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타 서페티스,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안진희 옮김, 노란상상, 2018(12).

 

그녀의 입과 눈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로 벌어져 있었다. 얼어붙은 주머니를 뒤졌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털린 후였다. 재킷 안감에서 그녀의 신분증명서를 발견했다. 신분증명서를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고서 그녀의 시체를 끌어 들판으로 옮겼다.(9)

 

그녀의 입과 눈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로 벌어져 있었다. 얼어붙은 주머니를 뒤졌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털린 후였다. 재킷 안감에서 그녀의 신분증명서를 발견했다. 적십자에 가져다주려고, 신분증명서를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고서 그녀의 시체를 끌어 들판으로 옮겼다.

 

Her mouth and eyes were hinged open, fixed in fear. I dug through her iced pockets, but they had already been picked. In the lining of her jacket I found her identification papers. I stuffed them in my coat to pass on to the Red Cross and dragged her body off the road and into the field.

 

빠진 부분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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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커크,보수의 정신, 이재학 옮김, 지식노마드, 2018(4).

 

-번역하면서 영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에서 막힐 때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쉽게 답을 해주었나?

 

그들도 잘 모른다. 같이 구글링을 하면서 찾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탑골공원에 가면 아직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라고 무심하게 써놓았을 때 한글을 아는 외국인이 여기서 무슨 의미와 함의를 느낄 것인가 생각할 때 나도 똑같은 걸 느꼈다. 에드먼드 버크의 고향 더블린에 갔더니 북쪽 파르넬 광장 근처에서는 오늘날의 웅변가들이 큰 거리에 맞서 작은 거리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확성기로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결국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표현은 예이츠의 시 구절이더라. ‘큰 거리에 맞서 작은 거리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표현은 대영제국에 맞서 아일랜드의 독립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느냐는 의미다. 이것을 이해하기가 힘들어 애를 먹었는데, 저자가 시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니 사람이니까 예이츠의 시 구절을 그냥 상식적으로 썼던 거지만, 다른 네이티브 스피커도 잘 모르고 영문학을 전공한 친구도 잘 모르더라. 결국 나중에 알게 되어서 의미를 밝힐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김환영, 중앙일보, 2018.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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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서관에서 뤼디거 자프란스키의니체(2017. 10)를 빌렸다. 오윤희와 육혜원이 쓴 번역자 후기를 읽다가 번역가 박민수가 별세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마지막 번역 작품은하이데거(2017. 1). 그는 이 작품의 번역을 마쳤지만, 출간은 보지 못했다.

 

번역가 박민수를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난 적은 없다. 오래 전, 그가 번역한 책, 클라스 후이징의책벌레(2002. 1)를 주의 깊게 읽고, 그 번역을 살펴본 적이 있을 뿐이다. 카벤 두베의 폭우(2002. 9.) 번역도 일부 독일어와 대조해 읽은 기억이 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의 번역 작업 방식이나 수준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어떤 번역서의 번역자 후기에 스치듯이 언급되고 마는, 한 번역가의 죽음이다.

 

박민수는 널리 알려진 스타급 번역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번역 작업을 통해 그는 낯선세계를 우리에게 소개했다. 벽돌 쌓듯 한 문장씩 쌓아간, 번역 문장들을 통해 한국어를 확장했다. 그의 작업은 작은 물방울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박민수와 같은 번역이 모여, 한국어란 넓은 바다를 이룬다는 점을.

 

 

박민수의 번역 작품 목록:

 

1. 마리아 레기나 카이저, 크산티페 , 여성사, 1993(8).

2.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크라바트(비룡소 걸작선 16), 비룡소, 2000(1).

3. 알렉산더 쿠퍼, 신의 독약 1·2(책세상총서 17), 책세상, 2000(3).

4. 카렌 두베, 비의 소설(메피스토 17), 책세상, 2000(6).

5. 페르닐라 글라세르, 내 사랑 롭순, 아침나라, 2001(2).

6. 볼프강 벨쉬, 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모던 1·2(책세상총서 20), 책세상, 2001(11).

7. 클라스 후이징, 책벌레, 문학동네, 2002(1).

8.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꼬마 물 요정(비룡소 걸작선 23), 비룡소, 2002(4).

9. 카렌 두베, 폭우(메피스토 4), 책세상, 2002(9).

