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집 앞에서, 싱클레어에게, 크로머는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하고 사라진다.

 

내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께서 내 젖은 구두만 보신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그것이 관심을 돌려, 아버지는 더 나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그 비난을 나는 남몰래 다른 것과 연관시켰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상하게도 새로운 느낌 하나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뽑히지 않는 미늘들이 가득 박힌 듯한 날카롭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한순간, 아버지의 무지에 대해 약간의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 젖은 장화에 대한 비난은 내게는 소소해 보였다.”(25-26)

 

내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께서 내 구두가 젖었다고 꾸짖은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 그것이 관심을 돌려, 아버지는 더 나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비난은 견딜만했고, 그 비난을 나는 남몰래 다른 것과 연관시켰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상하게도 새로운 느낌 하나가 불꽃처럼 번득였다. 뽑히지 않는 미늘들이 가득 박힌 듯한 날카롭고 불길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한순간, 아버지의 무지에 대해 약간의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 젖은 장화에 대한 비난은 내게는 소소해 보였다.”

 

독일어 원문: Es war mir lieb, daß mein Vater sich, als ich eintrat, über meine nassen Schuhe aufhielt. Es lenkte ab, er bemerkte das Schlimmere nicht, und ich durfte einen Vorwurf ertragen, den ich heimlich mit auf das andere bezog. Dabei funkelte ein sonderbar neues Gefühl in mir auf, ein böses und schneidendes Gefühl voll Widerhaken: ich fühlte mich meinem Vater überlegen! Ich fühlte, einen Augenblick lang, eine gewisse Verachtung für seine Unwissenheit, sein Schelten über die nassen Stiefel schien mir kleinlich.

 

sich über A aufhalten = A를 비방하다, 나무라다.

 

 

번역본 비교

 

 

내가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가 나의 젖은 신발을 꾸짖은 것은 차라리 다행이었다.(안인희:24)

 

내가 방에 들어섰을 때 아버지가 내 젖은 신발을 나무라신 게 다행이다 싶었다.(김인순:27-28)

 

방으로 들어섰다. 아버지께서 젖은 신발을 보고 야단친 것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홍성광:27)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내가 방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나의 젖은 구두만 가지고 뭐라고 꾸중하셨다.(김재혁:26)

 

내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께서 내 젖은 구두만 보신 이 나에게는 다행이었다.(전영애:25)

 

내가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가 내 젖은 구두만 본 게 다행이다 싶었다.(이영임:24)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 다행히 아버지는 내 젖은 신발만 보았다.(박종대:28)

 

 

 

보완: 2017.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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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암실 이야기,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15.

 

사진사 한스가 죽었다. 팟은, 아버지가 무덤에서 친구 한스에게 하는 고별사를 회상한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친구 한스가 마음에 들어 했던 모든 종류의 스냅 사진들을 열거했지.”(18)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친구 한스가 마음에 들어 했던 모든 종류의 화주(火酒)를 열거했지.”

 

 

아빠가 스냅 사진들 하나하나를 죄다 열거하고 그러면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말이야.”(19)

 

아빠가 화주들 하나하나를 죄다 열거하고 그러면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말이야.”

 

 

번역자의 순간적인 착독(錯讀): Schnaps / Schnappschuß

 

Schnaps = 화주

 

Schnappschuß = 스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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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크나우어와 싱클레어.

 

“<너 그러니까 죽으려 했구나, 크나우어?>

그가 추위와 두려움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래, 그러려고 했어. 그럴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모르겠어.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

나는 그를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수직의 첫 새벽 빛이 잿빛 공중에서 말할 수 없이 차갑고 냉담하게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162쪽, 문장부호 수정인용)

 

“<너 그러니까 죽으려 했구나, 크나우어?>

그가 추위와 두려움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래, 그려려고 했어. 그럴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모르겠어.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

나는 그를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수평의 첫 새벽 빛이 잿빛 공중에서 말할 수 없이 차갑고 냉담하게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독일어 원문: [...] Ich zog ihn ins Freie. Die ersten waagrechten Lichtstreifen des Tages glommen unsäglich kalt und lustlos in den grauen Lüften.

 

waagrecht = 수평의

 

수직의 = senk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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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내가 한 번도 내 동행자들과 하나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들 가운데서 늘 외로웠고 그래서 그렇게까지 괴로웠다는 것,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술집의 영웅이었지만 아주 거친 것은 심정적으로 경멸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총기가 있었고 선생님들, 학교, 부모, 교회에 대해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패기를 과시했다. 직접 하지는 못했지만 음담패설도 태연히 들었다. 그러나 내 패거리들이 여자들한테로 갈 때 함께 간 적은 없었다.”(101, 띄어쓰기 수정인용)

 

내가 한 번도 내 동행자들과 하나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들 가운데서 늘 외로웠고 그래서 그렇게까지 괴로웠다는 것,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가장 거친 녀석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술집의 영웅이자 조롱꾼이었다. 나는 선생님들, 학교, 부모, 교회에 대해 나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총기와 패기를 과시했다. 음담패설도 태연히 듣고 직접 하나쯤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패거리들이 여자들한테로 갈 때 함께 간 적은 없었다.”

 

독일어 원문: Daß ich niemals eins wurde mit meinen Begleitern, daß ich unter ihnen

einsam blieb und darum so leiden konnte, das hatte einen guten Grund. Ich war ein Kneipenheld und Spötter nach dem Herzen der Rohesten, ich zeigte Geist und zeigte Mut in meinen Gedanken und Reden über Lehrer, Schule, Eltern, Kirche ich hielt auch Zoten stand und wagte etwa selber eine aber ich war niemals dabei, wenn meine Kumpane zu Mädchen gingen, [...]

 

A nach dem Herzen der Rohesten = 가장 거친 녀석들의 마음에 드는 A

 

ich zeigte Geist und zeigte Mut in meinen Gedanken und Reden über A = 나는 A에 관한 생각과 말에서 총기와 패기를 보였다

 

wagte etwa selber eine [Zote] = 직접 한 가지쯤 음담패설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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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체험에서는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런 칼자국과 균열은 다시 늘어난다. 그것들은 치료되고 잊히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서 살아 있으며 계속 피 흘린다.”(26, 맞춤법 및 띄어쓰기 수정인용)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체험에서는 이 순간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것.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런 칼자국과 균열은 다시 아문다. 그것들은 치료되고 잊히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서 살아 있으며 계속 피 흘린다.”

 

독일어 원문: Von diesem ganzen Erlebnis, soweit es bis hier erzählt ist, war dieser Augenblick das Wichtige und Bleibende. Es war ein erster Riß in die Heiligkeit des Vaters, es war ein erster Schnitt in die Pfeiler, auf denen mein Kinderleben geruht hatte, und die jeder Mensch, ehe er er selbst werden kann, zerstört haben muß. Aus diesen Erlebnissen, die niemand sieht, besteht die innere, wesentliche Linie unsres Schicksals. Solch ein Schnitt und Riß wächst wieder zu, er wird verheilt und vergessen, in der geheimsten Kammer aber lebt und blutet er weiter.

 

zuwachsen = 아물다

 

번역자는 이 낱말을 zuwachsen로 분해하고, ‘덧붙여’와 자라다라는 두 가지 뜻을 조합해, ‘늘어나다로 유추한 듯.

 

아울러, 누락과 오류도 바로잡았다:

 

das Wichtige und Bleibende = 중요하고 지속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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