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지식보다는 지혜를 - 꼼쥐
<삼국지 인생공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더 어렵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보아도 새로운 유형의 인간은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 그것은 곧 내가 예측하는 상대방의 반응이 항상 어긋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작 문제는 나의 예측과 다른 상대방의 반응에 짜증이 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상이 내가 예측하는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세상은 결코 도래하지 않는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항상 불만투성이의 갈등 국면...

10점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늙어버린 인간 - 단발머리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새 책이 출간되어 유튜브 여러 곳에서 김대식 교수의 강의가 여러 편 올라왔다. 그중에 하나를 보게 됐는데, 이런 장면이 있었던 거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하고 싶으셨던 거,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강연의 제목이 <"지금은 이것부터 준비하세요" AI 시대에도 끄떡없을 겁니다>이다. 상당히 희망적이고 '유튜브적'인데, 강연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하고 싶은 거를 다 하라니. 이건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 혹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나 할 법한 말이 아닌가. 수정 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신자유주의 시대...

10점
[마이리뷰] 가장 짧은 낮 - 곰돌이
<가장 짧은 낮>
친구 조부모님이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셔서 중학교 여름 방학 때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낯선 풍경과 내 집 같지 않은 잠자리, 그리고 생소한 벌레들 속에서 즐거움에만 들떠서 왁자지껄 나눴던 대화는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1박 2일 외박이라는 사실 자체에 잔뜩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 오디오가 비어 있을 틈이 없던 중딩 넷이서 말 한마디 없이 조용했던 순간만큼은 또렷하다. 그건 셀 수도 없이 많은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때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별을 봤던 꿈 같으면서도 생생한 그 순간이 중국 북방 서민의 삶을 ...

6점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 레삭매냐
<자유의 여신상의 오른발>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됐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어떤 인스타 피드에서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다. 이 책은 아동도서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어린이 자료실에서 빌려야 했다. 어른이는 대출이 안되나 싶었지만, 프리패스라 다행이었다.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와 무레 요코의 <버리지 못한 사람들>도 같이 빌렸다. 미국 뉴욕의 상징인 된 <자유의 여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 출신 작가 데이브 에거스가 들려준다....

10점
조선 그림의 마음 - 탁현규 - Breeze
<조선 그림의 마음>
#조선그림의마음 #탁현규 #지식서재 간송미술관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미술관을 1년에 두 번 전시했을 때였다. 그때 전시한 게 <민속인물화대전>으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등의 조선 산수화 및 인물화 전시였다. 눈앞에서 혜원의 <미인도>를, 단원 김홍도 등의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도 가봤지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간송미술관 전시였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알지 모르겠다.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고사인물화를 엮은 책이다....

10점
연가시 - 나비종
<넥서스>
빈 시간의 교무실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몇몇 손가락이 분주하다. 3학년 기말고사 문제 출제 기간이다. 젊은 동료 교사가 건네는 말, "시험 문제를 직접 종이에 써보신 분들 있으신가요?" 건너온 세월을 시치미 떼고 싶지만 이미 시선은 나에게 향한다. "해부 되어있는 개구리도 직접 그려보았어요." 자를 대고 그래프 그리기는 일도 아니던 시절, 수정 테이프도 등장하기 전이다. 펜 끝을 바들바들 떨며 영혼을 끌어모았던 라떼를 소환한다. 삐삐를 가져보기도 전의 기억이다.두 번째 근무지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처음 구경한다. 많은 이들이 과학...

10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히 살아내기 위하여. - 별숲
<최선의 철학>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권석천 작가님의 '철학'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우선 '최선'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간다.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첫 번째 의미로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 두 번째 의미로 '온 정성과 힘.'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이 책은 두 번째 의미에 좀 더 주목한다. 잘 살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할 수 있는 한의 온 정성과 힘을 다해 삶을 마주하는 태도야말로 '철학자'...

10점
위하는 것일까 내 욕심일까. - 강지훈
<끝맛>
인생에 후회없는 선택이나 행동이 있을까.나는 일말의 후회도 없는 행동은 없다고 생각한다.상황도 변하고, 나 스스로도 변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때 이럴걸, 그러지말걸 같은 후회는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우리 뇌 자체가 같은 것을 자꾸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져있다고 하지 않는가.후회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계속 곱씹지 않게 완전히 까먹는 것인데 그게 어디 쉽나.⠀#끝맛 (#다리아라벨 씀 #클레이하우스 출판)의 주인공 콘스탄틴도 그런 후회의 순간이 있다.아버지와의 마지막일지 몰랐던 마지막 대화에서 진심이 아닌 모진 ...

