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자조론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6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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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조론> 사무엘 스마일즈, 북타임


2. 책의 흐름/ 주제단락


  가.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리 자신의 변화는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명심하고 살아가야할 황금언이 있고, 이 책은 특히 '근면', '절약', '자기계발'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정리했다.


3. 저자의 생애


 가. 사무엘 스마일즈(1812~1904)

   

   작가, 정치개혁가, 저널리스트, 의사

   

    1812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1829년 에든버러 의학부에 입학했고, 1832년 의대를 졸업하고 가는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정치개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개인 개혁'을 주창하였다.  <자조론(1859)>, <인격론(1871)>, <검약론(1875)>, <의무론(1880)>는 스마일즈의 4대 복음서라 일컬어진다.

 

4. 저자의 주장


 우리 삶을 변화하고 싶다면 외적인 변화보다 내적인 변화가 우선 되어야 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켜야 이러한 변화가 구체화되어 나타나게 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갈 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5. 저자의 의도 및 목적


 봉사활동을 통해 가난한 이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저자는 이들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지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 책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하기위해 씌여진 책이다.


 6. 주요 내용

 

 가. 자조 정신 : 인생은 자신의 손으로만 열 수 있다


    1) 성장에 대한 의욕과 자조 정신

       가) '외부의 지배'보다 '내부의 지배'


    2)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가) 최고의 교육은 매일의 생활과 일속에 존재한다

       나) 만약 내가 부자였다면 현재의 나는 없다

       다) 지나친 부는 오히려 독이다


    3) 사람의 우열을 좌우하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

       가) 고난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4) 인생에 한가한 시간은 없다


 나. 인내 : 새싹은 비바람을 맞아야 강해진다


   1) 상식적이고 참을성있는 사람이 되는 것


   2) 90%의 인생의 진리는 쾌활한 정신과 근면함에 있다.


   3) 역경이 있어야 새싹이 강해진다

      가) 일에 매진하는 열정

      나) 쓰러질 때마다 힘을 내 일어나다


   4) 승부의 열쇠는 '지속력'

     가) 천재를 키워낸 '아침 2시간'

     나) 순서대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능의 3/4을 낭비하는 것이다.

     다) '근면'을 자기편으로 만든 사람은 강하다


 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 인생의 기회를 꿰뚫어 보는 지혜, 그것을 살리는 지혜


    1) 근면함 속에 길이 있다

      가) 사물의 배후를 꿰뚫어 보는 자세


    2) 현명한 자의 눈은 머리속에 있다

      가) 2,000년의 세월이 지나 피는 꽃이 있다

      나)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는 지혜

   

    3) 독보적인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

      가) 젊은 날의 우연이 일생을 바꾼다


    4) 행운은 가까운 곳에서 기다린다

     가) 어리석은 사람을 큰 인물로 만드는 '한 시간'의 힘


    5) 신념은 힘이다

     가)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

     나) 성실하고 겸허하게 살아간다


 라. 직업 : 강한 의욕 앞에 벽은 없다

    1) 무심의 자기 수양

       가) 나는 계속 공부한다

       나) 고통 끝에 얻는 것이야말로 진품

       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 앞으로 나가라


    2) 극기심을 키워라

      가) 성공을 결심하고 노력의 결과에 자신을 가져라

      나) 노력하라! 노력하라! 더 노력하라!

      다) 의지에 불타는 이에게 벽이란 없다


 마. 의지와 활력 : 자신의 사명에 목숨을 걸어라!


    1)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2) 자신의 방향을 결정짓는 '의지의 힘'

      가) 뿌리 없는 생활과 결별하려는 의지

      나) 불가능이라는 말은 어리석은 자들의 사전에나 있는 말이다

    3) 마음을 적시는 진실한 말

      가) 잘 익은 과실을 많지만, 그것을 수확하는 사람은 적다


    4) 성실하게 살아간다


    5) 왕성환 활력과 불굴의 의지 : 위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점


 바. 시간의 지혜 : 실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1) 비즈니스 수완도 뛰어난 천재들

