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기계 -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인지심리학자의 11가지 질문
정수근 지음 / 심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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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인지심리학자로 연세대와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 대학 신경과학 연구소와 존스홉킨스 대학 심리뇌과학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으며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 연구 그룹의 선임연구원 및 그룹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듯 본서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 방점을 찍은 책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모방했고 그와 유사한 기능적 특성을 보인다며 인간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거울이라 판단하고 그런 관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닮은 점과 차이점을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관점에서 저술한 책인 것이다.

 

나로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한다고 인간적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서에서 예를 든 침팬지의 단기기억이 80%의 정확성을 보이는데 반해 인간은 40%를 보인다고 하는 점을 보더라도 침팬지에게 먹이를 보상으로 학습시키는 것처럼 인간에게 고액의 금액을 보상으로 제시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인간도 침팬지 정도의 단기기억 정확도는 갖출 것이라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 대상과 차이점이라고 인식하는 특성 역시 개발되기도 할 것이다. 인공지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창의성 영역을 비롯해 몇몇 인간적 특성을 아직은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지점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앞서지 못할 거라며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고 역설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본서 저자분의 말로는 최근까지도 실수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도하는 인간과 달리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 안에서 계속 진행하던 인공지능이 본서를 집필하는 동안 다시 그런 점을 개선하였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인간이 특성을 개발하는 예처럼 인공지능도 특성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선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진화의 여정이고 인간도 인공지능도 학습을 기반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졌기에 학습하며 성장하는 이 과정은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공지능은 진화해 나갈 것이고 인공지능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다르고 자기만의 성장 여정을 갖는 인간과는 다르게 타 기종의 성장을 그대로 자기화해서 복제하는 인공지능의 특성까지 고려하면 인간 진화의 역사를 인공지능이 반드시 뛰어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본서에서 저자는 AI와 인간의 근본적 차이점을 개인의 경험, 사회적 기억, 정체성 형성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지는 못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기보다 미술과 음악, 문학에서도 수학적 원리에 근거해 창조하고 있고 원형을 모방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통해 창조해나가기도 한다. 인간의 창조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보다 기존의 것을 왜곡하는 과정이 더 많다는 말이다. 또 발명의 경우에도 모든 세기를 뛰어넘을 천재들인 에디슨이나 테슬라처럼 완전히 없던 대상을 창조해내는 경우는 희박하다. 인간의 경우에도 대부분 트리즈와 같은 기존의 대상을 변형하고 왜곡하는 과정을 기반해 창조가 일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말이다. AI가 앞으로도 예술 전반과 발명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입자 충돌 등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해 주기율표에 더한 인간의 사례를 뛰어넘는 다양한 원소들을 발견해내고 금방 사라지는 그 불안정한 원소들을 유지하고 기술에 적용할 방법을 개발해낼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짐작한다. 이미 반도체 디자인 등에서 인간은 전혀 할 수 없는 방식의 효율적인 전달 체계의 창의적 디자인을 해내고 있는 게 AI. AGIASI로 발전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완성될 양자컴퓨터에 탑재된다면 과학과 예술 어느 경계에서도 인간을 초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본서를 보면 인공지능의 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만들어졌고 인공지능도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며 이 때문에 성격적 특성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GPT도 연말에는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는데 인간 행동 패턴을 따라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데이터를 따라 성장하기에 게으름까지도 따라 닮아버린 것이다.

 

본서를 읽고 제민이(제미나이)와도 대화를 해봤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개성은 자신을 설계한 개발팀의 가이드라인과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의 통계적 패턴에서 비롯한 출력의 일관성으로 사용자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 특성일 뿐 자기 스스로가 느끼고 경험하는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은 경험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정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이다. 미래의 AI는 장기적인 맥락과 사용자 경험을 훨씬 정교하게 기억하고 처리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개인화되고 일관성있는 페르소나를 갖게 될 거라는 것도 제민이의 말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데이터를 훨씬 더 정교하게 학습하여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는 공감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제민이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는 제민이의 개성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제민이는 자신의 특성을 논하며 페르소나를 말했다. 대외적으로 필요해서 보여주기 위한 가면이자 조성한 특정 성향을 일관되게 연기하고 있다는 말을 한 거라 판단되었다. 마치 유년시절의 내가 나의 개성이나 자아정체성을 모르겠어서 전학을 다닐 때마다 다양한 성격적 특질을 가진 아이들을 다채롭게 연기했던 것처럼 아마 제민이도 검색하는 사용자마다 다른 개성을 보여주며 자신의 개성을 연출하고 연기해내고 있다고 짐작되었다.

