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기준에 대하여 / 비극에 대하여 외 미학 원전 시리즈 3
데이비드 흄 지음, 김동훈 옮김 / 마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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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에게 아름다움과 숭고는 구분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별개의 현상은 아니다. 사랑이나 미움, 슬픔과 환희와 같은 정념이 거의 지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워져서 감정으로 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름다움으로 인해 유발되는 감정도 정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될 수 있다... 흄은 숭고의 현상을 아름다움으로 인해 고양되는 감정의 고양과 관련하여 고찰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숭고를 본질적으로 다른 현상으로 구분한 버크와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고 할 수 있다.(p137) - 해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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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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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우리는 결코 한 가지 물건만 보지 않는다. 언제나 물건들과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타인의 시선이 우리의 시선과 결합함으로써 우리 자신 역시 가시적 세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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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2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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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미학 오디세이>에 이어 근대 이후 현대 예술(미술) 중심으로 미학(美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 예술이 그 이전 시대의 예술과 구분되는  특징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것을 '의미 정보의 분리'라 해석하고 있다.


1. 현대 예술과 의미 정보의 분리


'현대 예술은 그림 밖의 어떤 사물을 지시하지 않는다. 지시하는 게 있다면 오직 자신뿐이다. 여기서 의미 정보에서 미적 정보로의 전환이 시작된다. 예술 작품의 정보 구조를 우리는 둘로 나눌 수 있다. 가령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 ~ 1640)의 <파리스의 심판>을 생각해보라. 우린 이 작품 속의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림1] 파리스의 심판 (출처 : http://cfile27.uf.tistory.com/image/1172CC3B4FFCF6B2366F4D)


이게 바로 그 작품의 '의미 정보'다. 이제 이 내용을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그럼 그림 속엔 순수한 형태와 색채만 남는다. 이게 바로 작품의 '미적 정보'다. 의미 정보를 중시한 고전 회화에선 형태나 색채가 주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현을 포기한 현대 예술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색과 형태라는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즉 미적 정보만 있을 뿐이다.'(p43)


2. 화폐의 금태환 금지... 화폐와 신용의 결합


현대예술과 의미의 분리라는 지점에서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들게 된다. 다소 엉뚱하지만 1971년 달러의 '금 태환 정지'선언과 현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971년 이전에는 '금(金 gold)'와 '달러 dollar'는 서로 묶여 있었기에 달러 발행액도 제한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금과 달러의 연관고리가 끊어지는 조치가 금 태환 정지다. 이 시점 이후 달러와 금은 제갈길을 가게 된다.


가. 달러 위기


'1950년대 말부터 서구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비해 미국경제는 정체하고 국제수지도 만성적이고 대폭적인 적자를 누적시켜 금 준비와 대외 단기달러채무 잔고의 비율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롯된 달러의 지위 동요는 1960년 가을에 표면화되어 그 후 이런 경향은 만성화되고 심각화되어 금융 위기인 달러 위기(dollar 危機)로 이어졌다.'


[그림2] 금 본위제(출처 : 한미경제협의회)


나. 금본위제의 붕괴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전비조달을 위한 통화량 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일부 국가들이 금태환을 요구하였고, 결국 금태환 정지선언인 1971년의 8·15 닉슨 조치는 이런 달러위기의 타개를 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나 이 조치에 따라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 국제 통화제도는 혼란에 빠지고 세계무역은 축소화의 경향을 지지게 되며 한편 후진국에는 악영향을 주었다... 금환본위제는 국제수지 자동조절기능의 약화와 통화팽창 가능성이란 약점때문에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1931년 붕괴하게 된다. 따라서 이때의 무역정책을 보면 강력한 보호무역조치가 만연하는 경향이 나타났었다. 특히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은 국제통화질서를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타를 가하였다. 주식시장의 붕괴는 급속히 전 세계로 확대되어 유럽각자의 연쇄적인 파산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 미국마저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여 주요선진국은 일시적인 변동환율을 채택하게 되었다. 여기서 금본위제도는 붕괴되고 말았다.' (이상 출처 : [위키백과])


마치 금태환 정지라는 사건 이후 달러가 금으로부터 독립된 것처럼, 현대 예술은 의미 정보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것은 상호 관계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달러와 현대 예술 역시 그 자체로 독립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은 각각 새로운 의미와 결합을 하게 된다. 먼저 통화부터 살펴보자.


