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책장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지붕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28, 부분삭제 인용)

 

어린 시절과 청춘 시절에 병석에 누워 있는 시간은 정말 마법의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 고열은 주변 세계에 대한 감지력을 떨어뜨리고 상상력을 날카롭게 하여 병실을 하나의 새로운, 친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괴물들은 커튼과 벽지의 문양들 속에서 흉측한 얼굴들을 내보이고, 의자들과 테이블들 그리고 서가들과 장롱들은 우뚝 솟아올라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 또는 배가 된다. 긴 밤 시간 내내 교회 탑시계의 종소리와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부르릉 소리와, 사방의 벽과 천장을 더듬으며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환자와 동행한다. 이때는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불면증의 시간은 아니다. 즉 결핍의 시간이 아니라 충만의 시간이다. 동경, 회상, 불안, 욕망 등이 미궁을 만들어놓아 환자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다시 찾았다가 또다시 잃곤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독일어 원문: [...] Monster zeigen in den Mustern des Vorhangs und der Tapete ihre Fratzen, und Stühle, Tische, Regale und Schrank türmen sich zu Gebirgen, Gebäuden oder Schiffen auf, zugleich zum Greifen nah und in weiter Ferne. Durch lange Nachtstunden begleiten den Kranken die Schläge der Kirchturmuhr, das Brummen gelegentlich vorbeifahrender Autos und der Widerschein ihrer Scheinwerfer, der über Wände und Decke tast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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