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인칭대명사(2)
문광훈 선생님께
연극 공연 후, 거대한 응접실 한쪽 연단에서 궁정화가 고야(돈 프란시스코)와 알바 대공비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남편, 알바 대공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는 그의 아름다운 대공비(大公妃)가 어떻게 화가에게 미끼를 던지는지 보았다. 그는 자기 힘이 대단치 않다는 것을 알았고, 아내 카예타나가 예술가이자 남자인 돈 프란시스코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작비인 그녀는 화가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 호감이 연민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아챘다. 그녀는, 돈 프란시스코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적이 결코 없었다. 그에게는 나직한 슬픔이 있었다.”(23-24쪽)
→ “이제 그는 그의 아름다운 대공비(大公妃)가 어떻게 화가에게 미끼를 던지는지 보았다. 그는 자기 힘이 대단치 않다는 것을 알았고, 아내 카예타나가 예술가이자 남자인 돈 프란시스코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작비인 그녀는 자신에게 다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 다정함이 동정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그녀는, 돈 프란시스코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적이 결코 없었다. 그에게 나직한 슬픔이 일었다.”
독일어 원문: Nun also schaute er auf seine schöne Herzogin, wie sie den Köder nach dem Maler auswarf. Er war sich bewußt, daß seine Kraft gering war, er begriff, daß sich Cayetana angezogen fühlte von Don Francisco, der ein Künstler war und ein Mann. Sie war ihm zugetan, seine Herzogin, doch er spürte gut, daß diese Zuneigung nicht frei von Mitleid war, niemals hatte sie ihm einen Blick gegeben wie den, mit dem sie Don Francisco angeschaut hatte. Eine leise Traurigkeit war in ihm.
• sie[=Herzogin] war ihm[=Herzog] zugetan
= 그녀[=대공비]는 그[=대공]에게 다정했다
인칭대명사 ihm을 대공이 아닌, 화가로 본 것은 오독입니다. 동사 zutun을 ‘도움이 되다’라고 읽은 것도 오독을 강화시켰습니다.
이 대목에서, 계속되는 내적 진술의 주체는 알바 대공입니다. 그래서 er와 ihm은 모두 알바 대공을 가리킵니다. 이 인칭대명사와 구분하고자. 고야는 고유명사 Don Francisco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대공비와 관계를 서술하거나 규정하는 고야와 알바 대공 두 사람의 언어는 차이가 납니다.
• 대공비 ─ 고야 = 미끼[유혹] - 끌림 - (특별한) 시선
• 대공비 ─ 대공 = 무력 – 다정 – 동정 - (평범한) 시선 – 슬픔
2018. 4. 9.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