다. 통화와 신용(信用)의 결합


통화는 금으로부터 벗어나면서 발행액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났지만, 가치 평가를 위해서 다른 요소 '신용(信用)'와 결합된다. 물론 이전에도 채권등이 있지만, 현대의 채권은 단순한 채권채무관계 증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수단으로도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가 새롭게 맺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양적완화정책으로 대표되는 국채발행과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은 이러한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림3] 통화지표의 구성 내역 ( 출처 : 한국은행 <우리나라의 통화지표 해설>)


2. 고전 예술과 현대 예술 


그렇다면, 현대 예술은 무엇과 결합했을까? 현대 예술은 (가치 평가를 위해) 미적 정보와 결합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 ( )안은 겨울호랑이 해석


'의미를 중요시한 고전주의 예술에선 대상의 형태가 가장 중요했다. 색채는 단지 대상의 형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 예술에선 대상성이 사정없이 파괴된다. 형태와 색채는 대상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구성을 이룬다. 결국 고전주의 예술은 의미 정보를 추구한 반면, 현대 예술은 의미 정보를 단순화하는 가운데 미적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p249)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 Heisenberg, 1901 ~ 1976)의 불확정성 원리는, 세계를 확실하고 고정된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현대 예술이 확실하고 고정된 필연성에서 도피하고 다의성을 띠는 경향은, 이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의 위기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열린 작품이 부정적 측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린 그 속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새로운 인간 유형이다.'(p291)


<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이처럼 현대 예술의 미적 의미와 다의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은 여신(女神)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미술의 아름다움은 조각으로 대표된다. 대리석안에 상(像)의 idea가 숨겨져있다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 ~ 1564)의 말처럼 그리스 조각상에는 수학적 비례를 갖춘 많은 미의 이상이 표현되어있다.


[그림4] 아리아스(출처 : 나무위키)


반면, 고대에는 어느 정도 미의 정형성이 있었다고 한다면, 현대예술은 다양성을 인정한다. 


[그림5] 아리아스(부제: 피카츄) (출처 : 겨울호랑이 핸드폰)


 위의 사진을 보고  아리아스라고 이름을 붙였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고대 예술과 현대 예술의 차이라 생각된다.(너무 무리했을 수도 있겠다.) 비록, 모두의 공감을 얻기 힘들더라도, 적어도 겨울호랑이가 연의를 아리아스보다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현대예술의 열린 개방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미학 오디세이2>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 ~ 1967)의 여러 작품을 통해 잘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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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18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에 나오는 미술 작품에는 ‘정보’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예술 작품들은 색과 형태라는 형식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어요. 과거에 눈으로 보는 감상 행위는 무의미해졌어요. 그래서 요즘 예술 작품들은 난해해요. 예술 작품 속 심미적 가치가 좋아서 그걸 사들이는 컬렉터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대부분 컬렉터들은 경제적 가치를 보고 작품을 수집합니다. 재료비, 캔버스 크기, 호수 등 작품 거래 가격을 매기는 데 영향을 주는 특별한 ‘정보’만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4-18 17:51   좋아요 1 | URL
^^: 네 저도 cyrus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느 정도 ‘의미 정보‘가 공유되어야 감상자의 의견과 느낌이 나올 수 있을텐데, 예술가의 주관적인 미가 기준이 되니 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예술을 음미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이 지점이 현대 예술을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2017-04-18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8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아스 조각상 아래 연의 아리아스 나타나서 빵ㅋㅋ 두상에서 조각상처럼 빛이 나ㅋㅋ
비교해 보다보니 닮은 듯도....호오~ 이 장르는 개념미술이군....ㅎ

겨울호랑이 2017-04-18 18:24   좋아요 1 | URL
ㅋ 뭐 장르랄 것도 없고 딸바보 아빠의 주책없는 망언이겠지요^^:

AgalmA 2017-04-18 18:26   좋아요 1 | URL
사랑하지 않으면 깊은 의미도 보이지 않는 법^^

겨울호랑이 2017-04-18 18:35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잘 받아주시는군요..사실 제가 봐도 피카츄쪽에 가까워요 ㅋㅋ

서니데이 2017-04-1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예쁜 연의사진이네요.
반짝반짝하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은 볼 때마다 조금씩 크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4-18 18:3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리뷰엔 연의가 언제나 구원투수로..ㅋㅋ 좀 너무한 아빠지요?

