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정체성, 이재룡 옮김, 민음사, 1998(12).

 

붉은 포도주 한 잔

 

샹탈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샹탈은 그 익명의 편지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려고 애쓴다.

 

샹탈은, 동네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신이 미루어 짐작하고 있던 그 젊은, 편지의 발신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빨간 공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빨간 공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82-83쪽, 부분삭제 인용)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붉은 포도주 한 잔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붉은 포도주 한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 son jeune correspondant y est assis, seul, sans livre, sans journal, il ne fait rien, il a devant lui un ballon de rouge et regarde dans le vide avec l'expression d'une heureuse paresse qui correspond à celle de Chantal. [...], mais curieusement, avec une divine indifférence, assis devant son ballon de rouge, il regarde dans le vide et semble ne pas la voir.

 

 

un ballon de rouge = 적포도주 한 잔

 

ballon을 가장 기본이 되는 뜻, ‘(놀이용) 으로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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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변기의 배설물

 

소설에는 건축과 건축물에 관한 통찰이 꽤 등장한다.

 

다음은 화장실 변기에 관한 관찰.

 

현대식 변기가 하얀 수련 꽃처럼 바닥 위로 솟아 있다. 변기 끈을 잡아당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도록 건축가가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256)

 

현대식 변기가 하얀 수련 꽃처럼 바닥 위로 솟아 있다. 수조(水槽)에서 나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도록 건축가가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

 

프랑스어 원문: [...] l’homme ignore ce que deviennent les déjections de ses entrailles quand l’eau tirée du réservoir les chasse en gargouillant.

 

devenir = ‘이 되다’, ‘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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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향수,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2002(17).

 

“[...] 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 후작은 자신의 보호하에 있던 그르누이를 다시 한번 강당에 선보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몽펠리에의 상류층 사람들도 전부 다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이 전설적인 동굴 인간을 보고 싶어하는 귀부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 후작의 적이랄 수 있는 <대학 식물학 동호회><농업 촉진 협회>의 대표들이 회원들을 대거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 미소를 머금고 이쪽저쪽으로 절을 하는 그르누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는 쑥 들어가 버렸다. 대학 식물학 동호인들조차도 말없이 걸어 들어왔다.”(239-240, 부분삭제 인용)

 

“[...] 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 후작은 자신의 보호하에 있던 그르누이를 다시 한번 강당에 선보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몽펠리에의 상류층 사람들도 전부 다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이 전설적인 동굴 인간을 보고 싶어하는 귀부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 후작의 적이랄 수 있는 <대학 식물학 동호회><농업 촉진 협회>의 대표들이 회원들을 대거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 미소를 머금고 이쪽저쪽으로 절을 하는 그르누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는 쑥 들어가 버렸다. 대학 식물학 동호인들조차도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독일어 원문: [...] Selbst die Freunde der botanischen Universitätsgärten schwiegen betreten.

 

부사 betreten당황한’, ‘놀란을 동사들어서다로 잘못 읽었다.

 

이 문장의 동사는 schwiegen =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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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테레자의 시골 생활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옆길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466)

 

테레자는 소 떼를 끌고 나아갔다. 소를 뒤에서 몰고 가다 보면 경박한 어린 송아지는 길에서 벗어나 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야단쳐야 하는 송아지가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이었다. 카레닌은 테레자를 동반했다. 소몰이를 하는 날마다 그녀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두 해째다

 

프랑스어 원문: Tereza s’avance avec son troupeau de génisses, elle les pousse devant elle, il y en a toujours une qu’il faut gronder parce que les jeunes vaches sont folâtres et s’écartent du chemin pour courir dans les champs. Karénine l’accompagne. Voilà déjà deux ans qu’il la suit jour aprés jour au pât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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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2014(4).

 

미하엘 베르크가 복기한 교실 안팎 풍경.

 

내 눈에는 지금도 교실 모습이 선하다. 앞면 오른편에 문이 있고, [...] 쉬는 시간에 창문에서 보면 아래쪽으로 난 도로와 강과 반대편 강가의 초원이 보였고, 교실 앞쪽에는 칠판과 지도를 걸어놓는 스탠드와 모형도들 그리고 무릎 높이의 연단에는 선생님이 사용하는 교탁과 의자가 있었다.”(90쪽, 부분삭제 인용)

 

내 눈에는 지금도 교실 모습이 선하다. 앞면 오른편에 문이 있고, [...] 쉬는 시간에 창문에서 보면 아래쪽으로 난 도로와 강과 반대편 강가의 초원이 보였고, 교실 앞쪽에는 칠판과 지도를 걸어놓는 스탠드와 모형도들 그리고 발 높이의 연단에는 선생님이 사용하는 교탁과 의자가 있었다.”

 

독일어 원문: [...] vorne Tafel, Ständer für Landkarten und Schaubilder und Lehrerpult und -stuhl auf fußhohem Podest.

 

연단의 높이: fußhoch = 발 깊이의, 발이 빠질 정도의

 

참고로, ‘무릎 깊이의’ = knie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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