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다 / 박희원 번역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소설 중 12개 작품집
오늘 출간되어 소식 전합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_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윌리엄 포크너), “현대 소설을 만든 인물”(존 스타인벡),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하고 섬세한 작가”(스콧 피츠제럴드),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이루어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 작가”(버지니아 울프)라고 불리는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 단편 12편.

셔우드 앤더슨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미국 문학, 특히 단편문학 기법을 확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적 스승으로서 그들의 작품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책 『나는 바보다』는 셔우드 앤더슨이 펴낸 세 권의 단편소설집 『달걀의 승리』, 『말과 인간』, 『숲속의 죽음과 다른 이야기들』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 12편을 모은 것으로, 이제 막 산업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형태를 갈망하게 된 현대인들의 좌절과 소외,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프로이트적 심리 분석과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인간의 욕구불만과 고독을 밀도 높게 묘사했다


P.80
아이고, 내가 처음부터 정직하게 굴었더라면, 하다못해 나를 다시 정직하게 설명할 길이 있었더라면. 내가 루시와 일행에게 말한 월터 메이더스란 인간은 세상에 없었다. 아예 있었던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설사 있대도 다 걸고 말하는데 내가 다음 날 오하이오 매리에타로 가서 쏴버릴 작정이었다.
내 꼴이 그랬다. 그야말로 왕맹추였다.
ㅡ 「나는 바보다」

P.208~209
“사람들 인생은 숲속 어린 나무를 닮았어. 기어오르는 덩굴에 숨통이 조이고 있지. 덩굴이란 죽은 사람들이 심어놓은 해묵은 생각과 신념이야. 나부터도 구물구물 기면서 내 숨통을 조이는 덩굴에 뒤덮여 있어.”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뛰놀고 싶단 것도 그래서야. 나뭇잎처럼 바람을 타고 언덕 위에서 흩날리고 싶다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지금은 덩굴에 덮여 서서히 죽어가는 나무에 불과하지만. 보다시피 난 지쳤고 깨끗해지고 싶어. 난 여러 인생에 소심하게 기웃대는 어설픈 인간이야.” ㅡ 「씨앗」



해설에서_
셔우드 앤더슨은 미국 현대 단편소설의 초석을 다진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프로이트적 심리 분석과 절제된 언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그의 작품들은 미국 문학사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아고라편집부에서 발췌_
셔우드 앤더슨은 서른여섯 살이던 1912년 11월 28일 “내 발이 젖었고 점점 더 축축해지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가, 나흘 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해리성 둔주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일은 앤더슨이 사업을 접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는 나중에 이 사건을 “물질주의적 존재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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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7-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혹시 프레이야님 따님이 번역하신 거예요? 셔우즈 앤더슨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예요. 당장 주문해서 읽어볼게요!

프레이야 2025-07-16 14:49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반가워요. 네. 큰딸이에요^^ 제 서재에 먼지가 많이 앉았지만 알라딘 서재는 여전히 활발하지요. 고맙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7-1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소설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읽어보지 않은 작가인데 대단한 작가군요. 찜합니다~

프레이야 2025-07-16 19:24   좋아요 1 | URL
햇살님 안녕하시죠. 재미있게 읽으시길요^^ 고맙습니다.

잉크냄새 2025-07-1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물의 표면 아래>를 읽었습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5-07-16 20:21   좋아요 0 | URL
잉크님 그러셨군요. 그 책이 일 년 전이네요. 고맙습니다. 셔우드 앤더슨의 단편이라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카스피 2025-07-17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너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에전에 집에 단편 소설집이 있어서 윌리엄 포크너,존 스타인벡,스콧 피츠제럴드,버지니아 울프등의 단편들은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과문해서인지 셔우드 앤더슨이란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네요.눈이 좋아지면 한번 읽어봐야 겠어여^^

프레이야 2025-07-17 12:14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고맙습니다. 눈이 아직 그러시군요 ㅠ 저도 점점 그래요. 어서 좀 나아지시길 비립니다.

꼬마요정 2025-07-1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너무 축하드려요!!^^ 너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프레이야 님도 따님도 다 책과 글쓰기와 인연이 깊으십니다.