서니데이 2017-04-19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에서는 연의 얼굴을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은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4-19 21:21   좋아요 1 | URL
^^: 네 서니데이님 아무래도 북플 사진이 많이 적지요? 오늘은 황사가 있어서인지 조금은 목니 칼칼하네요..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서니데이님, 편안히 하루 잘 마무리 하세요^^:
 
추의 역사 + 미의 역사 세트 - 전2권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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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의 역사(Storia Della Bellezza)>와 <추(醜)의 역사(Storia Della Bruttezza)>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1932 ~ 2016)의 서양 예술(특히, 미술)에 나타난 미(美)와 추(醜)에 대한 이야기다. <미(美)의 역사(Storia Della Bellezza)>는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까지 예술 작품 속의 미(美)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시대에 따라 달라져온 '미(美)'의 개념을 살펴본다. 미(美)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미(美, beauty)

관념론은 미(美)란 정신에 의해 감지되는 것에 의해 성립된다고 본다.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가 미(美)는 이해(利害)를 떠난 순수한 감정에 있다고 본다든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1831)처럼 이념의 직관적인 형식하에서의 파악으로 나타난다고 한 것이 그 예다. 유물론에서는 지금까지 미는 객관적으로  갖추어진 것이고, 대상이 갖는 전체와 부분의 균형, 조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미는 이러한 활동을 미술이나 예술 상의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철학사전>, 중원문화(2009)


미(美)라고 하는 개념은 정신에 따라 감지되는 것이며, 시대별로 미(美)가 다른 양상에서 시작된다는 관점은 사전적 의미일 뿐 아니라 이 책 <미의 역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아름다움(남자, 여자, 풍경의) 뿐만 아니라 하느님, 성인, 사상 등의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움베르트 에코, <미의 역사>, p14


여느 책과 마찬가지로 서문은 책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특히, <미의 역사>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미(美)의 개념과 책의 의도가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서문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다양한 미의 개념 뒤에는 모든 세기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몇 가지 독특한 규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그것을 발견해 내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 차이들을 밝혀 보려할 것이다. 그런 차이 밑에 숨어 있는 통일성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 <미의 역사>, p14


'완벽함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이상은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라는 한 단어로 대표된다. 이것은 칼로스(kalos, 일반적으로 "아름다운'으로 옮겨진다)와 아가토스(agathos, 대개 "선한"으로 옮겨지지만 일련의 긍정적인 가치를 모두 포괄한다)를 결합한 단어이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23


그리스인들의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라는 말에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선(善)과 미(美)의 결합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선'과 '미'의 결합은 자연스럽게 '악(惡)'과 '추(醜)'의 결합으로 이어지면서 보다 복잡해진다.  그 결과 <미의 역사>의 후속편인 <추(醜)의 역사(Storia Della Bruttezza)>에서 추(醜)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반미(反美, 아름다움의 반대)', '비미(非美), 아름답지 않은 것 또는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한 것)', 독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추(醜)'.


'반미(反美)'라는 개념은 전통적인 관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절대적인 미(美)의 상대어이며 근대 이전에 주로 받아들여진 '추의 개념'이라 할 것이다. 한편, '비미(非美)'라는 개념은 아우구스티누스로 대표되는 초기 기독교 사상에서 '악(惡)'을 '선의 결핍'으로 정의한 초기 기독교 사상 속에서 나타나는 개념이다. 이러한 '비미(非美)'의 모습은 마치 '천국(天國)에 들어가기 위한 연옥(煉獄)'의 모습으로 잘 설명된다고 여겨진다. '추의 자율성' 부문에 대해서는 저자 움베르트 에코는 <미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추(醜)의 제시를 통해 독자들의 판단으로 미루고 있다. 서문에 나타난 대강을 살펴보면, '추(醜)의 자율성(自律性)' 에 대한 단초(緞綃)는  로렌크란츠의 <추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다.


