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피스토리우스의 주장: 개체 안에 담긴 총체성.

 

인류가 멸종하고,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상당한 재능을 지닌 어린아이 하나만 남는다면, 이 아이는 사물들의 전체 과정을 다시 찾아낼 거야. 그 애가 신이 되어 수호신, 낙원, 계율과 금기, 신약과 구약, 모든 것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거야.”(142, 띄어쓰기 수정인용)

 

인류가 멸종하고,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상당한 재능을 지닌 어린아이 하나만 남는다면, 이 아이는 사물들의 전체 과정을 다시 찾아낼 거야. 그 애신들, 수호신, 낙원, 계율과 금기, 신약과 구약, 모든 것 다시 만들 수 있을 거야.”

 

Wenn die Menschheit ausstürbe bis auf ein einziges halbwegs begabtes Kind, das keinerlei Unterricht genossen hat, so würde dieses Kind den ganzen Gang der Dinge wiederfinden, es würde Götter, Dämonen, Paradiese, Gebote und Verbote, Alte und Neue Testamente, alles würde es wieder produzieren können.

 

문장의 핵심을 간추리면 이렇다:

 

das Kind produziert alles = 그 어린이가 모든 것을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것 = Götter, Dämonen, Paradiese, Gebote und Verbote, Alte und Neue Testamente.

 

이 어린이는, 문장 첫머리에 언급되어 있듯이, ‘이 아닌 인류die Menschheit의 대표.

 

번역자의 오독(誤讀): ‘es würde Götter’, 이 부분만 따로 떼어 그 애가 신이 된다로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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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

 

한번은 교회에서 나서는 오르간 연주자를 몰래 따라가는데, 멀리 도시 외곽의 작은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음에 맞서지 못하고 이끌린 듯 그를 뒤따라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하게 보았다. 작은 술집 한 모퉁이에 있는 주인 맞은편 테이블에, 머리에는 까만 펠트직 모자를 쓰고, 포도주를 한 잔 앞에 놓은 채 그는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같았다.”(133)

 

한번은 교회에서 나서는 오르간 연주자를 몰래 따라가는데, 멀리 도시 외곽의 작은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음에 맞서지 못하고 이끌린 듯 그를 뒤따라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하게 보았다. 작은 술집 한 모퉁이에 있는 테이블, 머리에는 까만 펠트 모자를 쓰고, 포도주를 한 잔 앞에 놓은 채 그는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같았다.”

 

독일어 원문: Als ich einmal den Orgelspieler nach seinem Weggang aus der Kirche heimlich verfolgte, sah ich ihn weit draußen am Rande der Stadt in eine kleine Schenke treten. Ich konnte nicht widerstehen und ging ihm nach. Zum erstenmal sah ich ihn hier deutlich. Er saß am Wirtstisch in einer Ecke der kleinen Stube, den schwarzen Filzhut auf dem Kopf, einen Schoppen Wein vor sich, und sein Gesicht war so, wie ich es erwartet hatte.

 

Wirtstisch = 음식점의 식탁

 

번역자는 ‘(음식점이나 여관의) 주인이라는 뜻의 Wirt에 무게를 두어, Wirtstisch주인의 테이블로 읽고 여기에 맞은편을 덧붙인 듯.

 

이는 오독(誤讀).

 

Wirtstisch음식점의 식탁’(Tisch in der Gastwirtschaft)으로 Wirtstafel의 동의어(同義語).

 

아울러, 삭제: “펠트직 모자에서 은 불필요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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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교회에서 들려오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에 이끌린 싱클레어.

 

그때부터 이따금씩 나는 저녁 시간에 그 교회 앞에서 앉아 있거나 오락가락했다. 한 번은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오르간 연주자가 높은 곳에 매달린 빈약한 가스등 불빛 속에서 연주를 하는 동안, 나는 떨면서도 행복하게 반 시간을 교회 회중석에 앉아 있었다.”(132)

 

그때부터 이따금씩 나는 저녁 시간에 그 교회 앞에서 앉아 있거나 오락가락했다. 한 번은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오르간 연주자가 위쪽에서, 빈약한 가스등 불빛 속에서 연주를 하는 동안, 나는 떨면서도 행복하게 반 시간을 교회 회중석에 앉아 있었다.”

 

Manchmal saß ich von da an in der Abendstunde vor der Kirche, oder ging auf und ab. Einmal fand ich auch das Tor offen und saß eine halbe Stunde fröstelnd und glücklich im Gestühl, während der Organist oben bei spärlichem Gaslicht spielte.

