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커크,보수의 정신, 이재학 옮김, 지식노마드, 2018(4).

 

-번역하면서 영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에서 막힐 때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쉽게 답을 해주었나?

 

그들도 잘 모른다. 같이 구글링을 하면서 찾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탑골공원에 가면 아직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라고 무심하게 써놓았을 때 한글을 아는 외국인이 여기서 무슨 의미와 함의를 느낄 것인가 생각할 때 나도 똑같은 걸 느꼈다. 에드먼드 버크의 고향 더블린에 갔더니 북쪽 파르넬 광장 근처에서는 오늘날의 웅변가들이 큰 거리에 맞서 작은 거리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확성기로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결국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표현은 예이츠의 시 구절이더라. ‘큰 거리에 맞서 작은 거리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표현은 대영제국에 맞서 아일랜드의 독립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느냐는 의미다. 이것을 이해하기가 힘들어 애를 먹었는데, 저자가 시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니 사람이니까 예이츠의 시 구절을 그냥 상식적으로 썼던 거지만, 다른 네이티브 스피커도 잘 모르고 영문학을 전공한 친구도 잘 모르더라. 결국 나중에 알게 되어서 의미를 밝힐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김환영, 중앙일보, 201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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