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녹음 5시간. 파일6,7,8,9,10.
86-166쪽 완료



흥미로운 내용들이 이어지며, 연계하여 찾아볼 인물들.
정말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것들이 많다.
저자는 자료에 근거를 두고 가려진 사실과 진실을 쓰면서
정확하고 신랄한 시선과 함께 따스한 어조를 잃지 않는다.



전쟁과 추모
루퍼트 브룩 / 병사
존 매크래이 / 플랑드르 들판에서
윌프레드 오언 / 복되고 마땅한 일


에베레스트 등정
조지 핀치 1922
1953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1953년, 마침내 승리가 도래했다. 에베레스트 원정을 오직 참된 영국 신사의 몫으로만 두고자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던 아서 힝크스는 영국인이 아닌 뉴질랜드 출신 양봉업자이자 제국 변경 중의 변경 출신인 농부 에드먼드 힐러리와 대담한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원정이 대서특필되는 것을 살아서 보지 못했다. 역사를 쓸 각오만 된 것이 아니라 역사 자체를 뒤집을 운명이었던 노르가이는 신체 능력으로 이룩한 단번의 업적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정의를 바꿔놓았다. - P161

1차 세계대전은 끝난 지 한 세기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상에 한결같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전쟁이 무고한 수백만 생명에게 안긴 고통 때문만은 아니다.
윈스턴 처칠이 "피로 물든 폭력의 세기"라 부른 시기에는 한층 거대한 참상도 벌어졌다.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이 전쟁에서 싸운 남성들의 성격과 이들이 체현한 가치다. 자기 자신에게 골몰하는 문화에서는 너무나 보기 드물어서인지 우리가 오늘날까지도 우러르는 자질 말이다. 이들은 신중과 범절을 아는 사람들이었고 자기 일로 세계를 어지럽히기를 꺼리는 세대였다. 감정을 분석에 맡길 생각은 없었어도 남성성에 자신이 있었기에 남자 간의 사랑을 부끄러움 없이 이야기하고 동틀 무렵에 나비를 채집하고 오전 느지막이 수채화를 그리고 점심을 먹으며 키츠와 셸리를 논하고도 땅거미 질 때는 독일군 전선을 공격할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개인이었다. 우리가 다시는 볼 수 없을 부류의 남성이었다. 이들의 말과 행적은 하나의 증표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남성들이 우리의 조부 세대였다는 사실이리라.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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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7-0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여전히 낭독 봉사 열심히 하시네요. 이 책 최근작인데 벌써 낭독까지... 멋지세요. 오랫만에 인사드리니 더 반갑네요. 저도 요즘 드문드문했는데 프레이야님도 드문드문이었던거 맞죠? ^^

2024-07-08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9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7-09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한국말로 옮긴 책을 또 녹음하게 돼서 기쁘시겠습니다 내용도 좋은가 봅니다 프레이야 님 마지막까지 즐겁게 녹음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4-07-0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비탄이 든 권총을 든 13세 소년이었다. 경찰이 이들에게 접근해 소리쳤고, 놀라 달아나던 소년의 손에 든 총을 보고 권총을 쏘았다. 미얀마 소수민족, 그 엄마가 우는 얼굴 위로 뉴스 화면에 뜬 미얀마 소년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본 뉴스이고, 웨이드 데이비스가 첫 장 “이것이 미국이다”에서 자세히 다룬 일의 극히 일부분이다.


# 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Beneath the Surface of Things
지은이 Wade Davis. 옮긴이 박희원 / 아고라

오늘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녹음 시작
5시간 연이어 86쪽까지 파일5번까지 완료.
편집 상태 따라 책마다 다른데 이 책은
한 파일에 15쪽 정도가 담기는 걸로 보아 앞으로
16시간 정도 더 소요될 것이다.
상당히 매력적으로 읽힌다.

Franz Boas 1858-1942 미국 문화인류학자.

