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나르치스가 말했다.그 말 잘했어. 교리 학습서에 따르면 물론 인간은 모두 똑같은 존재이지. 하지만 삶은 그런 게 아니야.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애제자와 예수를 배반한 또 다른 제자를 생각해 보자구. 두 제자의 소명은 똑같지 않잖아?(70)

 

나르치스가 말했다.그 말 잘했어. 교의신학 학습서에 따르면 물론 인간은 모두 똑같은 존재이지. 하지만 삶은 그런 게 아니야. 예수의 품에 기대어 앉아 있는 애제자와 예수를 배반한 또 다른 제자를 생각해 보자구. 두 제자의 소명은 똑같지 않잖아?

 

독일어 원문: Narziß: »Sehr gut. Im Lehrbuch der Dogmatik ist freilich ein Mensch genau wie der andere, im Leben aber nicht. Mir scheint: der Lieblingsjünger des Erlösers, an dessen Brust er ruhte, und jener andere Jünger, der ihn verriet die haben doch wohl beide nicht dieselbe Bestimmung gehabt?«

 

an dessen[=des Erlösers] Brust er[=der Lieblingsjünger] ruhte

 

= 구세주의 품에 기대어 애제자가 쉬었다

 

문장을 바로잡았다.

 

 

애제자배반자<신약성경> 요한복음 13장을 볼 것: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마음이 괴로우셔서, 드러내 놓고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하나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서, 서로 바라다보았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바로 예수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여쭈어 보라고 하였다.

그 제자가 예수의 가슴에 바싹 기대어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기를 내가 이 빵조각을 적셔서 주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하시고 빵조각을 적셔서 시몬의 아들 가룟 사람 유다에게 주셨다.

그가 빵조각을 받은 뒤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 그 때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할 일을 어서 하여라.”

 

 

 

다음 그림을 참고할 것.

 

Hans Schäufelin, Abendmahl, 1515

Jacopo Bassano, Das letzte Abendmahl,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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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그것 보라구. 난 너를 이해해. 실은 네 생각이 전혀 틀리지도 않아. 이브와 뱀의 유혹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거든. 그렇긴 하지만 네 생각은 옳지 않아. 만일 네가 다니엘 수도원장님의 위치에 있거나 네가 골드문트라는 사람에게 세례를 베푸는 위치에라도 있다면, 혹은 주교님이나 신부님 또는 그저 무명의 평범한 수도사라도 된다면 네 생각이 옳을 수도 있어. 그런데 넌 그런 존재가 아니잖아. 너는 한낱 생도일 뿐이라구. [...](55-56)

 

그것 보라구. 난 너를 이해해. 실은 네 생각이 전혀 틀리지도 않아. 이브와 뱀의 유혹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결코 쓸데없는 게 아니거든. 그렇긴 하지만 네 생각은 옳지 않아. 만일 네가 다니엘 수도원장님의 위치에 있거나 영세명 성자, 즉 성() 크리소스토무스라면, 혹은 주교님이나 신부님 또는 그저 무명의 평범한 수도사라도 된다면 네 생각이 옳을 수도 있어. 그런데 넌 그런 존재가 아니잖아. 너는 한낱 생도일 뿐이라구. [...]

 

»Du siehst, ich verstehe dich. Du hast ja auch nicht so sehr unrecht, die Geschichte von Eva und der Schlange ist ja wahrlich keine müßige Fabel. Und doch hast du nicht recht, Lieber. Du hättest recht, wenn du der Abt Daniel wärest oder dein Taufpatron, der heilige Chrysostomus, wenn du ein Bischof oder Priester oder auch nur ein kleiner simpler Mönch wärest. Der bist du ja aber nicht. Du bist ein Schüler, [...]«

 

müßig = 불필요한, 쓸데없는

 

dein Taufpatron, der heilige Chrysostomus

 

= 네 영세명 성자, 즉 성() 크리소스토무스

 

단어 및 문장을 바로잡았다.

 

 

골드문트크리소스토무스 성자99, 다음 번역문을 볼 것:

 

언젠가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니 그의 영세명 성자(聖者)인 골드문트에 대하여 꿈꾼 적이 있다. 골드문트라고도 불리우는 크리소스토무스 성자는 황금의 입을 가진 존재였다. 그는 황금의 입으로 말을 했고, 그러면 그가 하는 말들은 꿈꾸는 작은 새가 되어 날개를 파닥이며 떼지어 날아가곤 하였다.

