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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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글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7가지 수학 지능]이다. 서론부터 저자는 ‘기술에 대한 경외심으로 인간 역량을 과소 평가할 것’을 우려하며 ‘인간 사고의 기본적 특성 중 일부가 기계에는 결여되어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나로서는 인공지능이, 기계가 인간 사고의 기본적인 특성을 모두 모방하고 그 특성에만 제약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재에도 인공지능의 사고 과정을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답에 이르른 과정을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과정과 언어로 서술하는 데 한계를 표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하는 과학자들마저 인공지능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 간 대화를 유도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대화로 시작하다가 점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현재 인공지능의 지능을 인간의 지능지수로 환산할 때 150 정도라면 곧 지능지수가 1500 이 될테고 이어서 15000 이 될 때 어느 경우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인공지능은 벗어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가는 그때, 그때도 과연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인공지능이 인간을 모방했는지를 추정하려 들고 있을까 의문이다.

인간이 자연에서나 과학이 개발한 영역에서 자신의 특질을 찾으려 하거나 자신의 특질이 모방되어 있다는 것에서, 그 대상의 모든 속성에서 자신과의 동질 요소를 찾으려는 것은 일종의 오만이며 오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서들을 보면 인간은 자신의 이해 범주 안에서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니 모든 것에서 자신의 특질을 찾으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돌고래가 사육자인 여성 조련사가 떠나자 물속에 잠수해서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익사한 경우를 자살로 보거나 암컷 고릴라에게 수어를 가르치자 자신의 어미가 사냥당할 때의 심정을 수어로 토로하고 꽃은 아름답다 나는 꽃이다 라고 삼단 논법에 이를 수밖에 없는 수어를 구사한 경우가 있다. 이는 인간의 이해 범주에서 공감 가능하다고 믿는 영역에서 자연의 대상들이 반응을 보여준 것이라, 어쩌면 오해가 아닌 이해일지도 모를 사례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에서도 코끼리가 이마로 파동을 전파해서 대화하는 경우나 고래가 말할 때 중앙의 음파 외에 부차적으로 그보다는 고주파나 저주파의 파장을 동시에 내뿜으며 대화하는 양식이 어떠한 유머 코드거나 논리 코드일지 인간은 아직 모두 이해할 수 없다. 고래는 아마도 인간의 대화를 듣는다면 ‘너희 너무 미개하게 대화하는구나’라거나 ‘너희 진짜 재미없게 말한다’라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짐작 역시 인간의 이해 범주에서 갖는 가정이겠지만 말이다. 코끼리의 이마 파동이나 고래의 대화가 인간의 이해 범주를 벗어나듯이 인공지능의 사고도 앞으로 더욱 인간의 특질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인간을 모방해 만든 대상이라고 그들의 발전 내지는 진화의 과정이 인간의 이해 범주 안에서만 가능하리라는 기대는 오해와 오만 사이를 넘나드는 과정일 뿐일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를 비롯한 그의 저작들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늠하게 서술해 나가다가도 교묘하게 다시 인간이 신이 되리라는 자신의 주장으로 돌아오며 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 가능성을 외면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저작 행간마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성을 초월하리라는 뉘앙스는 간간히 새어나온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쓸모없어진 인간과 발전된 미래 과학 문명의 수혜로 번영을 누릴 멋진 신세계에 대한 빛깔들이 교차하고 말이다.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후원자, 투자자들에게 멋진 신세계를 주목하도록 한다. 변수는 변수일 뿐 통제 가능한 영역이니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야료일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대응안이 필요하다는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고 말이다.

저자는 이 시절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찾지 말고’ ‘직관을 침묵시키고 느린 사고를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계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며 ‘수학적 추론을 활용하면 우리의 편향과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만든 기계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이다.

수학은 어쩌면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이 소통할 유일한 문이자 유일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정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짐작하고 상상하는 존재이며 이것이 이 소통에서 차지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중 과정 이론에서 시스템 1(빠른 사유, 직관)과 시스템 2((느린 사유, 수학적 사고)를 들어 시스템 1을 제한하라고 시스템 2를 장려하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페르미 추정에서도 분명 시스템 1의 역할은 지대하다. 페르미 추정이 논리적 과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도 그 첫 번째 시작은 직관이 작용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직관과 수학적 사고를 아울러야 인공지능과의 공존에서 그리고 그와의 소통에서 존재를 지속할 여지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나는 감히 인류세의 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이 될 것은 인간이 아니라 결국 기계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지만, 그래도 인류가 인류 나름의 길을 잃지 않았으면 바람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수학 지능은 생존을 보장하는 한 가지 길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밑줄 긋기

기술에 대한 경외심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우리는 인간의 역량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기계에는 인간 사고의 기본적인 특성 중 일부가 결여되어 있다.