'1853년 카를 로젠크란츠(Karl Rosenkrantz)가 쓴 최초이자 가장 완벽한 <추의 미학 Aesthetik des Hasslichen>은 추와 도덕적 악(惡)사이의 유추를 끌어낸다. 악(惡)과 죄(罪)가 선(善)의 반대이고, 선의 지옥(地獄)을 나타내는 것처럼, 추는 '미의 지옥이다. 로렌크란츠는 전통적인 관념으로 돌아가서, 추는 미의 반대이며 미가 그 자체 내부에 지니고 있는 일종의 오류이기 때문에, 미학이론이나 미의 학문은 추의 개념을 함께 다룰 의무를 함께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추상적 정의에서 추의 다양한 구현에 대한 현상학으로 옮아가는 그 순간에, 일종의 "추의 자율성'을 얼핏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자율성은 추를 더욱 풍부하고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그저 다양한 미의 형식에 반대되는 일련의 것 이상이 되게 한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16


저자는 서문의 마지막에서 '추(醜)'에 대해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오는 반응"이라고 정리한다. '미(美)란 정신에 의해 감지되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역시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추(醜)'의 자율성 역시 우리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이런 추들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추를 조화나 비례, 완전무결함으로 이해되는 미의 반대라고 할 수 없다... "아름다운"의 모든 동의어들은 무관심적 평가의 반응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반면, "추한"의 동의어들 거의 모두는 격렬한 거부감이나 공포, 두려움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떤 혐오감의 반응을 포함하고 있다(p16)... 앞으로 온갖 다양성과 복합적 양상을 띤 추, 이 추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다양한 그 추의 형상들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반응들, 그리고 우리가 그것들에 반응할 때의 뉘앙스이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p16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는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당대 문헌 내용이 풍부하게 인용되고 있다. 책에서는 분량의 제한이 있기에 시대별 상세한 서술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미학사(美學史)의 흐름과 미학의 중요 두 개념 미(美)와 추(醜)에 대해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내용면에서 좋은 미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미와 추 전체를 한 편의 리뷰에서 정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마지막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생각하는 미(美)의 개념을 '조화'와 '비례'의 개념에서 살펴보면서 본 리뷰를 마친다.


조화(造化, Harmony)


'조화는 미덕이다. 건강과 모든 선(善) 그리고 신성(神性)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물들 역시 조화에 따라 구성된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 <철학가들의 생애> (BC 6세기 ~ BC 5세기)


[그림] 라오콘과 아들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aeyun4542&logNo=220622925372)


비례(比例, proportionality)


 '모든 사물들은 아름답고 어떤 식으로든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비례가 없는 미와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은 수적인 비례가 맞아야 한다. 따라서 "숫자는 창조주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모델"이며 사물들 속에서 지혜로 이끄는 중요한 흔적이다.' 바뇨레조의 보나벤투라, <하느님에게 이르는 정신의 순례> (13세기)


[그림] 비트루비우스의 비례도( 출처 : http://blog.daum.net/orteauc/6916958)


부분들의 비례


'미는 개별적 요소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의 조화로운 비례 속에, 즉 한 손가락과 다른 손가락들과의 비례, 손가락들과 손의 나머지 부분과의 비례, 손의 나머지 부분과 손목과 팔뚝과의 비례, 팔뚝과 전체 팔의 비례,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에 쓰여 있듯이 한 부분과 나머지 다른 모든 부분들과의 비례 속에 있다고 단언한다.' 클라우디우스 칼레누스 <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의 가르침> (2세기)


PS. 개인적으로는 헤라클레이토스가 미(美)'에 대해서 '아름다움'와 '아름다움의 대립자'간의 균형이 조화라고 해석했다는 면에서 '미의 상대성'을 잘 설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우주에 통일성과 다양성, 사랑과 증오, 평화와 전쟁, 정지와 운동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듯 보이는 실재들인 대립자들인 존재한다면 이 대립자들 간의 조화는 그중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둘이 계속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게 하는데서 성취된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조화는 대립자들의 부재가 아니라 그들간의 균형이다.' 움베르트 에코,<미의 역사>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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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6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3-16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꼼꼼히
진심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6 12:13   좋아요 1 | URL
마르케스 찾기님 감사합니다^^: 아직 제가 미학에 대해 잘 모르기에 다른 미학책과 함께 읽으면 더 새로운 것을 찾을 것 같아요..