 

Einmal träumte er von sich selber oder von seinem Namensheiligen, träumte von Goldmund, Chrysostomus, der hatte einen Mund aus Gold und sprach mit dem goldenen Munde Worte, und die Worte waren kleine schwärmende Vögel, in flatternden Scharen flogen sie dav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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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나르치스]는 한없이 더디게 목표에 접근해 갔다. 여러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둘 사이에는 진지하게 자기 의사를 겨우 한마디 표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둘 사이는 그렇게 멀기만 했고, 둘을 이어주는 마음의 끈은 너무나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 마친 눈먼 사람과 멀쩡한 사람이 함께 걸어가듯 둘의 우정은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먼 쪽이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수록 멀쩡한 쪽은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식이었다.(51-52)

 

[=나르치스]는 한없이 더디게 목표에 접근해 갔다. 여러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둘 사이에는 진지하게 자기 의사를 겨우 한마디 표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졌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둘 사이는 그렇게 멀기만 했고, 둘을 이어주는 마음의 끈은 너무나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 마친 눈먼 사람과 멀쩡한 사람이 함께 걸어가듯 둘의 우정은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눈먼 쪽은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고, 이는 단지 눈먼 쪽 자신에게만 마음 편한 일이었다.

 

독일어 원문: Unendlich langsam rückte er dem Ziele näher. Monate vergingen, ehe auch nur ein ernster Angriff, ein tiefgreifendes Gespräch zwischen beiden möglich wurde. So weit waren sie, trotz aller Freundschaft, auseinander, so weit war der Bogen zwischen beiden gespannt. Ein Sehender und ein Blinder, so gingen sie nebeneinander; daß der Blinde von seiner eigenen Blindheit nichts wußte, war nur für diesen selbst eine Erleichterung.

 

daß A, war nur für diesen[=den Blinden] selbst eine Erleichterung

 

= A는 단지 눈먼 쪽 자신에게만 마음 편한 일이었다

 

문장을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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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이란 모든 것을 마치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이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아마 그와 비슷한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고,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피곤하고 졸음이 왔다.(119)

 

학교 교육과 학문 연구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데 있다는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이란 모든 것을 마치 이차원의 평면처럼 보고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지성적 존재의 결함과 무가치함도 아마 그와 비슷한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골드문트는 이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고, 달팽이는 그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피곤하고 졸음이 왔다.

 

독일어 원문: Dies, dachte er träumerisch, war einer der Nachteile der Schule und der Gelehrsamkeit: es schien eine der Tendenzen des Geistes zu sein, alles so zu sehen und darzustellen, als ob es flach wäre und nur zwei Dimensionen hätte. Irgendwie schien ihm damit ein Mangel und Unwert des ganzen Verstandeswesens bezeichnet, doch vermochte er den Gedanken nicht festzuhalten, die Schnecke entglitt seinen Fingern, er fühlte sich müde und schläfrig.

 

두 단어를 구별할 것:

 

Verstandeswesen = 지성적 존재

 

Vernunftwesen = 이성적 존재

 

단어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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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골드문트는 속이 텅 빈 달팽이 껍질 하나를 집어들었다. 달팽이 껍질은 돌멩이 사이에 부딪혀 희미하게 소리를 냈으며, 햇볕으로 인해 따뜻하게 달아 있었다. 골드문트는 둘둘 말린 껍질의 모양새며 나선형으로 새겨진 곡선, 아직 보기 좋게 젊음을 뽐내는 꽃술 모양의 머리 부위, 속이 텅 빈 목구멍, 그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빛 광택을 넋을 잃고 관찰했다.(118)

 

골드문트는 속이 텅 빈 달팽이 껍질 하나를 집어들었다. 달팽이 껍질은 돌멩이 사이에 부딪혀 희미하게 소리를 냈으며, 햇볕으로 인해 따뜻하게 달아 있었다. 골드문트는 둘둘 말린 껍질의 모양새며 나선형으로 새겨진 곡선, 끝부분의 보기 좋은 뾰족함, 속이 텅 빈 목구멍, 그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빛 광택을 넋을 잃고 관찰했다.

 

독일어 원문: Er hob ein leeres Schneckenhaus auf, es klirrte schwach zwischen den Steinen und war ganz warm von der Sonne. Versunken betrachtete er die Windungen des Gehäuses, die eingekerbte Spirale, die launige Verjüngung des Krönchens, den leeren Schlund, in dem es perlmuttern schimmerte.

 

Verjüngung = 끝이 뾰족해짐

 

Krönchen = 끝부분, 정점

 

단어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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