프레이야 2025-07-19 00:08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고마워요. 너무 오랜만이죠. 육냥이들이랑 건강한 여름나기 하세요^^
 

https://youtu.be/NMd9mUQBmjI?si=tM4Bg3etRqOqKpBn

나무는- 한강 자작 노래
2014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로 심은
나무 한 그루.
흰 보에 고이 싼 원고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미래 독자에게 제목 외엔 모두 봉인된 채로 보냈다.
10년이 흘렀고 앞으로 90년 후 개봉된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의 나무가 되길 꿈꾼 영혜는
이 노래에서 출발한 건지도 모른다.
가만가만부르는노래,와 채식주의자,는
같은 해 전반과 후반에 각각 발간되었다.
채식주의자, 영화도 재상영된다니 반갑다.
<고마워 영화>에 그에 관해 썼고 임우성 감독에게서
어느 날 이메일을 받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보다
가장 정확하게 그 영화를 읽어준 글을 보아 기쁘다는
인삿말이었다. 영화를 다시 보면 다시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하다. 내 렌즈가 약간 바뀌었다.

https://youtu.be/K1id6SWULMI?si=F1xsQ86cSJh-FD4r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는
2007년 한가운데쯤 내겐 큰 위로가 되었던,
소중한 산문집이다. 한강의 떨리는 목소리,
가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밤을 지새우던
나를 잡아 주었다. 그 안에 이 노래도 있었다.
노랫말처럼 숨소리처럼
나무가 흔들리며 가장 나약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듯.
당시 리뷰도 간절한 마음으로 썼는데
오늘 그 주인공인 엄마가 여든도 네 해 넘어
서예 30년 원로작가로 등극,
상패를 받았다. 만감이 고인다.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은
한강의 서른 즈음을 읽을 수 있는 얇은 산문집이다.
세계 작가들과 미국에 머물러 있던 때에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한강만의 감수성으로 남았다.
언젠가 헌책으로 구입해 소중히 갖고 있다.

차곡차곡 고이는, 시간이 내게 남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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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0-19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강 작가가 노래를 만들고 노래도 했다는 거야 하면서 저 책 샀어요 이번주 라디오 방송에서 저기에 담긴 노래 들려주기도 했군요 어제 <나무는>이 나왔어요 90년 뒤에 공개한다는 그 책 이야기도 하고... 그런 걸 한강 작가가 했다니, 신기하기도 하네요 열해 뒤에 큰 상을 받게 되다니...

프레이야 님 어머님 서예를 서른해나 하셨군요 멋지시네요 원로작가로 상패 받으신 거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4-10-19 08:05   좋아요 1 | URL
희선 님도 저 책 가지고 있군요. 엄청 반가워요. 나무는, 저 책에도 실려 있지요. 저는 사실 저 책으로 한강을 처음 만났어요. 이후 소설들 읽었고요. 한강을 좋아한 알라디너 있었는데 요즘 여기선 안 보이지만 그분 생각도 났어요. 오랜 알라디너라면 아실 분이에요. 엄마는 등단후 30년이고 실제로는 33년이네요. 고맙습니다 ^^

2024-12-22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2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46쪽 12번 파일까지 녹음. 책 전체의 절반 완료

아프리계 아메리카 문학
조라 닐 허스턴,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할렘 르네상스의 핵심 인물 조라 닐 허스턴은 혁신하고 선동하고 반항하는 사람이었다. 흑인 민담과 전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작품에 녹여내 일찍이 마크 트웨인이 그랬듯 풍부한 표현력을 자랑하는 토착어로 미국 문학에 활기를 불어 놓은 선구자적 인물이었다. -239, 여자만의 책장

허스턴의 소설 중 이런 글귀ㅡ

“모든 신은 이유 없이 시련을 내린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신을 우러러보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련이 닥칠 수 있기에 인간이 공포를 알고, 이 공포야말로 가장 신성한 감정이다. 시련은 재단을 쌓는 돌이자 지혜의 시작이다. 반쪽짜리 신은 술과 꽃을 받는다. 진짜 신은 피를 요구한다.” - 246, 여자만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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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잇고 2024-09-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구 정말 인상적이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4-09-10 20:57   좋아요 1 | URL
렛잇고님에게도 즐거운 독서 되길 바랍니다^^

희선 2024-09-12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신은 피를 달라고 한다니... 진짜 신을 알아보라는 건지도... 절반 녹음하셨군요 남은 반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4-09-25 0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25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난한 처녀들 / 뮤리엘 스파크 / 김재욱 옮김
The Gilrs of Slender Means



9월의 첫날, 아직 여름기운이 짱짱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다르다. 여름 동안 좋은 일들이 있었고,
습관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지만
계속 지구력을 잃지 않기를.
한여름에 뜻밖의 선물을 두 권 받았다.
뮤리얼 스파크는 에든버러 출생으로 작품이 아주 많다.
이 책은 친절한 번역자주와 잘 읽히는 좋은 문장이 돋보인다.
에든버러 출생 뮤리얼 스파크도 알게 되었다.
작품이 아주 많다. 차츰 읽어보고 싶다.
부산점자도서관에 한 권 기증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녹음 도서로 읽을 생각이다. 에세이류 하느라 한동안
뜸했던 소설 낭독이 기다려진다.



