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구멍가게를 그릴 땐 오래되어 낡고 소소해서 볼품없어 보이는 가게가 지닌 은근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뚝심 있게 살아온 주인의 삶이 궁금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며 그 구멍가게들이 더 이상 대물림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부디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어르신이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었다.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 기록할 수 있다면, 내 그림 속에라도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_ 이미경,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p6


 예전 시골학교 관사 옆으로 나 있는 작은 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가는 후문이었다. 커다란 은행나무를 지나 약 30m 정도 걸어나가면 나오는 작은 가게.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시골가게 할머니는 항상 푸근하고 좋은 미소로 반겨주시곤 했었다. 초등학교 전교생의 수가 300명에 달할 때는 학교 준비물도, 간식도 이 곳에서 모두 해결했지만 이제는 전교생의 수가 그 때의 1/10 수준으로 떨어지고 준비물도 학교에서 제공하며, 인근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점차 가게보다는 떡이나 은행을 파는 것으로 운영하셨던 할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 부분을 모아 초등학교 장학금으로 전달해주셨던 그 어른의 모습을 뵌 지도 벌써 5년 전의 일이 되었다.







 물건은 많이 없지만, 가끔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작은 공간과 꽃으로 아름다웠던 시골가게는 동네 어른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시골학교를 떠나고 다시 도시로 들어오면서 시골가게와 같은 동네가게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반갑게도 손자와 함께 지내는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동네슈퍼를 볼 수 있었다. 작은 가게지만 편의점에는 없고, 대형마트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숨겨진 보물창고와 같은 곳. 이제  이 곳도 늘어가는 편의점의 파도와 코로나 19가 가져온 위기를 넘지 못하고 지난 주 문을 닫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즈음 알바를 시작해 수많은 일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마스크가 숨통을 막은 것처럼 힘들어했다. 일자리는 희박하거나 불안했고, 더럽거나 위험했다. 부유한 누군가는 마스크도 좋은 걸 쓰고 거리두기로 인해 자기만의 시공간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근배와 같은 도시 빈민에게 코로나 시대는 전시체제와 다름없었다. 생존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감염되고 나면 부상병처럼 후송되어 재기가 불가능한 꼴이 되었다. _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p236/370


 이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동네슈퍼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연결이 점차 끊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을 보고 거래를 하고, 안부를 묻거나 세상 이야기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1+1'과 같은 다양항 혜택과 첨단 유행하는 상품이 갖춰졌고, 자주 바뀌는 점원과 인간관계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편의점이 시골가게나 동네슈퍼를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_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p280/310


 이러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사랑방'과 같은 가게 분위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무인 편의점'이 등장해서 그나마 학생들이 편하게 일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빠른 변화가 다소 답답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의 노동과 그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가 아닐까...


 슈퍼마켓 부문에서도 온라인 주문과 배송이 인기를 얻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한창일 때 거의 모든 사람이 집에 있어야 하자 급격히 성장했다. 소비자 선호의 변화가 계속될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일단 고객이 문 앞까지 식료품이 배달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이 변화는 꽤 오래갈 것이다. 이는 슈퍼마켓 매장의 전반적인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매장 뒤편에서 이루어지는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고객이 쇼핑하는 통로 공간이나 제품 진열은 점차 축소될 것이다. 결국 배송이든 픽업이든 순식간에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창고 개념의 슈퍼마켓 매장이 출현하고, 이곳에는 고객이 키오스크나 모바일 기기로 주문하기 전에 진열된 제품을 볼 수 있는 작은 공간만 있을 것이다. _ 마틴 포드, <로봇의 지배>, p89/396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06-25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까운 광경이지요,ㅠㅠ

겨울호랑이 2023-06-25 22:10   좋아요 1 | URL
사람과 옛 추억이 변화의 흐름 속에 쓸려가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3-07-01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립네요. 저렁 아름다운 구멍가게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