10점
독일군에 잡힌 연합군 포로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나치VIP수용소의 파란만장한 포로생활기 - 구데리안
<콜디츠>
인터넷에 병맛 이탈리아군 유머가 있다. 한 영국군 장교가 이탈리아군에게 포로가 된 뒤 아주 거한 대접을 받자 최후의 만찬인가 했는데 도리어 실수로 병사 식단을 줬다면서 사과하더라는 것. 그럼 이탈리아군 기준에서 장교다운 대접은 어느 정도라는 건지. 물론 일본 네티즌들이 지어낸 황당무계한 뇌내 망상일 뿐이다. 제아무리 물렁하기로 이름난 이탈리아라도 상대가 무슨 이용 가치가 있어서 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한낱 포로 따위에게 만찬을 베풀 이유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이탈리아는 그렇게 먹을 것이 넘쳐나지 않았다.<걸즈앤판처>...

8점
<책을 쓰는 과학자들>, 브라이언 클레그 - 짐작
<책을 쓰는 과학자들>
사실 이 책은 읽은지 한 달이 넘었다. 보통 책을 읽고 바로 리뷰를 남기거나, 못해도 2일을 넘기지 않는 편인데 말이다. 한달이면 읽은 책의 내용을 잊어버리기엔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그렇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뭔가 서사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이야기가 대체로 쉽게 잊히진 않는다. 이 책은 과학 서적이다. 내용이 머리속에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부분들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은 한 책을 읽으면 바로 다른 책들을 읽기 때문에 비슷한 결의 책들을 읽을 때면 내용이 가끔 머리속에서 섞이기도 한다. 이 책은 과...

8점
에밀 놀데를 모델로 한 소설 - hnine
<독일어 시간 1>
화가를 모델로 한 소설 하면 서머싯 모옴의 <달과 6펜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검색해보니 그 외에도 몇 작품이 있지만 내가 읽은 것은 <달과 6펜스>가 유일하고 이제 한권 추가되었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를 모델로 한 바로 이 소설 <독일어 시간>이다.그걸 알고 집어든 책이고, 내용이 난해하거나, 지루하지도 않은데 왜 그리 읽는데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결국 끝냈다.1,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리뷰 올릴땐 리뷰 한편당 두 권 선택이 안되니 1권만 읽은 것 처럼 올라가지...

10점
자연이 나를 그냥 흔들게 두는 것 - fauvism
<나는 지구가 아프다>
이 책은 120쪽 정도의 짧은 소설이다. 파리에 사는 화자가 불면과 불안, 심장 두근거림, 육체피로를 겪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온갖 행위가 환경을 박살낸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화자는 포르크롤이라는 섬으로 떠난다. 그리고 섬에서의 경험을 통해 지구가 처한 문제를 더 서술해나간다. 말미에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바다 위 화자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에서 화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환경을 파괴하는 괴물 내지 지구의 불청객, 골칫덩이 취급한다. 환경 파괴의 온상과 무너져가는 지구의 현주소를 고발하면서...

8점
세상에 악녀는 없다 - kinye91
<악녀서>
악녀에 대한 글이라고 해석이 된다. '악녀서'라니.. 악마같은 여자가 나오는 소설인가 싶었다. 세상에서 악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는데, 요즘은 이들에 대한 다른 시각을 지닌 소설들이 나오기도 했으니, 이 책에 나오는 악녀들은 누구인가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그런데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을 읽어도 악녀를 찾을 수가 없다. 어째서 악녀인가? 하는 의문. 오히려 상처받아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 아닌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밀려난 사람 이야기. 밀려났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제 자리를 찾...

10점
언제나 반가운 고전리뷰툰 - bookholic
<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냉정 편>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만화책은 별로 읽지 않는데, 기다리는 시리즈가 하나 있단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키두니스트님의 <고전 리뷰툰> 시리즈란다. 고전은 읽기도 쉽지 않고, 그것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은데, 리뷰를 만화로 그리는 초현실적인 작가가 있으니 바로 키두니스트 님이란다.작년에 이어 <고전 리뷰툰 –내정과 열정->두 번째 이야기 냉정 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읽어 보았단다. 여전히 위트 넘치고 리뷰툰만 봐도 그 고전을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자세히 설명해...

