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싱클레어의 대학 진학.

 

내 학생 시절은 끝났다. 나는 방학 동안 여행을 했다. 우리 아버지가 생각해 내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대학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어떤 대학에 갈지는 몰랐다. 철학을 한 학기 듣기로 했다.”(175)

 

내 학생 시절은 끝났다. 나는 방학 동안 여행을 했다. 우리 아버지가 생각해 내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대학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어떤 학부에 갈지는 몰랐다. 철학을 한 학기 듣기로 했다.”

 

독일어 원문: Meine Schulzeit war zu Ende. Ich sollte eine Ferienreise machen, mein Vater hatte sich das ausgedacht, und dann sollte ich zur Universität gehen. Zu welcher Fakultät, das wußte ich nicht. Es war mir ein Semester Philosophie bewilligt.

 

Fakultät = 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 학부

 

대학 진학은 정했으나, 학부와 전공은 정하지 못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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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어느 초여름 저녁,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데미안 초상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럴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그 몇 주 동안 나는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하였는데, 전에 읽은 모든 것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 그것은 노발리스의 책으로 편지와 잠언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중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이 나를 매혹시켰고 긴장시켰다. 잠언 하나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 잠언을 펜으로 초상화 밑에 적어놓았다.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 그 말을 내가 그때 이해했던 것이다.”(113)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럴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그 몇 주 동안 나는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하였는데, 전에 읽은 모든 것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 그것은 노발리스의 책으로 편지와 잠언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중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이 나를 매혹했고 사로잡았다. 잠언 하나가 그때 생각났다. 그 잠언을 펜으로 초상화 밑에 적어놓았다. <운명과 심성은 하나의 개념에 붙여진 두 개의 이름이다.> 그 말을 내가 그때 이해했던 것이다.

 

독일어 원문: [...] es war mein Inneres, mein Schicksal oder mein Dämon. So würde mein Freund aussehen, wenn ich je wieder einen fände. So würde meine Geliebte aussehen, wenn ich je eine bekäme. So würde mein Leben und so mein Tod sein, dies war der Klang und Rhythmus meines Schicksals.

In jenen Wochen hatte ich eine Lektüre begonnen, die mir tieferen Eindruck machte als alles, was ich früher gelesen. [...] Es war ein Band Novalis, mit Briefen und Sentenzen, von denen ich viele nicht verstand und die mich doch alle unsäglich anzogen und umspannen. Einer von den Sprüchen fiel mir nun ein. Ich schrieb ihn mit der Feder unter das Bildnis: »Schicksal und Gemüt sind Namen eines Begriffs.« Das hatte ich nun verstanden.

 

umspannen = umspinnen실을 자아서 감싸다의 복수 3인칭 과거형.

 

번역자는 순간적으로 이 과거형을, 복수 3인칭 현재형의 umspannen동형이의(同形異義)으로 잘못 읽었다. umspannen의 뜻도 spannen에 방점을 두어 긴장시키다로 해석했지만, 정확한 의미는 싸안다’, ‘포괄하다’.

 

Einer von den Sprüchen fiel mir nun ein. = 잠언 하나가 그때 생각났다.

 

잠언 하나가 생각난 것은 화자(話者) 싱클레어가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현재 시점이 아니라, 그 당시 싱클레어가 베아트리체/데미안 초상화를 바라보던 때.

 

정리하자면, 싱클레어는 노발리스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 후 초상화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는데 그 생각의 결론이 노발리스 책에서 읽었던 잠언으로 요약될 수 있음을 깨닫고 그 잠언을 초상화에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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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

 

한번은 교회에서 나서는 오르간 연주자를 몰래 따라가는데, 멀리 도시 외곽의 작은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음에 맞서지 못하고 이끌린 듯 그를 뒤따라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하게 보았다. 작은 술집 한 모퉁이에 있는 주인 맞은편 테이블에, 머리에는 까만 펠트직 모자를 쓰고, 포도주를 한 잔 앞에 놓은 채 그는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같았다.”(133)

 

한번은 교회에서 나서는 오르간 연주자를 몰래 따라가는데, 멀리 도시 외곽의 작은 선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음에 맞서지 못하고 이끌린 듯 그를 뒤따라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똑똑하게 보았다. 작은 술집 한 모퉁이에 있는 테이블, 머리에는 까만 펠트 모자를 쓰고, 포도주를 한 잔 앞에 놓은 채 그는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같았다.”

 

독일어 원문: Als ich einmal den Orgelspieler nach seinem Weggang aus der Kirche heimlich verfolgte, sah ich ihn weit draußen am Rande der Stadt in eine kleine Schenke treten. Ich konnte nicht widerstehen und ging ihm nach. Zum erstenmal sah ich ihn hier deutlich. Er saß am Wirtstisch in einer Ecke der kleinen Stube, den schwarzen Filzhut auf dem Kopf, einen Schoppen Wein vor sich, und sein Gesicht war so, wie ich es erwartet hatte.

 

Wirtstisch = 음식점의 식탁

 

번역자는 ‘(음식점이나 여관의) 주인이라는 뜻의 Wirt에 무게를 두어, Wirtstisch주인의 테이블로 읽고 여기에 맞은편을 덧붙인 듯.

 

이는 오독(誤讀).

 

Wirtstisch음식점의 식탁’(Tisch in der Gastwirtschaft)으로 Wirtstafel의 동의어(同義語).

 

아울러, 삭제: “펠트직 모자에서 은 불필요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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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나의 생각은 온통 이 하루가 준 큰 약속에 쏠려 있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데미안의 어머니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그들의 술집을 멀리하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계가 썩어 그 몰락을 기다리고 있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오로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오는 것을.”(185)

 

나의 생각은 온통 이 하루가 준 큰 약속에 쏠려 있었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내일이라도 데미안의 어머니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그들의 술판을 벌이든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계가 썩어 그 몰락을 기다리고 있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오로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오는 것을.”