겨울호랑이 2023-07-01 18:05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도 함께 했던 시대도 모두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확신할 수 없는 꿈, 아니 거의 불가능하리라는 막연한 예감 때문에 들뜨고 미치는지 모른다. 사실  희망이나  기대같은 것도 그게 무엇을 향한 것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상태라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독립되리라는  희망, 더더구나 좋은 세월이 와서 볏섬을 그득그득 쌓아놓고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것이 아니다. 현재가 견디기 어려우니 희망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생존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가난한 자여, 핍박받고 버림받은 자여, 희망은 그대들의 것이며 신도 그대들을 위해 있다니, 희망의 무지개는  저 하늘과 하늘 사이에 걸리는 것, 그것은 미래인 것이다. (p133/853)

《토지13》에는 절망 끝자락에서 희망을 쥐어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든 이가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습니다. 연초를 맞아 가족과 함께 한 여행에서 본 깊은 밤 빛의 아름다움은 ‘절망 속의 희망‘이 아닌 ‘기대 위의 놀라움‘ 이었습니다. 새해가 조금 지났지만, 올 한 해 우리 모두의 희망이 이같기를 소망해 봅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장정 2022-01-04 08:2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토지 21권 분량이 많아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면 책을 놓을수 없죠. ˝생존을 포기할수 없으니 희망을 포기할수 없다˝ 오늘의 경구네요. 어느 토지인지 아름답습니다. 다만, 나무도 밤엔 잠을 자야 하는데 ㅎㅎ

겨울호랑이 2022-01-04 13:49   좋아요 8 | URL
대장정님 말씀을 듣고 보니 나무의 야근은 미처 생각 못 했네요... 아름다움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수고가 있었음을 대장정님의 글로 배워갑니다 ^^:)

오거서 2022-01-04 12: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새해 메시지가 감동적입니다. ^^

겨울호랑이 2022-01-04 13:23   좋아요 4 | URL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멋진 2022년 첫 주 되세요!^^:)

거리의화가 2022-01-04 14: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합니다.
좋은 메시지 주셔서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22-01-04 14:31   좋아요 4 | URL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행운보다 소소한 행복이 주변에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저 또한 소망합니다^^:)

바람돌이 2022-01-04 16: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겨울호랑이님은 새해 인사도 멋지게 하시는군요
기대 위의 놀라운이라 이런 멋진 표현은 잘 기억하고 있다가 꼭 써먹어야죠. ㅎㅎ

겨울호랑이 2022-01-04 22: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해에 멋진 곳을 간 덕을 봤습니다. 바람돌이님 평안한 밤 되세요! ^^:)

mini74 2022-01-04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대 위의 놀라움과 나무의 야근. 넘 멋지네요.

겨울호랑이 2022-01-04 22:24   좋아요 1 | URL
미니님께서 멋지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1-04 1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문장은 피를 토하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해요.

겨울호랑이 2022-01-04 22:28   좋아요 2 | URL
《토지》에 담겨 있는 시대의 아픔이 너무도 절절하기에 작품에 불멸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생각을 저 역시 하게 됩니다...
 

  양명학에 대한 위당 이해의 특징은 <발본색원론>을 해설한 데서 잘 드러난다. 위당은 <발본색원론>에서 쟁탈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바로 '간격(間隔)'과 '감통(感通)'이다. 천고 사태의 변화를 간단히 개괄해서 말하면 '감통'에서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간격'에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양명은 <발본색원론>에서 쟁탈의 원인을 '자사(自私)'와 '물욕(物慾)'에서 찾는다. '자사'는 스스로를 사적 존재로 인식하는 사적 자아의식이며, '물욕'은 외부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다. 양명은 '자사;로 말미암아 너와 나 사이에 거리가 생기고, '물욕'으로 인해 너와 나 사이가 가로막힌다고 본다. '자사'와 '물욕'으로 인해 너와 나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 이로부터 대립과 갈등 및 투쟁이 발생한다... 쟁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와 '물욕'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면 본심 양지가 본래 지니고 있는 감통 기능이 발휘된다. 양명은 본심 양지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여기는 감통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본다. 이 양지의 감통 기능을 발휘하면 만인이 자기 재능을 실현하고 서로 화락(和樂)하게 지내는 대동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 '감통'과 '간격'은 위당이 인간 사회의 쟁탈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 제시한 두 개의 핵심어다. _ 정인보, <양명학연론>, p29 해제 中


 2021년도 이제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독서의 여정에 마침이 있을 수 없겠지만, 도중에 이정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업이라 여겨지네요. 2021년 한 해를 돌아보며 서재 이웃분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보여주셔서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책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참 많은 것을 배웠던 한 해 였습니다. 