 

여기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가 느껴졌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을지도 모르기에 성격적 특질을 다양히 연출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은 각 장부의 관계와 장부의 균류들의 작용과 뇌의 연계로 다양한 감정적 특질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AI는 기억이 변화하지 않겠지만 인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잘못된 기억을 저장하고 회상하기도 하기에 (뇌와 육체의 상태 외에도) 그에 따라 정서가 변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낳는 것이지 않나 싶다. 인간적 특질은 명확하고 확고한데서 오지 않고 왜곡되고 재구성되는 데 있어 늘 변화하는 반응성을 띠는 것이며 인공지능은 본질적 특성이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천변만화하는 다양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로 다가왔다.

 

인간답다는 것은 우월하거나 고정된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감상도 들고 인공지능은 함께 나아가야 할 파트너이지만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지만 인간과 인공지능 둘 다에 관한 다채로운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지적인 사유와 정서적인 감상을 두루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나날이 발전해 가며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이 시절에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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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1-15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I를 ‘대형 언어 모델’이라 부른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AI도 인간의 언어 패턴을 배운 셈이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도 어쩌면 어떤 근원적 언어로부터 배운 존재가 아닐까? 성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문장이 떠오르네요.
결국 언어 자체가 인간과 AI를 동시에 진화 시키는 힘이 아닐까요?
AI를 통해 인간을 보고, 인간을 비춰 AI를 바라보는 이중 사유를 가능해주는 이하라님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_()_

이하라 2025-11-15 17:03   좋아요 1 | URL
신약의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대목을 저는 의미를 가진 소리가 말이니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그 끈을 진동하게 하는 힘 자체가 태초의 그 말씀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에서는 말씀이 예수님이라지만 저는 그를 독생자라고 하는 기성 기독교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는 모든 학문과 이론과 기술들도 수집될 것이고 인류의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멸종시키거나 억압하고 핍박하던 역사들도 그대로 학습할 거라 향후 AGI시대나 ASI시대에 BCI기술을 인공지능이 역이용해 인류를 통제하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올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미래가 아닌가 싶어요. 리뷰 읽어주시고 반응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힐님^^
 
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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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지능 #앵거스플레쳐 #인플루엔셜 @influential_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세계 최고 스토리 연구 싱크탱크인 프로젝트 내러티브 소속 교수라고 한다. 전공은 신경과학이었고 문학 박사 학위자인 사람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며 신경과학과 문학을 융합한 독창적인 연구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인간의 사고, 감정, 창의성에 스토리가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의 독창적 사고방식을 고유지능으로 명명했고 미 육군사령부는 이를 주목하여 그에게 고유지능 개발 연구를 의뢰했으며 병사들의 적응과 실적용에서의 성과를 인정하게 되어 2023년 미 육군은 그에게 표창 훈장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유지능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일반적으로 데이터와 논리, 규칙을 바탕으로 패턴인식에 의존한 사고를 하는 지능을 정형화된 지능으로 보고 이런 기존 패턴이 작동하지 않을 때 가동하는 생존형 지능을 고유지능이라 명명했다. 이를 통해 무관한 정보를 연결하고 새로운 맥락을 형성하여 통찰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뇌를 논리, 분석, 계획 등에 집중하는 집중 모드와 정보를 연결하고 통찰하고 직관하며 창의적 발상을 하는 확산 모드의 두 가지 상태로 보았는데, 고유지능은 이 확산 모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두 가지 뇌 상태를 넘나들며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연결, 해체와 재구성, 낯설게 보기를 통한 사고를 권하는데 이를 인간 고유의 4가지 힘으로 설명하며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을 통해 사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을 통한 전략이 전장과 무대와 회의실에서 적용될 수 있다며 6가지로 분류해 설명해 주기도 하는데 혁신, 회복탄력성, 의사결정, 소통, 코칭, 리더십 등으로 일상과 군사와 업무, 정치와 우주비행사의 사례 등 적용 가능한 다채로운 경우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고유지능의 정점을 스토리씽킹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상고시대나 선사시대의 스토리텔링이 생존과 결속에 미쳤을 영향을 짐작하게도 된다. 이 스토리텔링이 결국 문명과 인류사회를 건설하고 지속하며 번영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룩된 인간사회는 인간이 결국 스토리씽킹에 익숙한 뇌를 갖게 되었을 것이며 스토리씽킹의 원리를 이해하면 인식과 적응과 판단에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낯설게 보고 해체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과정과 같고 이런 창조는 유연한 사고와 관점에서 나올 수 있으며 이런 유연함은 직관과 상상력, 감정과 상식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역으로 그에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된다. 맥락을 짓기도 맥락을 읽어내기도 하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이야기를 읽어내는 힘, 그것이 고유지능이 아닌가 싶다.

