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기의 러우전쟁사 - 러우전쟁은 어떤 세계질서를 만드는가?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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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으나 이분 저작은 이 책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책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질서]라는 이해영님의 저작을 20233월경 읽어보긴 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로 재편되어간다는 말씀은 이미 2006년경 [그림자 정부] 시리즈와 [불량국가]를 읽고 이후 동아일보 출간본 [위대한 전환]을 읽으며 사유하고 확고히 정립된 세계관이 확증되는 영향으로 남았다. 다만 이해영님의 전작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세계 현실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진기님의 본서는 러우 전쟁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를 통해 미국 외교 정책의 변천사와, 젤렌스키가 등장하기까지의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 그리고 러시아의 대응을 돌아보기도 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다른 주변국가들과는 다른 대응을 하게 된 현실적 이유를 가늠하기도 하고,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대리전을 치르는 바탕에 루소포비아가 있게 된 역사적 배경과 루소포비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체성과 군사적 확장과 정치외교적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국가들의 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전쟁으로 드러난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한계와 변화 그리고 세계 패권의 변화를 주목하게 하면서 일부 학자들이 현재를 신냉전으로 보는 것을 구체적으로 반박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 전쟁을 명백한 러시아의 승리로 보고 있는데, 무엇보다 미국이 이전의 미국이 아님을 여실히 세계에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도박판 전주 노릇을 하던 서구 전반이 문제가 다분한 상황이었음이 이번 전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는 것이 저자의 말씀이다. 그리고 러우 전쟁이야기로 시작해 미중 갈등에 대한 설도 풀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현재 상황을 신냉전으로 정의하는 외국 학자의 말을 전면 반박하기도 한다.

 

본서는 러우 전쟁사라는 제목이지만, 러우 전쟁을 통해 국제 정치 외교 전반에 대한 현 상황과 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고 헤아리는 저작이며, 나로서는 재독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넓고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현실과 미래를 담론하는 저작이다.

 

현재는 정치, 외교, 군사 그리고 종교적 차원에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주목되고 많은 이들의 우려가 함께 하는 시절이다. 이러한 때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해서 그 사안에 대한 해답을 낳을 수는 없다고는 해도, 분명 시대 상황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지니게 되면 내적 불안이 잠잠해지는 부분도 크다고 본다. 그래서 본서와 같은 책이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으리라 짐작되고 그래서 내적 불안이 잠재워진다면 이만한 효과를 주는 처방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불안하면 파고들고 헤아리는 것이 그저 불안에 떨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서에 내미는 손을 그냥 거두지는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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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별 독서법 -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임수현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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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르의 책이냐에 따라 읽는 순서와 독서법이 달라야 한다고 일깨워준다. 그건 진작부터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무작정 읽다 보니 무턱대고 읽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분의 다정한 일깨움이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

 

기록하며 구조화해 가면서 읽기를 습관화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과거에는 책의 여백에 필기와 그림그리기, 도표화를 해가며 읽는 것도 습관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습관이 버려지게 되었다. 책 한 권 읽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밑줄 그어가며 읽어내려가는 습관으로 바뀐 것이다. 저자의 말씀에 이제 길들어진 이 습관을 다시 예전으로 돌릴 필요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한때 잠시는 챕터 별로 마인드맵 하는 습관을 들이려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싶기도 했다. 책을 읽는 목적의식의 중요성도 새삼 되새기게 되었는데 그건 늘 명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알고 싶고 사람을 알고 싶고 세상 운영의 가려진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게 내 독서의 이유였는데 그건 언제나 바뀌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프롤로그와 챕터 1 독서 후, 챕터 5의 정치 사회 장르 독서법을 먼저 읽고, 챕터 3 역사 장르, 챕터 4 경제 경영, 챕터 2 철학 장르 독서법, 그리고 6 문학과 에필로그를 읽었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챕터 1 독서의 일반론 이후에는 어느 장을 펼쳐도 좋을 책이다. 자신이 가장 흥미를 갖는 장르의 독서법부터 읽으면 될 것 같다.