인류학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학문으로 사물의 표면 아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 양식과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의 비전이 실재한다는 바로 그 사실 앞에서, 우리가 이 지구에 거주하는 근본 양식을 반드시 바꿔야 함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는 우리 문화 내부의 말은 거짓이 된다. 인류학은 순혈주의의 해독제이자 혐오의 적이요, 선동가의 수사를 침묵시켜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미국인과 캐나다인 남성만으로 2016년에 구성된 극우 집단 - 옮긴이)와 도널드트럼프 같은 부류에 대항할 세계의 예방 주사가 되는, 이해와 관용과 공감의 백신이다.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듯 오래전 프랜츠 보애스가 벌인 투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류학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목소리는 입에서 나와야만 귀로 들어갈 수 있다.
100만 위구르인이 중국 수용소에 있고 페난족이 사는 사라의 숲이 황폐화되고 이누이트의 고향 땅이 그들의 터전 아래에서부터 녹아내리는 지금, 현대의 인류학자는 교조적인 불만학(젠더학, 퀴어학, 비판적 인종이론 등의 분야가 엄밀한 학술적접근보다는 정체성 정치 중심의 불만 토로에 집중한다고 보고 이를 비판하는 용어- 옮긴이)과 교차성 세미나, 대명사 사용을 비롯해 다양하게 표현되는 각성 문화의 정설만 탐닉하는 것을 넘어 반드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이 학문이 실제로 가장 무가치한 학부 전공이라는 비난을 듣고 싶지 않다면. - P72

생전에 보애스는 자신의 통찰과 직관이 새로운 전 지구적 문화의 시대정신을 규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연과학에서 확증되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나 80년이 흐른 뒤 인간 게놈 연구는 인류의 유전적 자질이 단일한 연속체가 맞음을 밝혀냈다. 인종은 실제로 허구다. 우리 모두는 같은 유전적 천에서 재단된, 공통 조상을 둔 자손들이다. 6만 5,000년 전 아프리카에서 걸어나와 4만 년에 걸쳐 2,500세대 만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세계 구석구석으로 인간의 정신을 실어나른 여정을 시작한 이들도 그 조상이다.
그러나 중요한 생각은 이것이다. 모두 같은 생명의 천에서 재단되었다면 우리가 명민한 정신과 다듬지 않은 천재성을 똑같이 공유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이 지적 잠재력이 기술 혁신으로 발휘되는지 아니면 신화에 내재한 기억의 복잡한 타래가 풀어지며 발휘되는지는 순전히 선택과 지향, 순응적 통찰과 문화적 강조의 문제다. 문화사에는 진보의 위계가 없으며 성공으로 가는 진화의 사다리도 없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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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ath the Surface of Things / Agora
저자 Wade Davis
역자 박희원

https://youtu.be/ZyjNgnFOmyU?si=mwNEPOJvshk24aiG

https://youtu.be/agZKV-eMaCM?si=O8UC3HXmwYxx9GAB

https://youtu.be/UgfXHy4pIDM?si=Qr9SN4irFIBbIBBf

인류가 처음으로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걷기 시작했고 차차 1만 곳이 넘는 부족 영토를 일궜다. 저마다 독립된 이 고향 땅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송라인(노래의 길)으로, 무지개뱀이 살던 시절에 노래를 불러 세상을 만들어낸 태곳적 선조들이 따라간 길이다. 오늘날 송라인의 자취를 밟으며 첫 여명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애버리지니는 드림타임(꿈의 시대)에 들어선다. 이는 꿈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도 아니다. 드림타임은 선조들의 영역 그 자체, 일반적인 시공간과 운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평행우주다.

신성에 관하여 319 - P319

송라인을 걷는 것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세계의 창조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라는 장소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아직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애버리지니는 단순히 땅에 부속된 수준을 넘어 땅의 존재에 없어서는 안 될 민족이다. 땅이 없으면 애버리지니는 죽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없으면 땅도 시든다. 의식이 멎고 목소리가 고요해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땅 위의 만물은 송라인으로 뭉쳐져 있고, 마찬가지로 만물은 한결같으면서도 끝없이 변하는 드리밍(꿈의 상태) 아래에 있다. 모든 지형지물은 기원의 기억과 맺어져 있으면서도 언제나 태어나는 중이다. 모든 동물과 물체는 아득한 옛날 일의 맥박과 공명하면서도 여전히 꿈꾸어져 탄생하고 있다. 대지는 현실의 모든 차원에서 지금까지 존재한 만물과 앞으로 존재할 만물로 암호화되어 있다. 세계는 완벽하고 완전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상상되며 새로워지고 있다. 이 대지를 걸으며 송라인을 기리는 것은 끊임없는 긍정 행위에, 끝없는 창조의 춤에 참여하는 것이다. - P320

