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월이네요!! 다들 잘 지내셨기를 바랍니다. 저에게 6월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안정이 된 것 같아요. 7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crazy 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지만요. ^^;;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최근의 일상부터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딸아이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월요일에 와서 금욜에 다시 돌아갔습니다. 딸아이는 그동안 Step 1과 step 2라는 의대생들이 봐야 하는 시험에 합격했는데 너무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해서 다시 저희 부부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직도 의대를 졸업하려면 1년이 더 남았는데 이번에 저희를 방문한 이유가... 아 글쎄 저와 제 남편이 내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가지고 왔지 뭡미꽈~~!! 언젠가 이런 소식을 들을 줄 알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딸아이는 워낙 조용한 성격이고 남에게 무슨 소식을 알리는 걸 꺼려 하는 아이라 우리에게 소식을 전할 때 저는 사실 무슨 감이 오긴 했었지요. 병원 약속(그런 사정이 생겼어요.) 후 모처럼 딸이 왔으니 LA에 있는 Korean BBQ 식당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자기 남편과 통화하자고 하는 거예요. 평소와는 너무나 다르게. 그런데 그 순간 남편은 차에 물병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저는 화장실에 갔다 와서 하자고 하니까 아주 살짝 실망이 딸아이의 얼굴에 스치더라고요. 그 순간 '뭔가 있구나.'했죠. 아무튼 화장실에 다녀오니까 자기 남편에게 전화하자고 해서 전화를 했는데 사위가, "부모님께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요."라고 하기에 막 더 감이 왔죠. 그 순간, '혹시?'했지만 에이 아닐 거야 아직 1년 더 학교에 다녀야 하고 레지던트도 해야 하는데? 했는데, 사위가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ㅎ 제가 얼마나 기뻤으면 식당이고 뭐고 상관없이 소리를 막막 지르고, 눈물이 막 흐르고, 딸아이가 냅킨을 주면서 막 부끄러워하면서 이럴 줄 알고 말 안 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벌써 18주라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는 딸아이. 어떻게 말립니까! 생겨 먹기를 돌다리를 한 5달은 두드려야 하는 아이인걸. 아무튼 저는 사위에게 어떻게 지금 알려주냐 뭐 막 서운해 하고....뭐 그래도 서운한 것보다 행복한 것이 더 크더군요. 아직 시댁에는 알리지도 않았다고 해요. 시댁엔 20주 울트라사운드 하고서 젠더까지 안 다음에 알릴 계획이라니. 어쨌든 딸아이가 처음 임신 확인했을 때의 울트라사운드 사진을 보내줬는데 그중 너무 귀여운 사진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뭔지 몰라서 딸아이에게 물어보니까 손과 팔이라고. 아 놔~~~~.ㅋㅋㅋ 저는 무슨 물음표인 줄!!ㅎㅎㅎㅎㅎㅎㅎ
저는 8월 7일에 UCLA에서 하는 Physical Assessment 수업이 시작해서 저를 뺀 모든 가족이 여행을 갔어요. 저는 학교에서 수업 듣고 8월 11일 딸이 돌아가는 날이라 딸만 다시 LA로 돌아와서 제가 픽업해서 함께 여기저기 다니다가 밤이 되어 공항에 데려다줬어요.
학교를 시작해도 학교 앞에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딸아이가 찍어줬답니다.

여름인데도 실내에 에어컨을 너무 틀어놔서 저희 둘은 저렇게 가을 옷차림으로 돌아다녔는데 하나도 안 더웠어요. 더구나 UCLA가 바닷가하고 가까워서 더 선선했던 것 같아요.

딸아이와도 한 장 박고 북 스토어로 가서 똑같은 UCLA 스웨터를 사 입었어요. 완전 똑같은. 딸아이가 어렸을 때 저와 맞춤으로 옷을 입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ㅎㅎㅎ
어쨌든 북 스토어에는 학생들보다 한국인들이 더 많았어요. 일부러 UCLA 북 스토어에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로고가 박혀진 옷과 물건들을 사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딸아이가 그러는데 자기네 학교도 한국 분들이 자녀들을 데려와서 학교 구경을 하고 쇼핑을 한다고 하더군요.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은 소망을 가장 겉으로 잘 드러내는 국민이 한국인들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복잡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LA times에 나왔던 핸드메이드 소바 집에 가서 소바, 타코야끼, 오징어 찜을 먹었습니다.


식당 인테리어가 다다미로 장식하고 막 그래서 더 일본 느낌이 나서 그랬는지 음식도 너무 맛있었어요.