      가) 돌아가는 길이 진정한 기쁨을 준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의 위협


    3)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여섯가지 원칙

       가) 주의력, 근면함, 정확함, 수완, 시간 엄수, 신속함

       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다) 시간의 낭비는 마음에 잡초를 무성하게 한다

       라)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은 성공의 기차를 탈 수 없다


    4) 웰링턴을 훌륭한 장군으로 만든 실무 능력


    5) 정직이 최고의 방법이다


 사. 돈의 지혜 : 즐거움을 위해 땀을 흘려라


    1) 돈은 인격이다

      가)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나) 장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희생한다

      다) 역경을 이겨내는 4가지 미덕 

        - 근면, 절약, 절제, 성실


    2) 절약이야말로 자조 정신의 최고 표현이다

      가) 분수에 맞는 생활

      나) 거짓말은 빚의 등에 업혀 여행한다

    

    3) 인생의 전환점에서 실수하지 마라

      가) 우유뷰단이 파멸을 부른다

      나) 가끔 자신의 발자취를 확인할 것!


    4) 지혜는 루비보다 빛난다

      가) 황금보다 지혜를 구할 것이다. 지혜는 루비보다 빛난다. 이 세상에 아무리 비싼 것도 지혜와는 비교할 수 없다


 아. 자기 수양 : 최고의 지적 소양은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나온다


    1) 자신의 땀과 눈물로 얻은 지식만큼 강한 것은 없다

      가) 높은 수준의 지적 소양은 일을 통해서만 탄생한다

      나) 훈련이 지력을 단련시킨다


    2) 철을 뜨거워질 때까지 두드려라

     가) 녹이 슬기보다 닳아 없어지는 편이 낫다


    3) 진짜 지식과 가짜 지식

      가) 정신에 탄력을 주는 독서를 할 것

      나) 젊은 시절에 한 일은 노년에 반드시 돌아온다


    4) 재능을 최대한 살리는 힌트

      가) 사람은 패배를 통해 단련된다

      나) '만약'이란 무능한 자가 하는 말이다


    5) 대기만성의 선조에게서 배운다

      가) 학교 성적으로는 알 수 없는 천부적 재능

      나) 마지막에는 끈기 있는 노력이 이긴다


  자. 멋진 만남 : 인생의 스승, 인생의 친구, 인생의 책


    1) 인생의 지표가 되는 무수한 본보기


    2)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는 인생 최고의 보물

       가) 인격자와의 교류는 만 권의 책보다 낫다

       나) '거인'에 대한 심취가 자신의 재능을 깨운다


    3) 후세를 밝히는 용기있는 인생

      가) 인생을 밝히는 '한 권의 책'

      나) 쾌활함은 사람의 정신에 탄력을 준다


  차. 사람의 기량 : 인격은 평생 통용되는 유일한 보물이다!


     1) 인격이야말로 평생 통용되는 유일한 보물이다.

       가) 만인을 매료시키는 인격의 비밀

       나) 높이 날고자 하지 않는 정신은 곧 땅에 떨어진다


     2) 이상에 현실을 일치시키려는 노력

       가) 행동도 사고도 반복이 힘이다


     3) 예의범절에는 돈이 들지 않으며, 예를 다하는 것만으로

        도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4) 진정한 인격자를 가늠하는 척도

       가) 부정을 물리치는 용기를 가져라

       나) 진정한 용기는 항상 친절함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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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위험한 생각
대니얼 C. 데닛 지음, 신광복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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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는 육체를 입은 환원주의이며, 하나의 웅장한 시각으로 모든 것에 대한 것들을 설명하고 통일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환원주의이다. 그의 생각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 생각에 내포된 알고리즘적 과정이라는 아이디어인데, 알고리즘 과정은 기질 중립성이라는 특징을 지니므로,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다윈의 생각을 적용해볼 수 있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155 