이번 책의 방향은 좀 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또 각종 환상이 벗겨지면서, 캐나다인으로 태어났지만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저자의 "인류학의 렌즈"는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를 직접 향했다. 앞서 번역 출간된 전작들이 지금 지구에 함께 존재하는 다채로운 문화들을 펼쳐 보였다면 이번에는 오늘날 미국, 나아가 서구권 사회의 덮개를 들춰 역사를 되짚거나 비주류 견해를 검토하는 내용이 더해졌다.
내가 충격 요법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특정인물을 언급할 때가 아니면 대체로 과격한 서술을 경계하는 듯한 저자의 글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슴슴한가 싶어도 듣는 사람의 가슴속에 침전되어 있다가 나중에 떠오르는 어른들 말씀 같기도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거듭 말하는 인류학의 렌즈를 장착해보도록 독자를 이끌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 옮긴이 후기, 중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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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설날이 지나고, 서귀포로 훌쩍 날아갔다. 3월부터 조금 다른, 그렇다고 아주 다르다거나 아주 새로운 건 아닌, 길로 가기 위한 잠시의 숨고르기와 수혈 같은 것이었다. 그날 제주공항에선 빗방울이 좀 떨어지더니 금방 그쳤고, 운전해서 남쪽으로 달려오는 한 시간 동안 그곳에 빨리 닿고 싶은 마음을 속도 조절을 하며 달랬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도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다정이라는 말에 이끌렸다.

여름이었던가, 그해는 지금 생각해 보니 제법 오래전이었다. 서귀본향당으로 들어가는 좁다란 골목 안 중간쯤, 왼쪽으로 다정여인숙이라는 작은 팻말이 보였다. 그 골목쟁이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발길을 놓쳐 버렸다. 동행자가 이미 앞서가고 있었고 나만 옆으로 새기가 좀 그랬던 거 같다. 서귀본향당도 좋았지만 그 이후로 계속 놓치고 온 다정여인숙이 마음에 걸렸다.

이중섭거리는 그동안 많이 바뀌어 있다. 꽤 다른 풍경이다. 서귀포관광극장이라는 게 서 있고 그 옆으로 이중섭미술관 입구와 생가가 있다. 여러번 갔던 곳이라 이번에는 그곳은 가지 않기로 한다. 다정여인숙만 보고 싶다. 나는 돌담집을 끼고 좁다랗고 가파른 샛길로 내려왔는데 양쪽으로는 이중섭 그림이 벽에 그려져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빠져 나오니 이중섭거리에 닿았다. 곧바로 다정여인숙을 찾아왔다. 나무 팻말에 빨간색 글자로 적힌 다정여인숙 이라는 표식은 없어졌고 녹슨 파란 색 대문에 주소가 이정표로 적혀 있다. 전에는 없던 대문이다. 우편함에 서귀포마을신문이 철 지나도 한참 지나 주인도 찾지 못하고 끼어 있다.

반쯤 열려 있는 그 대문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낮은 집이 다정여인숙이다. 길찾기 내비게이션이 그렇게 가르쳐 준다. 주변을 아무리 왔다갔다해 봐도 여기가 맞다. 여인숙은 언제 문을 닫았을까. 삐거덕 문을 여는 순간, 아 그때 와 봤어야 하는데…
방 두 개에 왼쪽으로 욕실이다. 방은 작지 않고 기름하다. 허름한 뒷마당이랄 것도 없는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마음에 들어온다. 하지만 너무 놀라서 사진도 못 찍었다. 장판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고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벽지도 여기저기 뜯겼고 창문 틀에는 먼지가 자욱하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알지 못할 서늘함을 그대로 두고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맞은편 하얀 벽 앞에 대파와 동백나무가 서 있다. 하루키 소설 속 고야스 씨가 사라진 아내의 침대에서 발견한 대파, 그 맥거핀을 본 듯 피식 웃음이 난다. 잔물결 타고 띄엄띄엄 등장하는 유머! 다정하긴 참!
하얀 벽 안은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이었다.
서서히 어둑발 내리는 길을 걷다 제주약수터에서 마신 먹구름과 화수분. 먹구름은 다크비어의 묵직함이, 화수분은 상큼하고 맑은 가벼움이 좋았던 호젓한 저녁.

마지막 사진은 서귀포시 어느 골목에 앉은 에이햅 선장. ^^ 춤추는 빛. 대양 위의 잔물결. 한 겹 두 겹 겹치고 흐려지고 떠오르는 무엇과 그 너머에 있는 모두이자 하나.
————————-

최근 신간소개합니다.

<사물의 표면 아래>

성실한 번역가 박희원의 다섯번째 번역서.
눈부신 유월 같은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온다. 인류학자 웨이드 데이비스, 저자의 말을 보니 최근 생각에 깊이 빠지게 된, 중도에 대한 영적 통찰도 있어 더욱 관심이 간다. 역자후기도 반듯하다.


