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는 왜 경제적으로 옳은가 -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 모델, 영국 IAPT 탄생 이야기
리처드 레이어드.데이비드 클라크 지음, 솝희 옮김, 최진영 외 감수 / 아몬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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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도 크지 않고 분량도 넘치지 않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깊이 넓게 심리치료 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심리치료가 왜 경제적인 효용성이 있는지에서 시작해 심리치료 전반에 대한 효익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모두 영국의 노동경제학자와 영국의 심리학자로 제시하는 기준들이 영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에서의 정신과적 지표들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성인 5명당 1명꼴로, 아동 청소년은 3명당 1명꼴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환율(특정 기간 동안의 해당 인원을 인구 대비로 환산하는 것)로 볼 때 육체질환 각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통계로 각기 10~20 퍼센트 내외이나 정신질환의 경우는 40 퍼센트를 육박한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진단받거나 그로 인해 치료를 받는 이들은 전체 정신질환에서 3분의 1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육체의 질병보다 감당하기 버거운데, 각각의 환자들에게 자체 평가를 하게 할 때 육체의 질병으로 극단적 고통을 느낄 때의 괴로움을 10단계로 할 때는 지표가 2 정도에서 그친다고 하지만, 정신질환에서의 괴로움은 10단계에서 4라고 자체 평가를 한다고 한다.

 

정신질환은 개인 스스로도 감당하기 버겁기도 하며 결석이나 결근의 사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일의 성취와 소득의 감소를 불러오고 자살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사회적 손실과 개인적 손실에 가장 큰 파급을 불러오는 요소인 것이다. 그럼에도 보건 의료 예산에서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바는 어느 나라든 대개 15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 시 심리치료를 받으면 치료율은 50 퍼센트를 상회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 완치율이 높은 경우는 다른 질환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심리치료의 경우 심리기법과 그 외 복약 등 거의 모든 경우 임상을 다각도로 거쳐 완치율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저자들의 보고다.

 

이 책의 중반과 후반은 정신질환과 심리치료의 경우를 다각도로 헤아려 보는 장들이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정신질환이 유전되는지 돌아보는 경우도 있으며 아동에게는 어떠한 치료가 좋은지와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필요한 의문과 답이 아닌가 싶다. 우울증과 불안증의 경우 편도체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완화할 수도 있지만 전전두엽의 편도체에 대한 영향력을 개선하여 스스로 자각하며 개선해 나가는 경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한다. (샤이니의 종현의 경우 사망 전 담당의에게 우울증 약을 처방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고 하는데 의사는 그의 요구를 계속 묵살했다고 한다. 종현의 사망이 의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지행동치료로 보다 나은 개선을 의도한 것이 의사의 판단이었을 것이겠지만 내담자의 상태가 당장 자살을 시도할 정도의 경우인지 아닌지 상담만으로 확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담자가 거듭 약을 요구할 때는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신속하게 약을 처방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모노아민 산화효소 A (MAOA) 수준이 낮은데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으면 반사회적 성향을 띄게 되기도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경우 MAOA 수준이 낮아도 학대의 경험이 없으면 반사회적 성향을 띄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타고나도 양육 환경이 좋은 경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들이 많은 것처럼 환경적 요인이 범죄 발생 범주를 만드느냐 아니냐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듯하다. 오래된 생각이지만 이런 까닭에 환경 개선이나 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가 사회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일부 유려한 환경의 교도소에서 재소한 재소자의 경우 재범률이 거의 없는데 반해 교도비용을 아끼며 열악한 환경에서 재소한 미국 재소자들의 재범률은 월등히 높다는 사례를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 보았다. 교도비용에 심리치료비와 환경 개선 유지비용을 조금 높여도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화해서 범죄를 하지 않아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리비용을 낮추고 사회에 기여하며 세금을 납부하여 GDP와 정부 예산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시민의 인구를 높인다면 국가가 사회 전체와 국민 개개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교육 환경도 취업만이 아닌 행복한 경험을 추구하고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이후에도 범죄나 자살 등 반사회적이고 비사회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감소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의 사고를 유도하는 것이 본서의 저술 의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개선이 심리치료의 경제적 효용성을 이야기하는 본서의 주제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진작부터 관심 가져왔고 각성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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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내비게이터 -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 탐구자를 위한 석학들의 과학 대화
도쿄대학교 교수진 지음, 다키구치 유리나 엮음 / 모노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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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피티님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모노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펼치면 [들어가며]에서 ‘지금은 VUCA 시대’라는 표현이 최근 들어 종종 들린다며 VUCA란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는 말로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두문자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본서를 엮은 의도는 이런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전문가들의 견해로 짐작해 보며 그려보자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긴 이유는 본서에서 언급되었듯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짐작해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의 바람과 욕망과 기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중적인 미래예측서들을 좋아하는 데 그와 같은 책들에 끌리는 이유로 본서에도 끌렸다. 이 책에 대한 한줄 감상은 미래예측의 소스로만 기대하기에는 정보의 밀도보다 대중성이 훨씬 더 높은 책이라는 것이다.