 저자 대니얼 C. 데닛이 말한 다윈의 위험한 아이디어, 생각은 환원주의다. 모든 것을 다 녹이는 만능산(Universal Acid). A, C, G, T로 기술된 가능한 모든 유전체(genome)의 집합소인 '멘델의 도서관(Library of Mendel)'에서 크레인(Crane)을 통해 하나씩 분명하게 쌓아올리는 알고리즘 작업. 그리스 비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은 극적 장치가 아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루하지만 끊임없는 작업이 진화의 본질이며 전부라는 것을 저자는 본문을 통해 강조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마법 같은 갈고리 대신 묵묵한 노인의 발걸음(알고리즘)을 통해 지형은 바뀌어왔다. 데닛에게 진화란 단 한 번의 요행(Skyhook)에 기대는 도박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수를 찾아내어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꾸준한 실천'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주장을 위해 저자는 수많은 반론들을 논파해간다. 그 치열한 작업의 일부가 담겨 있음으로 해서 이 책의 분량은 9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벽돌책이 돼버리고 말았지만, 이로 인해 독자들은 '다윈의 알고리즘'이라는 만능산을 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능산을 담을 수 있었던 그릇은 데이비드 흄부터 스티브 J. 굴드에 이르기까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데닛이 말하는 진화의 알고리즘은 매번 최적화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긴 시간의 축 위에서 결국은 한 단계 높은 복잡성으로 이끈다. 이러한 우연이 결국은 필연에 이르는 것이다.


 저자가 다윈의 알고리즘을 만능산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창조론에 대한 논파를 의미하지 않는다. 켄터베리의 안셀무스가 신(神) 존재 증명을 위해 내걸었던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상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가정은 물론, 진화를 위한 최소한의 가정 마저도 대상이다. 현실의 단단한 기반에서 차례로 딛고 올라가지 않은 아주 작은 비약은 여지없이 '스카이후크'가 되어 녹아버리고 만다.

 

 스카이후크는 있으면 매우 좋은 것, 어려운 상황에서 다루기 힘든 대상들을 멋지게 끌어올릴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경이로운 것이니까.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141 


 모든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귀속시키는 환원주의는 우리를 회의주의로 내몰기 쉽다. 저자의 치열한 논파의 끝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다. 모든 것이 우연적 사실에 의한 결과라면, 우리의 가치, 문화 등에 대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유전자의 작용에 대해 개체, 사회는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저자는 '역설계'의 개념을 통해 결코 우리의 가치가 무의미하지 않음을 말한다. 


  VCR의 물리학을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은 VCR 설계자들뿐이다. 그들은 내가 물리적 태도라 부르는 수준으로 내려가야만 화질을 향상시키거나 테이프의 마모나 찢어짐을 줄이거나 제품의 전기 소모를 줄이려면 설계 개정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역설계를 할 때면, 그들은 물리적 태도뿐 아니라 내가 지향적 태도라 부르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타사의 설계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_ <다윈의 위험한 생각>, p.400 


 우리와 주위를 둘러싼 산물들은 멘델의 도서관에서 쌓아 올린 알고리즘 작업의 결과물이다. 생물학적 유전자들은 문화적 밈(meme)으로 연결되어 이 세계를 만들었고 만든다. 그렇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과 의미 부여라는 역설계를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가치라는 저자의 따뜻한 결론을 통해 우리는 작은 위안을 받게 된다. 다윈의 위험한 생각은 분명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만능산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녹을 수 있는 재료들을 매순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녹고 녹이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creation)'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 대한 큰 틀을 요약하는 것으로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다윈에 따르면 진화는 알고리즘적 과정이다. 진화를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진화생물학 안에서의 주도권 싸움들 가운데 하나는 알고리즘으로 다루는 방식을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는 진영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모종의 여러 이유들 때문에 이에 저항하는 진영 간의 줄다리기이다. - P115

스카이후크는 있으면 매우 좋은 것, 어려운 상황에서 다루기 힘든 대상들을 멋지게 끌어올릴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시킬 수 있는 경이로운 것이니까.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p.141)... 그러나 크레인이 있다. 크레인은 우리 상상 속의 스카이후크가 할 수 있을 일, 즉 들어올림 작업을 할 수 있고,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직하게 그 작업을 수행한다. 크레인들은 이미 제작되어 수중에 있는 부품들로 설계되어야 하고 또 그 부품들로만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땅의 단단한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한다. - P142