10점
<책 리뷰> ‘고리오 영감’을 읽고 - 페크pek0501
<고리오 영감>
「고리오 영감」의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돈이 많았던 고리오 영감이 두 딸에게 전 재산을 다 쓴 뒤에 그 딸들에게 외면을 당한 채 싸구려 하숙집에서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고리오 영감 다음으로 주목할 인물이 라스티냐크다. 그는 고리오의 둘째 딸 델핀과 사귀게 되는데 하숙집에 함께 사는 고리오 영감이 그녀의 아버지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연애를 출세의 도구로 삼으려던 라스티냐크는 델핀을 사랑하게 되고 고리오에게 아버지를 대하듯 잘해 준다. 고리오가 병들어 죽어 갈 때...

10점
이것은 의자야....그것은 의자가 아니다. - 비의식
<제3 지대에서 바라보는 세계>
우리 정신에 침윤(浸潤)된 서구의 생존 전략은 그대로 괜찮은 것인가?“인간의 언어는 자연에 없는 금을 긋고 경계를 구축해서 온갖 허상을 만들어 자연과 인간 자신을 규제하고 통치하는 수단이다.” -19쪽 “인생과 자연에 임하는 자아 방어, 자아 본위의 상호대결 아니면 상호경합으로 일관하는 호모에렉투스의 생존양식으로 인류가 탈주하려는 제 3 지대의 새로운 생존양식의 발견은 가능한 일인가?” -20쪽 위에 인용된 두 문장이 전제(前提)하는 물음에 대한 고찰이 이 책의 논지일 것이다. 또한 인류 전체에 당면한 인류세(人類世)...

8점
본다는 것은 직면한다는 것 - IshaGreen
<보다>
보다: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3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와타나베의 친구 나가사와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문학작품은 손도 대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인생은 짧고,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고, 내 독서 속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경험상 실망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문학과지성사’의 「소설보다」 시리즈를 접하면서 조금은 달라졌다. 시행착오도 하나의 삶...

괜찮다는 말만 하는 진호에게 우형과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 우형은 웃었고 나도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웃고 있던 그 모습들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도 나를 아프게 했다. - P14


10점
경험의 멸종 / 인간다움 되찾기 - 구름모모
<경험의 멸종>
지금 현대인을 혼란에 빠뜨린 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알려주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어떻게 기계에게 박탈당했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이 혼란의 실체에게 저항하라고 온건한 목소리를 전하는 책이다. 일상에 스며든 기계의 자동화 서비스가 편리하다기보다는 불편함을 더 많이 감수하면서 생활한다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기계와 과학의 발달이 많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으면서 경영 측면에 이윤을 남기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더 많음 것이 현실이다. ​​자동화,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요리의 고급스러움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장식이 거의 없는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이런 생활 방식이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고, 내면의 악마, 불안, 다루기 힘든 생각들과 마주하도록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활 방식은 시간에 대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촉진하고 기다림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게 한다. - P158


10점
‘문명의 죽음‘을 생각하는 인간의 ‘우주 고딕‘ 소설 --- 《궤도》 - 초란공
<궤도>
[종이 인형: 구슬 @kooseul23] 문명의 죽음을 생각하는 인간의 '우주 고딕' 소설《궤도》 서맨사 하비(Samantha Harvey) 지음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2025) 서맨사 하비의 소설 《궤도(Orbital)》 는 2023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어서 2024년에는 곧바로 부커상을 수상하고, 국내에는 2025년 여름에 출간되었다. 말하자면 이 번역서는 하비의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소설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실려 있는 한 그림에는 세계 지형의 윤곽이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지도 위에 1...

[1] "가끔은 놀라운 생각을 한다. 자신들이 진공 심연을 홀로 지나는 잠수함을 타고 있다는 생각. 밖으로 나가면 안전할 것 같지 않다. 지구 표면에 다시 떨어졌을 때 이들은 생경한 존재들이리라. 미쳐 버린 낯선 세상을 배우러 온 외계인들."(39, [궤도3, 상행]) - P39


10점
해리 홀레 시리즈 13 <블러드문> 해리가 해리했다!! - 파우스트
<블러드문>
해리 홀레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 <블러드문>- 팬심으로 가득찬 후기이니 참고하시길^^잘 지내셨수 해리? 엄청 기다렸수다.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꼭꼭 씹어 읽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는 날을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즐기고 싶었습니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끝이 나버리네요. 아... 또 언제까지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요 작가님.우리말로 옮긴 분이 바뀌어서 읽기 전에 전 이야기들과 이질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을 살짝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아마도 ...