10. 에른스트 벨러, 데리다 니체 니체 데리다(책세상총서 23), 책세상, 2003(3).

 

11. 도리스 되리, 나 이뻐?, 문학동네, 2003(8).

12. 발데마르 본젤스, 꿀벌 마야의 모험(비룡소 클래식 2), 비룡소, 2003(10).

13. 빌헬름 하우프, 카라반 이야기(비룡소 클래식 11), 비룡소, 2004(12).

14. 폴커 미켈스, 화가 헤세, 이레, 2005(3).

15. 토마스 브레치나, 다 빈치의 암호를 풀어라!(마법의 미술관 1), 비룡소, 2005(12).

16. 셀리나 쇤츠, 눈보라 치던 날(비룡소의 그림동화 161), 비룡소, 2006(1).

17. 토마스 브레치나, 반 고흐의 물감을 찾아라!(마법의 미술관 2), 비룡소, 2006(6).

18. 하인츠 야니쉬, 할아버지의 붉은 뺨(웅진 세계그림책 94), 웅진주니어, 2006(8).

19. 이리나 코르슈노브, 풍선괴물 우누구누(일공일삼 34), 비룡소, 2006(8).

20.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한길사, 2006(8).

 

21. 라이너 에를링어,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즐거운 지식 4), 비룡소, 2006(12)

22. 토마스 브레치나, 미켈란젤로의 비밀 동굴을 찾아라!(마법의 미술관 3), 비룡소, 2007(1).

23. 셀리나 쇤츠, 우즐리의 종소리(비룡소의 그림동화 179), 비룡소, 2007(2).

24. 알로이스 카리지에, 자작나무 마을 이야기(비룡소의 그림동화 180), 비룡소, 2007(2).

25. 도리스 레허, 넌 왕따가 아니야!(웅진 세계그림책 108), 웅진주니어, 2007(2).

26. 시빌레 하인, 에취! 거인이 재채기를 하면(웅진 세계그림책 110) 웅진주니어, 2007(3).

27. 토마스 브레치나, 렘브란트의 보물상자를 열어라!(마법의 미술관 4), 비룡소, 2007(8).

28. 토마스 브레치나, 모네의 정원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라!(마법의 미술관 5), 비룡소, 2007(9).

29. 오사 린드, 자카리나와 모래늑대(자카리나 시리즈)), 소년한길, 2007(12).

30. 로리오트, 피터와 늑대(비룡소의 그림동화 191), 비룡소, 2007(12).

 

31.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아침나라, 2008(3).

32. 울프 닐손,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시공주니어, 2008(7).

33.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 세계 철학사, 자음과모음, 2008(9).

34. 페터 슈탐, 아그네스, 박민수, 문학동네, 2010(5).

35. 페터 슈탐, 희미한 풍경, 문학동네, 2010(6).

36. 에른스트 H. 곰브리치, 곰브리치 세계사, 비룡소, 2010(8).

37. 오사 린드, 자카리나와 모래늑대의 또 다른 이야기들, 소년한길, 2011(5).

38. 오사 린드, 자카리나와 모래늑대 그리고 바다 이야기, 소년한길, 2011(5).

39.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성록(열린책들 세계문학 196), 열린책들, 2011(12).

40. 만프레트 마이, 이것이 완전한 국가다, 비룡소, 2012(5).

 

41. 헤르만 헤세, 데미안(꿈결 클래식 1), 꿈결, 2014(6).

4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터의 고뇌(꿈결 클래식 3), 꿈결, 2014(10).

43. 프란츠 카프카, 변신(꿈결 클래식 5), 꿈결, 2015(5).

44. 니콜라우스 뉘첼, 만들어진 나, 비룡소, 2015(6).

45. 뤼디거 자프란스키, 하이데거, 북캠퍼스, 2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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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스페인 마드리드 알바 공작부인이 개최한 사교모임.