전문 수학자들이 즐기는 수학과 대부분의 학교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단조로운 수학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중략...

수학의 전체 갈래는 계산과 동떨어져 있다. 심지어 계산이 겉으로 드러나는 분야에서도 처음 그러한 계산법을 고안하고 그 내부 작동방식을 이해한 후 이를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수학 지능의 창의적인 요소가 작용한 결과이다.

계산은 수학을 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했던 대가였다. - 수학자 키스 데블린

모든 삶의 경험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따라 반복되고 확장된다. 인간에게 학습은 일종의 퍼즐 맞추기 놀이이다. 우리는 단어, 은유, 기호, 그림과 같은 일련의 언어 도구를 사용하여 기존의 정보 조각을 참신한 방식으로 짜맞춰 새로운 개념에 도달한다.

특정 수준에서 우리 모두는 관련 없는 대상들 사이에서 연관성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아포페니아 apophenia 라고 알려진 특성이다)

수학은 많은 부분에서 오늘날 AI의 근간을 이룬다. 알고리즘과 연산만 단독으로 보면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인간 사고의 결함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런 수학적 추론을 활용하면 우리의 편향과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그리고 우리가 만든 기계를 구원할 수 있다.

기계에 우리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이 이미 오류투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만든 모델, 우리가 내린 결론, 이 모델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매우 많은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컴퓨터는 우리의 질문을 확장하고 더욱 풍성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호기심 많은 인간의 동맹이 될 수 있다.

수학으로부터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찾을 수 있지만 즉각적인 답만 찾으려고 들면 수학의 잠재력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중략... 이처럼 세계에 대해서 후천적으로 습득한 모델을 이용하고 우리의 잘못된 직관을 침묵시키기 위해서는 사고 처리 속도를 늦춰야 한다.

확률에 관해 가장 중요한 점은 확률을 직관하지 않은 것이다. -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

가장 흥미로운 질문과 그 답은 여전히 인간들의 것으로 남아 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의 중요도에 따라 문제에 가치를 부여한다.

기술은 우리 인간과 지향점을 공유하지 못한다.

기계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 세상 문제가 제아무리 복잡해져도 우리 중 누구도 혼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위안을 찾아야 한다.

AI가 인간 사고의 가장 미묘한 부분까지 모방할 수 있다는 중대한 징후는 아직 없다.

