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착독(錯讀).
단어를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하고 철자를 빼거나 덧붙여, 또 다른 철자로 바꿔 순간적으로 읽는 경우를 말합니다.
① 아내와의 일은 이전처럼 그리 심하게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만난 지 벌써 8개월 된 여자 친구 페파 투도는 이성적이었다.(25쪽)
→ 여자들과의 염사(艷事)는 이전처럼 그리 심하게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만난 지 벌써 8개월 된 정부(情婦) 페파 투도는 이성적이었다.
독일어 원문: Auch setzten ihm, Francisco, seine Angelegenheiten mit Frauen nicht mehr so heftig zu wie früher; Pepa Tudó, mit der er es jetzt schon seit acht Monaten hielt, war vernünftig.
② 그러고는 덧붙이기를, 성모 필라르를 위해 4파운드 양초 두 개를 놓아달라고, 그래서 이 성모가 자기 행복을 지켜주도록 해달라고 친구에게 요청했다.(25쪽)
→ 그러고는 덧붙이기를, 성모 필라르를 위해 무거운 파운드 양초 두 개를 놓아달라고, 그래서 이 성모가 자기 행복을 지켜주도록 해달라고 친구에게 요청했다.
독일어 원문: [...] und in einer Nachschrift hatte er den Freund aufgefordert, der Jungfrau del Pilar zwei vielpfündige Kerzen zu stiften, daß sie ihm sein Glück erhalte.
위 예문 모두, 착독으로 인한 결과물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철자의 결락(缺落)이 일어났습니다.
복수 Frauen─‘여자들’─을 Frau─‘여자’─로 순간적으로 읽고, 이를 바로 ‘아내’와 결부시켰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 철자의 치환(置換)이 생겼습니다.
즉 viel─‘많은’─이 vier─‘넷’─로, ‘l’이 ‘r’로 바뀐 것입니다.
제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번역자가 스스로 자신의 착독을 깨닫고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극히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독해이기 때문에, 착독 자체를 번역자 자신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또 이렇게 한 번 읽어버린 단어/텍스트를 대부분의 번역자는 결코 다시 읽지 않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제3의 눈입니다. 그래서 꼼꼼한 편집자가 있어야 합니다. 착독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좋은 번역은 뛰어난 번역자와 탁월한 편집자가 함께 만든다고 할 것입니다.
2018. 3. 30.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