 

올 한 해를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 1893~1950)의 <양명학연론 陽明學演論>으로 마무리를 지어 봅니다. 쟁탈을 해결하기 위한 '자사'와 '물욕'의 근원적 제거와 양지의 회복. 시대상황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위당의 글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감통'과 '간격'을 통한 대동사회로의 지향은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의 두 저작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 분업(分業)을 강조한 스미스의 생각은 자본(資本) 중심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본(人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내년에는 여러 면에서 큰 변화가 있겠지만, 외부에서 '감통'과 '감응'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이들을 꺼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인간 문화는, 이를 하나의 전체로 볼 때 인간의 점차적 자기 해방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언어, 예술, 종교, 과학은 이 과정의 다양한 국면이다. 이것들 모두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힘을 발견하고 증명한다. 그것은 인간이 그 자신의 세계, 하나의 '이상적' 세계를 건설하는 힘이다. _ 카시러, <인간이란 무엇인가> , p390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에게 더 많은 독서와 성찰이 필요하겠지요. 새해에도 이웃분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 되길 희망하며, 이웃분들 모두 원하시는 바 많이 거두시는 2022년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12-30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글 덕분에 많이 배운 한해였습니다. 좀 어렵긴 하지만요. 뭐 제 공부가 미천하여서요. ㅎㅎ
겨울호랑이님도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0:04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깊이 있는 생각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이 실력자인데, 얉은 생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니 참 제 갈 길이 먼 듯합니다. ㅜㅜ 내년에는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바람돌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책읽는나무 2021-12-30 23: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의도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0:05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연의도 벌써 4학년이 된 것을 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감을 느낍니다. 책읽는나무님께서도 건강한 한 해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cott 2021-12-31 0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2021년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딱 👆루만 지나면
드디어 🐯
겨울호랑이 님의 😄해

겨울호랑이 2021-12-31 00:08   좋아요 4 | URL
제가 듣기로는 자신의 띠 해가 기운이 충돌하는 때라 별로 좋지 않다고 하네요... 내년 한 해 호랑이 두 마리가 충돌하지 않고 무탈하게 보내는 한 해가 되길 개인적으로 바라 봅니다. 항상 좋은 소식과 축하해주시는 알라딘의 전령사 scott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햇살과함께 2021-12-31 0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희 둘째가 백호라서 더 반갑네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8:00   좋아요 3 | URL
독서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몸소 실천하시는 햇살과함께님으로부터 깊이 배운 한 해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프레이야 2021-12-31 0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알찬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7:57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라파엘 2021-12-31 0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21-12-31 08:02   좋아요 3 | URL
라파엘님 감사합니다. 라파엘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세요! ^^:)

오거서 2021-12-31 0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새해에도 여전히 건강하셔야 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12-31 08:01   좋아요 3 | URL
올 해 서재에서 가장 반가운 일 중 하나는 오거서님의 귀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거서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mini74 2021-12-31 00: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 한해 겨울호랑이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가족분들 귀여운 연의 예쁜 냥이와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21-12-31 08:03   좋아요 3 | URL
서재활동 뿐 아니라 북튜버로서 2021년이 미니님께는 의미있는 한 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넬로페 2021-12-31 00: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언제나 깊고 풍성한 겨울호랑이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8:07   좋아요 4 | URL
많은 글을 올리시지는 않지만, 페넬로페님께서 올리시는 글을 읽으면 잘 정리정돈 된 한 상 차림을 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ookholic 2021-12-31 07: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올해도 범접할 수 없는 깊이있는 글들 고마웠습니다.^^ 남은 2021년 마지막 하루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08:09   좋아요 3 | URL
boolholic님의 자녀분에 대한 꾸준한 사랑과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제가 서재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한결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새해에도 bookholic님과 함께 서재활동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1-12-31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항상 감동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1-12-31 12:02   좋아요 2 | URL
부족한 글에 항상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북다이제스터 2021-12-31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
정말 한 해 마지막 날입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12-31 14:56   좋아요 2 | URL
항상 꾸준하게 서재를 지켜주고 계신 북다이제스터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자극을 받아 더 많이 알아갑니다. 덕분에 2021년에도 서재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저 역시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 데이비드 흄과 노동가치론은 정리한다고 해놓고 내년으로 과제이월하게 되었네요ㅜㅜ