나는 그 변이를 ‘멘델의 도서관 Library of Mendel‘이라 부를 것이다. 이 도서관에는 "가능한 모든 유전체 genome", 즉 DNA 서열이 보관되어 있다...‘멘델의 도서관‘은 3,000권 분량의 모든 책들에 기술된 모든 DNA 문자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책들은 전적으로 그 네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이는 그 어떤 진지한 이론적 목적과도 부합하는 "가능한" 유전체들을 충분히 포착할 것이다 - P202

문화를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하지만, 언어는 먼저 자신의 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언어가 다 준비되면 그것이 얼마나 좋을지는 언어가 준비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우리는 협력도, 그리고 인간의 지능도 전제조건으로 삼을 수 없다. 전통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은 처음의 복제자가 그랬던 것처럼, 전제된 그 무엇도 없이,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져야만 하는 것들이다. - P579

우리는 이제 다윈주의적 알고리즘이 무엇인지를 다윈이 꿈꾸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알게 되었다. 대담한 역설계는 수십억 년 전 이 행성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경쟁자들의 주장을 확신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과거의 우리는 생명과 의식의 "기적들"은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것들은 그때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 - P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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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됭 전투 -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소모전
앨리스터 혼 지음, 조행복 옮김 /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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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서 대열은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부상자들을 밟고 지나갔다. 연이은 포격에 끈적거리는 버터처럼 변한 진창에서 병사들은 거듭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추격하여 가차 없이 포탄을 퍼붓는 적이 듣기라도 할까 봐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무거운 짐을 진 병사들은 물이 가득 찬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면 미끄러운 비탈을 기어오를 수 없어서 결국 익사했다. 구덩이에 빠진 전우를 구하려고 멈춰 서서 손을 내어 주다가 둘 다 빠져 죽는 경우도 많았다. _ <베르됭 전투>, p.290



 앨리스터 혼의 <베르됭 전투>는 전투 현장의 긴박함과 함께 이로부터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 작전회의 끝에 나온 조금은 나른한 결정이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한 피의 대가에 비해 얻은 교훈이 얼마나 무가치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영문명 <The Price Of Glory : Verdun 1916>은 그런 면에서 주제를 잘 담아낸다. 


 전쟁과 관련해 연구자들에겐 몹시 매혹적인 일이지만 참가자들에겐 몹시 당혹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순간, 자신들의 어려움에 사로잡힌 쪽은 적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좀처럼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_ <베르됭 전투>, p.254


 저자는 팔켄하인의 '소모전'과 페탱의 '물류전'의 논리의 대립을 전투를 통해 보여준다.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후 동부 국경에 구축한 프랑스의 콘크리트 요새와 여기에서 상대에서 퍼부어지는 막대한 화력은 패색 짙던 프랑스에게 승리의 전환점이 되었고, 여기에서 얻어진 잘못된 교훈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오판으로 귀결되었다. 콘크리트 요새라는 '점'과 대포의 승리. 이는 프랑스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얻은 교훈이었고, 이로부터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을 선으로 늘리면서 마지노선을 구축했고, 막강한 대포를 구축하며 위치에너지(9.8mh)에 기반한 화력(E)으로 대항한다. 이러한 계획은 위치에너지를 전차(戰車)라는 운동에너지(1/2mv^2)로 전환하여 아르덴 숲을 돌파한 나치 독일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지만. 역사의 잘못된 교훈이 어떤 비극을 낳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1870년 이래로 군사 사상의 주기가 파멸적으로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다. 1870년에 프랑스는 지나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영구 축성에 과도하게 의지해 전쟁에서 졌다. 그 다음 전쟁에서는 이 비참한 패배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거의 패할 뻔했다. 그리고 다시 그 경험의 반작용으로 나타난 결과인 마지노선의 정신 구조는 너무 고통스러워 떠올릴 수가 없다.  _ <베르됭 전투>, p.536


 이러한 오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전장(戰場)이라는 현장이 아닌 후방의 작전 테이블에서 얻어진 교훈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제1차 세계대전 후반 출현해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전차가 제2차 세계대전에는 '움직이는 대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상상. 프랑스에게 전차는 요새를 보조하는 소모품이었으나, 독일에겐 요새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동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상상과 상처뿐인 '피로스의 승리'에 대한 처절하게 반추하는 대신, 승리의 환상에 박제된 프랑스군 수뇌부는 철도와 보급이라는 전황에 최적화된 뒷북치는 대비를 하고 말았다.