대화 형식의 본서에서 대화를 주재하는 경제저널리스트를 제외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의 각 분야 전문가 11명이 동원되어 화려한 전문진이 등장한다. 까닭에 본서에 등장한 대담이랄까에 깊은 기대가 생기는데 어느 대목에서는 정보의 깊이와 인사이트가 느껴지고 어느 대목에서는 아주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다.

본서는 미래사회, 정보통신, 우주시대, 질병과 생명의 네 파트로 나뉘어 있다. 질병과 생명 파트에서는 미래 의학의 발전 가능한 상을 폭넓게 담론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특정 분야에서 현대의 의학적 설명이 많았고 우주시대라는 파트도 우주개발에 대한 담론 외에도 천문학과 물리학에 대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져 기대한 미래 예측 정보 위주만의 서술이 아니라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래서 내가 독서의 목적을 본서의 집필의도와는 달리 잡았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과학의 미래만이 아닌 과학의 현재도 그리고 과학을 대하는 태도도 본서 전체를 흐르는 중요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미래사회 파트가 가장 다가오는 대목들이 많았다. 인체능력을 다운로드받는 시대에 대해 BCI기술을 통해 뇌로 전문지식과 기술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인간의 계산 능력과 뇌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 유전자 개량과 기기와의 연결이 벌써부터 시도되어왔다는 내용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이 1000년을 살게 될 수 있음을 실험대상들을 통해 수명을 연장한 사례로 들며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1000년을 사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의 수명으로 인해 가정 자체에 거부감이 들어서인지 솔깃하기보다는 섬찟하게 다가왔다. 거듭 세대가 교체되며 진화하는 것보다 1000년을 살면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량해서 얻는 진화의 밀도가 더 높다는 대목에서는 개인 진화만이 다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미 AI라는 신적 존재로 급속하게 진화 가능할 존재를 창조하고는 인간에게 더 이상의 진화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보통신 파트에서는 공중에서 에너지를 끌어 쓴다는 공간 속의 전자와 광자에서 에너지를 전환해 쓴다는 개념을 통해 무한 에너지의 시대에 인간의 향로는 어떻게 될까라는 이미 과거 다른 저작에서도 깊이 하게 된 상념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메타버스 저작들을 통해 앞으로 국가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기업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수 있다는 상념도 본서를 통해 다시 돌아보는 기회였다. 우주시대에서는 우주개발의 민간 기업주도를 짚기도 한다. 질병과 생명 파트에서는 면역과 장, 뇌와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논하며 에코 시스템(상호의존)과 초개체(다수의 개체가 한 개체처럼 행동하는 것)를 초유기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독자적인 기능을 통해서만이 아님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지구와 우주 차원의 다른 의미의 공존에 대한 생각도 돌아보게 되었다.