각국 정부는 전 국민의 행동, 심지어 생각까지 통제하기 위해서 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세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또한 수학 지능이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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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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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추억이든 불쾌한 기억이든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떠올리게 되어 있으며 이 시대에 평생을 두고 이어지는 교육 또는 학습이라는 것도 기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 말이다. 그런 까닭에 본서의 제목만 보고도 끌리지 않을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 서점 등에서 본서의 책소개를 보면 무엇보다 본서가 ‘오랫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기억에 대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기억의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는 대목에서 인상적이기도 하다. 기억에 대한 고정관념과 뇌의 기능에 대한 고전적 개념들이 갱신된지는 오래지만 아직도 과거에 회자되던 뇌와 기억에 대한 상식들이 아직껏 상식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본서에서는 전전두엽이 단기기억에만 작용하며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는 분리되어있다는 상식에 첫 장부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이들이나 과거 있었다는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인물들이 지금 이 순간의 일상(일화기억)을 기억 못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장기기억으로의 이행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실례를 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상상과 함께 작용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온전히 신뢰하기는 힘들며 비판적 사고로 검열을 거치는 것이 온전히 회상하는데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기억하기 위해서는 덩어리 짓고 패턴화하며 도식화하는 것이 순리인데 그건 인간이 서너 가지 이상 기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덩어리를 지으며 도식화할 때 기억의 한계에 따른 용량에 맞추어 덩어리지어 압축된 숫자만큼 기억할 개수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공감각에 대한 대목은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경우이기도 했는데 모든 공감각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기억이 과잉한 경우 현재의 감각과 과거의 기억이 더해져 아이스크림 판매자의 입에서 연기가 나오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으며 기차가 가는 것만 보고도 자신이 기차를 따라 달려가는 것처럼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트라우마와 마약 중독이 연계될 수도 있다고 해석되던 게 해마와 편도체가 함께 작용하며 트라우마 상황에서 두려움과 불안, 공포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당연히 기억과 감정이 결합하면서인데 이때 두려움을 떨치며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마약이 받아들여지기에 트라우마 상황에 놓인 사람은 마약 중독과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측두엽 주변후피질이라는 영역에서는 기시감과 미시감에 영향을 주는데 두개골 개두술을 시행하고 미세전류로 이곳을 자극하면 고주파로 자극할 때 미시감이 생기고 저주파로 자극할 때는 기시감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와 측좌핵은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자극되는 영역으로 이곳이 자극되어 자기 집에 들어왔을 때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며 결과적으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해마는 장기기억에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기억 형성에도 중요한데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해마가 자극받는다. 알츠하이머 등으로 새로운 기억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해마 기능도 떨어진 것이다. 새로운 기억과 학습은 위협과 보상에 관련 지을 수 있다. 이는 뇌내 화학 물질의 작용이기도 하며 불안과 위협을 감지하는 편도체에서 가까운 해마의 작용이기도 한데 위기감을 느낀 상황과 즐거웠던 상황이 잘 기억되는 것은 현실에서도 실감하는 것이고 뇌의 작용으로도 당연한 것이다.