 

무대 위에서는 프랑스혁명 세력에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 연극이 상연되고 있습니다. 이 연극을 객석에서 초대 손님, 프랑스 대사 아브레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 외교관 제복이 낡아 스페인 궁정의 지원이 없다면 점심 값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이 남자[...]. 아브레 씨가 외투의 가장 낡아 빠진 쪽을 선원 모자로 덮으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14-15)

 

독일어 원문: Monsieur de Havré war ein alter Diplomat, er hatte jahrzehntelang den Glanz von Versailles repräsentiert, er fand sich schwer in seine neue, klägliche Lage. [...] dessen Diplomatenuniform fadenscheinig wurde und der ohne die Unterstützung des spanischen Hofes sein Mittagessen nicht hätte bezahlen können. Da saß Monsieur de Havré, die schäbigsten Stellen seines Rockes mit dem Schiffhut deckend, [...]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원 모자가 뭐지? 외교관 아브레는 왜 선원 모자를 가지고 있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 외교관 제복이 낡아 스페인 궁정의 지원이 없다면 점심 값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이 남자[...]. 아브레 씨가 외투의 가장 낡아 빠진 쪽을 이각모(二角帽) 덮으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

 

 

Schiffhut = Zweispitz = bicorne = 이각모(二角帽)

 

아래 그림, 나폴레옹 초상화에서 이 모자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단어Schiffhut가 현재, <독일어사전>에 나와 있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사전 외에 많은 다른 자료가, 여전히 있습니다.

  

 

2018. 4. 14.

 

박진곤

 

 

 

나폴레옹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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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명사(1)

 

 

문광훈 선생님께

 

 

알바 공작부인이 주관한 저녁 사교모임에서, 귀가한 고야는 작업실로 갑니다. 그리고 추위를 떨치려고, 하인을 시켜 난롯불을 지핍니다.

 

 

고야는 자리에 앉아 난롯불을 바라보았다. 그림자가 일그러진 채, 기이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벽 위아래로 어른거렸다. 축제 행렬을 묘사한 고블랭산() 걸개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고, 타오르는 불빛이 위의 성자들이나 투박하고 열렬한 무리의 얼굴들을 여러 조각으로 갈라놓았다.”(28)

 

고야는 자리에 앉아 난롯불을 바라보았다. 그림자가 일그러진 채, 기이할 정도로 매혹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벽 위아래로 어른거렸다. 행렬을 묘사한 고블랭산() 걸개 하나가 벽에 걸려 있었고, 타오르는 불빛이 운반대 위의 거대한 성자 상()투박하고 열렬한 무리의 얼굴들을 여러 조각으로 갈라놓았다.”

 

독일어 원문: Goya saß nieder und schaute ins Feuer. Schatten kletterten die Wand hinauf, hinunter, fratzenhaft, unheimlich anziehend, bedrohlich. Ein Gobelin hing an der einen Wand, darstellend eine Prozession, das züngelnde Licht riß Teile heraus, den riesigen Heiligen, der auf einem Podium getragen wurde, Gesichter der wilden, inbrünstigen Menge.

 

 

den riesigen Heiligen herausreißen

 

= 거대한 성자 상()을 뜯어내다

 

 

여기서, den riesigen Heiligen은 복수성자들가 아닌 단수성자입니다.

 

동사 herausreißen뜯어내다의 단수 4, 목적어입니다.

 

관계대명사 der(auf einem Podium getragen wurde)도 선행사den riesigen Heiligen가 단수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톨릭 행렬의식을 고려하여, 일부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행렬에 관해서는 아래 설명과 그림을 참고했습니다.

 

 

2018. 4. 13.

 

박진곤

 

 

 

 

행렬 사제와 신자들이 열을 지어 행진하는 종교의식. 한 성당 안에서 혹은 여러 성당들이 함께 행할 수도 있으며, 성당 내부에서 혹은 성당 밖에서 행할 수도 있다. 행렬은 신()에 대한 공식적인 경배행위로, 신 또는 성인(聖人)을 찬미하고, 은총을 구하며 이미 받은 은총에 감사하고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행렬은 구약시대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공동체의 신앙 표명(表明)이란 점에서 개개인의 신앙고백과 찬미행사와 구별된다. 동시에 행렬은 공동체의 상호 협력과 단결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신앙고백과 구별된다. 행렬의 예는 주의 봉헌축일의 촛불행렬, 성지주일의 성지행렬, 성체성혈 축일의 성체행렬 등이며, 미사의 입당과 퇴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행렬 때의 음악은 의식의 일부로서 시편 노래, 성가, 기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출처: <가톨릭사전>

 

http://maria.catholic.or.kr/dictionary/term/term_view.asp?ctxtIdNum=3954&keyword=%ED%96%89%EB%A0%AC&gubu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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