본서에서 담론하는 과학의 발전상은 다각도의 독서를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관심이 깊은 분들께는 기존에 알던 부분을 다시 헤아리게 해주는 역할과 미래 과학 발전에 대해 이 시대에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될 수 있다. 가볍게 또 넓게 그러면서 적절하게 핵심을 읽을 수 있으며 타인(해당 분야 전문 과학자)의 시선과 마음을 통해 미래를 헤아려 보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과학내비게이터 #도교대학교교수진 #모노하우스 #미래사회 #정보통신 #우주시대 #질병과생명 @book_withppt @monohouse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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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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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국가를 배경으로 다수의 독재자와 혁명가들을 서술하고 있다. 각 장의 타이틀을 담당한 주인공으로는 17명의 지도자가 등장하는데 리비아의 카타피는 독재자라기보다는 장기집권을 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어 참혹한 말로를 겪게 된 위대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자로 판단되지는 않는 인물이다. 아름다운 독재자도 없고 아름다운 장기집권도 없다는 정의로는 맞겠지만 카다피 같은 인물을 독재자라고 한다면 많은 나라에서 필요한 독재자가 아닌가 싶다. 그의 재임 기간 중 전반 10년에만 GDP8배 올랐으며 그가 강제로 끌려 내려오기까지 리비아 1인당 GDP는 미국, 프랑스, 독일을 추격했으며 영국보다는 앞섰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국민의 복지와 의료 혜택에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인물도 장기집권을 하니 대중에게 끌려 내려와 개처럼 끌려다니다가 맞아 죽었다니 그의 삶이 참 억울할 거라 느껴지기도 했다. 장기집권은 한 인물의 역량이나 기여마저도 물거품으로 만들만치의 거부감과 저항을 불러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외의 경우는 익히 알고 있는 몇몇과 생소한 이들의 독재와 학살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보면 무능이나 정치적 패악에 따라 퇴출된 인물들도 등장한다. 본서는 독재자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제목마따나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쫓겨난 권력자]들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이들을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쫓겨난 이들에게는 그들이 독재나 학살을 했던 그저 무능하고 독단을 했거나 치부가 있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그 원인을 주지해 보는 것도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그와 함께 이러한 정치인들을 감별하고 퇴출시키려면 국민들도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을 높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감상도 동반되었다.

 

본서는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 다수의 정치인과 그들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지역적 배경과 그들의 정치적 오류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 행위의 배경이 된 심리 등을 두루 다루려다 보니 다소 밀도가 깊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20세기와 21세기의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들과 그들이 퇴출되기까지의 여정을 고루 다루었다는 데에 단점보다 장점이 큰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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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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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인데 내전은 민주주의 국가만의 위기는 아니겠지만 국가 간의 전쟁을 제외하면 민주주의 국가가 처할 수 있는 가장 큰 위기인 건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대학 글로벌 정책전략, 국제관계 당당 교수로 내전, 정치적 폭력, 테러리즘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며 세계은행과 유엔, 미국국방부와 국무부에 적극적 조언을 하는 고문이자 미국 다수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전문 분야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또 현대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와 같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에게 상식적인 내용일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에 대부분의 내전 상황들을 시사 프로그램과 역사 대중서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저자의 시선이랄까 관점이 참 상식적이라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본서에서는 미얀마,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북아일랜드, 이라크, 우크라이나, 기타 등등의 다양한 국가들의 경우가 사례로 등장하고 이들 국가가 내전 상황에 빠진 이유를 종교, 민족, 인종, 계층 등 다양한 양식으로 인간이 차이를 인식하는 부분들에서 찾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즈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내전 상황을 지나치게 된 이유를 정치적 역량과 사태 수습의 적절함에서 찾고 있다. 미국을 예시로 들면서 선진국에서도 인종 갈등 외에도 정치 성향의 차이까지 차이가 드러나는 다양한 부분들이 내전 상황을 초래할 여지를 자아내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러나 이런 시각 이상의 대안 제시는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제목 그대로 [내전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부분에 주목했다는 의의 이상을 본서에서 찾기는 어렵다. 차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시선을 주목하도록 해 갈등을 증폭할 수 있는 정치가가 있다면 제3 국가와 개도국,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내분과 내란이 유도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갈등의 요소를 딛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정치가가 대두된 정부가 있어야만 갈등이 해소되고 내전 상황에 대응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결론 정도가 본서의 내용에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평등을 희구하지만 인간이 완전한 평등을 구축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어디서나 불평등하다는 자각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수준의 체격, 외모, 운동기능, 지능, 예술성, 재치와 사교성 등 대부분의 조건을 맞춤해 인간을 디자인해 출시할 수 있는 유전자 기술이 등장해 인간이 평준화된다고 해도 그리고 경제 상황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조성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불평등을 인식할 것이다. 차이에서 열등감이나 자만을 느끼도록 인간은 원천적으로 그렇게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모르겠지만 감정과 지성과 의식이 고르게 갖춰진 인간이라면 그리고 해탈 상태에 머물지 않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나 타자에 대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이런 갈등은 법이나 윤리만으로 무마되는 것도 아니란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발전한 미래라면 이런 차이와 불평등의 인식이 내전이나 내분으로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되기는 한다. 하지만 짐작이 다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선조들도 현대의 우리가 이런 수준일 것이라 짐작하지는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인간의 속성이 드러나 차이를 인식하고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 밖의 타자나 타 집단을 향해 폭력성을 드러낼 때, 갈등의 증폭이 폭력으로 야기 될 때 우리는 전쟁이나 내전이나 내분이나 테러를 겪게 된다. 나 또는 우리와 타자, 타집단 사이의 갈등이 폭력 양상일 때를 우리는 테러나 전쟁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애초에는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되던 이들 간에서 벌어질 때 내분, 내란, 내전으로 지칭한다. 인간은 갈등 속에서 발전하는 존재이기에 이런 갈등 상황이 순조롭게 완만하고 포용적이며 문제 해소의 과정으로 순리적으로 이어지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나, 모든 갈등이 발전 지향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자는 살아 돌아올 수 없고 망해서 타국에 국가가 흡수된 상황은 이후의 향방을 아득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문제 해소의 완벽한 법을 알지 못하고 순조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주시하며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향방도 어디를 향할지 모를 것처럼 보인다. 타국가에서의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우리 역시 순조롭게 해소될 여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본서에 더 주목해야 하고 사유할 꺼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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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MBTI로 읽다
임수현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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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디페랑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와 함께 다가서게 되었다. 제목에 ‘MBTI로 읽다’라는 문장이 있기에 각 MBTI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상을 주는지 그리고 해당 MBTI에 사람들에게 감명 깊을 책을 추려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와는 다소의 오해가 있었지만 각 소설의 인물을 MBTI로 분석해 접근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저자에 대해서는 이미 검색을 거치셨을 것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한데, 많은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경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싶다. 학력만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정계 경험까지 있는 데다 그 이후에는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너무 아름답다. 책을 선택하며 작가의 외모까지 논하거나 고려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4차원 사기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다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장르별 독서법]과 [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은 솔깃한 책이다. 본서를 읽으며 MBTI라는 체계를 근거 삼아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 속 인물들의 심리와 욕동과 관계를 분석하는 저자의 명철함을 보면서 저자의 전작들에 대한 궁금함과 끌림도 일었다.