8점
미물, 미믹, 미물 - cyrus
<작은 정복자들>
에리카 맥앨리스터 · 에이드리언 워시번 함께 씀김아림 옮김《작은 정복자들:농업부터 인공지능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곤충의 놀라운 변신》곰출판2025년4.5점 ★★★★☆ A왕크왕귀. ‘왕 크면 왕 귀엽다’를 줄인 신조어다. 왕크왕귀는 몸집이 크면서도 귀여운 동물에 호감을 느낄 때 쓴다. 왕크왕귀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동물은 우리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이다. 순하디순하기로 유명한 골든 리트리버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왕크왕귀다.왕크왕귀에 어울리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이 동물의 몸집은 인간보다 작다. 그러나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등장했고...

8점
탄소 제로에 얽매이지 않고 바꿔나가기 - 하루살이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이번 2025 경주 APEC에서는 트럼프가 촉발시킨 자유무역에 대한 위협과 새로운 화두로 AI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새로운 논제와 더불어 경주 선언 전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속적인 글로벌 도전과제로 에너지, 식량안보, 환경, 극한 기상 및 자연재해를 들고 있다. 이 도전과제를 언급하면 퍼뜩 떠오르는 것이 탄소제로를 통한 기후 온난화의 억제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강령을 제시했으며, 실은 그 이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10점
다리에서 바라본 그 남자의 마음속 - 잠자냥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양장)>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내가 좋아하는 극작가이다?! (단, 사람 말고 그들이 쓴 작품) 둘 다 정답.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 작가는 비극을 그리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극작가이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한정된 공간과 몇몇 인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해 폭발하는 개인의 비극을 묘사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나다. 희곡은 무대 위 상연을 목적으로 하기에 공간의 제약이 크다. 때문에 많지 않은 인물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첨예한 갈등을 보...

8점
사과의 푸른빛만이 아닌 - 자목련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
올가을에는 알이 굵은 사과를 먹지 못했다. 알이 작고 익지 않은 아오리를 먹은 기억이 전부다. 사과가 금값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김연덕의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를 읽으면서 덜 익은 풋풋한 사과 맛이 떠올랐다. 아직은 완성이 되지 않은 어떤 것, 미완성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 서툰 안도감 같은 것이라고 할까. 김연덕을 생각하면 바로 그의 시는 길었지가 따라온다. 보뱅의 산문에 대한 그녀의 글이 좋았던 기억과 함께.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는 제목에서 짐작하겠지만 아오모리에 대한 여행 기록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긴...

8점
[마이리뷰]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 거리의화가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한국사 민주주의 시리즈 중 그 두번째 해당하는 내용이다.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민주주의의 눈으로 본 독립운동을 다루고 있다. 다만 시기는 1919년 3.1운동 이후 시점부터라 다른 독립운동사와 출발점이 다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를 유추하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1910년대 일제는 무단통치로 조선인에 철권을 휘둘렀고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 차별을 두는 정책을 시행했다. 억눌려왔던 조선인들이 3.1운동 때 폭발한 것이다(여기에는 외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1권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와 관련된 키워드를 목차...

10점
SF문학 <킨> - jyooster
<킨>
1979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에서 우리는 시간여행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노예제의 폭력이 현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오늘날 노예제도가 다행히 공식적으로나마 부정당하고 있지만, 바로 그해 연말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들에게 폭행당한 뒤 혼수상태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촉발된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은 LA 폭동의 도화선이 되었고, 2020년에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벌어져 2천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바 있다. 노예에게 행해지던 사법적 폭력이 제도권으로 ...

8점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 미니책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https://youtu.be/TInOFyy6u8Y몇 해 전 유행처럼 읽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최근 북토크를 계기로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있다는 인상과 몇 가지 충격적인 장면만 또렷했고, 나머지는 흐릿했다. 이번에는 노트를 옆에 두고 차분히 따라가 보았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오래 남았는지, 나도 왜 다시 읽고 싶었는지 이해가 됐다.이 책이 여기까지 오게 된 출발점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어린 저자는 아버지에게서 “세상에는 혼돈만 있다, 의미는 없다”는 말을 듣고 큰 혼란...

