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땅의 예찬, 안인희 옮김, 김영사, 2018(3).

 

 

안인희 선생님께

 

 

10쪽의 문장입니다:

 

보호하다schonen’라는 낱말은 어원으로 보아 아름다운 것dem Schönen이라는 말과 친척이다.

 

Das Schonen ist etymologisch mit dem Schönen verwandt.

 

 

이 번역문에는 독일어 표제어가 두 개 병기되어 있습니다.

 

schonendem Schönen.

 

하지만, 두 번째 표제어는 바르지 않습니다.

 

독일어 표제어는 명사의 경우, 주격 단수 형태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한병철도 들어가는 말’(Vorwort) 첫 대목에서 비원‘Wi-Won’으로 표기한 후, 주격 ‘Geheimer Garten’목적격 ‘Geheimen Garten’이 아닌이라고 뜻풀이 표제어를 달아놓고 있습니다:

 

 

Drei Frühlinge, Sommer, Herbste, Winter, also drei Jahre lang, arbeitete ich im Garten, den ich Wi-Won (koreanisch: Geheimer Garten) genannt habe

 

세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러니까 3년 동안 비원(비밀 정원이라는 뜻의 한국어이라 이름 지은 정원에서 일했다.(8)

 

 

독일어 표제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de.wikipedia.org/wiki/Lemma_(Lexikographie)

 

 

독일 표제어 규정을 적용하면, 위 문장은 이렇게 수정해야 합니다:

 

보호하다schonen’라는 낱말은 어원으로 보아 아름다운 것das Schöne라는 말과 친척이다.

 

 

우리나라 편집자 중에 이런 규정을 알고 있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번역하실 때 더욱 꼼꼼하게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2018. 3. 19.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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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선집 7), 윤순식 옮김, 현대문학, 2013.

 

두 단어의 차이에 주의할 것:

 

Verstandeswesen = 지성적 존재

 

Vernunftwesen = 이성적 존재

 

독일어 원문: Dies, dachte er träumerisch, war einer der Nachteile der Schule und der Gelehrsamkeit: es schien eine der Tendenzen des Geistes zu sein, alles so zu sehen und darzustellen, als ob es flach wäre und nur zwei Dimensionen hätte. Irgendwie schien ihm damit ein Mangel und Unwert des ganzen Verstandeswesens bezeichnet, doch vermochte er den Gedanken nicht festzuhalten, die Schnecke entglitt seinen Fingern, er fühlte sich müde und schläfrig.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이란 모든 것을 마치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이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아마 그와 비슷한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고,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피곤하고 졸음이 왔다.(임홍배:119)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이란 모든 것을 마치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지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아마 그와 비슷한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고,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피곤하고 졸음이 왔다.

 

문득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단점이 깨달아졌다. 즉 모든 것을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소위 인간 정신이 지닌 경향이 아니던가. 이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그와 비슷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쾌하게 확정지을 수는 없었고 ,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윤순식:112-113)

 

문득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단점이 깨달아졌다. 즉 모든 것을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소위 인간 정신이 지닌 경향이 아니던가. 지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그와 비슷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쾌하게 확정지을 수는 없었고 ,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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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선집 7), 윤순식 옮김, 현대문학, 2013.

 

Schnapphahn = (중세의) 노상강도, 산적

 

두 번역자 모두 단어를 착독(錯讀) 하고 유추해서, 엉뚱한 의미를 만들어 냈다.

 

Schnaps + Hahn = 화주(火酒) + 호인(好人)

 

독일어 원문: Und diese Verzögerung führte zu einem neuen Erlebnis; sie war schuld, daß er am zweiten Tage in ebenjenem Bauerndorf einen Kameraden antraf, einen langen verwegenen Kerl namens Viktor, der halb wie ein Pfaff und halb wie ein Schnapphahn aussah, [...]

 

이곳에 머뭇거린 덕분에 그는 둘째날 바로 이 농촌 마을에서 처지가 비슷한 어떤 인물과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빅토르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키가 크고 막돼먹은 녀석이었다. 그는 어찌 보면 수도승 행세를 하는 떠돌이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 술주정뱅이 같기도 했다.(임홍배:206)

 

이곳에 머뭇거린 덕분에 그는 둘째날 바로 이 농촌 마을에서 처지가 비슷한 어떤 인물과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빅토르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키가 크고 막돼먹은 녀석이었다. 그는 어찌 보면 수도승 행세를 하는 떠돌이 같기도 했고 어찌 보면 노상강도 같기도 했다.

 

그렇게 마을에서 하루 더 머무르다가 또 다른 체험을 하게 되었다. 빅토르라는 이름의 우악스럽고 무모한 키다리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어찌 보면 수도승 행세를 하는 떠돌이 같았고, 어찌 보면 술주정뱅이 같기도 했다.(윤순식:199)

 

그렇게 마을에서 하루 더 머무르다가 또 다른 체험을 하게 되었다. 빅토르라는 이름의 우악스럽고 무모한 키다리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어찌 보면 수도승 행세를 하는 떠돌이 같았고, 어찌 보면 노상강도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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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선집 7), 윤순식 옮김, 현대문학, 2013.

 

Schnapphahn = (중세의) 노상강도, 산적

 

두 번역자 모두 단어를 착독(錯讀) 하고 유추해서, 엉뚱한 의미를 만들어 냈다.

 

Schnaps + Hahn + Gestalt = 화주(火酒) + + 형상

 

독일어 원문: Nichts, nichts mehr als von der langen Schnapphahngestalt des armen Viktor.

 

 

불쌍한 빅토르의 취한 닭처럼 죽 뻗은 몰골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임홍배:279)

 

불쌍한 빅토르의 키 큰 노상강도 몰골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취한 닭처럼 뻗어 있던 가련한 빅토르의 모습 외에 그의 가슴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윤순식:270)

 

키 큰 노상강도, 가련한 빅토르의 모습 외에 그의 가슴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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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땅의 예찬, 안인희 옮김, 김영사, 2018(3).

 

 

안인희 선생님께

 

 

이 책 10쪽의 인용문입니다:

 

일찍이 노자는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세계는 신비로운 주발 같다. 우리는 그것을 붙잡지 못한다. 그것을 붙잡으려는 사람은 잃어버린다.”

 

Bereits Laotse lehrt:

 

Die Welt ist wie eine geheimnisvolle Schale. Man kann sie nicht fassen. Wer sie begreifen will, wird sie verlieren.

 

 

저는 선생님의 번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발이라함은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말합니다.

 

그런데, 놋쇠 밥그릇은 붙잡을 수 없고, 붙잡으려고 하면 잃어버린다니요?

 

 

이 노자 인용구는도덕경29장의 일부입니다.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어서

그것에 무엇을 할 수 없다.

하는 자는 망치고,

잡는 자는 잃는다.”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저는 선생님이 도덕경원문과 그 한글 번역본을 살펴보셨다면, 지금과는 다른 번역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 3. 17.

 

박진곤

 

 

추신: 위 노자의 번역자는 김하풍─『노자 도덕경, 문예출판사, 2003, 114-11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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