역자후기

인류학이 “이해와 관용과 공감의 백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은 특히 든든했다. 저자가 다룬 사안뿐 아니라 삶의 모든 면을 대할 때 늘 기억하고 싶은 말이다. 눈앞의 좁은 현실에 파묻혀 불이 하나둘 꺼져만 간다고 느낄 때,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 때 이런 관점 하나가 생각의 키를 다시 잡아줄 것이다. 한쪽으로 판단을 내리고 고민을 멈출 때의 아늑함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렇게 한 갈래 길만 남기면 그 길이 절망으로 향할 때 달리 택할 길이 없다는 사실도, 외면할지언정 마음 깊은 곳에선 모르지 않는다. 여러 갈래 길을 볼 수 있을 때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은 다시 여러 갈래 길로 나타난다는 것을 저자의 글과 만나며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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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06-13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표면 아래로 자꾸 사라져가는 단어들이 떠오르는 시절이 있습니다. 여인숙, 페이퍼에서 유독 눈에 박히는 단어네요.십여년 전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하던 시절, 거제도 어느 여인숙, 곰팡이가 슬어 너덜너덜한 어느 여인숙 벽지에 떠나간 영숙이를 원망하며 애달파하던 입대를 눈 앞에 둔 어느 청년의 글이 떠오르네요. 그 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024-06-14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4-06-1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거리에 저런 의자라니! 그나마 한쪽 다리가 없는 거 아닙니까?
그냥 사진이라기 보단 정물 같네요. ㅎ
소식이 없으셔서 잘 지내시는가 보다 했더니 서귀포에 계셨군요.

따님이 정말 부지런해요. 책도 예쁘고.^^

2024-06-14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6-28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에는 이중섭 거리도 있군요 미술관이 있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중섭은 자기 이름 거리가 있다는 걸 알면 어떨지... 저세상에서 그런 게 있단 말이야 할지도...

어느새 다섯번째 책이군요 역자 후기 멋지네요 유월 며칠 남지 않았고 장마철이네요 프레이야 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4-06-28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3.
73쪽에서 120쪽. 5,6,7파일 완료
한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돌았다.

지금 사회의 중심에는 분명 섹슈얼리티가 있다. 오늘날 서구에서 섹슈얼리티는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 생각된다.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하는지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의 일부이자 내 진실의 일부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Foucault가 『성의 역사History of Sexuality』에서 주장하듯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건 역사적·정치적 힘이 작동한 결과다. 나는 늘 이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성애 운동은 여러 면에서 섹슈얼리티가 정체성과 존재의 주춧돌이라는 생각에 반기를 들며 자라났다. 비록 무성애가 그 자체로 하나의 성적 정체성이 되었기는 하지만, 이건 그저 개인의 섹슈얼리티에 신경 쓰기를 거부하는 삶의 양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지향: 무성애 입문The Invisible Orientation: An Introduction to Asexuality』의 저자 줄리손드라 데커 Julie Sondra Decker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동력’만 없을 뿐 온전한 사람입니다. - P85

성격 결함이라는 중대한 요인을 두고 내 결정의 책임을 페미니즘에 묻는 건 솔직하지 않다. 동시에 내 선택이 성긍정 페미니즘의 특정 계통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순진하다. 내가 그런 방식으로 첫 성관계를 한 걸 후회하지않는다. 나한테 해가 되지 않았고 거의 생각도 안 나니까. 내가 치른 진짜 대가는 이 만남에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내가 무성애라는 주제를 그렇게 어색하게 느꼈다는 사실, 다수가 무성애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 연장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아는 탓에 나 자신의 방어적 태도를 쉬지 않고 관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종류의 성규범성에 따르는 위험은 젊은 여자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랑 첫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라(난 여기에는 신경 안 쓴다) 여자에게 들이미는 존재 방식의 규칙이 적어지기는커녕 더 많아진다는것이다. 내게 영향을 미친 건 하룻밤 잠자리가 아니라 애당초 하룻밤 잠자리로 나를 이끈 그 가정들이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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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2-15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0쪽 낭독.....와 얼마나 시간이 많이 들었을까요? 프레이야님 음성 진짜 듣고 싶어요^ ^

프레이야 2024-02-16 09:48   좋아요 2 | URL
얄라님 안녕하세요. 들으시면 ^^
소설 문장이 아니고 처음 만나는 용어랑 주석도 있어 발음 정확히 하려고 신경 썼네요. 한 파일에 한 시간 걸려요 ^^ 봄입니다.

2024-03-1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6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7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