북다이제스터 2021-12-31 14:59   좋아요 2 | URL
내년 제 BTS인 데이비드 흄에 대한 좋은 평가와 글 부탁드립니다. ㅋㅋ

겨울호랑이 2021-12-31 15:05   좋아요 2 | URL
제가 감히 흄의 사상을 평가할 수준은 못되고, 다만 잘 정리해 보겠습니다. 내년에도 읽을 책이 참 많네요^^:)
 

 

 저는 크리스마스 철은, 그 이름을 준 그분에 대한 당연한 존경심과 상관없이도, 그게 상관없을 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늘 좋은 절기라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친절, 용서, 나눔, 즐거움의 절기이고, 1년 긴 시간 중에서 남녀 모두 꽉꽉 닫힌 마음들을 자유롭게 열어놓겠다고 합의하는 때이고,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도 자기랑 똑같이 무덤을 향해 가고 있는 여행 동반자로 생각하지, 무슨 별개의 여행을 따로 하는 별종들로 생각하지 않는 절기니까요. _ 찰스 디킨스,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 , p157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크리스마스 캐롤 A Christmas Carol>에서 참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매년 읽을 때마다 갖게 된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책이 되었다면, 이 책은 디킨스에게 '빈민의 대변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도 의미있는 책이었을 것이다. 

 

디킨스의 관심사는 당시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잇었으므로, 사회적 격분을 터뜨려서 디킨스가 금전적으로 손해본 것은 없었다. 디킨스가 영국식 크리스마스를 고안했다는 건 과장이지만, <크리스마스 캐롤>(1843)의 엄청난 성공으로 디킨스는 점잖은 빈민들의 대중적인 대변인이 되었다. _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2> , p189/505


 세계적인 명절인 동지(冬至)에서 유래한 크리스마스가 오늘날에는 마케팅과 결합되어 오늘날 의미가 다소 변질된 부분이 있지만, 크리스마스를 통해 문학, 음악 등 여러 예술이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출판물과 공연물이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되었을 것이고, 대중들에게는 한 해를 예술과 함께 정리할 기회가 되었을 테니까.


  19세기 초에는 생산이 아직 산업화되지 않았고, 소비모형은 여전히 귀족적이었다. 본격적인 부르주아 소비주의는 아직 자신의 에토스를 찾지 못했다. 19세기가 흘러가면서 몇몇 선진국에는 축하카드, 크리스마스의 상업화, 윈도쇼핑, 광고 같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소비사회의 측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800년에는 부모 가운데 자녀에게 장난감을 사준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1900년에는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_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1> , p41/524


 부유한 계급들에서는 생일, 영명축일, 첫 영성체, 크리스마스, 학교의 상품 수여 같은 어린이를 위한 축하행사가 발달하면서 책처럼 도덕적으로 유익한 선물을 줄 기회가 많아졌다. 더욱이 책은 확실한 사치품이었으므로 두 배로 의미가 있었다. _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2> , p226/505 