해마는 일화기억을 주변후피질은 친숙함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익숙한 과일 등을 보거나 그에 대해서 들을 때 주변후피질이 자극되는 방식이다. 기억은 생각보다 여러 영역이 기능하는 것이다. 정향반응이라는 것은 익숙하거나 예상 가능한 것들 사이에서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자극되는 것이다. 이런 돌발상황은 누구나 쉽게 기억한다. 또한 기억의 대상을 대하고 나서 기억하게 되고 회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응고화’라고 하는데 회상하는 자체, 무언가를 떠올리며 기억하는 자체가 하나의 ‘재응고화’ 과정이라고 한다. 기억을 떠올리는 자체로 기억을 재구성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억한다는 건 석고상을 보는 것이나 홀로그래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무언가와 상호작용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자체로 공감각적인 전체 회상을 하듯 온전한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트라우마 상태에서의 회상이다. 트라우마 상태가 되면 모든 걸 처음 피해 상황과 동일한 상태로 다시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거의 대미에서 저자는 학습을 논하는데 실수기반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서파수면 SWS과 급속안구운동 REM 수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수기반학습이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것을 포함해 예측하고 예측이 붕괴하며 학습 작용을 높이는 걸 이야기하는데 배우지 않은 것을 짐작하며 미리 시험문제를 푸는 과정도 배우는 과정에서 기억을 돕는다고 한다. SWS와 REM 수면은 학습한 것을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극도로 중요한 것으로 깊은 수면이 학습에 가장 효과적이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잠은 표적 기억 재활성화라는 기법에서도 기억과 인지능력, 창의성을 활성화하는 필수요소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집단 기억을 논하기도 하는데 집단 기억과 개인 기억의 갱신을 들어 문화가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집단 기억의 중요성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 억제’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집단적으로 기억을 떠올릴 때 개인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기억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함께 기억을 되짚으면 온전히 기억을 회상하기가 더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협동 도움’이라는 것도 있는데 집단의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협동하며 각자의 독특한 기억을 고려하면 각자의 합보다 더 나은 집단 기억이 만들어질 때가 많다고 한다. 집단에서의 회자되는 것이 ‘부정성 편향’이나 ‘사회적 전염’을 벗어나려면 보다 치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본서는 기억에 대한 상식을 재고하고 학습과 사회성을 기억이란 주제를 통해 논하기도 하며 기억이라는 주제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저작이다. 원제 [Why We Remember]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기억한다는 착각]으로 번역되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은 제목이지만 원제 자체를 직역했다면 그 역시 뚜렷이 주목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제목은 평이하지만 기억에 관한 책으로 이만한 흥미와 몰입감을 가져다주는 책도 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전반의 내용이 이후 학습과 사회성이라는 실용성과 거시적인 주제로 결론지어지는 것도 이 책이 주는 깊은 인상에 한몫하지 않나 싶다. 끝까지 읽고 나면 누구에게라도 권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기억한다는착각 #차란란가나스 #김영사 #기억 #뇌과학 #WhyWeRemember #책추천 #서평단 #도서협찬 @gimm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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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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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서재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서평단 응모를 했는데 [툴스]라는 유명 저작의 저자라고 하며 할리우드 배우들과 제작자 등 셀러브리티의 정신적 멘토로 명성을 떨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이다. 저자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툴스]라는 저작이 저자의 이후 저작들의 효시라고 할 수 있으며 본서를 비롯한 대부분에 저작들이 [툴스]의 실천 방법에 다름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툴스]에서는 근간이 되는 다섯 가지 툴을 제시하여 이해가 쉬운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본서는 여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고 있고 각 장을 각각 5가지의 소장으로 분할하여 총 ‘30가지 마음 훈련’이라고 책소개를 하고 있기도 하다. 책소개에서는 ‘결정적 30가지 통찰’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데 30가지나 되다 보니 한번에 완독을 하기보다는 느린 독서를 추천드린다.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며 본서는 심리상담이라기보다 하나의 영성적 울림을 주는 책이구나 하는 감상이 가장 컸다. 영적 기술, 고차원적 자아, 고차원적 의미, 적극적 사랑 등을 말하기에 그저 심리상담이라는 감흥보다는 강렬하게 영성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고통 자체를 스승으로 여기라고 받아들여지는 상담으로 시작하는데 사건에서 배우는 기술을 영적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방향성을 찾아주는 건 생명력 그 자체라며 영적 지성의 존재함을 이해하면 우리의 행동을 영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고차원적 자아를 따를 때 고차원적 삶과 연결되어 지혜를 얻고 일시적인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작은 문제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흐름에 몸을 맡기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있으니 포기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 연결을 느끼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고차원적 자아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그저 존재하고자 끝없는 과정에 참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생의 사건은 크건 사소하건 내게 어떤 힘을 키우라는 요구일 수 있다고 해석된다며 모든 사건에서 고차원적 의미를 찾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살아가며 언제나 옳은 결정만을 내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우리의 결정이 옳든 나쁘든 인생은 계속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심리상담이면서 인생의 교훈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서른을 넘기게 되면 다들 같은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내린 결정들을 자만해선 안 되는 이유로 우리가 내린 결정으로 우리의 인생이 제약된다는 사실을 주지하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건 그건 성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가능성을 제약한 것이라는 사실을 바로 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되어 있건 자만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자신이 다른 어떤 자리에 있었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당신 스스로 제약한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

또한 우주 안에서 일어난 일은 그 우주 전체의 산물이라고 우주는 우리가 특별해질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자만할 근거 자체를 부정하게 하면서 우주에 감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도는 신앙이나 믿음과 무관하게 자기 정신 그 너머 저 멀리로 나아가게 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적극적 사랑의 중요성도 이야기하는데 적극적 사랑은 다른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증오에 차 있을 상황에도 사랑을 품게 해준다며 적극적 사랑의 목표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치여도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저자의 많은 상담들이 그 귀절이 필요한 사람에 따라 다른 울림으로 다가올 듯하고 나에게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언급한 대목들이 가장 먼저 다가온 문장들이다. 다만 기술이라던가 고차원이라던가 같은 어휘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심리상담이나 영성 저작에서 흔히 보지 못하리만치 이런 가르침과는 결이나 격이 맞지 않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어휘라 다소 익숙치 않기도 했다. 의미로는 통하는 말이지만 각 언어마다 각 어휘의 발음과 쓰임이 다른 건 사소한 어감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 어감의 차이를 떠나 의미의 차원에서 보자면 영혼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저작이 아닌가 한다.

위에 남긴 내게 인상 깊은 문장들과 내용에서 어떤 감흥이나 교훈을 느끼신 분이라면 다른 장들에서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들과 상담을 만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라는 제목도 나쁘지 않지만 []이라는 영어 제목에서 더 끌림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내게는 한국어 제목인 ‘내면 강화’보다 영어 제목이 더 와닿기도 했다. 삶이 무거울 때 지치고 쓰러질 것 같은 순간에 번 아웃에 빠질 때 잠시 여유로움을 다시 찾고 싶은 순간에 읽어보시면 좋을 책이 아닐까 싶다.