 보병과 포병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따금 제2차 세계대전 때 지상군이 중폭격기 승무원에게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지상군은 폭격기 승무원들이 호사스럽게도 적군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고, 잠깐 출격해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흩뿌린다고 생각했다. _ <베르됭 전투>, p.296


 이처럼 <베르됭 전투>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 속에서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병사들과 수뇌부들의 혼란상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참혹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죽어나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참상을 간접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전쟁은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길 수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지상전의 양상은 '참호-포격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차전'으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자주포에 의한 포격 + 드론에 의한 정밀 타격'으로  전쟁 양상이 바뀌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향후 AI와 로봇의 개발로 인간이 아닌 기계들에 의한 대리전으로 대체될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군 수뇌부가 아닌 개별 병사들도 전장에서 떨어져 마치 게임하듯 전쟁을 하는 상황이 닥쳐온다고 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피와 살이 튀는 냉병기 앞에서의 두려움 대신 모니터 뒤에서 마우스로 상대를 제압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 전쟁은 더 참혹해지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저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베르됭의 교훈은 기술발전의 시대에 인간성 회복이 아닐까를 생각하며 독서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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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아구스틴 코모토 그림, 이봄이랑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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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결핍 때문에, 어쩌면 이 방계의 결핍 때문에, 그리고 그로 인해 아버지에서 아들로 유산과 가문의 이름이 고스란히 대물림된 탓에, 결국에는 저택과 가문이 동일시되어 사유지의 본래 이름이 예스럽고 모호한 '어셔가'라는 명칭으로 통합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이 명칭을 사용하는 소작농들에게 그것은 가문과 가문의 저택 모두를 의미하는 듯했다. _ <어셔가의 몰락>, p.15/70


 하나된 가문과 저택, 어셔가(家). 어셔가의 몰락은 가문의 몰락일까, 저택의 붕괴일까 또는 둘 다일까. 이름에 담긴 의미만큼 모호함에 대한 물음으로 읽어내려간 <어셔가의 몰락>은 가문과 저택의 붕괴라는 답을 내놓는다. 정말 이들은 하나였을까, 아니면 하나의 형상과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었을까. 아마도 후자 쪽에 가깝지 않을까 여겨진다. 가문의 몰락이라는 내면의 추락과, 이를 처절하게 형상화한 저택의 물리적 붕괴.


 내가 지켜보는 동안 균열은 빠르게 넓어졌고, 회오리바람의 사나운 입김이 몰아쳤고, 완전한 구형의 달이 내 시야에 불쑥 난입했고, 거대한 벽들이 산산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에 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고, 수천 개의 물줄기가 내는 목소리 같은 길고 떠들썩한 아우성이 어어졌으며, 이윽고 내 발치에 있던 깊고 음습한 호수가 침울하게 침묵하며 '어셔가'의 잔해를 삼키고 수면을 닫았다.  _ <어셔가의 몰락>, p.64/70


 작품에서 저택은 가문의 몰락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다. 특별히 하자가 없는 외관과 이를 이루는 벽돌들의 낡은 상태. 그것은 방계를 허락하지 않는 어셔가의 높은 자존심인 동시에 유전적 질환을 대물림한 개인들의 불행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조화 속에 찾아온 것은 '두려움에 대한 공포'였다.


 나는 건물의 실제 면면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장 주요한 특징은 지극히 고색이 짙다는 점인 듯 했다. 세월로 인한 변색이 극심했다. 미세한 이끼와 외벽 전체를 뒤덮고 가늘게 뒤엉켜 처마에 거미줄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건물에 특별한 하자는 전혀 없었다. 돌벽이 무너진 부분도 없었다. 완벽하게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의 각 부분과, 바스러져가는 벽돌 개개의 상태가 현저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_ <어셔가의 몰락>, p.18/70


 오랜 세월이 건물을 서서히 낡게 만들다가 결국에는 무너뜨리는 것처럼, 로드릭 어셔는 순수 혈통만을 강조한 가문의 폐쇄성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유전적 취약성을, 정신적으로 심기증을 앓게 된다. 이제는 가문의 마지막 상속인이 돼버린 로더릭과 누이동생. 순수성에 대한 가문의 집착이 가져온 비극적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로더릭의 공포. 결국 그는 두려워하던 공포(누이의 귀환)를 스스로 집행함으로써 가문과 저택의 몰락이라는 예언을 완성했다. 이같은 공포가 작품 전반에 음울하게 자리하기에 화자인 '나'는 로더릭의 공포와 대면 후 황급히 자리를 뜨게 된다. 


