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5).

 

 

이재영 선생님께

 

 

저자 한병철의땅의 예찬출간 소식에, 관심이 생겨 기존 번역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번역한 위 책, 25쪽 번역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나타나는 자연은 눈에 보이는 자연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So wird handgreiflich, daß es eine andere Natur ist, die zu der Kamera als die zum Auge spricht.

 

 

잘 아시겠지만, 이는 발터 벤야민의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혹시 한병철이 인용한 벤야민의 문장을 번역하면서, 이를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기존 번역본들에서 찾아보셨는지요?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반성완)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최성만)

 

이렇게 볼 때 카메라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과 육안을 통해서 포착되는 것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점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겠다.(차봉희)

 

 

여기서 eine Natur자연이 아니라, ‘성질’, 또는 특성입니다.

 

자연(自然), 정관사 die와 함께 씁니다: die Natur.

 

 

위 번역문은 이렇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나타나는 특성은 눈에 보이는 특성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인용문이 나올 경우, (번역본이 존재한다면) 기존 번역본에서 해당 문장의 번역을 살펴보고 번역하는 것도 좋은 번역 방법일 것입니다.

 

 

뿔뿔이 흩어져 개별자로 남아 오독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학 번역자들의 텍스트 이해와 그 결과물들을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적으로) 공유하고 축적하고 계승하면, 좋겠습니다.

 

 

2018. 3. 20.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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