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오늘 신문에서 신간 소개를 보고, 궁금해서 번역 일부를 살펴보았습니다.
14쪽 번역문:
“널찍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마르고 허약한 아브레 씨가 헐렁한 대사 제복을 입고 앉아 있었는데, 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인 그는 공화파에 체포된 왜소한 왕을 대신해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단 1제곱인치도 차지하지 못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 통치자의 대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번역문에는 오독(誤讀)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겠습니다:
“널찍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마르고 허약한 아브레 씨─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인─가 헐렁한 대사 제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왕위 계승자는 공화파에 체포된 어린 왕을 대신해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단 1제곱인치도 차지하지 못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 통치자의 대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독일어 원문: In seinem weiten Sessel verloren, saß dürr und schmächtig in der strotzenden Gesandtenuniform Monsieur de Havré, der Geschäftsträger des Thronfolgers, der von Verona aus an Stelle des kleinen, von den Republikanern gefangenen Königs Frankreich regierte. Es war nicht leicht, ein Land zu regieren, von dem man keinen Quadratzoll besaß, noch weniger leicht, der Botschafter eines solchen Regenten zu sein. Monsieur de Havré war ein alter Diplomat, er hatte jahrzehntelang den Glanz von Versailles repräsentiert, er fand sich schwer in seine neue, klägliche Lage.
번역문을 보면 아브레와 왕위 계승자가 동일한 사람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두 사람입니다.
• 아브레 = 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 = 외교관 =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 왕위 계승자 = (망명 상태의) 프랑스 통치자 = 이탈리아 베로나 체류 = (루이 18세)
(• 공화파에 체포된 어린 왕 = 루이 17세)
오독의 원인은 아래 문장의 관계대명사 der가 가리키는 것을 Monsieur de Havré─‘아부레 씨’─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대명사가 지시하는 것은 Thronfolger─‘왕위 계승자’─입니다.
der[=Thronfolger] von Verona aus an Stelle des kleinen, von den Republikanern gefangenen Königs Frankreich regierte.
= 왕위 계승자는 공화파에 체포된 왜소한 왕을 대신해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참고로 적습니다:
루이 18세(루이 16세의 동생)는 루이 17세(루이 16세의 아들)가 사망한 1795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자신을 왕으로 선포했습니다.
Nach dem Tod Ludwig XVII. im Jahr 1795 ließ er sich in Verona von einigen wenigen Anhängern als Ludwig XVIII. zum König proklamieren.
─Französische Könige und Kaiser der Neuzeit, hrg von Peter Claus Hartmann, München 2006, 375.
2018. 3. 23.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