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11장 끝(11-12), ()가 한 편 나옵니다.

 

 

자기 자신 속에 깃든

이 모순을 감지한

스페인 사람들도 물론 있었네.

낡은 풍습과 새 풍습 사이에서,

느낌과 이해 사이에서

때로는 고통스럽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그들은 싸움을 가슴으로

끝까지 해냈네.

때로 승리했지만, 늘 그렇지 않았네.

 

 

Spanier gab es freilich, welche

Diesen Widerspruch verspürten

In sich selber, und sie kämpften

In der eignen Brust den Streit aus

Zwischen altem Brauch und neuem,

Zwischen Fühlen und Verstehen,

Schmerzhaft oft und leidenschaftlich,

Siegreich manchmal, doch nicht immer.

 

 

원문 8행 가운데, 눈에 뜨이는 것은 3·4행과 5·6행에서 반복되는 전치사inzwischen입니다.

 

이 전치사의 반복을 번역문에서 재현하고, 이를 독자들이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 시를 번역할 때, 가장 신경 써야할 형식적 요소일 것입니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도 있어, 이들

이 모순을 감지했네

자기 자신 속에서. 하여 이들

자기 마음속에서 투쟁해갔네.

옛 풍습과 새 풍습 사이에서

느낌과 이해 사이에서

때론 고통스럽게 또 열정적으로

때론 승리했지만, 늘 그렇지 못했네.

 

 

다른 부분이야, 여러 모양으로 변주될 수 있겠지만 이 전치사 부분이 강조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2018. 3. 27.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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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번역문을 원문과 대조해보니, 번역을 하면서 선생님이 원문을 조금 성급하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신 오른손은 이제 부채를 들어, 부채 속 그림이 다 보이게 완전히 펼쳤다. 그것은 발코니에서 노래하는 어느 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닫았다가, 다시 새로 펼쳐보였다.(19)

 

대신 오른손은 이제 부채를 들어, 부채 속 그림이 다 보이게 완전히 펼쳤다. 그것은 발코니를 향해 위를 보며 노래하는 어느 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닫았다가, 다시 새로 펼쳐보였다.

 

독일어 원문: Die Rechte indes hob jetzt den Fächer, entfaltete ihn ganz, so daß das Bild des Fächers sichtbar wurde ein Sänger, der zu einem Balkon hinaufsang , schloß ihn wieder und entfaltete ihn von neuem.

 

 

공작은 유럽의 모든 궁전에서 변덕으로 자자한 그의 아내가 드넓은 마드리드 궁에서 지루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비록 회의적이었으나 아내의 생각에 즉각 동의하고 참을성 있게 받아들였다.(13)

 

공작은 유럽의 모든 궁전에서 변덕으로 자자한 그의 아내가 드넓은 마드리드 궁에서 지루해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제 이 공연, 용인하지만 회의적으로, 받아들였다.

 

독일어 원문: Der Herzog konnte es verstehen, daß seine Frau, die um ihrer Capricen willen an allen Höfen Europas berühmt war, sich in der weiten Einsamkeit ihres Madrider Palais langweilte, er hatte ohne weiteres zugestimmt und ließ nun diese Vorstellung über sich ergehen, geduldig und skeptisch.

 

 

첫 번째 경우, 전치사 zu향해auf위에로 읽었고 두 번째 경우, Vorstellung공연이 아닌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성급하게 읽었다는 제 추측이 맞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8. 3. 26.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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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숙지하고 있는 독일어 어휘가 많아지면, 낯선 단어의 경우 사전을 들춰보지 않고 그 단어의 뜻을 유추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때문에 그녀 스스로 면목을 잃었고, 배꼽까지 옷이 벗겨진 채 법정으로 끌려간 것은 민중의 의지라는 것이었다.(15)

 

그 때문에 그녀 스스로 면목을 잃었고, 배꼽까지 옷이 벗겨진 채 처형장으로 끌려간 것은 민중의 의지라는 것이었다.

 

독일어 원문: [...] deshalb sei es der Wille des Volkes, daß sie, selber entwürdigt, entblößt bis zum Nabel, zum Richtplatz geführt werde.

 

Richtplatz = 처형장

 

 

그러고는 몽클로아에 시골집을 짓고 정돈하느라 바쁘다고 했다.(21)

 

그러고는 몽클로아에 별장 짓고 정돈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독일어 원문: [...] sie sei beschäftigt mit dem Bau und der Einrichtung eines Landhauses in Moncloa.

 

Landhaus = (시골) 별장

 

 

모두 기본적인 단어의 뜻을 조합해, 번역한 결과입니다.