비평가들이 《가난한 처녀들》에 재주목하는 이유도, 전쟁의 폭력성과 애도에 집중하던 당시 영미 문단에서 이 소설은 “독일과 일본의 항복이라는 두 차례의 종전 사이” 짧은 기간과 당시 영국의 분위기 및 생활상을 집중 조명한 몇 안 되는 전후소설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구시대의 상징인 처칠을 축출하고,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삶을 보장한다는 복지국가 이념을 정초하고 전후 유럽과 미국의 사회보장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베버리지 보고서》를 구매하려고 배급품 줄보다 더 긴 줄을 섰다. 이런 재건의 꿈에 부푼 당대의 분위기를 《가난한 처녀들》은 그대로 펼쳐 보인다. - 출판사 책소개 중



그녀는 5월의 테크 클럽을 이상적인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계량기에 동전이나 꽂아 넣어 가며 사는 여자의 삶에 황금시대의 아름답고 무심한 가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정신 박힌 여자라면 가난을 그저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 전에 일시적이어야만 할 무언가로 여길 터였다. -98쪽



공교롭게도, 이 소설 출간 3일 후인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했다. 이 뉴스는 소설 전반에 깔린 냉정한 죽음, 혹은 그 수용의 정취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단숨에 《가난한 처녀들》의 판매량을 수직 상승시켰다. 《가난한 처녀들》은 출간 몇 주 만에 영미 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류가 감도는 와중에 ‘5월의 테크 클럽’이라는 여성 전용 하숙집에 찾아든 “키가 큰 무정부주의자 시인 비슷한” 남자와 열한 명의 개성 넘치는 ‘아가씨’들이 벌이는 깃털보다 가볍고 심연보다 더 깊은 사랑과 구원 이야기에 독자들이 그토록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 알라딘책소개 중


번역자 김재욱의 다른 책
<데이비드 댐로쉬의 세계문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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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9-0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낭독하시고 녹음하시고 멋집니다!!! 이제 가을이 오나 봅니다. 여전히 덥지만 그래도 짧아진 해가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아요. 건강하시고 9월 첫째 주 화이팅 입니다^^

프레이야 2024-09-02 12:4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꼬마요정 님^^
무더위가 더디 가려나 봐요. 육냥이랑 잼나게 지내시죠. 구월이라니 한 해가 후딱입니다.
화이팅이에요 !!

페크pek0501 2024-09-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잘 안 들어오다 보니 프레이야 님이 새로 올린 글도 이제야 보네요.
앞으로는 읽는 만큼 글도 써야겠어요. 그동안 너무 독서에 치중해 산 것 같아요. 그래도 많이 읽지는 못했다는...
시간은 자꾸 가는데 나이는 먹어 가는데... 짧게 단상이라도 쓰려고 합니다. 프레이야 님도 예전처럼 자주 글을 올려 주시고 책 소개도 해 주시면 좋겠네요.^^

프레이야 2024-09-03 14:54   좋아요 1 | URL
네. 페크님 짧게라도 단상을 올려 볼게요 ^^

희선 2024-09-05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월이 가고 구월이 왔네요 팔월보다 시원해지기는 했지만, 낮엔 여전히 덥습니다 팔월보다는 나아서 다행이다 생각해야겠네요 다음 낭독녹음할 책은 《가난한 처녀들》이군요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재미있게 보셔서 하시는 거겠네요


희선

프레이야 2024-09-05 07:32   좋아요 1 | URL
한낮엔 많이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좀 낫지요. 적응해 가는 거 같아요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요. 주변에 코로나 걸리는 사람들도 제법 있더군요. 여자만의책장 끝내면 바로 가난한처녀들^^
 
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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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녹음 시작 107쪽 / 571쪽
파일 1,2,3,4,5번 완료.

