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번역문을 원문과 대조해보니, 번역을 하면서 선생님이 원문을 조금 성급하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① 대신 오른손은 이제 부채를 들어, 부채 속 그림이 다 보이게 완전히 펼쳤다. 그것은 발코니에서 노래하는 어느 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닫았다가, 다시 새로 펼쳐보였다.(19쪽)
→ 대신 오른손은 이제 부채를 들어, 부채 속 그림이 다 보이게 완전히 펼쳤다. 그것은 발코니를 향해 위를 보며 노래하는 어느 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닫았다가, 다시 새로 펼쳐보였다.
독일어 원문: Die Rechte indes hob jetzt den Fächer, entfaltete ihn ganz, so daß das Bild des Fächers sichtbar wurde – ein Sänger, der zu einem Balkon hinaufsang –, schloß ihn wieder und entfaltete ihn von neuem.
② 공작은 유럽의 모든 궁전에서 변덕으로 자자한 그의 아내가 드넓은 마드리드 궁에서 지루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비록 회의적이었으나 아내의 생각에 즉각 동의하고 참을성 있게 받아들였다.(13쪽)
→ 공작은 유럽의 모든 궁전에서 변덕으로 자자한 그의 아내가 드넓은 마드리드 궁에서 지루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제 이 공연을, 용인하지만 회의적으로, 받아들였다.
독일어 원문: Der Herzog konnte es verstehen, daß seine Frau, die um ihrer Capricen willen an allen Höfen Europas berühmt war, sich in der weiten Einsamkeit ihres Madrider Palais langweilte, er hatte ohne weiteres zugestimmt und ließ nun diese Vorstellung über sich ergehen, geduldig und skeptisch.
첫 번째 경우, 전치사 zu─‘향해’─를 auf─‘위에’─로 읽었고 두 번째 경우, Vorstellung을 ‘공연’이 아닌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성급하게 읽었다는 제 추측이 맞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8. 3. 26.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