 

Richt + Platz = 법정

 

Land + Haus = 시골집

 

 

이런 오독을 피하려면, 단어 뜻 유추에 따르는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번거롭지만 (낯선) 단어를 일일이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단어의 뜻을 혹 유추했다고 하더라도, 그 뜻이 문맥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재판 판결 후의 상황, 두 번째의 경우 공작비가 거주하려는 별도의 공간이라는 문맥이 적절한 제어와 검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8. 3. 24.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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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온 포이히트방거,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대산세계문학총서 147), 문광훈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8(2).

 

 

문광훈 선생님께

 

 

오늘 신문에서 신간 소개를 보고, 궁금해서 번역 일부를 살펴보았습니다.

 

14쪽 번역문:

 

널찍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마르고 허약한 아브레 씨가 헐렁한 대사 제복을 입고 앉아 있었는데, 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인 그는 공화파에 체포된 왜소한 왕을 대신해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1제곱인치도 차지하지 못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 통치자의 대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번역문에는 오독(誤讀)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겠습니다:

 

널찍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마르고 허약한 아브레 씨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인 헐렁한 대사 제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왕위 계승자는 공화파에 체포된 어린 왕을 대신해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1제곱인치도 차지하지 못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 통치자의 대사가 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아브레 씨는 늙은 외교관이었고, 수십 년간 베르사유의 영광을 대표하던 인물이어서 이 비참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독일어 원문: In seinem weiten Sessel verloren, saß dürr und schmächtig in der strotzenden Gesandtenuniform Monsieur de Havré, der Geschäftsträger des Thronfolgers, der von Verona aus an Stelle des kleinen, von den Republikanern gefangenen Königs Frankreich regierte. Es war nicht leicht, ein Land zu regieren, von dem man keinen Quadratzoll besaß, noch weniger leicht, der Botschafter eines solchen Regenten zu sein. Monsieur de Havré war ein alter Diplomat, er hatte jahrzehntelang den Glanz von Versailles repräsentiert, er fand sich schwer in seine neue, klägliche Lage.

 

 

번역문을 보면 아브레와 왕위 계승자가 동일한 사람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두 사람입니다.

 

아브레 = 왕위 계승자의 전권대사 = 외교관 =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왕위 계승자 = (망명 상태의) 프랑스 통치자 = 이탈리아 베로나 체류 = (루이 18)

 

(공화파에 체포된 어린 = 루이 17)

 

 

오독의 원인은 아래 문장의 관계대명사 der가 가리키는 것을 Monsieur de Havré아부레 씨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대명사가 지시하는 것은 Thronfolger왕위 계승자입니다.

 

der[=Thronfolger] von Verona aus an Stelle des kleinen, von den Republikanern gefangenen Königs Frankreich regierte.

 

= 왕위 계승자는 공화파에 체포된 왜소한 왕을 대신해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프랑스를 통치하고 있었다.

 

 

참고로 적습니다:

 

루이 18(루이 16세의 동생)는 루이 17(루이 16세의 아들)가 사망한 1795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자신을 왕으로 선포했습니다.

 

Nach dem Tod Ludwig XVII. im Jahr 1795 ließ er sich in Verona von einigen wenigen Anhängern als Ludwig XVIII. zum König proklamieren.

 

Französische Könige und Kaiser der Neuzeit, hrg von Peter Claus Hartmann, München 2006, 375.

 

 

2018. 3. 23.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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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5).

 

 

이재영 선생님께

 

 

저자 한병철의땅의 예찬출간 소식에, 관심이 생겨 기존 번역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번역한 위 책, 25쪽 번역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나타나는 자연은 눈에 보이는 자연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So wird handgreiflich, daß es eine andere Natur ist, die zu der Kamera als die zum Auge spricht.

 

 

잘 아시겠지만, 이는 발터 벤야민의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혹시 한병철이 인용한 벤야민의 문장을 번역하면서, 이를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기존 번역본들에서 찾아보셨는지요?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반성완)

 

따라서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은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임이 분명하다.(최성만)

 

이렇게 볼 때 카메라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과 육안을 통해서 포착되는 것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점이 쉽게 이해될 수 있겠다.(차봉희)

 

 

여기서 eine Natur자연이 아니라, ‘성질’, 또는 특성입니다.

 

자연(自然), 정관사 die와 함께 씁니다: die Natur.

 

 

위 번역문은 이렇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나타나는 특성은 눈에 보이는 특성과 명백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인용문이 나올 경우, (번역본이 존재한다면) 기존 번역본에서 해당 문장의 번역을 살펴보고 번역하는 것도 좋은 번역 방법일 것입니다.

 

 

뿔뿔이 흩어져 개별자로 남아 오독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학 번역자들의 텍스트 이해와 그 결과물들을 (경우에 따라서는 비판적으로) 공유하고 축적하고 계승하면, 좋겠습니다.

 

 

2018. 3. 20.

 

박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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