 

정치 사회 장르 독서법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고 역사 장르 독서법 대목에서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도 갖춰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예시와 독서 배경지식이 될 그 분야의 개념을 잡아주기도 하는 등 각 장르별 독서를 위한 기본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독서의 기본을 갖춰주는 책이기에 본서는 연령을 불문하고 읽어볼 만한 책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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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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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락시아는 평정심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평정심을 기반으로 덕을 추구하는 스토아 학파와는 달리 에피쿠로스는 이 아타락시아를 궁극의 행복으로 보았다고 읽혔다. 로고스라는 신적 이성은 내게는 섭리라는 의미로 다가왔는데 이 섭리를 따르며 평정심을 지속하는 걸 행복으로 본 듯하다. 평정심은 육체적 고통이 없고 정신적 동요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한다는데 에피쿠로스는 ‘지속되는 고통은 약하고 강한 고통은 금세 끝난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잠시의 텀만을 두고 반복되는 강한 고통은 금세 끝난다고 보기 어렵다. 육체적 고통이라도 큰 격동이 잠시 텀을 두고 반복되면 “잠시 만에 끝났구나. 또 시작되겠지만 우선은 끝난 거야”라며 안도하는 사람은 없다. 텀이 있더라고 지속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게 당연하다. 그러니 육체적 고통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존엄사’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행복을 주는 다른 요소들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삶에서는 평정심을 갖추게 된다 해도 행복과는 무관하게 다가온다. 평정심의 구비 다시 말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동요의 종료가 곧 행복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에피쿠로스는 욕망도 본성적이면서 필수적인 것과 본성적이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것 그리고 본성적이지도 않고 필수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구분하였다. 그가 말하는 본성이 무엇인지 헤아려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은데 그에 대한 해석이 없다 보니 본능과 본성을 구분 없이 사용하였나 싶기도 하다. 그는 기원전 270년에 사망한 사람으로 그 시대의 어의와 지금의 어의가 다른 부분은 주석에 있겠으나 그 시대에는 없던 개념이나 표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본능에 대한 정의는 기원 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보면 여기서 말하는 본성이 본능일 수도 있겠다고 보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당연히 에피쿠로스는 필수적이지 않거나 본성적이지 않은 욕망은 자제하도록 요구했을 것이고 그러하기에 자족에 대한 권유가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는 자족(소소한 삶에 만족하는 것)을 행복의 추구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보았는데 “가난은 커다란 부이며 무한한 부는 곧 궁극의 가난”이라는 식의 말을 했다. 언뜻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가난한 삶에서 자족할 줄 알면 아타락시아가 가깝지만 무한한 부를 추구하는 과정은 자신의 결핍에만 주목하고 외적인 것들만을 추구하게 함으로 인해 더욱 결핍을 크게 느끼는 궁극의 가난한 상태를 가져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자족할 수 있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가난은 직접적인 결핍을 자각하게 할 뿐이지 않은가? 부유한 이들도 거듭 재산에 대부분을 나눔으로써 함께 행복할 길을 찾아가려 하는 이들도 있다. 가난과 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를 대하는 태도 곧 마음이 문제인 건 이 시대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의 철학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신적 이성(로고스)에 따르며 자족하며 살면 행복하다”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연(운명)을 믿지 말고 탐구(애쓰는 바)에 전념하며 살기를 권유하고 있다. ‘모든 게 운명이라고 말하는 자는 모든 게 운명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의 말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다. 모든 게 운명이 아니라고 말을 하는 것도 운명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분히 고대부터 이제까지 내려오는 논리학은 말장난 같을 때가 많은데 논리란 것 자체가 진리 탐구의 면도 있지만 놀이의 한 형식이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한다. “카리나네 자매들은 모두 이쁘다. 난 카리나다. 고로 나는 이쁘다.”라는 말을 카리나가 했다면 거짓이 아닐 것도 같지만 만약 카리나에게 게리나, 야리나라는 두 언니가 있다고 할 때 둘이 다 이쁘지는 않을 수도 있기에 전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 게 논리라는 거다. 이런 삼단논법은 그저 놀이 형식이지 진리 탐구 차원에서는 결함이 크다고 보인다.