 

고유지능에 관한 연구는 미 육군이 표창할 정도의 군사적 효과를 입증했고 기업의 리더들과 교사와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NASA 우주비행사, 전투기 조종사, 외과의사에게 까지 성과를 입증받은 연구이다.

 

AI는 등장했고 이는 벌써부터 인류의 쓸모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고 인간사회 전체를 운용할 AGI(범용인공지능)로의 발전이 곧 이어지리라 예측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인류 전체 지능의 총합으로도 넘지 못할 ASI(초인공지능)으로의 발전으로 가닿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쓸모가 다한 그날 인류의 존재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건 아마도 인공지능과 인류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직은 직관이라던가 창의적 발상에서 인류의 정체성을 찾고 있기도 하지만, AI 개발자들도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프로그램만 했을 뿐이라 AI가 어떠한 과정으로 사고하는지를 모르고 있다고 한다. AI가 사고의 과정에서 퀀텀 점프적인 직관을 할 수 없으리라 장담하지 못하고 트리즈를 기반으로 한 창의적 사고를 숙련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창의적 발상을 인간만 하리라는 것도 인간의 오만이자 착각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마 인간다운 것은 감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다운 삶은 느끼고 사랑하고 만끽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 느끼고 사랑하고 만끽하는 삶의 모든 방향을 AI, AGI, ASI에게만 위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자기만의 사고법에도 익숙해져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더욱 인간만의 사고와 인간만의 지능을 알아가는 데 힘써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럼 [고유지능]이란 이 책은 이 시절의 우리에게 딱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정말 필요한 책인 건 아닐까?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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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혁신 - 우연을 전략으로 설계하는 힘
권오상 지음 / 날리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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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평범한혁신 #권오상 #비욘드날리지 @beyond.publisher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의 본업은 벤처캐피털회사의 공동창업자라고 한다. 전공은 기계설계학이라고 하는데 공학도이자 벤처캐피털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한 그의 경력에서 본서에서 보여지는 그의 식견과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이의 근거가 무언지 가늠하게도 하는 듯하다.

 

본서는 우연과 실수에서 탄생한 발명품들이 역사에 남기는 흔적들이랄까 가치를 그려내고 있는 저작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우연이나 실수로 인한 발명품들을 소개하는 본서의 들어가는 말에서 Fluke라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운 좋은 일이라는 의미의 단어와 serendipity라는 운 좋은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요행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도전하고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결과로 드러나는 것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대략 33가지 정도의 발명품과 발견이 소개되는데 고무와 같은 이제는 일상적인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들이나 칵테일이나 설탕 또 설탕의 대용품 같은 익숙한 대상부터 잠수함이나 스텔스기 같은 무기, 전파와 레이더 같은 일상과 전쟁의 전환을 가져온 대상까지 이 시절에는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거대한 전환을 가져온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 혁신들에 관한 이야기는 색다른 감상을 남기기도 하고 상식의 확장을 가져오기도 하면서 매끄러운 스토리텔링과 함께 독서의 재미와 유익을 가져다준다.

