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정체성』(밀란 쿤데라 전집 9),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2(2판 1쇄).
매일 아침 샹탈은 출근하기 전에 우편함을 열고 자기 편지를 확인한다.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샹탈의 이름만 적혀 있고, 주소도 우표도 없다.
발신인이 손수 그 편지를 우편함에 넣은 모양이라고, 샹탈은 순간 생각한다.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집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50-51쪽)
→ “조금 시간에 쫓긴 그녀는 봉투를 뜯지 않고 핸드백에 넣은 뒤 버스 쪽으로 서둘러 갔다. 자리에 앉자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만 씌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첫 번째 느낌은 불쾌함이었다. [...] 그녀는 그것을 장난 편지라고 생각했다. 한번쯤 이런 쪽지를 받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편지를 다시 읽고는 옆 좌석 여자도 그것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가방에 다시 넣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아 우두커니 거리를 보는 사람들,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 둘, 출입문 곁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키가 크고 멋진 젊은 흑인 하나, 필경 아직도 한창 읽어야 끝날 법한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 버스를 타면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프랑스어 원문: [...] Elle relut la lettre et se rendit compte que la dame á côtè d'elle pouvait la lire aussi. [...]
• la dame á côtè d'elle = 그녀 옆에 있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