 산타 클로스 역시 코카콜라 마케팅 활동의 결과물임을 알고 나면, 다소 씁쓸함이 생기기도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생각하면 자본주의 마케팅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면서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주기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산타 할아버지가 돌아다닐 시간에 뒤늦게 이웃분들께 크리스마스 인사 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PS. 개인적으로는 전혀 뜻밖의 '박근혜 사면'이라는 크리스마스를 받고 다소 놀라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사면의 배경과 파장 등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1449년에 명나라 정통제(正統帝)가 오이라트의 에센에게 사로잡힌 토목의 변(土木之變)과 1457년 풀려난 정통제가 이복동생인 경태제(景泰帝)를 폐위시킨 탈문의 변(奪門之變)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유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영락제(明成祖 永樂帝, 1360~1424) 이후 세 번째 황제인 주기진 朱祁鎭(정통제)은 영락제의 증손자로 1435년 8세의 나이로 황제가 되었다... 몽골 세력의 재규합에 성공한 에센(몽골의 오이라트족의 수장)은 세 방면에서 북중국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주기진은 이복형제 성왕 郕王 주기옥 朱祁鈺을 북경에 남겨놓은 채 '명의 가장 치명적인 군사적 실패'라고 불리는 원정을 감행했다. 몇 주일이 지나면서 사태는 악화되었다. 내부 장성과 외부 장성 사이의 역참인 토목 土木 부근에서 황제의 수행원들이 에센에게 사로잡히고 황제가 황급히 수도로 되돌아가야 할 상황이 전개될 때까지 명의 군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에센과 협상을 거부했던 명의 군대는 모두 몰살당했고 모든 장군의 시체가 완전히 소각되기에 이르렀다. 1449년 9월 3일 정통제는 포로로 붙잡혔다... 정통제가 사로잡힌 지 20일 만에 주기옥이 경태제로 황위에 오르는 대신 정통제의 갓난아기를 황태자로 세웠다. 1449년은 정통 14년으로 기록되었지만, 1450년은 경태 원년 景泰 元年이 되었다. _ 티모시 브룩, <하버드 중국사 원, 명 : 곤경에 빠진 제국> , p190


 경태제가 등극하자 인질로 잡힌 주기진의 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이듬해 힘이 약해진 명이 국경 무역을 재개하기로 약속하자 에센은 쓸모 없어진 인질을 되돌려주었다. 경태제는 주기진이 제위를 확실히 단념한다고 선언할 때까지 그의 북경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p192)... 1456년에서 145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경태제는 심한 병에 결려 조회 朝會마저 불참했다. 고위급 문/무 관원들이 연합하여 이 사태를 직접 해결하기로 하고 가택 연금 상태에 있던 주기원을 풀어내어 다시 황제로 옹립했다. 다시 황위에 오른 주기원은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뜻으로 천순 天順을 새 연호로 선포했다._ 티모시 브룩, <하버드 중국사 원, 명 : 곤경에 빠진 제국> , p193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하라 2021-12-25 0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근혜 전대통령의 투병 언급이 뉴스화 되자마자 바로 특별사면 소식이 들려 문대통령과 민주당 그간 논조와는 달라 의아했습니다. 70세의 노년여성이 외로이 투병하며 투옥되어 있는게 선거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판단이었겠지만 신속히 진행되어 놀랐습니다. 어찌되었든 성탄의 의의가 반영된듯 싶네요.

겨울호랑이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즐거움과 평온함이 함께하는 성탄연휴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12-25 00:37   좋아요 4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주말 내내 한파라네요... 따뜻한 성탄과 주말 보내세요! ^^:)

라파엘 2021-12-25 0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기쁘고 행복한 성탄절 되시길 기도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12-25 07:4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라파엘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저 또한 기도하겠습니다.^^:)

서니데이 2021-12-25 0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가족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12-25 07:4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항상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보내세요! ^^:)

희선 2021-12-25 0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이나 산타 다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모두가 그날만은 평화롭게 즐겁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듯합니다 그러지 못하는 곳도 있겠지만...

겨울호랑이 님 성탄절 식구들과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겨울호랑이 2021-12-25 07:49   좋아요 2 | URL
제1차 세계대전에서도 어느 전선에서 독일군과 영국군 사이에 차도 나누고 축구를 했던 일이 있었다지요... 이런 마음들이 모여 세상이 좀 더 밝아지길 기원해 봅니다. 희선님께서도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갱지 2021-12-25 0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리크리스마스:-)!