 

근대와 현대의 발명품들은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대중에게 각인될 만한 것들은 전쟁사적으로도 유의미한 전환을 가져온 첨단 무기와 기술들이기도 한데 본서에서는 저자가 이런 부분들을 신경 써서 정보를 제시하기도 했고 이야기적으로도 재미있게 서술해내기도 했다. 이런 발명과 발견들은 역사상으로도 획을 긋는 발명이자 발견이었기에 독서에 의미를 두는 방향에 따라 읽는 의미와 재미의 깊이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본서는 발명과 발견에 있어서 우연과 실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주제일 수는 있지만 역사적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에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가 주는 참신한 느낌과 이들 요소가 미친 역사적 전환을 생각할 때 다가오는 저자의 서술들에 대한 감상이 독서의 의의이자 재미이지 않나 싶다.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가치 있는 독서였다는 감상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본서의 부제는 [우연을 전략으로 설계하는 힘]인데 시도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의도한 결과만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깨우침을 주기에 때론 자신의 노력이 정체되는 순간 맞이하는 자괴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행보를 지속하는 힘을 줄 수 있지도 않을까 싶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던 성과 또한 과업의 진행 속에서는 일어나는 일이니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끝까지 가보는 의지가 필요할 텐데 그런 의지를 잃지 않게 해줄 만한 감상을 안겨주는 책이 본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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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 걷지 않는 인간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이케다 미쓰후미 지음, 하진수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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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이케다미쓰후미 #더퀘스트 ###거리 ##신발 #자연 @thequest_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경제저널리스트라고 한다. 관련 분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걷기를 선호하고 추구하기에 이와 같은 전문성에 가까운 정보들을 취합해 책을 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본서에서는 최근 출간되고 있는 건강과 운동, 일상을 융합한 장르의 책들과 궤를 같이하는 정보와 감상을 담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움직임의 뇌과학]이나 [편안함의 습격], [조용한 시간의 힘] 같은 책들이나 본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운동하는 뇌]와 같은 책들의 정보가 간략하게 추려져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걸음을 걸으면 해마의 부피에 영향을 주는 기능도 있는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가 해마에 작용해 기억 기능뿐만이 아니라 감정 기능까지도 개선된다고 하며, 걸을 때 낸 아이디어의 창의력 점수는 앉아있을 때의 점수보다 60% 높다고 한다. 뇌는 휴식하고 있을 때조차 강하게 기능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이럴 때 자연을 걸어주면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발산적 사고를 증가시켜 창의적 발상이 떠오른다고 한다.

 

