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판 57쇄).
데미안의 십자가 수난 이야기. 싱클레어의 반감.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 십자가 수난 이야기는 내 자신이 내 집처럼 편안히 확신해도 된다고 믿었는데 지금 비로소,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내가 그것을 듣고 읽었었는지 알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내게 숙명적으로 들렸고 그 존속을 내가 고수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 안의 개념들을 전복시키려 위협했다. 아니다. 그렇게 아무나, 지고(至高)의 성인(聖人)까지도 마구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82쪽)
→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 십자가 수난 이야기는 내 자신이 내 집처럼 편안히 확신해도 된다고 믿었는데 지금 비로소, 얼마나 개성 없이, 얼마나 상상력과 환상 없이 내가 그것을 듣고 읽었었는지 알았다. 그럼에도 데미안의 새로운 생각은 내게 불쾌하게 들렸고 그 존속을 내가 고수해야 한다고 믿었던 내 안의 개념들을 전복시키려 위협했다. 아니다. 그렇게 아무나, 지고(至高)의 성인(聖人)까지도 마구 함부로 다룰 수는 없었다.”
독일어 원문: Ich war sehr bestürzt. Hier in der Kreuzigungsgeschichte hatte ich ganz heimisch zu sein geglaubt, und sah erst jetzt, wie wenig persönlich, mit wie wenig Vorstellungskraft und Phantasie ich sie angehört und gelesen hatte. Dennoch klang mir Demians neuer Gedanke fatal und drohte Begriffe in mir umzuwerfen, auf deren Bestehenbleiben ich glaubte halten zu müssen. Nein, so konnte man doch nicht mit allem und jedem umspringen, auch mit dem Heiligsten.
• fatal = 여기서는, ‘불쾌한’, ‘번거로운’, ‘귀찮은’.
데미안의 낯선 생각이 싱클레어를 불쾌하게 했고, 세계관을 무너뜨리려고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