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숙지하고 있는 독일어 어휘가 많아지면, 낯선 단어의 경우 사전을 들춰보지 않고 그 단어의 뜻을 유추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그 때문에 그녀 스스로 면목을 잃었고, 배꼽까지 옷이 벗겨진 채 법정으로 끌려간 것은 민중의 의지라는 것이었다.(15쪽)
→ 그 때문에 그녀 스스로 면목을 잃었고, 배꼽까지 옷이 벗겨진 채 처형장으로 끌려간 것은 민중의 의지라는 것이었다.
독일어 원문: [...] deshalb sei es der Wille des Volkes, daß sie, selber entwürdigt, entblößt bis zum Nabel, zum Richtplatz geführt werde.
• Richtplatz = 처형장
② 그러고는 몽클로아에 시골집을 짓고 정돈하느라 바쁘다고 했다.(21쪽)
→ 그러고는 몽클로아에 별장을 짓고 정돈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독일어 원문: [...] sie sei beschäftigt mit dem Bau und der Einrichtung eines Landhauses in Moncloa.
• Landhaus = (시골) 별장
모두 기본적인 단어의 뜻을 조합해, 번역한 결과입니다.
Richt + Platz = 법정
Land + Haus = 시골집
이런 오독을 피하려면, 단어 뜻 유추에 따르는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번거롭지만 (낯선) 단어를 일일이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단어의 뜻을 혹 유추했다고 하더라도, 그 뜻이 문맥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재판 판결 후의 상황, 두 번째의 경우 공작비가 거주하려는 별도의 공간이라는 문맥이 적절한 제어와 검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8. 3. 24.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