 사실 내가 꺼리는 것은 특정한 위험이 아니야. 다만 그것이 동반하는 절대적인 결과 - 공포 - 지. 이렇게 불안하고, 이렇게 한심한 처지에 놓인 채 나는 그 시기가 곧 다가올 것임을 느끼네. '두려움'이라는 음침한 환영과 사투를 벌이다 삶과 이성을 전부 내던지는 날이." _ <어셔가의 몰락>, p.26/70


 <어셔가의 몰락>을 통해 독자들은 로더릭과 친구인 '나'가 직면한 상황와 두려움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정작 독자들이 실감하는 공포는 조금 다르다. 로더릭이 처한 상황적 공포 대신 화자가 서술한 달빛 아래와 황량함에 대한 세세한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머리 속으로 이토 준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음습함을 느끼게 한다. 글로 접하는 이토 준지의 작품 세계가 있다면 이럴까.


 나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저택 그 자체와 주변 사유지의 단순한 지형지물을, 음산한 벽을, 텅 빈 눈 같은 창문들을, 몇몇 무성한 사초 莎草 덤불을, 그리고 썩은 나무 몇 그루의 흰 나무줄기를 지극히 우울한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상에 존재하는 감각 중 이때의 심정에 제대로 비견할 수 있는 것은 아편에 취해 흥청거리던 이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감각, 그 일상으로의 혹독한 귀환,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의 끔찍함뿐이리라. _ <어셔가의 몰락>, p.11/70


 <어셔가의 몰락>은 피가 튀고, 손발이 잘려나가는 잔인한 공포는 없다. 대신, 가문의 전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인의 한계상황과 이로인해 피어나는 공포와 두려움과 함께 이를 건물로 형상화한 저자의 세세한 묘사들은 독자들의 머리 안에 음습함이 퍼져 나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공포문학의 고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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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 기록, 살인, 그리고 포르투갈 제국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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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인들은 수 세기에 걸쳐 사제왕 요한을 발견하기를 꿈꾸었다. 사제왕 요한은 동방 너머 어디인가에서 엄청나게 부유하고 강력한 기독교 왕국을 통치한다고 전해지던 전설 속의 왕이다. 유럽인들은 사제왕 요한이 유럽과 힘을 합쳐 이슬람을 포위하여 보편적인 기독교 제국을 실현하리라고 믿었다. _ <물의 시대>, p.94


 대서양의 작은 왕국 포르투갈은 왜 베르데 제도를 통과해 대서양의 무역풍을 따라 희망봉을 건너 모잠비크와 모가디슈를 거쳐 인도 코친에 가는 머나먼 길을 갔을까.  에드워드 윌슨-리의 <물의 시대>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다미앙 드 고이스와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서로 다른 두 삶을 통해 '대항해시대'가 단순한 발견의 역사가 아닌, 치열한 인식의 충돌임을 보여준다.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와 모험가이자 문인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 이들의 삶과 여정은 여러 면에서 대비가 되며, 그들의 마지막은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당시 포르투갈의 사회, 문화, 종교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종교 개혁의 파고 속에서 타 문화를 인정하고 소통하려 했던 다미앙의 여정은 북해와 발트해 연안을 거쳐 모스크바, 크라쿠프 등 북유럽을 향하는 반면, 포르투갈 중심주의자 카몽이스는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의 코친에 이르는 인도 항해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다미앙의 여정이 종교 개혁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카몽이스의 여정은 식민지를 개척하는 제국주의로의 이행이었다. 북쪽에서는 종교 개혁의 움직임이, 동쪽과 남쪽에서는 오스만 튀르크의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에 레콩기스타를 통해 이베리아반도에 겨우 근거지를 마련한 포르투갈에게 대항해시대는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동맹의 발견과 경제적으로는 향신료 시장의 독점이라는 희망과 기회의 시대로 다가왔다.