8점
[마이리뷰] 맨투맨 - 물감
<맨투맨>
서른 전까지의 나는 글쓰기는 고사하고 책 한 권 읽지 않는 인간이었다.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지면서 남아도는 시간을 무얼로 때울까 하다가 채택된 것이 독서였다. 말하자면 그게 가장 싸게 먹힌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독서도 독서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해서 기록도 같이 하기로 했다. 헌데 리뷰란 걸 써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남들이 쓴 리뷰를 눈팅으로 좀 배워볼까 했드만 어림도 없었다. 그럴수록 나 자신의 멍청함을 알게 되었고, 깨끗이 인정하며 정말 기록을 위한 글만 적었다. 아무리 길게 써봐야 고작 네다섯 줄이 다였다. 그만큼...

10점
사람이 싫어지는 상황, 나만의 유난스러움이 아닌 관계의 고단함 - 다정한곰님
<노 피플 존>
여전히 있을법한, 그렇지만 이게 SNS나 숏츠에 주목받진 못할테고,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세상살이의 갈등과 상처받는 방식이다. 싸워 이기는 싸움닭의 마음보다는 이제는 좀 에둘러 가더라도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고, 괜히 연류되지 않도록 한 발 물러나고 싶다. 괜히 나대지않으려하고, 공정한 잣대에서 측은함을 무기삼는 자에게 연민을 품는 행위 자체를 잘라내고싶다. 학연, 지연, 혈연 그러한 끄나풀에 스텝이 꼬이기보단 담백하고 아닌 것과 맞는 것에만 집중하고 살고싶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니라 더욱 성질이 뻗친다.이게 ...

10점
우리가 진짜 돈이 없지 - 돼쥐보스
<가난의 명세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용카드가 없다. 카카오뱅크와 농협 체크카드 두 장으로 살고 있다. 신용카드의 좋은 점은 알고 있다. 잘 쓰고 잘 갚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고 무이자 할부를 요리조리 활용하면 큰 금액대의 물건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오늘의 나는 못 갚지만 다음 달의 나는 갚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싫어서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신용점수가 지금의 나와는 무슨 상황인데 하는 것과 큰 금액대의 물건은 어떻게 사든 부담이 된다. 할부는 빚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간 목록에 올라와 있는 김나연의 에세이 『가난의 명...

10점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돌발 - 젤소민아
<기억·서사>
소설을 쓰는 나는, 이 책을 읽고 '기억'에 관한 생각을 바꾸었다.기억은 내게, 과거일 뿐이었다. 과거를 가져오는 방식. 그게 내겐 ‘기억’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기억이야말로 현재를 사는 적극적인 활동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접근에서 단순히 '기억'의 정의를 바꾸는 게 아니라기억의 작동 방향을 뒤집었다.나는 기억을 ‘내가 취사선택해 꺼내오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은 정확히 반대로 말한다. 기억을 데려오는 건 내가 아니라, 기억이 때로는 나를 찾아온다고. 기억은 뇌의 서랍에서 꺼내는 풍경이 아니라, 불시에 신체를 건드리...

10점
몇 년 동안 산 딱 한 권의 책 - Falstaff
<흥분이란 무엇인가>
. 1956년생은 잔나비띠라서 그런지 재주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국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라, 중국인도 마찬가지인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산둥성 퉁커우시에서 출생한 장웨이도 그랬던 거 같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 인민은 끊임없는 도취적 이상국가로의 전진사업에 희생되었다. 대약진운동, 반우파운동,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정점을 이룬 문화혁명. 장웨이도 유소년 시절에 이 과정을 거쳤다. 옌롄커, 위화 등 이 또래 많은 작가들이 이 시절, 그리고 이후의 천민자본주의의 해일 속 생존담을 작품화 했다. 그러나 이 책 《...

10점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 건 나였다.” - BlueMoon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 건 나였다.”: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분노의 늪에서 나를 건지는 법)(웅진지식하우스) 400쪽이 넘는 심리 관련 책을 읽고도 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자발적으로 구매해서 읽은 책이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였다. 심리 관련 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마음을 답답하게 막고 있던 거대한 바위에 균열이 생긴 것 같긴 하다. 이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싶었다. 세상에는 완벽한 질문도 완벽한 답도 없는데, 그중 가장 답하기 어려운 ...