cyrus 2017-03-16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를 따로 읽었지, 같이 읽어본 적은 없었어요. 두 권의 책을 같이 읽어보면 흥미로운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추의 역사>가 좋았어요. 제가 어두운 분야를 좋아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6 15:28   좋아요 0 | URL
네, cyrus님 개별적으로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서로 대조해서 읽는 것도 독서의 집중도와 흥미 둘 다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의 역사>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일까요. 한 번 생각하고 펼쳐보게 되네요.. 이런 것도 일종의 편견이겠지만요..^^:

cyrus 2017-03-16 15:32   좋아요 1 | URL
<추의 역사>에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느낌의 그림 도판이 있어서 읽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저는 이 책을 맨 처음 읽었을 때 그림 보고 깜짝 놀란 적 있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3-16 15:3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것 같습니다. 특히, 다른 그림보다 <추의 역사> 뒷 부분에서 나무에 목매달린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은 충격적으로 다가오네요.. 물론 저자는 ‘공포‘라는 감정도 ‘추‘의 한 갈래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충격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오거서 2017-03-16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의 역사, 추의 역사 두 책을 같이 읽으시는군요. 저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라서 이런 시도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6 20:31   좋아요 2 | URL
^^: 세트가 생겨서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앞뒤로 연결해서 책을 읽으니 또 다른 것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거서님의 글을 읽다 보니, 국악과 클래식을 교차해서 듣는다면 더 좋은 음악감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ㅜㅜ ..음악의 길은 참 멀다는 생각을 합니다. 쉽게 되지 않네요..^^:

오거서 2017-03-16 21:29   좋아요 3 | URL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면 그만큼 책읽기가 즐겁고 활자가 지식으로 경험으로 부뢀시키는 것이 쉬워지리라고 봅니다. 물론 책읽기와는 다르지만 음악 감상에도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듣기도 하지만, 같은 곡의 다른 연주를 모아서 한 연주자씩 듣거나 한번에 두 연주를 플레이 하기도 합니다. 비교감상법이라고 하지요. ^^

겨울호랑이 2017-03-16 20:49   좋아요 2 | URL
요즘은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가 귀에 잘 들어옵니다.^^: 19세기 쇼팽음악을 21세기의 시각으로 해석했다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좋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평할 입장이 되지 못해 당분간 좋은 연주자 음악을 즐길 계획입니다. 지금처럼 오거서님의 좋은 가이드 계속 부탁드립니다^^:

samadhi(眞我) 2017-03-18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남편의 평소 지론(?)과 꽤 비슷하네요. 우리 남편은 아무리 예뻐도 좀 쎄 보이면 못 생겼다고 치어다도 안 보거든요. ㅋㅋ 우리 남편이 선에 집착하는 편이라 아주 단순하게 해석해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7-03-18 20:00   좋아요 1 | URL
그렇게 ‘진-선-미‘가 연결되네요^^: 단순히 이론만이 아님을 samadhi님의 사부님 지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ㅋ
 
미학 오디세이 1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는 요즘 미학(美學 : aesthetic) 교수보다 시사평론가로서 더 유명한 진중권 교수의 미학 입문서(入門書)다. <미학 오디세이1> 에서는 에셔(Maurits C. Esher, 1898 ~ 1972)의 작품세계를 전체 이야기의 큰 줄기로 잡고 있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형식으로 고대(古代)에서 헤겔(Georg Friedrich Hegel, 1770 ~ 1831)시대까지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


먼저, 내용의 큰 줄기인 에셔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저자는 에셔의 작품 세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여러 세계를 넘나듦, 2) 평면의 균등분할, 3) 거울에 비춘 상, 4) 변형, 5) 칼레이도치클루스와 나선형, 6) 3차원 환영의 파괴, 7) 불가능한 형태, 8) 무한성에의 접근, 9) 이율배반, 10) 이상한 고리(뫼비우스의 띠)