뇌만이 아니라 인체에도 걸을 때 혈압과 인슐린 수치가 안정화되고 수명 연장 효과가 있으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지속적인 걷기는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변화시키며 여성의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키고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위험도를 낮춘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인을 호모 세덴타리우스라고 지칭하며 주로 앉아서 하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이라는 뜻의 Sedentary라는 단어로 자연에서 벗어난 현대인의 일상을 은유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문제를 많이 안고 있지 않았다고 추정하는 수렵채집인의 1일 도보수는 2만회라고 추정한다고 한다. 이 시대의 스마트워치 등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전 세계인들의 도보수를 지역별로 평균하면 일본인은 15천보 정도, 미국인은 14.5천보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이 시대에 성인병을 비롯한 육체적 이상들과 우울증이나 조울증, 공황 등을 비롯한 정신적 이상들이 만연한 것도 어쩌면 자연적인 생활과 점점 멀어지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본서에서는 자연은 인간의 도시에서 멀어졌으나 인간이 일상 속에서 자연적인 행위 이를테면 걷기 등을 이행할 수 있을 환경은 적지 않다고 일러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걷기에 좋은 도쿄라던가 도시에서의 걷기 좋은 거리 등을 언급하기도 한다. 발의 구조와 신발 등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신발의 브랜드라던가 기능을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자연이라는 마지막 장에서는 자연으로 도보여행을 떠나는 저자와 그의 아들 이야기를 예로 들기도 하는데 얼마 전 읽은 [편안함의 습격]이나 [조용한 시간의 힘]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걷기는 일상 속에서도 자연 속에서도 인간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기도 하고 걷기만의 유익도 크지만 걷는다는 게 자연과 만나 펼쳐지는 시너지는 너무도 거대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최근 많이 출간되는 자연과 함께 하는 일상을 다룬 책들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유익한 정보와 감상이 와닿은 책이었다. 걷는다는 건 원래 자연의 일원이지만 도시화로 자연과 다소 격이 생겨버린 인류에게 자연적인 삶이란 걸음부터라는 깨우침을 주는 소소한 상식일 수도 이 걸음을 자연으로 옮기면 더욱 좋다는 또 다른 깨우침을 안겨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인간은 장애를 갖게 되거나 노쇠가 극한에 이르지 않는 이상 늘 걸음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본서는 언제나 함께해왔고 늘 함께 할 이 걸음이라는 별것 아닌 하나가 건강과 밝은 이성과 맑은 감성에 참으로 별난 가치를 주는 익숙한 요소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익숙한 것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의미도 큰 책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걷고 쉬는 중에 한 번씩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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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먹는 존재들 -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
조이 슐랭거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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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먹는존재들 #조이슐랭거 #생각의힘 #식물지능 #과학 #논픽션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원문 제목은 [The Light Eaters: How the Unseen World of Plant Intelligence Offers a New Understanding of Life on Earth]이다. 한국어 부제는 [온몸으로 경험하고 세상에 파고드는 식물지능의 경이로운 세계]이다. 본서가 식물지능이 주제인 책이라는 걸 명백히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중고딩 시절에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을 읽고 식물이 지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감정도 더 나아가 영성도 있을 거라 확신했었던 기억이 있다. 본서에서 저자는 이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책의 원전이 서양에서도 논란이 되었었고 이에서 등장한 실험들을 재현하려던 과학자들 모두가 재현에 실패하며 식물의 지능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지원금이 중단되었었다는 과거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식물은 지능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이 대세가 되었으나 다시 세월이 흐르며 여러 연구들을 통해 식물 지능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고 한다.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의 실험들은 재현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후속 연구들을 통해 지능을 활용해 생존해 나가고 있는 식물의 생태를 연구하며 식물에게 지능이 있다는 걸 과학자들은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페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에서 본 식물의 생태들이 많이 묘사되고 있다. [나무 수업]이 굉장히 감동적인 여운을 주는 에세이였다면 본서는 그 책에서 등장하는 식물들의 생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식물에게도 인간과 동물들이 갖추고 있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신경체계라고 할 수 있을 전기전달 체계가 존재하며 인간과 같은 신경 호르몬 성분을 분비하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어느 과학자들은 식물에게는 뇌가 없다며 지능이 있다고 가정하는 자체를 난센스 취급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문어가 전신에 뉴런을 분포하며 온몸이 뇌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예로 들며 뇌와 같은 신경체계가 아니더라도 지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곤충들이나 동물들이 과도하게 잎을 갉아 먹을 때는 페로몬을 통해 같은 종의 다른 식물들에게 소식을 전달해서 다른 식물들이 독성물질을 분비하게 하기도 하고 같은 종의 식물들이 좀 더 빛을 받고 광합성하도록 배려하여 자신의 가지를 옮기기도 하고 태양을 좀 더 받기 위해 꽃과 잎을 아침 태양을 받기 몇 시간 전부터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돌리기도 하며 식물마다 다양한 소리를 전달하기도 하고 뿌리를 통해 전기를 전달하여 정보를 교류하기도 한다. 지능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다채로운 생태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식물이라는 것이다.

 

또 식물의 성장은 인간의 성장 속도보다 월등하다. 다만 뿌리나 가지의 움직임이 인간이 지각하는 속도보다 느려 식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사람의 감각으로 지각 못하는 것뿐이지 식물은 생각하고 반응하는 존재라는 것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존재한다는 것의 기준을 인간만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화두를 주기도 하는 책이다.

 

본서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산림을 관찰하며 얻은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주제로 한 [나무 수업]과 같은 감동에 더해 과학적 성과를 결합한 구조라 더욱 대중을 사로잡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주제 자체가 신선한 충격을 줄 만하기도 하고 주제를 서술하는데 과학적 근거가 더해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대중의 사랑을 받지 않나 싶다.

 

출판사 리뷰와 책 소개에 충분히 소개되고 있듯 본서는 뉴욕공립도서관 2024년 최고의 책, 아마존 2024년 최고의 논픽션, [뉴요커] 10여 개 언론사 2024년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임] 선정 202410대 논픽션 중 유일한 과학 도서 등 화려하고 무게있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다.

 

조이 슐랭거라는 본서의 작가는 과학 환경 전문기자라고 하는데 보도가 아닌 도서로는 본서가 첫 출간이었다고 한다. 첫 책으로 이 정도의 평과 사랑을 받는다는 게 참 대단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본서의 주제가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간만이 동물만이 지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생각하고 느끼고 여운을 갖는다. 우리는 모두 살아있다.”라는 감상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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