여성의 삶을 바꾼 책으로 데버라 펠더가 뽑은 50권의 책
원본 표지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표지를 실어 두어 보기에 좋다. 각 장의 간지 역할도 한다.
오늘은 “겐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작은 아씨들”
초반 부분까지 읽었다.

저번달에 “사물의 표면 아래” 녹음 완료.
팔월엔 이 책 완료하려면 앞으로 23시간 정도
더 소요 예정.

점자도서관을 나와 가까이에 있는 용운사에 잠시 들렀다.
아빠 49재를 올렸던 절이다. 그냥 가보고 싶었다.
그땐 2월이었고, 계절이 그동안 여러번 바뀌었다.
스님이 대웅전 옆 조그만 암자 지붕의 뭔가를
긴 작대기로 건드리고 있었다. 하늘이 몹시도 파랬다.
날 본 순둥이 개가 몇 번 짖어대다 말았다.
고요한 절 마당을 나오는데 흰 양말 신은 고등어무늬
고영희 씨가 저물어가는 그늘에 앉아 있었다.
사진을 찍어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

미디어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여성이라는 1980년대식 ‘슈퍼우먼‘ 신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웠고, 수전 팔루디는 이 현상을 "여성의 권리에 가하는 반격, 즉 백래시이며 페미니스트의 활동으로 어렵게 이뤄낸 여성의 작은 승리 한 줌마저 무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팔루디는 1991년 발표한 「백래시에서 이 현상을 파고든다. 이어서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여성들의 글을 모은 캐시 하나워의 [그래, 난 못된 여자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골랐다. 21세기 여성 문학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이 어떤 경험을 할지에 달려있다.
독자 여러분도 몇백 년에 걸친 여성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각자 마음속으로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작품을 소개함과 동시에 작품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깨달음과 눈부신 기쁨을 담은 이 책에, 여러분이 후보로 고려해볼 만한 작품을 선정해보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와즐거움을 선사하며 발전할 여성 글쓰기의 세계,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빌리면 "글이라는 완전한 진술"이 가득한 서재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 책이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

머리말 중 - P14

시골에서 벌어지는 추한 이야기에 혐오와 매혹을 동시에 느낀 플로베르는 ‘성 귀스타브의 날‘이라고 기릴 만한 1851년 9월 9일, 자신이 창조한 세계와 인물을 완전히 꿰뚫어 보기까지 5년에 달하는 고생길에 들어섰다. 플로베르는 연민과 풍자를 결합해 물질적 만족, 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 종교가 주는 위안, 사랑과 정열의 고귀한 힘 등 당시 사회에 만연한 환상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일에 착수했다. 다른 소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극적이고 낭만적인 자극 대신 갑갑한 부르주아적 삶의 하찮고 사소한 부분을 드러내며 ‘무에 관한 책‘을 쓰고자 했다.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의식으로 이야기를 엮으려 했고, 단어와 심상, 장면이 모두 아래에 깔린 의미 체계로 이어지도록 하는 ‘딱 맞는 단어‘를 추구했다. - P97

플로베르는 1856년 보바리 부인』을 완성하고 먼저 《르뷔드 파리>에 연재했다. 작품에 딸려올 게 빤한 폭풍 같은 논란을 피하려 어떤 부분은 잘라내기도 했지만 다른 부분은 편집자와 논쟁한 끝에 그대로 유지했다. "차라리 전체를 반박하면 모를까, 자네는 세세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어. 이 작품의 냉혹함은 외양이 아니라 본질일세. 작품의 ‘피‘를 바꿀 수는 없어. 묽게 할 수 있을 뿐이지."
플로베르는 풍기문란과 종교 모독으로 기소되어 재판받게 되었고, 재판이 반어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문학을 장려한다고 생각하며 씁쓸하게 유죄판결을 예상했다. 그러나 무죄가 선고되면서 소설은 악명높은 문제작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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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9-05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쓰셨을 때는 스물세시간이나 더 녹음을 하셔야 했군요 다 하셨겠지요 다 끝냈을 때 기분 좋으셨을 것 같네요 다른 여름보다 무척 더운 여름에 하셔서 기억에 더 남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4-09-05 07:29   좋아요 1 | URL
희선 님 안녕하세요^^
이제 반 정도 했어요. 조금 천천히 할 것 같아요 학기 시작해서. 내용이 좋습니다. 책에 소개된 책들의 계보를 따라 다 읽으면 더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