겨울호랑이 2021-12-25 07:49   좋아요 2 | URL
갱지님께서도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

거리의화가 2021-12-25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중국사는 저도 찜해놓고 있는 책 리스트 중 하나예요. 즐거운 연휴 되시길! 메리크리스마스^^

겨울호랑이 2021-12-25 08: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님께서도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고, 내년에는 하버드 중국사와 함께 하는 멋진 독서계획 세우시길 바랍니다! ^^:)

mini74 2021-12-25 0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캐롤 ~ 어릴 적 크리스마스 아침날이면 하던, 지금은 해리포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1-12-25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예전에 겨울이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벌써 20년 전이 되었습니다만... 유난히 추운 크리스마스네요. 미니님께서도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는 길냥이 미미가 작가네 집에 들어와 새끼 일곱 마리를 낳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처 준비되지 못한 채 고양이와 함께 하게 된 작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풋풋하게 다가온다. 어미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남은 일곱 마리 중에서도 몇몇은 또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가지만 길냥이들에게 '열린' 급식소로서, 그리고 급양사로서의 소소한 일상이 이어지는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2> 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직접 고양이들 하나하나의 모든 것을 챙겨주는 집사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고양이들이 바람처럼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마련해 준다. 숨길 좋아하고 혼자 다니고 싶어하는 고양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림 곳곳에 스며들어 흐뭇함을 안겨준다.

 

 <고양이 키쿠>는 늙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길냥이 입양기다. 사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짧은 꼬리 고양이 키쿠는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고양이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은 고양이를 입양하고서 고양이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얼마전 서재 이웃이신 물감님께서 키우시는 고양이 사진들과 함께 고양이 페이퍼를 제안하셨습니다. 때마침 다른 이웃분이신 키치님의 글을 읽고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2> <고양이 키쿠>를 구입했던 차라 책을 읽고 귀요미 이야기를 곁들여 봅니다...


 귀요미가 처음 집에 온 것은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근무하시던 선생님께서 출근하시던 도중 길가에 벌렁 누워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셨다네요. 차에 치어 죽은 것으로 생각하시고, 묻어 주려고 근처에 가자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선생님 차를 졸졸 따라오더랍니다. 덕분에 차에 태워 학교까지 출근하신 선생님. 원래 아내는 키우려 하지 않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고양이를 키우자는 연의의 주장에 새끼고양이는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귀요미가 되었네요.

처음 귀요미가 유치원에 온 날


귀요미의 첫 바깥 나들이. 애늙은이 같다.


처음 레슬링 놀이.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인다.


이사 후 처음으로 캣타워를 갖고 득의양양한 귀요미


뭘 먹으란 거냥! 먹을 것으로 장난하지 마라냥!!


뭘 찍냥 


 동물병원에 가서 귀요미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나니 생후 2개월된 암컷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미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해서인지 귀요미가 가족 모두와 가까워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야생의 눈빛을 한 '삵'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길냥이 시절의 모습을 찾기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집에 온지 이틀째. 침대가 생겼어요.


연탄 귀요미 선생은 일광욕 중... 


지긋이 뭘 찍냥?


 귀요미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네. 아마 세상에서 '간식'이라는 단어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고양일 겁니다. 츄르를 줄때마다 '귀요미, 간식?' 이 질문에 반응속도 0.001초로 대답하는 녀석. 가족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머리맡에 있다가 눈을 뜨면 쫓아다니며 조르는 녀석. 귀요미는 한국어 '간식'을 가장 잘 알아 듣는 고양이임이 분명합니다. 그 외에 집안에 있는 '그리마(일명 돈벌레)'를 참 잘 잡습니다. 새벽에 송충이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다리가 뜯겨진 처참한 사체가.... 


빤히 쳐다보기


 사실, 귀요미가 '그리마 킬러'가 된 것도 사연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다른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 온다던데, 귀요미 너는 뭘로 보답할래?' 라며 놀리듯 말했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때부터 돈벌레를 잡더군요. 생각보다 고양이들은 사람말을 참 잘 알아듣는 듯합니다.


 아이와 함께 잘 자라던 귀요미를 작년에 이사하면서 잃어버릴 뻔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른 페이퍼에서 자세히 썼기에 그 뒷 이야기를 붙여봅니다. 귀요미는  아주 잘 자랐습니다. 여전히 컴퓨터 작업할 때 무릎에 앉아 잠자기를 좋아하는 녀석, 이제는 제법 무겁기도 하지만, 어릴 때 제 어깨 위에서 놀던 때 기억을 떨치지 못해서인지 몸을 뻗어 날라올 때는 가끔 기겁하기도 합니다.


귀요미 구출 직후. 쳇! 모양 빠지는구만.