본서는 책 소개글과 소개 이미지에서 언급되듯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해설을 ‘작품 해제’로 담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하고 ‘MBTI 분석’이라며 주동 인물의 심리와 행위와 관계를 분석해 준다. 각 작품마다 인물의 역할과 관계와 심리가 간결하게 그래프로 주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문학 소개서들에서는 작품 해제 이후 줄거리 중심으로 해설해 주는 데 그치고 있는 것에 반해 저자는 주동 인물의 심리 유형를 분류하면서 심리와 욕동과 행위와 관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해 해설해 준다. 물론 더 깊이 있게 다가선다면 한 작품의 인물과 관계 분석만으로도 각 문학 작품의 분량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접근을 이런 분량에서 이 정도 수위의 깊이로 다가선 경우는 임수현 작가와 같은 경우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대표적으로 ‘청구야담’이나 ‘변신 이야기’처럼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작품들의 경우 인물을 특정짓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인상 깊은 인물 몇몇만 이런 분석을 시도했다. 이건 해당 작품만을 집중해 분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저자에 앞으로의 저작들도 기대되는 바인데 본서와 같은 심리분석에 기반한 작품 해설을 넓게가 아니라 인상적일 한 작품에만 집중해서 한다면 정말 깊이와 대중적 인지 차원에서 다른 저작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저자의 취향과는 다른지 모르겠는데 [의천도룡기]나 [천룡팔부]에 대해 저자의 접근과 같은 양식의 저작이 등장한다면 아니면 신필 김용의 전 저작들에 대해 임수현 저자의 접근과 같은 분석이 시도된 저작들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미친 듯이 히트하지 않을까, 베스트셀러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본서는 때때로 따분한 문학을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조금은 깊이 이해하며 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책이지 않은가 하는 감상이 들었다. 나처럼 문학과는 소원한 성인이나 다양한 문학에 대해 어찌 접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다가서 볼 만한 저작이라고 권하고 싶다.

#서울대권장도서MBTI로읽다 #임수현 #디페랑스 #권장도서 #MBTI분석 #인물심리로접근 #인물이해 #인물로작품이해 @chae_seongmo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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