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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평점 :
까치글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7가지 수학 지능]이다. 서론부터 저자는 ‘기술에 대한 경외심으로 인간 역량을 과소 평가할 것’을 우려하며 ‘인간 사고의 기본적 특성 중 일부가 기계에는 결여되어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나로서는 인공지능이, 기계가 인간 사고의 기본적인 특성을 모두 모방하고 그 특성에만 제약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재에도 인공지능의 사고 과정을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답에 이르른 과정을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과정과 언어로 서술하는 데 한계를 표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과학자들마저 인공지능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 간 대화를 유도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대화로 시작하다가 점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현재 인공지능의 지능을 인간의 지능지수로 환산할 때 150 정도라면 곧 지능지수가 1500 이 될테고 이어서 15000 이 될 때 어느 경우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인공지능은 벗어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가는 그때, 그때도 과연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했는지를 추정하려 들고 있을까 의문이다.
인간이 자연에서나 과학이 개발한 영역에서 자신의 특질을 찾으려 하거나 자신의 특질이 모방되어 있다는 것에서, 그 대상의 모든 속성에서 자신과의 동질 요소를 찾으려는 것은 일종의 오만이며 오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서들을 보면 인간은 자신의 이해 범주 안에서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니 모든 것에서 자신의 특질을 찾으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돌고래가 사육자인 여성 조련사가 떠나자 물속에 잠수해서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익사한 경우를 자살로 보거나 암컷 고릴라에게 수어를 가르치자 자신의 어미가 사냥당할 때의 심정을 수어로 토로하고 꽃은 아름답다 나는 꽃이다 라고 삼단 논법에 이를 수밖에 없는 수어를 구사한 경우가 있다. 이는 인간의 이해 범주에서 공감 가능하다고 믿는 영역에서 자연의 대상들이 반응을 보여준 것이라, 어쩌면 오해가 아닌 이해일지도 모를 사례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에서도 코끼리가 이마로 파동을 전파해서 대화하는 경우나 고래가 말할 때 중앙의 음파 외에 부차적으로 그보다는 고주파나 저주파의 파장을 동시에 내뿜으며 대화하는 양식이 어떠한 유머 코드거나 논리 코드일지 인간은 아직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고래는 아마도 인간의 대화를 듣는다면 ‘너희 너무 미개하게 대화하는구나’라거나 ‘너희 진짜 재미없게 말한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짐작 역시 인간의 이해 범주에서 갖는 가정이겠지만 말이다. 코끼리의 이마 파동이나 고래의 대화가 인간의 이해 범주를 벗어나듯이 인공지능의 사고도 앞으로 더욱 인간의 특질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인간을 모방해 만든 대상이라고 그들의 발전 내지는 진화의 과정이 인간의 이해 범주 안에서만 가능하리라는 기대는 오해와 오만 사이를 넘나드는 과정일 뿐일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를 비롯한 그의 저작들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늠하게 서술해 나가다가도 교묘하게 다시 인간이 신이 되리라는 자신의 주장으로 돌아오며 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 가능성을 외면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저작 행간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성을 초월하리라는 뉘앙스는 간간히 새어나온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쓸모없어진 인간과 발전된 미래 과학 문명의 수혜로 번영을 누릴 멋진 신세계에 대한 빛깔들이 교차하고 말이다.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후원자, 투자자들에게 멋진 신세계를 주목하도록 한다. 변수는 변수일 뿐 통제 가능한 영역이니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야료일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대응안이 필요하다는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고 말이다.
저자는 이 시절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찾지 말고’ ‘직관을 침묵시키고 느린 사고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계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수학적 추론을 활용하면 우리의 편향과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만든 기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이다.
수학은 어쩌면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이 소통할 유일한 문이자 유일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정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짐작하고 상상하는 존재이며 이것이 이 소통에서 차지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중 과정 이론에서 시스템 1(빠른 사유, 직관)과 시스템 2((느린 사유, 수학적 사고)를 들어 시스템 1을 제한하라고 시스템 2를 장려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페르미 추정에서도 분명 시스템 1의 역할은 지대하다. 페르미 추정이 논리적 과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도 그 첫 번째 시작은 직관이 작용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직관과 수학적 사고를 아울러야 인공지능과의 공존에서 그리고 그와의 소통에서 존재를 지속할 여지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나는 감히 인류세의 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이 될 것은 인간이 아니라 결국 기계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지만, 그래도 인류가 인류 나름의 길을 잃지 않았으면 바람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수학 지능은 생존을 보장하는 한 가지 길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밑줄 긋기
기술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우리는 인간의 역량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기계에는 인간 사고의 기본적인 특성 중 일부가 결여되어 있다.
전문 수학자들이 즐기는 수학과 대부분의 학교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단조로운 수학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중략...
수학의 전체 갈래는 계산과 동떨어져 있다. 심지어 계산이 겉으로 드러나는 분야에서도 처음 그러한 계산법을 고안하고 그 내부 작동방식을 이해한 후 이를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수학 지능의 창의적인 요소가 작용한 결과이다.
계산은 수학을 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했던 대가였다. - 수학자 키스 데블린
모든 삶의 경험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따라 반복되고 확장된다. 인간에게 학습은 일종의 퍼즐 맞추기 놀이이다. 우리는 단어, 은유, 기호, 그림과 같은 일련의 언어 도구를 사용하여 기존의 정보 조각을 참신한 방식으로 짜맞춰 새로운 개념에 도달한다.
특정 수준에서 우리 모두는 관련 없는 대상들 사이에서 연관성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아포페니아 apophenia 라고 알려진 특성이다)
수학은 많은 부분에서 오늘날 AI의 근간을 이룬다. 알고리즘과 연산만 단독으로 보면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인간 사고의 결함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런 수학적 추론을 활용하면 우리의 편향과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만든 기계를 구원할 수 있다.
기계에 우리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이 이미 오류투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만든 모델, 우리가 내린 결론, 이 모델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매우 많은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컴퓨터는 우리의 질문을 확장하고 더욱 풍성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호기심 많은 인간의 동맹이 될 수 있다.
수학으로부터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찾을 수 있지만 즉각적인 답만 찾으려고 들면 수학의 잠재력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중략... 이처럼 세계에 대해서 후천적으로 습득한 모델을 이용하고 우리의 잘못된 직관을 침묵시키기 위해서는 사고 처리 속도를 늦춰야 한다.
확률에 관해 가장 중요한 점은 확률을 직관하지 않은 것이다. -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
가장 흥미로운 질문과 그 답은 여전히 인간들의 것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문제에 가치를 부여한다.
기술은 우리 인간과 지향점을 공유하지 못한다.
기계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 세상 문제가 제아무리 복잡해져도 우리 중 누구도 혼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위안을 찾아야 한다.
AI가 인간 사고의 가장 미묘한 부분까지 모방할 수 있다는 중대한 징후는 아직 없다.
각국 정부는 전 국민의 행동, 심지어 생각까지 통제하기 위해서 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세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또한 수학 지능이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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