 

oben위에’, ‘높은 곳에은 가스등이 매달린 높은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파이프오르간과 그 연주석이 있는 곳을 말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거의 대부분의 교회나 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은 1층 회중석 보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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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싱클레어, 데미안에게 그림을 보낸다.

 

데미안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나로서는 불가능했던 것 같다. 설령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알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매사를 그렇게 처리했던 것과 똑같이 꿈같은 예감에 사로잡혀, 일단 보내고 나서 그림이 그에게 닿든 안 닿든 간에 그에게 매를 그린 그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겉봉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내 이름도 쓰지 않았다. 가장자리들을 조심스럽게 잘랐고, 커다란 종이봉투를 사서 그 위에 내 친구의 예전 주소를 적었다. 그러고는 보냈다.”(119-120, 띄어쓰기 수정인용)

 

데미안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나로서는 불가능했던 것 같다. 설령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알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매사를 그렇게 처리했던 것과 똑같이 꿈같은 예감에 사로잡혀, 그림이 그에게 닿든 안 닿든 간에 그에게 매를 그린 그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림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내 이름도 쓰지 않았다. 가장자리들을 조심스럽게 잘랐고, 커다란 종이봉투를 사서 그 위에 내 친구의 예전 주소를 적었다. 그러고는 보냈다.”

 

독일어 원문: Einen Brief an Demian zu schreiben, wäre mir nicht möglich gewesen, auch wenn ich gewußt hätte wohin. Ich beschloß aber, in demselben traumhaften Ahnen, mit dem ich damals alles tat, ihm das Bild mit dem Sperber zu schicken, mochte es ihn dann erreichen oder nicht. Ich schrieb nichts darauf [=A], auch nicht meinen Namen, beschnitt die Ränder sorgfältig, kaufte einen großen Papierumschlag und schrieb meines Freundes ehemalige Adresse darauf [=B]. Dann schickte ich es fort.

 

darauf가 두 번 나오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A = darauf = auf dem Bild = 그림에

 

B = darauf = auf dem Papierumschlag = 봉투에

 

삭제: “일단 보내고 나서는 불필요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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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어느 초여름 저녁,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데미안 초상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럴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그 몇 주 동안 나는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하였는데, 전에 읽은 모든 것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 그것은 노발리스의 책으로 편지와 잠언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중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이 나를 매혹시켰고 긴장시켰다. 잠언 하나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 잠언을 펜으로 초상화 밑에 적어놓았다.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 그 말을 내가 그때 이해했던 것이다.”(113)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럴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그 몇 주 동안 나는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하였는데, 전에 읽은 모든 것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 그것은 노발리스의 책으로 편지와 잠언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중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이 나를 매혹했고 사로잡았다. 잠언 하나가 그때 생각났다. 그 잠언을 펜으로 초상화 밑에 적어놓았다.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 그 말을 내가 그때 이해했던 것이다.

 

독일어 원문: [...] es war mein Inneres, mein Schicksal oder mein Dämon. So würde mein Freund aussehen, wenn ich je wieder einen fände. So würde meine Geliebte aussehen, wenn ich je eine bekäme. So würde mein Leben und so mein Tod sein, dies war der Klang und Rhythmus meines Schicksals.

In jenen Wochen hatte ich eine Lektüre begonnen, die mir tieferen Eindruck machte als alles, was ich früher gelesen. [...] Es war ein Band Novalis, mit Briefen und Sentenzen, von denen ich viele nicht verstand und die mich doch alle unsäglich anzogen und umspannen. Einer von den Sprüchen fiel mir nun ein. Ich schrieb ihn mit der Feder unter das Bildnis: »Schicksal und Gemüt sind Namen eines Begriffs.« Das hatte ich nun verstanden.

 

umspannen = umspinnen실을 자아서 감싸다의 복수 3인칭 과거형.

 

번역자는 순간적으로 이 과거형을, 복수 3인칭 현재형의 umspannen동형이의(同形異義)으로 잘못 읽었다. umspannen의 뜻도 spannen에 방점을 두어 긴장시키다로 해석했지만, 정확한 의미는 싸안다’, ‘포괄하다’.

 

 

Einer von den Sprüchen fiel mir nun ein. = 잠언 하나가 그때 생각났다.

 

잠언 하나가 생각난 것은 화자(話者) 싱클레어가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현재 시점이 아니라, 그 당시 싱클레어가 베아트리체/데미안 초상화를 바라보던 때.

 

정리하자면, 싱클레어는 노발리스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 후 초상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는데 그 생각의 결론이 노발리스 책에서 읽었던 잠언으로 요약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잠언을 초상화에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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