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스티안 하프너,어느 독일인 이야기, 이유림 옮김, 돌베개, 2014(10).

 

나는 독일 법학도의 졸업 시험으로 법관이나 고위 관료, 변호사가 될 권리를 주는 사법시험을 보려고 신청했다. 그 권리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도 아무 상관없었다. 시험이란 대개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시험 열병이란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조금도 들뜨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다른 열병에 걸려서 시험이라고 해도 시큰둥할 뿐이었다.”(291, 띄어쓰기 수정인용)

 

나는 독일 법학도의 졸업 시험으로 법관이나 고위 관료, 변호사가 될 권리를 주는 사법시험을 보려고 신청했다. 그 권리를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도 아무 상관없었다. 시험이란 대개 사람을 흥분시키는 일이다. 오죽하면 시험 열병이란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조금도 들뜨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다른 열병에 의해 무력해 졌다.”

 

독일어 원문: Jetzt also meldete ich mich zum Assessorexamen, dem großen Abschlußexamen eines deutschen Juristen, das die Berechtigung zum Richteramt, zur höheren Verwaltungskarriere, zur Anwaltschaft usw. gibt. Ich tat es ohne jede Absicht, von diesen Berechtigungen je Gebrauch zu machen. Nichts war mir gleichgültiger als die Frage, ob ich das Examen bestand oder nicht. Ein Examen ist doch normalerweise eine etwas aufregende und anspannende Angelegenheit, nicht wahr?, man spricht sogar von Examensfieber. Ich spürte nichts davon. Das Fieber war völlig paralysiert von einem größeren anderen Fieber.

 

paralysiert von A sein = A에 의해 약화되다, 무력하게 되다.

 

더 큰 다른 열병은 나치에 의해 미쳐 돌아가는 시대 상황과 분위기.

 

저자 하프너가 이 열병에 걸려서’ , 시험이 시큰둥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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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소설의 기술(밀란 쿤데라 전집 11), 권오룡 옮김, 민음사, 2013(22).

    

살몽과 대담 중, 쿤데라.

 

베토벤의 사중주곡 op. 131.

 

“4악장     느리고 빠름       변주곡 형식                   1348

5악장      매우 빠름          케르조                          75 35

6악장      매우 느림          한 주제의 단순한 제시     71 58

7악장      빠름                 소나타 형식                   76 30”(133)

 

“4악장      느리고 빠름    변주곡 형식                1348

5악장         매우 빠름        케르조                        5 35

6악장         매우 느림        한 주제의 단순한 제시   1 58

7악장         빠름               소나타 형식                 6 30

 

 

프랑스어 원문:

 

Quatrème mouvement : lent et rapide ; forme de variations ; 13,48 mn.

Cinquième mouvement : très rapide ; scherzo ; 5,35 mn.

Sixième mouvement : très lent ; simple exposition d’un seul thème ; 1,58 mn.

Septième mouvement : rapide ; forme-sonate ; 6,30 mn.

 

숫자를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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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멈춰 버린 시간

 

1968820, 소련은 체코 프라하를 침공한다.

 

사비나는, “보헤미아를 떠난 지 일이년 뒤, 소련 침공 일주년이 되는 날 [...] 우연히 파리에 있었다. 그날 항의 시위가 있었고, 그녀는 그 시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169, 부분삭제 인용)

 

사비나는, 보헤미아를 떠난 지 일이년 뒤, 소련 침공 주년일(周年日) [...] 우연히 파리에 있었다. 그날 항의 시위가 있었고, 그녀는 그 시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경 쓴 여학생마르클로드, 사비나 이후 프란츠의 세 번째 여자이해하지 못했던 유일한 것은 프란츠가 러시아의 탄압을 받았던 모든 나라에 품은 이상한 동정심이었다. 소련 침공 일주년이 되던 날, 제네바의 체코인 모임은 기념행사를 가졌다. 홀은 거의 비어 있었다.”(208)

 

안경 쓴 여학생마르클로드, 사비나 이후 프란츠의 세 번째 여자이해하지 못했던 유일한 것은 프란츠가 러시아의 탄압을 받았던 모든 나라에 품은 이상한 동정심이었다. 소련 침공 주년일(周年日), 제네바의 체코인 모임은 기념행사를 가졌다. 홀은 거의 비어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le jour anniversaire de l’invasion (russe)

 

원문이 가리키는 건, 매년 돌아오는 침공일(820).

 

그 햇수는 말하지 않는다.

 

일주년”(1969)을 강조하다 보면, 소설 속 시간은 흐르지 않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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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불멸(밀란 쿤데라 전집 7), 김병욱 옮김, 민음사, 2011(21).

 

헬스클럽 수영장 근처, 한 테이블.

 

아베나리우스, 화자(話者) 쿤데라, 폴의 대화.

