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는 길냥이 미미가 작가네 집에 들어와 새끼 일곱 마리를 낳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채 고양이와 함께 하게 된 작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풋풋하게 다가온다. 어미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남은 일곱 마리 중에서도 몇몇은 또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가지만 길냥이들에게 '열린' 급식소로서, 그리고 급양사로서의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2> 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직접 고양이들 하나하나의 모든 것을 챙겨주는 집사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고양이들이 바람처럼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마련해 준다. 숨길 좋아하고 혼자 다니고 싶어하는 고양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림 곳곳에 스며들어 흐뭇함을 안겨준다.
<고양이 키쿠>는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길냥이 입양기다. 사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짧은 꼬리 고양이 키쿠는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고양이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은 고양이를 입양하고서 고양이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얼마전 서재 이웃이신 물감님께서 키우시는 고양이 사진들과 함께 고양이 페이퍼를 제안하셨습니다. 때마침 다른 이웃분이신 키치님의 글을 읽고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2> <고양이 키쿠>를 구입했던 차라 책을 읽고 귀요미 이야기를 곁들여 봅니다...
귀요미가 처음 집에 온 것은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근무하시던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도중 길가에 벌렁 누워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셨다네요. 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생각하시고, 묻어 주려고 근처에 가자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선생님 차를 졸졸 따라오더랍니다. 덕분에 차에 태워 학교까지 출근하신 선생님. 원래 아내는 키우려 하지 않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고양이를 키우자는 연의의 주장에 새끼고양이는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귀요미가 되었네요.
처음 귀요미가 유치원에 온 날
귀요미의 첫 바깥 나들이. 애늙은이 같다.
처음 레슬링 놀이.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이사 후 처음으로 캣타워를 갖고 득의양양한 귀요미
뭘 먹으란 거냥! 먹을 것으로 장난하지 마라냥!!
뭘 찍냥
동물병원에 가서 귀요미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나니 생후 2개월된 암컷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미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해서인지 귀요미가 가족 모두와 가까워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야생의 눈빛을 한 '삵'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길냥이 시절의 모습을 찾기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집에 온지 이틀째. 침대가 생겼어요.
연탄 귀요미 선생은 일광욕 중...
지긋이 뭘 찍냥?
귀요미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네. 아마 세상에서 '간식'이라는 단어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고양일 겁니다. 츄르를 줄때마다 '귀요미, 간식?' 이 질문에 반응속도 0.001초로 대답하는 녀석. 가족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머리맡에 있다가 눈을 뜨면 쫓아다니며 조르는 녀석. 귀요미는 한국어 '간식'을 가장 잘 알아 듣는 고양이임이 분명합니다. 그 외에 집안에 있는 '그리마(일명 돈벌레)'를 참 잘 잡습니다. 새벽에 송충이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다리가 뜯겨진 처참한 사체가....
빤히 쳐다보기
사실, 귀요미가 '그리마 킬러'가 된 것도 사연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다른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 온다던데, 귀요미 너는 뭘로 보답할래?' 라며 놀리듯 말했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때부터 돈벌레를 잡더군요. 생각보다 고양이들은 사람말을 참 잘 알아듣는 듯합니다.
아이와 함께 잘 자라던 귀요미를 작년에 이사하면서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른 페이퍼에서 자세히 썼기에 그 뒷 이야기를 붙여봅니다. 귀요미는 아주 잘 자랐습니다. 여전히 컴퓨터 작업할 때 무릎에 앉아 잠자기를 좋아하는 녀석, 이제는 제법 무겁기도 하지만, 어릴 때 제 어깨 위에서 놀던 때 기억을 떨치지 못해서인지 몸을 뻗어 날라올 때는 가끔 기겁하기도 합니다.
귀요미 구출 직후. 쳇! 모양 빠지는구만.
이제 귀요미 나이가 벌써 3살이네요. 고양이 수명이 평균 15년이니 귀요미는 사람으로 치자면 한창인 20대 아가씨가 되겠네요. 이렇게 시간이 가다가 머지않아 제 나이를 추월해서 먼저 할머니 고양이가 되겠지요. 갓난아기에서부터 딸로, 친구 나이로, 나중에는 먼저 늙어 할머니가 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요. 오래 계속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떠나보낸다 생각하면 매 순간이 참 소중해 집니다.
언니 연의와 함께
2019년. 집사 무릎 침대에서
집사 무릎 침대에서 2. 오늘 아침 페이퍼 작성 중....
이런 감정이 불멸(不滅)의 삶이 아닌 필멸(必滅)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다소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딸아이 연의와 함께 자라고 있는 귀요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많이 느낍니다. 굳이 그리마를 잡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보답하고 있음을 귀요미에게 전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합니다...
Ps. 연의 사진도 몇 년 전 사진인데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르네요. 아빠 머리에 느는 흰 머리만큼 세월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다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어릴 적 저의 경험처럼 연의에게도 그럴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