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판 57쇄).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나는 때때로 기괴한 형태를 가진 자연물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냥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마력, 그 얽히고설킨 깊은 언어에 온통 몰두하여 관찰했다. 고목처럼 드러난 기다란 나무뿌리, 암석 속의 색색깔 광맥, 물 위에 뜬 기름얼룩, 유리에 난 금 ─ 그런 것들이 종종 나에게 커다란 마력을 발휘하였다.”(140쪽, 띄어쓰기 및 맞춤법 수정인용)
→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나는 때때로 기괴한 형태를 가진 자연물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냥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마력, 그 얽히고설킨 깊은 언어에 온통 몰두하면서. 고목처럼 드러난 기다란 나무뿌리, 암석 속의 색색 광맥, 물 위에 뜬 기름얼룩, 유리에 난 금 ─ 그런 것들이 종종 나에게 커다란 마력을 발휘하였다.”
독일어 원문: Schon als kleines Kind hatte ich je und je den Hang gehabt, bizarre Formen der Natur anzuschauen, nicht beobachtend, sondern ihrem eigenen Zauber, ihrer krausen, tiefen Sprache hingegeben. [...]
위 문장을 핵심만 간추리면 이렇다:
ich habe den Hang, A anzuschauen, nicht beobachtend, sondern B hingegeben.
=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B에 몰두하면서, 나는 A를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즉, 바라보는 방식을 관찰과 몰두를 덧붙여 자세히 설명―부정과 긍정의 형태로―하고 있다.
따라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 몰두하여 관찰했다.”는 원래 뜻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