어쨌건 본서를 통해 에피쿠로스의 쾌락에 대한 윤곽 정도는 알 수 있겠으나 깊이 있는 걸음을 하기에는 다소 목마름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싶기도 하다. 에피쿠로스의 서신들과 그의 저작들에 대해서도 기미 정도 할 수 있는 수위로 수록되어 있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대한 첫걸음이나 그 향기 정도를 미리 엿보고 싶다는 의도로는 좋은 저작이며 해제를 통해 그의 역사와 그의 철학의 기반이 무엇이었는지 살짝 맛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에피쿠로스쾌락 #에피쿠로스 #현대지성 #아타락시아 #행복론 #에피쿠로스연대기 #에피쿠로스이전철학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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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간의 힘 - 소음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발견하는 침묵의 힘 33가지
저스틴 존.리 마즈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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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궁님의 이벤트로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 의회의 정책입안자이자 명상 전문가인 저스틴 존과 리더십 코치이자 협업 컨설턴트인 두 저자의 공저인 저작으로, 침묵(이라고는 번역되었으나 고요로 인식할 때 더 받아들여지는 실재)의 실제적 효용과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저작이다. 사실 침묵이라고 하면 의지적이며 의도적인 추구 차원에서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나? 하지만 고요는 모든 상황에서의 조용함을 두루 말하는 것이다. 다만 고요에서 의도성이 적게 느껴지기에 의도적인 조용함을 강조하려고 번역가분이 침묵으로 번역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읽다 보면 인간이 입을 다무는 침묵만이 아닌 넓은 의미의 고요를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본서에서는 현대의 시끄러운 세상이 인간을 내외적인 평화에서 멀어지게 한다며 이를 소음 때문으로 규정한다. 소음을 청각적 소음, 정보적 소음, 내면적 소음 셋으로 분류해 간단히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설명은 상식과 다르지 않다. 마음챙김 등 명상의 시간은 이런 소음들과 결별하도록 만드는데 이를 통해 ‘자아초월적 경험’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자아 감각의 소멸과 자기 경계의 해체를 불러오는 ‘소멸적 요소’와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무언가와 온전히 일체를 이루는 수준을 불러오는 ‘상관적 요소’ 때문이라고 한다. 명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신비적 경험의 특성’은 이 경험이 사실적이고 진실되게 느껴지며 미래를 위한 현실의 기묘한 감각을 수반하는 ‘순수 지성적 특징’과 짧은 순간만 지속되는 ‘순간성’ 그리고 압도되거나 항복되는 느낌인 ‘수동성’이라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이런 경험을 불러오는 것의 한 부분은 침묵(고요)에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요한 환경에 노출된 쥐의 해마라는 뇌 영역 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신경가소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재생의 원인이 침묵(고요)에 몰입해서라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침묵(고요)에 몰입하는 자체는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는 유익 스트레스로 초점 수용성이라는 치열한 노력의 일종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분류하며 인체에 유익을 주는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의식의 가장 시끄러운 측면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연관된 뇌의 두 가지 중요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대응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가 있다고 한다. 전두엽 피질이 대상들과 자신을 언어화하는 감각의 임무를 맡고 있다면 후방 대상 피질은 의미 있는 자아 감각이라는 임무에 가깝다고 한다. 자의식이 만드는 방대한 소음들과 자기 이미지를 둘러싼 죄의식과 불편함과 관련한 육체적 감각들 말이다. 이런 전두엽 피질과 후방 대상 피질의 작용을 억제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명상이며 고요로의 침잠이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연구라고 한다.