#필스터츠의내면강화 #필스터츠 #다산초당 #내면강화 #마음챙김 #역경수업 #마음다스리기 #자기결정 #불안장애 #인생조언 #LessonsinLiving @chloe_withbooks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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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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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창작활동으로 웹소설이랄까 장르소설이랄까를 써보고 있다. 그 가운데 조선이 시대 배경인 웹소설을 쓰고 싶어서 시대 배경의 한 부분으로서 참고하기 위해 본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본서의 표지에 제목 아래로 내려가면 ‘나라의 녹을 먹고 살거나, 스스로 벌어 먹고살거나, 무엇이든 해서 먹고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밥벌이 풍경’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책을 보면 직업이라니까 밥벌이는 맞겠지만 세상살이의 애환보다도 직업에 따른 각양각색의 빛깔들이 눈에 먼저 뜨이는 것도 사실이다.

본서에는 21가지 항목으로 분류하기는 했으나 항목보다도 몇 가지 직업이 더 나오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사극을 좋아들 하는 편이라 02 체탐인, 04 다모, 06 오작인, 07 숙수, 09 외지부, 11 전기수, 12 책쾌, 13 장빙업자, 15 곡비, 16 매품팔이, 19 거벽, 20 추노객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직업으로 엿보인 직종들은 익숙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의 소방대원인 01 멸화군은 처음 등장할 때 금화군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하나의 직종으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으나 시절에 따라 잠시 사라지기도 하다가 재등장하고 소멸을 거쳤다고 한다.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주요 업무가 집을 무너뜨리고 물에 젖은 천을 말아둔 막대기로 불을 끄는 것이었으며 이들에게는 물을 나르는 급수비자라는 보조들이 따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에서는 원래 화마가 큰 위험 요소이기도 했으나 남의 집에 불을 지르고 혼란스런 틈을 타 사람을 해치면서 도둑질을 일삼는 화적들도 횡행했다고 한다.

세종 당시에는 명나라로 조공하는 매를 잡기 위해 매잡이가 성행했는데 이들을 05 시파치라고 했다고 한다. 시파치는 몽골어가 어원이며 매잡이 전담 부서인 응방에 속해있는 관리로서 한자로는 응사로 발음하거나 응인이라고 했다.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위세가 사그라들었으나 세종 10년 10월 2일에는 사헌부 지평이 행차하는데 말을 탄 시파치가 매가 든 새장을 들고 내리지 않으려 하자 강제로 내려 예를 갖추게 하였다고 매를 놀라게 한 죄로 사헌부 지평이 근신을 당했다고 한다. 사헌부 지평은 하급 관리이기는 하나 미관말직도 아니고 가문, 실력, 인품이 모두 뛰어나야 거치는 자리라고 하여 청요직으로 불리기도 하는 자리인데도 이와 같았다고 하니 당시의 매의 가치가 상당했고 그로 인해 시파치도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07 숙수의 장에서는 조찬소라는 잔치 때 임시로 만든 부엌에 대한 명칭을 알게 되었고 사옹원의 육류 담당인 별사옹, 밥을 담당하던 반공, 술을 담당하던 주색, 채소 요리 담당은 채증색, 굽는 요리 담당은 적색, 총주방장은 반감, 보조 주방장은 각색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반감은 900일이 넘으면 품계를 올려주는데 종6품까지가 한계였다고 하며 각색장은 2700일이 넘으면 종8품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궁에 속한 궐내차비노라는 공노비 신세였다고 한다. 이들 임금님 수라를 담당하는 셰프들이 고관대작들에 노모의 잔치를 위해 임금의 허가 하에 동원되기도 했다는데 관리들이 이러한 노부모의 잔치에 숙수들을 동원하기 위해 봉로계라는 계를 들기도 했다고 한다.

