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요나손,『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3(7).
묘석 깔고 앉기
양로원을 빠져나온 100세 노인, 알란은 공원과 장터를 지났다.
“그렇게 몇백 미터 정도를 걸은 알란은 이 고장의 큰 자랑거리인 중세 교회당 뒤편에 있는 한 무덤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을 조금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그는 지금 자신이 엉덩이를 깔고 앉은 묘석 아래에 누어 있는 헨닝 알고트손이라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9쪽, 부분삭제 인용)
→ “그렇게 몇백 미터 정도를 걸은 알란은 이 고장의 큰 자랑거리인 중세 교회당 뒤편에 있는, 묘석들 곁에 있는 한 벤치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을 조금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그는 지금 자신이 엉덩이를 깔고 앉은 벤치 맞은 편, 묘석 아래에 누어 있는 헨닝 알고트손이라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은 이들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예의가 있다. 아무리 100세 노인이라 해도 무덤이나 묘석을, “엉덩이를 깔고” 앉지는 않는다.
한국어 번역본은 프랑스 번역본의 중역(重譯)이다. 프랑스 번역본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 Allan s’assit sur une tombe ...
번역본이 뭔가 미심쩍다면, 원본이나 다른 외국어 번역본을 살펴봐야 한다.
스웨덴어 원본: Allan ... slog sig ner på en bänk intill några gravstenar ...
영어 번역본: Allan ... sat down on a bench next to some gravestones ...
독일어 번역본: Allan ... setzte sich auf eine Bank neben den Grabstein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