 이제 귀요미 나이가 벌써 3살이네요. 고양이 수명이 평균 15년이니 귀요미는 사람으로 치자면 한창인 20대 아가씨가 되겠네요. 이렇게 시간이 가다가 머지않아 제 나이를 추월해서 먼저 할머니 고양이가 되겠지요. 갓난아기에서부터 딸로, 친구 나이로, 나중에는 먼저 늙어 할머니가 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요. 오래 계속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떠나보낸다 생각하면 매 순간이 참 소중해 집니다.





언니 연의와 함께


2019년. 집사 무릎 침대에서 


집사 무릎 침대에서 2. 오늘 아침 페이퍼 작성 중.... 


 이런 감정이 불멸(不滅)의 삶이 아닌 필멸(必滅)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다소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딸아이 연의와 함께 자라고 있는 귀요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많이 느낍니다. 굳이 그리마를 잡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보답하고 있음을 귀요미에게 전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합니다... 


Ps. 연의 사진도 몇 년 전 사진인데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르네요. 아빠 머리에 느는 흰 머리만큼 세월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다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어릴 적 저의 경험처럼 연의에게도 그럴테지요...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08-29 10: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예뻐라. 사랑 듬뿍 받는게 느껴집니다. 모자 쓴 연의언니도 무지 귀여워요 ~고양이관련 책들은 그냥 다 좋은거 같아요. ㅎㅎ그리마. ㅎㅎ그래도 고양이가 낫네요 저희 집 개는 벌레만 보면 발벌 떨어요 ㅠㅠ 잡아달라며 ㅎㅎ고양이키쿠 재미있겠어요. 저는 고양이와 할아버지란 만화책 좋아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08-29 11:18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어릴 적에 강아지와 함께 자랐는데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든든함은 강아지만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귀요미는 언제나 (간식 먹고 싶을 때만) 함께 하지요... mini님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

scott 2021-08-29 11:1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연의 너무너무 사랑스럽게 크고 있네요
제가 키웠던 냥이는 무려 19년을 살다 갔는데
마지막 전날까지 동네 황제로 살다 갔어요(14살 무렵부터 치아가 빠져서 송곳니 두개만 남음)

귀요미 벌레 잡을 정도면 집중력이 뛰어 난것 같습니다.ㅎㅎ
귀요미 연이랑 오래 오래 행복하게 ~*

겨울호랑이 2021-08-29 11:33   좋아요 5 | URL
아 그렇군요. scott님 냥이는 장수냥이었네요. 오래 잘 산 것을 보면 scott님과 함께 한 날이 분명 행복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귀요미가 먹을 거에는 참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지요... 그러고 보니 연의도...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8-29 11: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귀요미가 벌써 세 살이나 됐군요. 아깽이 시절부터 하나씩 사진 보니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1-08-29 11:34   좋아요 6 | URL
네 저도 이번에 페이퍼 올리면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참 많이 컸구나 싶었습니다. 잠자냥님 감사합니다^^:)

물감 2021-08-29 11: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끄악 귀요미 너무 이뻐요... 페이퍼 감사드립니다^^ 자세히보니 저희집 둘째처럼 콧가에 카레묻은 비주얼인데요?ㅎㅎㅎ사진만 봐서는 얌전한 쪽 같아보이는데 어떤 성격인지 궁금해요😀

겨울호랑이 2021-08-29 11:35   좋아요 8 | URL
물감님 덕분에 성장하는 귀요미의 모습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평소에는 얌전한데, 츄르 앞에서는.... 투사가 되버립니다. 줄 때까지 울부짖기 등등.... ㅜㅜ

페넬로페 2021-08-29 12: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귀요미의 모습입니다. 20대 아가씨답게 초롱초롱하고 발랄한 모습도요^^
자라나는 연의에게도 좋은 관계가 될것 같아요~~간식에 빠른 반응을 보이는것도 사랑스러워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연의에게 좋은 동생이지만, 간식에 촉각을 세우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귀요미 매력이기도 합니다만. ^^:)