8점
읽기 쉬운 서양미술 책 - 닷슈
<한 번쯤은, 서양미술사>
서양 미술 책은 볼 때마다 눈이 즐겁고 시대에 따른 흐름을 느끼는 것이 즐겁다. 예술도 인간의 산물인 만큼 그 정신의 변화를 따라가고 시대의 변화는 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 한 번쯤은 서양 미술사는 르네상스부터 입체주의까지를 다룬다. 과거 고전과 현대가 없는 부분이 아쉽긴 한데 아마 속편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책은 각 시기의 사조를 소개하며 대표적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보여준다. 시기를 좀 세세히 쪼갰기에 시기별 작가 수가 좀 적고, 대표작은 한개만 보여준게 아쉽긴 한데 그래도 책의 즐거움은 충분하다...

10점
세월이 흐르면 예전처럼 관대해지리 - 제코루
<레슨>
이언 매큐언의 [레슨]을 읽었다. 저자의 일생에 걸친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소설이라는 문구에 깜빡 넘어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읽기 시작했음에도 완독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벽돌책이기도 하지만 거의 한 세기에 걸친 주인공 롤런드 베인스의 일생 전반과 그와 관련된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등장과 연이은 사건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롤런드가 살아온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서구 유럽이 전쟁을 거치며 수반된 다양한 정치적 이념에 대한 논쟁과 앞으로도 영원히 남아 있을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사전...

6점
프랑스혁명 - 베터라이프
<프랑스혁명>
1943년에 태어난, 한스-울리히 타머는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로 특히, 독일의 국가사회주의와 유럽의 파시즘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지식인입니다. 그는 1962년 언어 학자이자 동화 수집가인 야콥 그림을 기념한 야콥-그림-슐레를 졸업한 후, 헤센의 마르부르크 대학과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역사, 고전 문헌, 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1971년 유럽의 파시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에른스트-헤르만 놀테에게서 지도를 받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80년 역사적인 대학으로 일컫는 뉘른베르크 에르랑겐 역사 연구소에서 미하엘 슈튀르머의 지...

부르주아 엘리트는 지주 귀족이 소유한 것과 동일한 지위와 권리를 얻고자 노력했다.


10점
남아 있는 것들을 붙들면서 살아도 되는 삶. - 안녕반짝
<나나 올리브에게>
한바탕 눈물이 났다. 저자의 새로운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다렸음에도 전작 <긴긴밤>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설렘과 기대와 슬픔이 가득한 마음을 웅켜쥐고 있다 결국은 눈물을 터트렸다. 전쟁터에 나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기다렸던 나나. 그리고 나나의 딸 파티마의 남편도 징집되어 결국 돌아오지 못했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집을 떠나지도 못하고, 문을 닫을 수도 없었던 나나. 전쟁이라는 무모함 속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갔을 남자들과 할 수 있는게 기다림 밖에 없었던 나나와...

10점
자발적으로 리뷰를 쓰게 하는 책이 있다. - 고연휘
<[세트] 바벨 1~2 세트 - 전2권>
바벨이 번역본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19세기 배경에, 내가 좋아하는 스팀펑크에, 두근두근 산업혁명과 근대사에, “오리엔트”까지. 휴고상 수상을 두고 중국 정부의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진입을 이끌었다. 바벨이라는 노골적인 제목 덕분에 원서를 검색해봤더니 0.99$, 안 살 수가 없지. 번역본이 아니라 원서를 바로 결제하여읽기 시작했다.정신없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종장과 함께 퇴근길에 엉엉 울며귀가하였다. 집에 와서도 저녁 밥을 차리고 저녁 운동을 갈 준비를 하면서도 울었다. 생각지도 못...

10점
인간을 위한 것들의 오류 - 페넬로페
<혼모노>
오랜만에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렸다. 산책길에서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기 시작한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드물게 딴 생각 없이 집중해서 듣게 되는 소설이었다. 순서대로 좋게 듣다 ‘혼모노’에서 더 집중했고,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에서는 전율이 일어나 듣기를 멈추었다. 이건 무조건 책으로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주문했다. 이 책에 수록된 7편의 단편소설의 소재는 모두 익숙한 것이다. 지금, 아니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던져준 사회적이면서 개인적인 ...

10점
낯선 이야기를 새로운 디자인에 담았다 - 바스티안
<크메르 문자 기행>
'크메르 문자'라고 했을 때 어느 나라의 문자인지 바로 알아챌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캄보디아의 고유 문자이다. 캄보디아라고 하면 앙코르와트, 킬링필드, 범죄 단지 밖의 다른 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크메르 문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캄보디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는 앙코르와트에 직접 가면서부터다.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였기에 앙코르와트의 웅장한 건물과 정교한 조각보다는 거기 새겨진 독특한 글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크메르 문자였다.​ 크메르 문자에 대한 관심은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