 생각이다. 정체(正體)는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진실은 곧 사라질 것 같은 이탤릭체-죽은 자의 말과 산 자의 마음-에 있다. 정체로 다시 써야 할 엄연한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산 자의 일이다. 촉망받던 화가 인주의 죽음 이후 그를 후원했던 강석원은 「미술정신」에 ‘서인주 추모 특집’을 싣는다. 함께 올려진 ...

8점
독자의 책무 - stella.K
<채식주의자>
지금은 절판됐지만 내가 이 표지의 책을 살 때는 작가가 맨부커 상을 받고 난 직후였다. (지금은 작가가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바람에 새로운 표지의 책이 다시 나왔다.) 그제야 난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사고 난 후에도 쉬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농담이지만) 결국 난 맨부커상만으로도 안 되는구나. 노벨문학상은 돼야 읽는구나 했다. ​사실 노벨문학상도 나에겐 언제부턴가 그렇게 큰 의미로 와닿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큰 문학상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건 남의 나라 문학상이라고 생각했다. 더 정...

10점
쨍쨍의 야드라~가 나를 부르네^^ - 기진맥진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쨍쨍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가 나왔다. 첫번째가 나온 후 거의 10년만이다. 그사이 쨍쨍은 또 수많은 곳을 여행했을 테니 책은 몇권이라도 나오고도 남았겠다. 그러니 이 책은 수많은 여행기록 중 엄선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할머니 무릎에서 이야기 한개만 더 들려달라고 조르는 느낌으로, '아~ 책이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실리지 못하고 짤린 이야기들도 듣고 싶다는 느낌^^나와 같은 직종(초등교사)이던 쨍쨍이 50세에 퇴직하고 본격적인 여행가가 되었을 때, 적당한 때에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남의 ...

10점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새파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N25018"더이상 세상의 일들을 집착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인생이란 그저 사소한 우연의 연속처럼 보였다. 인생이란 납득하는 일이지, 따져보는 일이 아니었다."지금까지 읽은 김연수작가님의 작품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선택한 다음 작품은 단편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였다. 표지가 좀 별로여서 이번에는 기대를 좀 내려놨으놔...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도대체 이렇게 좋은 단편만 모아놓을 수 있는게 가능한건가? 단편들은 모두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

10점
[리뷰] 아이, 로봇 : 인간은 어떤 로봇을 원할까? - 겨울호랑이
<아이, 로봇>
로봇 공학의 3원칙.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_ 아이작 아지모프, <아이, 로봇>, p6 아이작 아지모프의 <아이, 로봇>은 본인이 제시한 '로봇 공학의 3원칙'을 바탕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로봇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서로 다른 위계를 가진 로봇...

8점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쓴다. - scott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천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천 원으로 배를 채울 것도 없고 지하철을 탈수도 없다.천 원으로 영혼을 고양 시킨다거나 지성을 갈고 닦을 수도 없으니 천원 지폐 만큼 가벼운 시집 한 권을 구입한다.​당신은 지금 잠의 가시 덤불 속에서 양 떼를 세고 있습니까? 한 마리의 양을 잃은 상실감으로 뒤척거리다 일어나, 모든 양을 풀어 주러 나왔습니까?집들은 모두 낡은 목조 건물이고, 지붕에서 뜯어낸 판자로 만든 덧문 너머 별들이 빛나고 있습니까?​지붕 고치는 사람처럼 나는 사라져 가는 직업의 사람입니다.어쩌다가 우연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