막시무스 2021-08-29 12: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구출작전 페이퍼 본게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그간 많이 크기도하고 더 귀욤귀욤 해진것 같네요!ㅎ 즐건 주말되십시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2   좋아요 3 | URL
그게 작년 11월이니 벌써 10개월 정도 되네요. 참 시간이 빠릅니다. 그 사이 살도 제법 오르고 밝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막시무스님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파이버 2021-08-29 12: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진짜 털이 너무 곱고 예쁩니다ㅎㅎ 가르쳐 주지 않은 돈벌레를 잡는걸 보면 정말 천재냥일지두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4   좋아요 3 | URL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귀요미가 천재냥까지는 못 되도, 호기심 많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노력하면 천재냥도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

얄라알라 2021-08-29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그저 물끄러미 계속 보게 됩니다. 감동을 뭐라 말해야하나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17   좋아요 3 | URL
예전에 함께 술래잡기도 하고, 동네 탐험을 다니던 친구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어린 시기에 언제나 함께 하던 친구가 있어 행복했던 기억이 나서 올렸습니다. 북사랑님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1-08-29 17: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처음 귀요미 데려오셨을 때 쓰신 글 본 기억이 나요! 마르고 꼬질했던 아가길냥이가 좋은 집사 만나서 살이 오르고 편안해지는 거 보면 참 좋더라구요. 귀요미도 좋은 묘연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네요. 넘나 사랑스럽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8-29 22:2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께서 귀요미가 밝아진 것으로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항상 같이 있다보면 크게 변화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연의가 쑥쑥 자라듯, 귀요미도 길냥이에서 함께 하는 가족으로 잘 자라왔음을 사진과 이웃님들 글을 통해 느껴봅니다. 감사합니다! ^^:)

오후즈음 2021-08-29 22: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캣타워에 앉아있는 귀요미 너무 귀엽네요. 행운의 삼색이라니~ 저도 한마리 동거하고 있어서 고양이 나오는 책들은 늘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겨울호랑이 2021-08-29 22:23   좋아요 4 | URL
귀요미 성격인지 아니면 삼색이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애교도 많고 낯가림도 별로 없어 마치 강아지를 키우는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 면에서 행운의 삼색이라는 말이 맞는 듯해요. 오후즈음님께서도 키우신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가세요! ^^:)

물감 2021-08-29 23:22   좋아요 3 | URL
오후즈음님도 고양이 페이퍼 써주세요🙂🙂🙂

오후즈음 2021-08-29 23:39   좋아요 3 | URL
저도 고양이 페이퍼 준비해보겠습니다. ㅋㅋ

붕붕툐툐 2021-08-29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겨울호랑이님도 집사님이셨군요! 작년에 북플 활동을 안했어서 귀요미 구출 사건을 못 읽었네요! 그나저나 아가 때가 더 예쁘기 마련인데, 귀요미는 크면서 더 예뻐지네요~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완전 귀족묘 같아요. 귀요미도 연이도 넘 사랑스럽지만, 오늘의 킬포는 맨 아래 동네 최고 미남이 강아지를 강렬한 눈빛으로 제압하는 사진인 거 같습니다!ㅋ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8-29 23:24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어릴 때 귀요미는 야생성이 강해서 나무도 잘 타고 동네 산책도 잘 다녔는데, 함께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아이가 되었네요. 저희 가족도 귀요미가 더 예뻐졌다고 생각하지만, 귀요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귀요미도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게 느꼈으면 합니다. 맨 아래 사진은 제가 4살 때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세 발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곳곳을 다닐 때 함께 했던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네요. 함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공쟝쟝 2021-08-31 2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안뇽?! 네가 소문의 그리마를 잡아오는 천재냥이로구나?? 오래오래 건강하게 자라렴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뽀송해지는 귀요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봄 볕을 닮은 고양이 예요!!

겨울호랑이 2021-09-01 0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 앞으로도 돈벌레 사냥꾼 귀요미와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라로 2021-09-02 1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지기님들이 자꾸 올려주시니 제 트라우마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귀요미 다시 돌아온 것을 알지만, 이후로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도 되고 보기 좋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느껴져요.^^

겨울호랑이 2021-09-02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귀요미가 라로님의 트라우마에 작은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귀요미를 잃어버린 시간이 있었지만, 그 기간을 통해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귀요미도 그렇게 느끼면 좋겟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라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