저는 저 오징어 찜이 젤로 맛있었어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 드는 오징어였는데 통통하기까지. 츄릅, 다시 침이 고이네요.ㅋㅋ 타코야끼는 딸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거라서. 아무튼 찾아가서 먹었는데 그러길 너무 잘했다는요.
아! 그리고 제 생일이 8월 3일이었는데 어쩜 그날 제 남편 말고는 아무도 제 생일 축하를 안 해주는 거예요. 거의 오후 5시까지. 그날 정말 너무 슬펐는데 딸아이가 그다음날 자기가 오는 날 선물을 가져올 거라고 문자를 해서 나중에 줬는데 서운했던 감정이 다 녹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서울이라고 쓰여있는 한정판 초, Ffern이라는 곳에서 역시 200개 한정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딱 200개뿐이라는 summer 23 향수, 거기에 함께 포함된 꽃잎차 등. 시험 때문에 딸아이도 정신이 없었을 텐데 저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해 줘서 뭉클했어요.

보라색과 빨간색이 이쁜데 냄새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달달한 냄새 딱 질색인데 이 초 냄새는 약간 시트러스가 포함되어 시원하고 깔끔한 냄새거든요.
지금 그 꽃잎차와 제가 요즘 푹 빠진 초콜릿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Laderach라는 스위스에서 만든 제품인데 입에서 살살 녹아요.
그리고 저희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가 제 컴퓨터랑 연결이 계속 잘 안되어서 제 책상에 놓고 사용할 제 개인용 프린터를 사서 혼자 프로그램을 깔고 설치했어요. 앞으로 본격적으로 페이퍼를 쓰게 되면 프린트할 일이 너무 많을 테니까 제 프린터가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잘했쥬?ㅋㅋ
그리고 책은 좀 읽었어요. 오디오북도 몇 개 듣고.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하다가 한 10년 전인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Eat, Pray, Love>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서 영화를 봤어요. 책하고 좀 다른 것도 있지만 이 영화도 재밌게 봤어요.
리즈가 남편하고 이혼하고 잠깐 만나게 된 젊은 남자와 코인세탁소에 가서 빨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혹시 기억나시는지?
거기서 그 젊은 남자가 리즈의 팬티를 차곡차곡 접어서 "Your underwear, my queen"이라면서 전해주죠. 그걸 받아든 리즈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까 그 옆에 다른 여자가 있었죠. 좀 수줍어하면서 (그 여자가 빤히 보고 있었겠죠.ㅋㅋ) "He just folded my delicates."라고 하니까 그 여자가, "Oh, my God, baby, you are in so much trouble."라고 하면서 진짜 걱정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아~ 내 남편은 아직도 내 delicates를 반듯하게 접어서 절 주지도 않고 제 속옷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 놓는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런 남자랑 삽니다. 제가 만약 막 결혼해서 다른 여자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면 똑같은 얘기를 들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29년을 살아보니까 trouble은 많았지만 여전히 그 남자 덕분에 행복합니다. 이제 곧 할머니가 될 텐데도 말이죠.ㅋㅋㅋ

7월에 이 책들 포함 한 10권을 산 것 같아요.
암튼, 7월엔 정말 너무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요. 잠도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자는 날이 많았거든요. 첫 번째 이유는 human physiology와 Physical Assessment 수업을 학교가 정식으로 시작하는 9월 25일까지 다 마쳐야 했어요. Human physiology 수업은 간호대 들어가기 전에 들었던 수업인데 6년 전에 들은 것이라서 expired가 되어서 다시 들어야 했어요. 그 당시 A를 받았기 때문에 우습게 생각했는데 6년이라는 시간은 저처럼 나이 많은 사람에겐 너무 긴 시간이었는지 다 까먹은 데다 겨우 8주 수업에 그 방대한 분량을 해야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거기다 알라딘 24주년 북플 독보적 챌린지 스티커도 받고 싶었기 때문에 매일 한국책도 읽고 밑줄긋기 올리고. 또 와중에 생애 처음으로 수술이라는 것을 받아.... 아 놔~~~. 그누므 스티커가 뭐가 중요하다고 수술하고 다음 날도 북플 챌린지.....ㅠㅠ 결국 수업도 힘겹게 A를 받으면서 무사히 마쳤고 독보적 챌린지 24주년 스티커도 받았습니다. 하면 하는 라로씨!! 아니 멍청한 라로씨! ㅠㅠ
이제 8월 7일에 시작한 Physical Assessment 10주 수업을 마치면 한 10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본격적인 UCLA 생활이 시작됩니다. 8월 9일에 UCLA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통학 시간이 4시간이나 걸렸어요!!!ㅠㅠ 9월 25일부터 이틀에 4시간씩 8시간을 고속도로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지만 시작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잘 하도록 할 겁니다. 7월은 그렇게 보냈고, 8월은 외롭게 시작했지만, 이제 몸도 많이 건강해지고 마음도 많이 튼튼해져서 그런가 뭐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너무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려고 하니 어색하고 글도 잘 못쓰겠고 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또 이만큼이나 썼네요.ㅎㅎㅎㅎㅎㅎ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인사를 마치고 내년에 할머니가 되어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