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땅의 예찬』, 안인희 옮김, 김영사, 2018(3).
안인희 선생님께
이 책 10쪽의 인용문입니다:
“일찍이 노자는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세계는 신비로운 주발 같다. 우리는 그것을 붙잡지 못한다. 그것을 붙잡으려는 사람은 잃어버린다.”
Bereits Laotse lehrt:
Die Welt ist wie eine geheimnisvolle Schale. Man kann sie nicht fassen. Wer sie begreifen will, wird sie verlieren.
저는 선생님의 번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발’이라함은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말합니다.
그런데, 놋쇠 밥그릇은 붙잡을 수 없고, 붙잡으려고 하면 잃어버린다니요?
이 노자 인용구는『도덕경』 29장의 일부입니다.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어서
그것에 무엇을 할 수 없다.
하는 자는 망치고,
잡는 자는 잃는다.”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저는 선생님이 『도덕경』 원문과 그 한글 번역본을 살펴보셨다면, 지금과는 다른 번역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 3. 17.
박진곤
추신: 위 노자의 번역자는 김하풍─『노자 도덕경』, 문예출판사, 2003, 114-11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