 

“<[...] 말러의 교향곡을 산산조각 내, 화장지를 청할 때 쓰는 음향 재료로나 사용했어야 합니다. [...]>”(535, 문장부호 수정 및 부분삭제 인용)

 

“<[...] 말러의 교향곡을 산산조각 내, 화장지 광고를 위한 배경음으로 사용했어야 합니다. [...]>”

 

 

프랑스어 원문: Il fallait couper en petits morceaux la symphonie de Mahler et s’en servir comme fond sonore pour une réclame de papier hygiénique.

 

 

fond sonore pour une réclame de papier hygiénique = 화장지 광고를 위한 배경음

 

 

다음 번역을 참고할 것:

 

사람들은 이제 베토벤의9번 교향곡에서, 벨라 향수 광고를 반주하는 기쁨의 찬가 네 소절밖에 알지 못하지.”(198)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텔레비전 화면에 광고 하나가 펼쳐지고 있다. 한 살쯤 된 벌거숭이 아기가 화장지를 잡아당기며 요강에서 일어나는데, 흰 화장지가 마치 장엄하게 끌리는 웨딩드레스 자락처럼 펼쳐진다.”(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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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헤르만 헤세,데미안, 김재혁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부, 2013(1).

헤르만 헤세,데미안(헤르만 헤세 선집 1), 홍성광 옮김, 현대문학, 2013(1).

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101), 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2013(12).

헤르만 헤세,데미안(을유세계문학전집 65), 이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3(8).

헤르만 헤세,데미안(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2015(2).

헤르만 헤세,데미안, 박종대 옮김, 사계절, 2015(2).

 

 

번역본 비교: sinnlich

 

독일어 원문: Dann wieder gab es Augenblicke, in denen ich neben ihr vor sinnlichem Verlangen brannte, und Gegenstände küßte, die sie berührt hatte. Und allmählich schoben sich sinnliche und unsinnliche Liebe, Wirklichkeit und Symbol übereinander. Dann geschah es, daß ich daheim in meinem Zimmer an sie dachte, in ruhiger Innigkeit, und dabei ihre Hand in meiner und ihre Lippen auf meinen zu fühlen meinte.

 

 

sinnlich = ‘관능적인’, ‘감각의’, ‘육감적인’.

 

unsinnlich = ‘비관능적인’, ‘비감각의’, ‘비육감적인’.

 

일부 번역자는 unsinnlich정신적으로 옮겼다. 과도한 해석.

 

 

번역본 비교

 

그 다음에는 다시, 내가 그녀 곁에서 관능적 욕구로 불타며 그녀가 닿았던 물건들에 입 맞추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점차 관능적이며 비관능적인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 포개지며 밀려왔다. 그 다음에는 내가 내 방에서 고요히 열렬하게 그녀를 생각하면, 그럴 때 그녀의 손이 나의 손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었다.(전영애:202, 띄어쓰기 수정인용)

 

그리고 어떤 순간에 나는 그 부인 곁에서 관능적인 욕구에 불타면서 그녀가 손댔던 물건에 입을 맞추곤 했다. 그리고 점차 관능적인 사랑과 관능과는 거리를 둔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 겹쳐졌다. 그다음에 나는 내 방에 조용히 앉아 진심으로 부인을 생각했고, 그럴 때면 부인의 손이 내 손에, 부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홍성광:212-213)

 

 

그러고는 다시 내가 그녀 곁에서 감각적인 욕망에 불타올라 그녀가 닿았던 물건에 입 맞추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차츰 감각적인 사랑과 비감각적인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 겹치면서 밀려왔다. 그다음에는 내가 우리 집 내 방에 앉아 조용히 집중해서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손이 내 손안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느껴진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이영임:175-176)

 

그러고 나면 다시 그녀 곁에서 육체적인 욕망으로 타올라 그녀가 건드린 물건들에 키스를 퍼붓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차츰 감각적 사랑감각적이 않은 사랑, 현실과 상징이 서로 겹쳐졌다. 그럴 때 내 방에서 조용히 진심을 다해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손이 내 손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져 있는 듯 느껴졌다.(안안희:180-181)

 

 

그러다 그녀 곁에서 관능적인 욕망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그녀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에 입을 맞추는 순간들이 있었다. 관능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 현실과 상징이 서서히 중첩되었다. 그러다 내 방에서 조용히 간절하게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손이 내 손안에 있고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스치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김인순:205)

 

나는 그녀 옆에서 관능적 욕망으로 불타올라 그녀의 손질이 닿았던 물건들에 입을 맞추곤 했다. 그러다 서서히 관능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현실과 상징이 서로 끌어당겨 하나로 겹치는 일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방에서 내 내면에 깊이 몰입해서 그녀를 생각할 때면 내 손과 입술에 그녀의 손과 입술이 실제로 닿는 것 같다든지, [...] 하는 식이었다.(박종대:222)

 

그리고 또 그녀 옆에 앉아 관능의 열망으로 타오르며 그녀가 만졌던 물건들에 입을 맞추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관능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이, 그리고 현실과 상징이 서로 중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집에서 방에 앉아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녀의 손이 나의 손에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느껴지는 것 같은 때가 있었다.(김재혁: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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