본서는 번역가가 침묵으로 번역한, 고요를 가져오는 양식들 33가지로 마무리하는데, 이 책 전체는 침묵(고요)의 필요와 역할 그리고 침묵(고요)에 대한 연구와 침묵이 주는 실제 영향들의 예시들과 함께 침묵을 가져오는 방식을 나열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분량이 꽤 있고 요즘과 같은 자극적인 정보가 판을 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침묵에 대한 설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살갑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번잡한 도심에서 혼돈의 아우성이 넘쳐나는 시절에 고요한 순간을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간을 내보아도 좋을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용한시간의힘 #갑궁님의참여이벤트 #시공사 #도서증정이벤트 #저스틴존 #리마즈 #침묵 #명상의시간 #자각 #도서협찬 @sigongsa_books @gap.g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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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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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특이점이시작된다 #레이커즈와일 #비즈니스북스 #AI #특이점 #과학도서추천 #베스트셀러 #벽돌책완독챌린지 #서평단 #도서협찬 #2주차

 

p 56 ~ p 159

 

지난 편부터 생물의 진화 여정을 따라 인간의 뇌가 발달해 온 과정을 보고하고 거기서 다시 인간의 신피질을 모방해 인공지능이 발전해 간 이야기를 서술했다.

 

인간이 파악한 신피질의 속성을 나열하기도 하며 이를 본따 인공지능 개발이 이루어져 간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소개하는데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대목은 모두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본서를 읽으면서 느낀 바는 한 번만 읽고 말 책이 아니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독을 거치며 더 깊은 이해가 따라주리라 기대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현재에 이르는 60년 동안 AI를 연구해 온 저자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연산의 양이 매년 4배씩 증가했다고 술회하는데 과거 1993년 자신의 멘토 마빈 민스키와의 논쟁을 다루기도 했다. 펜티엄만으로도 인간만큼의 지능을 발휘하게끔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민스키에게 인간 지능을 모방하려면 1014승 회의 연산이 필요하다고 반론한 레이 커즈와일의 일화는 인간 지능의 한 축을 단순 모방하면 된다는 생각과 인공지능을 사고하는 뇌의 구현으로 보는 생각의 충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레이 커즈와일의 시각은 이미 인간 지능의 AI로의 구현은 눈앞이고 이를 인간의 뇌와 연결하는 것을 숙제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계산 속도는 1.4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으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하는 데 실제 총계산량은 2010년 이후 5.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고 이것은 약 100억 배 증가한 것에 해당한다고 술회한다. 1952~ 2010년 추세가 2021년까지 계속 이어졌다면 75배 미만으로 증가했어야 하는데 100억 배 증가했다는 것은 2010년 이후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 진화의 속도와는 과히 견줄 수도 없는 수준이며 향후 몇 년의 발전은 인간 진화 아니 생물진화의 몇십억 년도 능가할 거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발전의 원인을 저자는 하드웨어의 혁명 때문이 아니라고 직언하는데 주요 원인 두 가지 중 하나는 병렬 컴퓨팅 방식으로 더 많은 칩이 함께 협력해 동일한 기계 학습 문제를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빅 데이터로 딥러닝이 유명해지며 초부자들이 더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한 후 당연히 투자자들의 이익에 더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싶다.

 

튜링테스트에 대한 부분에서는 더 이상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을 테스트로 분별하기 어려운 지경이 가까웠고 이것을 역이용해 인공지능이 자신이 인간지능을 초월했다는 걸 숨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를 비롯한 대부분에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모방해 창조되었다는 것만으로 인간의 뇌와 AI가 동일한 지능의 범주만으로 규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방송되는 여러 매체를 통해 보면 인공지능 간의 대화는 인간의 언어 체계와도 다르며 기계어 문법 체계도 아니었지 않나? 그저 특정 주파수로 진동음을 서로 주고 받는 것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사고도 애초에 학습과 훈련에서는 인간지능을 모방했다고는 해도 구조적으로 인간의 뇌가 아니기에 인공지능만의 사고 체계가 출현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인공지능만의 사고 체계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기에 잠재적이면서 극한의 위협적인 사안이 아닌가 싶다. 현재 인간 지능을 인공지능이 초월할 것인가만 놓고 우려하는데 인간지능의 범주와는 다른 사고 체계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결론에 이르는 인공지능의 급작스런 발전이 이뤄진다면 이것이 가장 큰 위협이 되지 않겠는가 싶다.

 

하지만 저자와 대개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은 곧이며 우리는 그 순간의 인공지능과 우리 뇌를 연결하고 강화하여 진정으로 자신다운 자신을 찾을 것이라 예찬하고 있다. 떡 줄 AI의 아량에 달린 사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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