 

독일어 원문: Als ich jedoch in meiner entlegenen Wohnung angekommen war und mein Bett suchte, waren alle diese Gedanken verflogen, und mein ganzer Sinn hing wartend an dem großen Versprechen, das mir dieser Tag gegeben hatte. Sobald ich wollte, morgen schon, sollte ich Demians Mutter sehen. Mochten die Studenten ihre Kneipen abhalten und sich die Gesichter tätowieren, mochte die Welt faul sein und auf ihren Untergang warten was ging es mich an! Ich wartete einzig darauf, daß mein Schicksal mir in einem neuen Bilde entgegentrete.

 

ihre Kneipen abhalten = 그들의 술판을 벌이다

 

‘abhalten’이 행사나 회의, 모임 등의 명사와 함께 쓰일 경우, 그 의미는 거행하다’, ‘개최하다’, ‘집행하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문신은 요즘 유행하는 미용 목적의 문신(文身)이 아니다.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는 칼싸움으로 시비를 가리는 결투가 유행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신은 결투를 하다, 상대방의 칼날에 의해 얼굴에 난 상처가 아물면서 생긴 자국흉터에 가까운을 말한다.

 

 

번역본 비교

 

대학생들이 술판을 벌이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계가 썩고 몰락을 기다리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홍성광: 195)

 

대학생들이야 술판을 벌이고 얼굴에 문신을 하라지. 세상이야 썩어빠져서 붕괴를 기다리라지.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안인희: 166)

 

대학생들이 술집에서 죽치며 얼굴에 문신을 하든 말든, 세상이 썩어 문드러져서 몰락하기를 기다리든 말든, 나하고 무슨 상관이랴!(김인순: 189)

 

대학생들이 술집에 발을 끊고 그들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말든, 세상이 썩어 몰락을 기다리든 말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이영임: 161)

 

대학생들이 술집을 멀리하건, 얼굴에 문신을 하건, 세상이 썩어 비틀어져 멸망을 기다리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박종대: 204)

 

대학생들이 그들의 술집을 멀리하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계가 썩어 그 몰락을 기다리고 있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전영애: 185)

 

대학생들이 술집을 멀리하든, 그들이 얼굴에 문신을 새기든, 세상이 썩어서 몰락을 기다리든, 그딴 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김재혁: 192)

 

 

 

 

보완: 2017. 6. 5.

 

 

 

다음 문장, abhalten = 막다, 저지하다

 

Da kreuzten sich ihre Blicke mit denen Gregors an der Wand. Wohl nur infolge der Gegenwart der Mutter behielt sie ihre Fassung, beugte ihr Gesicht zur Mutter, um diese vom Herumschauen abzuhalten, [...]

 

-Franz Kafka, Die Verwandlung

 

그때 그녀의 시선이 벽에 붙어 있는 그레고르의 시선과 엇갈렸다. 아마도 오로지 어머니가 거기 있어 누이는 평정을 유지하는 듯, 어머니가 둘러보지 않게끔 자기 얼굴을 어머니쪽으로 돌리더니(전영애:1984[1998], 113[50])

 

추기: 201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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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데미안(세계문학전집 44),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0(257).

 

마침내 나는 베아트리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뭇잎 몇 개는 완전히 실패하여 버려버렸다. 때때로 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소녀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잘되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소녀를 그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얼굴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환상에 따라, 시작만 해놓고는 붓 가는 대로, 물감과 붓에서 저절로 나오는 선에 따라 그렸다. 거기서 나온 것은 꿈꾸었던 얼굴이었다. 별로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즉시 시도를 계속했다. 새로운 종이 한 장 한 장이 그 무엇인가를 더 분명하게 말했다. 비록 결코 실물에 가깝지는 않아도 그 유형에는 가까워져 갔다.”(109-110)

 

마침내 나는 베아트리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종이 몇 완전히 실패하여 버려버렸다. 때때로 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소녀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잘되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소녀를 그리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얼굴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환상에 따라, 시작만 해놓고는 붓 가는 대로, 물감과 붓에서 저절로 나오는 선에 따라 그렸다. 거기서 나온 것은 꿈꾸었던 얼굴이었다. 별로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즉시 시도를 계속했다. 새로운 종이 한 장 한 장이 그 무엇인가를 더 분명하게 말했다. 비록 결코 실물에 가깝지는 않아도 그 유형에는 가까워져 갔다.”

 

독일어 원문: Schließlich aber begann ich, Beatrice zu malen.

Einige Blätter mißglückten ganz und wurden weggetan. Je mehr ich mir das Gesicht des Mädchens vorzustellen suchte, das ich je und je auf der Straße antraf, desto weniger wollte es gehen. Schließlich tat ich darauf Verzicht und begann einfach ein Gesicht zu malen, der Phantasie und den Führungen folgend, die sich aus dem Begonnenen, aus Farbe und Pinsel von selber ergaben. Es war ein geträumtes Gesicht, das dabei herauskam, und ich war nicht unzufrieden damit. Doch setzte ich den Versuch sogleich fort, und jedes neue Blatt sprach etwas deutlicher, kam dem Typ näher, wenn auch keineswegs der Wirklichkeit.

 

Einige Blätter mißglücken = 종이 몇 장을 망치다.

 

여기서 Blatt/Blätter나뭇잎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종이’.

 

다음을 참고할 것:

 

종이에 문장의 새를 그리기 시작했다.(119)

 

Ich ging nun daran, ein neues Blatt zu malen, den Wappenvogel.

 

새의 머리는 내 도화지 위에서 황금빛이었다.(119)

 

der Kopf des Vogels war auf meinem Blatte goldge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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