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세계문학전집 66), 임홍배 옮김, 민음사, 2017(45).

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헤르만 헤세 선집 7), 윤순식 옮김, 현대문학, 2013.

헤르만 헤세,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배수아 옮김, 그책, 2018(4).

 

Finger = 손가락

 

Figur = (조각)()

 

착독 + 오독:

 

FigurFinger로 잘못 읽었다.

 

한데, 윤순식의 손가락 조각상이란 표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친애하는 벗이여.” 골드문트가 속삭이며 말했다. “난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어머니의 손가락이 지금 내 심장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해요. 벌써 오래전부터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조각하고 싶었답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소망이자 비밀스런 꿈이었죠. 어머니는 내 안에 있는 이미지 중에서 최고로 신성했어요. 나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과 신비의 그 형상을 품고 다녔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모습을 영영 조각하지 못한 채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만 같았죠. 내 일생이 그야말로 무의미하게 끝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놀랍게도 어머니와 나 사이에 무슨 기적이 있었는지 보세요. 내 손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조각하고 빚어내는 대신 어머니가 그 일을 해주고 있었던 거예요. 어머니가 나를 빚어내고 조각해주었단 말입니다. 그녀가 내 심장을 손으로 붙잡고 심장을 몸에서 떼어내 나를 비워주는 거죠. 어머니는 나를 죽음으로 유혹했습니다. 나와 함께 내 꿈도, 위대한 에바-어머니의 형상도 죽을 겁니다. [...]” (배수아:440-441)

 

독일어 원문: »Mein Lieber«, flüsterte er, »ich kann nicht bis morgen warten. [...] Ich wollte dir von der Mutter erzählen, und daß sie ihre Finger um mein Herz geschlossen hält. Es ist seit manchen Jahren mein liebster und geheimnisvollster Traum gewesen, eine Figur der Mutter zu machen, sie war mir das heiligste von allen Bildern, immer trug ich es in mir herum, eine Gestalt voll Liebe und voll Geheimnis. Vor kurzem noch wäre es mir ganz unerträglich gewesen zu denken, daß ich sterben könnte, ohne ihre Figur gemacht zu haben; mein Leben wäre mir unnütz erschienen. Und nun sieh, wie wunderlich es mir mit ihr gegangen ist: statt daß meine Hände sie formen und gestalten, ist sie es, die mich formt und gestaltet. Sie hat ihre Hände um mein Herz und löst es los und macht mich leer, sie hat mich zum Sterben verführt, und mit mir stirbt auch mein Traum, die schöne Figur, das Bild der großen Eva-Mutter. [...]«

 

 

① 「여보게골드문트가 말했다.나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네. [...] 어머니에 대해 말하던 참이었지. 어머니의 손길이 내 가슴을 둘러싸고 있다고. 여러 해 전부터 어머니의 손가락을 만드는 일이 가장 하고 싶은 신비로운 소망이 되었다네. 어머니의 손가락은 모든 형상 가운데 가장 성스러운 형상이었네. 손가락을 언제나 품고 다녔네. 사랑과 신비가 가득한 모습이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손가락을 만들지도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참기 힘들었지.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생각까지 했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놀랍게도 나는 어머니의 손가락과 늘 함께 있었던 걸세. 내 손으로 어머니의 손가락을 형상화하기는커녕 어머니의 손가락이 나를 만들어주신 걸세. 그녀는 내 심장에 손을 대어 심장을 떼어내고 나를 비워주셨던 거야. 그래서 나를 죽음까지 인도하시는 걸세. 나와 더불어 나의 꿈도 죽을 테고, 아름다운 형상, 위대한 어머니 이브의 모습도 사라지겠지. [...](임홍배:476-477)

 

여보게골드문트가 말했다.나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네. [...] 어머니에 대해 말하던 참이었지. 어머니의 손가락이 내 가슴을 둘러싸고 있다고. 여러 해 전부터 어머니의 상을 만드는 일이 가장 하고 싶은 신비로운 소망이 되었다네. 어머니의 상은 모든 형상 가운데 가장 성스러운 형상이었네. 상을 언제나 품고 다녔네. 사랑과 신비가 가득한 모습이었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상을 만들지도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참기 힘들었지.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생각까지 했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놀랍게도 나는 어머니의 상과 늘 함께 있었던 걸세. 내 손으로 어머니를 형상화하기는커녕 어머니가 나를 만들어주신 걸세. 그녀는 내 심장에 손을 대어 심장을 떼어내고 나를 비워주셨던 거야. 그래서 나를 죽음까지 유혹하시는 걸세. 나와 더불어 나의 꿈도 죽을 테고, 아름다운 형상, 위대한 어머니 이브의 모습도 사라지겠지. [...]

 

여보게,” 골드문트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네. [...] 자네에게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싶었네. 어머니의 손가락이 내 심장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도. 사실 여러 해 전부터 어머니의 손가락 조각상을 만드는 일이 나의 가장 은밀한 소망이었네. 어머니의 손가락은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영상들 중에 가장 성스러운 것이었네. 난 그 손가락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다녔네. 그 사랑과 신비에 가득 찬 손가락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손가락 조각상을 만들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참기 힘들었네. 그걸 만들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인생도 헛된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네. 그런데 지금에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네. 내가 어머니의 손가락을 만드는 대신, 어머니의 손가락이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가락이 내 심장을 감싸 그것을 떼어 내어, 나를 텅 비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고 계시네. 나와 더불어 내가 그토록 아름답게 조각하고 싶었던 위대한 인류의 어머니 이브의 영상도 사라지겠지. [...]”(윤순식:467-468)

 

여보게,” 골드문트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네. [...] 자네에게 어머니에 대해 말하고 싶었네. 어머니의 손가락이 내 심장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도. 사실 여러 해 전부터 어머니의 조각상을 만드는 일이 나의 가장 은밀한 소망이었네. 어머니의 조각상은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영상들 중에 가장 성스러운 것이었네. 난 그 조각상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다녔네. 그 사랑과 신비에 가득 찬 조각상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조각상을 만들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참기 힘들었네. 그걸 만들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인생도 헛된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네. 그런데 지금에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네. 내가 어머니를 만드는 대신, 어머니가 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이 내 심장을 감싸 그것을 떼어 내어, 나를 텅 비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죽음으로 유혹하고 계시네. 나와 더불어 내가 그토록 아름답게 조각하고 싶었던 위대한 인류의 어머니 이브의 영상도 사라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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