 기독교와 힌두교의 유사점에 방점을 찍었던 시각과는 달리, 다른 일각에서는 두 종교가 대조되는 부분을 보고 심각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유럽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기독교의 계시를 유일무이하거나 특권적인 것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럽인이 비非기독교 세계에 있을 필요도 전혀 없는 셈이 되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이 모든 것을 악마가 놓은 덫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_ <물의 시대>, p.114


  유럽인에게는 이런 믿음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이런 믿음이 유럽의 사상계에 얼마나 큰 위기를 안겼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신학체계만이 아니라, 그 체계로부터 나온 윤리적, 철학적 사상에도 큰 위협이 되었다... 모든 동물에 인간과 비슷한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 신념은 인간과 동물을 나누던 모든 경계를 허무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_ <물의 시대>, p.262


 그렇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사제왕 요한의 왕국이 진정한 기독교 왕국이 아닌 이단의 왕국임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그들의 실망감은 곧 진정한 믿음을 전파해야겠다는 신앙심으로 대체되었고, 새로 만난 세계는 동맹이 아닌 선교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물의 시대> 안에서 다미앙과 카몽이스의 말년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새로운 세계를 인정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다미앙은 종교재판을 거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반면, 포르투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몽이스는 국민 시인으로 영광에 싸여 삶을 마감한다. 이후 카몽이스의 포르투갈은 화약, 대포, 범선을 앞세워 상대를 무력으로 협박하여 독점을 통해 막대한 부(富)를 쌓으면서 제국주의의 선두를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대항해시대의 명(明)나라 쇄국정책을 비판한다. 정화 함대라는 유례없는 대함대를 수차례에 걸쳐 아프리카에까지 파견할 정도의 국력과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함대를 해산시켰던 것이 이후 서양과의 격차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의 시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서구 세계 역시 못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명나라의 쇄국이 물질적이었다면, 포르투갈의 쇄국은 타자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틀에 가두는 것이었다. 상대를 인정했기에 함대를 해산하고 교류를 끊는 쇄국과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쇄국. 


  포르투갈은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를 지나는 무역을 위축시킴으로써 이집트의 맘루크 왕국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베네치아와 제노바의 경제적 기반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첸투리오네는 포르투갈이 향신료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데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포르투갈이 전대미문의 부담스럽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책정하고, 이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품질의 상품을 공급한다고 했다. 신선하던 향신료가 저장고의 오염과 선박의 불결한 위생 상태, 리스보아에서의 장기 저장으로 인해서 변질되어 원래의 풍미와 맛이 사라지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_ <물의 시대>, p.156


 이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결국 대항해시대의 모험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탐욕의 화려한 포장에 불과하지 않을까. <물의 시대>의 대비되는 두 인물은 다른 한 편으로 <남한산성>의 두 인물 김상헌과 최명길을 떠올리게 한다. 기존의 세계관을 사수하려 했던 자(카몽이스/김상헌)와, 무너지는 경계 위에서 새로운 질서를 꿈꿨던 자(다미앙/최명길). 명분과 실리의 두 갈래 속에서 당대의 선택과 역사의 평가는 어떻게 달랐는가. 다미앙과 카몽이스에 대한 평가도 이같지 않을까.


 흔히들 대항해시대를 '발견의 시대'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거대한 '상실의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두려움을 정복이라는 이름의 탐욕으로 바꾼 이들의 역사. 500년 전 다미앙 드 고이스가 마주했던 그 서늘한 종교재판의 칼날은, 오늘날 우리에게 다른 형태의 '정신적 쇄국'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시망은 다미앙과 한때 좋은 친구였지만, 그로서는 다미앙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어쩌면 네덜란드어와 독일어까지 할 줄 알기 때문에 가톨릭 신앙에 커다른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렵다고 했다. 그리고 시망은 더 기억난 사실이 있다면서 이틀 뒤 다시 종교재판소를 찾았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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