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전집 6), 이재룡 옮김, 민음사, 2013(37).

 

날씨 묘사

 

프라하 블타바 강의 섬, 그곳에 있는 사우나.

 

테레자는 걸어서 그 사우나에 간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원한을 품고 붙어 서서 발을 밟고 외투 단추를 떨어뜨리며 서로 욕설을 퍼붓는 전차가 싫었다.

날씨는 우중충했다. 사람들이 발길을 재촉하며 머리 위로 우산을 펴 들자, 갑자기 인도는 밀고 밀리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우산이 서로 부딪쳤던 것이다. 남자들은 정중해서 테레자 곁을 지날 때면 우산을 높이 치켜들어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조금도 비켜 주지 않았다.”(219)

 

사람들이 서로에게 원한을 품고 붙어 서서 발을 밟고 외투 단추를 떨어뜨리며 서로 욕설을 퍼붓는 전차가 싫었다.

이슬비가 내렸다. 사람들이 발길을 재촉하며 머리 위로 우산을 펴 들자, 갑자기 인도는 밀고 밀리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우산이 서로 부딪쳤던 것이다. 남자들은 정중해서 테레자 곁을 지날 때면 우산을 높이 치켜들어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조금도 비켜 주지 않았다.”

 

프랑스어 원문: Il bruinait.

 

참고할 것: “테레자는 일어나 샤워실로 갔다. 그리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 여전히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224)

 

프랑스어 원문: Il bruinait touj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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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향수,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2002(17).

 

이노셍 묘지와 납골당.

 

자정이 지나면 온갖 천민들이 모여드는 곳.

 

그르누이가 납골당에서 일어나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그런데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푸른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작은 병을 손에 들고 거기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병마개를 열었다. 누군가 거기에 서서 병마개를 여는 것,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첫 순간이었다. 그 남자는 작은 병의 내용물을 이리저리 흩뿌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갑자기 환한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아름다움이 퍼져 나갔다.”(377, 맞춤법 수정인용)

 

그르누이가 납골당에서 일어나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그런데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푸른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작은 병을 손에 들고 거기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병마개를 열었다. 누군가 거기에 서서 병마개를 여는 것, 그것이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첫 순간이었다. 그 남자는 작은 병의 내용물을 온전히 자기 몸에 흩뿌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갑자기 환한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아름다움이 퍼져 나갔다.”

 

독일어 원문: [...] Und dann habe er sich mit dem Inhalt dieses Fläschchens über und über besprenkelt [...]

 

병의 내용물을 그르누이가 자기 몸에 뿌렸다는 사실은, 텍스트 자체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

 

이노셍 묘지의 천민들이 그르누이에게 달려들어 그를 죽이고, 그의 몸을 찢어 먹게 되는 것은 바로, 그르누이가 이 향수를 자기 몸에 온전히(über und über) 끼얹었기(sich besprenkeln)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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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2부에는 몇 가지 법률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이 전문용어를 살려 번역하면 이렇다.

 

재판은 이미 월요일에 시작되었다. 재판의 첫 사흘은 변호인 측의 구제명령신청 작업에 소요되었다.”(122)

 

재판은 이미 월요일에 시작되었다. 재판의 첫 사흘은 변호인 측의 기피신청 작업에 소요되었다.”

 

독일어 원문:

 

Befangenheitsantrag = 기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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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향수,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2002(17).

 

향수 도제가 익혀야 하는 것들.

 

“[...] 빅토리아 제비꽃과 파르마 제비꽃을 구분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한 라틴 어도 알아야만 했다. 헬리오트로프는 언제 수확하고 펠라고니움은 언제 꽃이 피는지 알고 있어야 했으며, 재스민 꽃은 해가 떨어지면 향기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배우야만 했던 것이다. 펠레시에는 분명히 이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모를 것이다.”(87쪽, 부분삭제 인용)

 

“[...] 빅토리아 제비꽃과 파르마 제비꽃을 구분할 수도 있어야 했다. 또한 라틴 어도 알아야만 했다. 헬리오트로프는 언제 수확하고 펠라고니움은 언제 꽃이 피는지 알고 있어야 했으며, 재스민 꽃은 해가 뜨면 향기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배우야만 했던 것이다. 펠레시에는 분명히 이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모를 것이다.”

 

독일어 원문: Man mußte [...] unterscheiden können und ein Viktoriaveilchen von einem solchen aus Parma. Man mußte die lateinische Sprache beherrschen. Man mußte wissen, wann der Heliotrop zu ernten ist und wann das Pelargonium blüht und daß die Blüte des Jasmins mit aufgehender Sonne ihren Duft verliert. Von diesen Dingen hatte dieser Pelissier selbstredend keine Ahnung.

 

aufgehen = ‘오르다’, ‘뜨다

 

이를 ‘포기하다는 뜻의 aufgeben으로 읽은 듯.

 

그래서 해가 지는 것으로 번역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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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정체성, 이재룡 옮김, 민음사, 1998(12).

 

붉은 포도주 한 잔

 

샹탈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나는 당신을 스파이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신은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샹탈은 그 익명의 편지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려고 애쓴다.

 

샹탈은, 동네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신이 미루어 짐작하고 있던 그 젊은, 편지의 발신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빨간 공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빨간 공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82-83쪽, 부분삭제 인용)

 

책도 신문도 없이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앞에 붉은 포도주 한 잔을 놓고 샹탈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태의 표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그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 이상하게도 그는 붉은 포도주 한 앞에 무심하게 앉아 그녀는 보지 못한 듯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스어 원문: [...] son jeune correspondant y est assis, seul, sans livre, sans journal, il ne fait rien, il a devant lui un ballon de rouge et regarde dans le vide avec l'expression d'une heureuse paresse qui correspond à celle de Chantal. [...], mais curieusement, avec une divine indifférence, assis devant son ballon de rouge, il regarde dans le vide et semble ne pas la voir.

 

 

un ballon de rouge = 적포도주 한 잔

 

ballon을 가장 기본이 되는 뜻, ‘(놀이용) 으로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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