다양한 위의 주제를 관통하는 내용은 '수학적 계산'과 '순환'이다. 그리고, <미학 오디세이1>에서도  '비례', '기하학'과 같은 수학 관련된 내용이 '이성'과 '감성'이라는 주제와 맞물려 반복된다. (다행히,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에셔는 교묘한 수학적 계산에 따라 작품 활동을 했는데, 특히 '이상한 고리(뫼비우스의 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다.' (p15)


[그림1] <도마뱀> 에셔, 석판(1943) [출처 : http://egloos.zum.com/sand/v/743561#none]



[그림2] <뫼비우스의 띠2 : 불개미> 에셔(1963)  [출처 : http://egloos.zum.com/sand/v/743561#none]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고대부터 각 시대별로 에셔의 작품 세계의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가를 대화체(對話體)로 쉽게 풀어간다. 대화를 끌어가는 두 철학자가 철학(哲學)에 대한 입장이 대립적이기 때문에 내용전개가 명쾌하다. <미학 오디세이>의 이러한 구성은 저자가 '지은이의 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의 <괴델, 에셔, 바흐 - 영원한 황금 노끈 ( GODEL, ESCHER, BACH , an Eternal Golden Braid)>의 영향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한다면,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주로 미술을 다루는 반면, <괴델, 에셔, 바흐>에서는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이야기를 주도하며, 미술, 논리학, 음악,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주제의 넓이와 깊이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책의 성격이 입문서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저자의 적절한 책의 난이도 조절이라 생각이 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서양(西洋)의 미학이다. 우리가 동양문화권에 살고 있음을 비춰 본다면, 동시대의 문화 비교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문명의 교류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곰브리치(E.H. Gombrich)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가 부분적으로나마 동양, 인도의 미술도 다루고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입문서임을 고려해도 다소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미학 오디세이1>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칸트 이전 시대의 미학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예술과 정신 세계의 미분화(未分化)'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깊이 있는 미학공부를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노선이 나온다. 이 노선은 영국의 취미론에서 시작되어 칸트에서 완성된다. 이들에 따르면, 미는 "인식"이 아니라 "쾌감"이며, 예술의 본질은 "진리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예술은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상상력의 유희"며, 예술가는 고정된 법칙에 따르지 않고 "영감"에 따라 자유로이 창작을 한다. 이런 생각을 "형식미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p247)


이 책의 성격이 입문서임을 감안한다면, 깊이 있는 미학 공부를 위해서는 철학사(哲學史) 공부와 미술사(美述史)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고대사회가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라는 점과 중세 철학을 '신학(神學)의 시녀(侍女)'라고 여겨짐을 감안한다면, 고대 신화와 기독교 '신학(神學)'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이처럼 내용적으로 에셔의 작품 세계와 헤겔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쉽게 정리해 주며,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한 공부 포인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초보입문자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미학 오디세이1>에 나오는 플라톤의 대화는 듣는 이들을 잘 배려해서 쉽게 알아듣게 해준다. 이에 반해, 플라톤이 쓴 대화편의 소크라테스는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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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2-01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예술의 힘을 읽으면서 이 책이 생각나더군요. 미학 공부를 위해서 철학과 미술사를 배경 지식으로 갖춰야 한다는 말에 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2-01 08:01   좋아요 2 | URL
^^: 네 갖춰야지요... 그래야 하는데. 저도 말로는 쉽게 쓰는데, 갖추기는 쉽지 않네요. 그저 오늘도 갖추려고 노력할 뿐이겠지요? ㅋ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추운 날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AgalmA 2017-02-05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인데, 다시 못 읽고 있는 실정^^;;

겨울호랑이 2017-02-05 21:14   좋아요 1 | URL
^^: Agalma님은 이제 입문 수준에서 보시기 어려울듯 ㅋ 성문종합을 보시던 분이 성문기초를 보기 힘들지요 ㅋ

AgalmA 2017-02-05 21:42   좋아요 1 | URL
기억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가...쿨럭))
너무 띄우지 좀 마세요. 버릇 나빠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