17 내외술집은 직업이라기엔 뭣하고 거의 무인 주점처럼 손님과 전혀 마주치지 않으면서 양반가에서 부녀자가 술상을 보면 손님들이 가져다가 마시고 돈을 치르고 가는 구조의 술집이었다. 가문이 쇠락하면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03 한증승과 매골승에서는 한증승이란 조선시대에 찜질방을 운영하던 승려들을 말하며 매골승은 화장 장례를 전담하던 승려들을 이른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승려들 외에 민간에서 장례를 전담하기도 했지만 무연고 시신은 매골승 분들이 장례를 치러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들을 나라의 공역 등에 동원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19 거벽과 사수 그리고 선접꾼에서는 조선 시대 입시부정에 대해 나름 자세히 알게 되었다. 21 무뢰배에서는 당시 조직폭력배들인 검계의 양식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실례를 소설 형식으로 싣고 있기도 하고 역사에서 예를 들고 있어 재미있으면서도 실제 역사에서의 선조들에 삶의 모습이 그려져 참 유익하기도 했다. 꼭 창작 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선조들의 삶의 일면을 엿보기 위해 다가서기에도 좋을 책이다 싶다.

#조선직업실록 #정명섭 #북로드 #창작자료 #조선생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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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3-18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방대원이 멸화군, 이름 잘 지었네요.ㅎㅎ

이하라 2025-03-18 23:06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이름은 금화군인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호시우행 2025-03-19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화군도 불을 금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

이하라 2025-03-19 11:46   좋아요 0 | URL
네. 멸도 금도 유사한 의미로 사용한듯 합니다.
금화군은 그래도 불조심군대라는 의미 같아 재미진 것 같습니다.
 
이토록 불편한 진실 - 7가지 테마로 본 인류 사회의 기만과 위선
태지향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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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7가지 테마로 본

인류 사회의 기만과 위선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정말 옳은 것일까?

질문하고

의심하고,

그리고 저항하라

학문, 예술, 정치, 종교, 문화에 숨은 권력의 가식적인 얼굴을 폭로한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 미와 추,

신성함과 불결함, 고결함과 천박함...

인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이분법적 사고

그런데 꼭 그렇게 봐야 하는 걸까?

7가지 테마를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거침없는 폭로와 비판, 그리고 따끔한 일침

진실의 가면을 쓴 권력의 민낯을 직시하며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토대를 다진다

...............................................

위와 같은 책 표지 뒤의 카피들과

다름없는 책 소개에 끌려 서평단 응모를 하게 된 책이다.

본서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며 호응과 의문이 동시에 일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오갈 법한 문제의식들이 조금 체계적으로

저술 형태가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저작이었다.

문제의식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근원적 문제 제기가 아니라

갸우뚱한 의문과 함께

나름 사회에 순응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쓴맛의 피폐한 철학인 니체철학을 필터로

세계를 조망하고 있었고 나로서는

쓰디 쓴 잔이라는 데에 기존의 세계관과 큰 다름을 느끼지 못했다.

권력 의지를 당연시함은 그렇다 해도 그렇다고

폭력의 정당성을 부르짖고 귀족을 동경하고

추앙하는 바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니체의 피폐함은 귀족을 동경하되

귀족이 대중에게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데에서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귀족의 존재 자체를 찬양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니체 철학을 지지한다.

평등을 이야기하다가 귀족을 동경하고

정의에 대한 의문이 폭력과 권력의 당위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갸우뚱을 너머 팔짱을 끼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진보가 보수가 된다고 해도

진정한 진보를 향하는 길에서는

다시 진보가 되리라는 말을 언급하는데

정작 저자의 저작을 읽으며 저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건

진보적이지도 않고 보수적이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그저 많은 사유일 뿐 무르익지 않은 시선일 뿐이라 보였다.

저자는 권력이 차이를 낳는 것이지

자본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는 데서도

무언가 유체이탈 화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본은 결국 권력의 이야기일진데

분리할 수 없는 것을 나누어

이건 그르지만 저건 옳다?

유체이탈 화법도 아니라 일자의 가면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회 비판적이라기에

충분도 아니라 넘치게 사회화가 충만한 관점이라

여실히 다가왔고 공감할 부분이 크지 않은데 반하여

공감이 되기에는 이상한 시각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유들도 더러다.

다양한 분야를 화두 삼아

나름의 사유를 펼쳐간 걸

내보이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한데

좀 더 채 치고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이토록불편한진실 #태지향 #구텐베르크 #나름의사유 #세상을해석하려는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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