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정체성』, 이재룡 옮김, 민음사, 1998(1판 2쇄).
붉은 포도주 한 잔
샹탈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샹탈은 그 익명의 편지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려고 애쓴다.
샹탈은, 동네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신이 미루어 짐작하고 있던 그 ‘젊은, 편지의 발신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빨간 공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빨간 공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82-83쪽, 부분삭제 인용)
→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붉은 포도주 한 잔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붉은 포도주 한 잔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 son jeune correspondant y est assis, seul, sans livre, sans journal, il ne fait rien, il a devant lui un ballon de rouge et regarde dans le vide avec l'expression d'une heureuse paresse qui correspond à celle de Chantal. [...], mais curieusement, avec une divine indifférence, assis devant son ballon de rouge, il regarde dans le vide et semble ne pas la voir.
• un ballon de rouge = 적포도주 한 잔
ballon을 가장 기본이 되는 뜻, ‘(놀이용) 공’으로 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