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발저,『산책자』, 배수아 옮김, 한겨레출판, 2017(3).
업무 때문에 나는 늘 두려움에 빠져서 손바닥으로 책상 상판을 여기저기 계속 쓰다듬지만, 다들 나를 조롱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혹은 손으로 뺨을 톡톡 치거나 턱 아래를 잡고 코를 문지르고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공들여 쓸어 넘긴다. 마치 내 앞 책상에 잔뜩 펼쳐진 서류 위가 아니라 내 이마에 업무 내용이 적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29쪽)
→ 업무 때문에 나는 늘 두려움에 빠져서 손바닥으로 책상 상판을 여기저기 계속 쓰다듬지만, 다들 나를 조롱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까지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혹은 손으로 뺨을 톡톡 치거나 턱 아래를 잡고 눈을 쓸어내리고 코를 문지르고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공들여 쓸어 넘긴다. 마치 내 앞 책상에 잔뜩 펼쳐진 서류 위가 아니라 내 이마에 업무 내용이 적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독일어 원문: Ein Auftrag erschreckt mich immer, veranlaßt mich, mit meiner flachen Hand strichweise über den Pultdeckel zu fahren, bis ich entdecke, daß ich höhnisch beobachtet werde, oder ich tätschle mir mit der Hand die Wangen, greife mich unter das Kinn, fahre mir über die Augen, reibe die Nase und streiche die Haare von der Stirne weg, als ob dort meine Aufgabe läge, und nicht auf dem Bogen Papier, der vor mir, auf dem Pult, ausgebreitet liegt.
• sich über die Augen fahren = 눈을 쓸어내리다
• 빠진 부분을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