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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고 접어서 봉사가 되었겄소, 누가 되고 접어서 비부리 (벙어리)가 되었겄소. 보고 듣고, 복 많은 년놈들, 앞 못 본다고 속이묵고 뺏아묵고, 말 못한다고 속이 묵고 뺏아묵고, 세상이 그런 거라요. 심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옆어놓고 등짝 밟는 기이 예사,"(p17/594)
- P17

"경거망동, 그게 민족주의가 가진 취약점이다. 민족주의만 내세우면 어떤 범죄도 합리화하는, 나는 오늘날 식민지정책을 강행하는 나라에 대해 민족주의보다 국가주의, 그러니까 그건 제국주의지만 그들 스스로는 모두 민족주의자지."(p194/594) - P194

"만보산사건의 진상은 몰랐다 하더라도 그 곳에 있던 놈이면 그곳 실정쯤 파악하고 있어야지. 일본 기관에서 고의적으로 틀린 오보를 판단 없이 송고해? 의도적이 아니 었다 하더라도 「조선일보 」 는 어용지 「경성일보」와 함께 일본의 계락을 도운 셈이야. 함정에 빠진 거라 해도 좋고."(p195/594)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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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생명을 이루게 하는 것이요, 부부의 근원은 생명을 탄생하게 하고 그 생명을 이루게 함이니 미세한 벌레도 생명을 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곳에 알을 까고 초목도 열매를 맺기 위하여 꽃을 피우며 나비를 부를 뿐만 이니라 땅속의 진기를 숨가쁘게 빨아올려 열매를 이루게 함이니 만물의 생사는  더불어 있는 것, 더불어 있다 함은 정으로 엮어졌다. 정이 물(物)을 다스리고 정이 물로 향할 때 무에도 생명을 부여할 수 있으나 물이 정을 침범하고 다스리려  적에는 생명이 깨어져, 만물의 특성이 깨어지고 인성도 깨어지고 더불어있을 수도 없거니와 천지만물은 서로 떠나서 나도 없게 되고 천지만물도 없게 되는 것,  좁게 보고 좁게 생각지 마시오. (p508/762) - P508

우리가 말하는 한에는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요. 한이 된다, 한이 맺혔다, 할 때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빼앗겼든 당초 주어지지 않았는지  간에 결핍을 뜻하고, 한을 풀었다,  할 때는  채워  졌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해서 결핍은 존재할 수 없는  방향으로, 채워졌음은 존재하는 방향으로, 그렇다면  그것은 생명 자체에  관한 것이에요. 한은 생명과 더불어 왔다 할 수 있겠어요. 한의 근원은 생명에 있다 할 수도 있겠어요.(p572/762)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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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맞잡고 빈다. 서희는 외면을 해버린다. 차마 정시할 수 없다. 장 (唱)을 하겠다는 것도 물론 거짓이다. 기화는 치매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것. ‘ 다정다감했던 그 감성은 어디로 갔는가. 사무치게 깊었던 그 숱한 한은 어디로 갔는가. 너그럽게 이해하고 푼수를 알며 물러나 앉을 줄 알던 그 조신스러움은 어디 갔는가. 욕심 없고 거짓 없던 그 천성은, 아니연연하고 그 풍정이 사내들 마음을 사로잡던 기생 기화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그에게서는 양현을 향한 모성마저 없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들었나. 마약의 심연므로, 다정다감함이 유죄요, 다정다감함의 단죄인가.(377/560)
- P377

‘더 늙으면 추해진다.‘ 눈을 뜨고 노을이 타는 철창문을 또 바라본다. 생애를 통하여 철창문에 비치는 저 노을만큼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환이는 자신의 생애가 성인의 길이 아니었음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투쟁과 방랑과 애증과 원한의 가파로운 고개를 넘은, 평지가 오히려 발끝에 설었던 오십 평생은 마음과 몸이 피로 물들었던 것처럼 격렬했었다. 환이는 무엇 때문에 살고 죽는 것인지 그것을 생각한다.(200/560)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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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현에게는 소설을 쓴다는 것, 쓰는 행위 이상의 절실한 무엇과의 대결상태, 문학은 하나의 방패였었는지 모른다. 싸움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좋은가, 이래도 좋은가,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낫질도 도끼질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내부, 자신을 둘러싼 외부와의 대결은, 그러나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욕망과 갈등과 자포자기, 제약과 여건과 의무, 그 모든 것은 첩첩이 쌓인 가시덤불, 이동진의 아들이 일제하에서 어떻게 발붙일 것인가. 발붙일 곳도 없거니와 발을 붙여도 아니 된다. 그러면 어디로 가나 갈 곳이 없다.(71/572)
- P71

‘살찐 돼지보다 죽지 뿌러진 한 마리의 송학이 초라한 것은 당연한 일이거니 용이가 초라하게 뵈는것도 당연하고, 조선의 백성이 다 같이 초라해 뵈는 것도 당연한 일이로다. 살찐 돼지는 옹졸하고 볼품 없는 발톱에 편자를 끼우고 먹새 좋고 더러운 주둥이에 포문을 물리면은 현인신인들 아니될까. 하여 유구한 문화에다 기원 이천육백 년의 대일본제국은 욱일승천이라, 우러러보게 훌륭한 것은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로다.(252/572)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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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삼수. 그가 아무리 악독하다 한들 악의 생리를 몰랐다면 어리석었다 할밖에 없다.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악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을 해칠 함정을 파놓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궁극에 가서 악은 삼수가 지닌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왜냐, 말이란 정신적 욕망에서든 물질적 욕망에서든 간에 그릇된 정열이어서 우둔할밖에 없고 찢어발길 수 있는 허위의 의상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440/522)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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