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이 개최한 연극의 밤.
무대에서는「마리 앙투아네트의 고난」이 상연되고, 홀에서는 관객들이 이를 지켜봅니다:
“많지 않은, 그러나 대부분 명문가 신사와 숙녀였던 관객들은 널따란 홀에서 길을 잃었다. 왜냐하면 무대 위 사건을 더 잘 비추느라 홀의 조명은 약했기 때문이었다.”(12쪽)
저는 이 번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넓은 홀이기에, 홀에서 길을 잃을까?
독일어 원문: Die Zuhörer – es waren ihrer nicht viele, zumeist Herren und Damen des Hochadels – verloren sich in dem weiten Saal, der nur mäßig erhellt war, auf daß die Vorgänge auf der Bühne besser beleuchtet seien.
여기서, sich verlieren = nicht mehr wahrnehmbar sein = ‘(시야에서) 사라지다’는 뜻입니다.
→ “많지 않은, 그러나 대부분 명문가 신사와 숙녀였던 관객들은 널따란 홀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대 위 사건을 더 잘 비추느라 홀의 조명은 약했기 때문이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홀, 두 공간은 조명의 차이로 인해 한쪽은 밝고 다른 한쪽은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홀에 있는 관객들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 상황은 연극 공연이 끝나고, 조명을 밝히자 해소됩니다:
“더 많은 촛불이 켜졌다. 그래서 누가 그곳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15쪽)
독일어 원문: Mehr Kerzen wurden angezündet. Man konnte sehen, wer da war.
(참고로 적습니다.
포이히트방어가 물리적인 의미에서, “길을 잃었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면, sich verirren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입니다.
다음은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두 남매가 숲에서 길을 잃은 장면입니다:
Sie suchten nach den Brotbröckchen; aber die Vögel hatten alle aufgepickt. So fanden Hänsel und Gretel ihren Weg nach Haus nicht mehr und verirrten sich immer mehr im Wald.)
2018. 4. 4.
박진곤
<헨젤과 그레텔> 독일우표(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