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48일 간의 입원기간이었기에 집은 딱 48일만큼 엉망진창이었다.
더군다나 1년의 기숙사 생활과 하숙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물건까지 합세하여 6인 가족의 우리집은 뭐랄까
임시 대피소같은 느낌이 든다.

하루 하루 짬짬이 물건을 치우면서 버렸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되지 않을 것이란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옷장의 옷들을 버렸고, 하루는 냉동실의 돌덩이가 된 음식 재료들을 버렸다.

이 옷들은 언제 또 입을 것 같은데....
이걸 버리면 또 새 옷을 사게 될텐데....
음식 재료들을 해동해서 날치 알밥도 해 먹을 수 있고,
약밥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고, 치즈도 뿌려 먹을 수 있고,
나물도 해 먹을 수 있고....해동만 한다면.....
헌데 이게 언제 적에 얼렸던 걸까?
해동해서 먹다가 죽으면 안 돼.
옛날 옷들을 내가 언제 다시 꺼내 입었던가?
이젠 몸이 좀 커져서 안 돼.
생각을 고쳐 먹으니 버릴 게 천지였다.

입 짧은 아빠의 항암 음식을 차려가면서 집안 정리를 하려니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어제 순간 현타가 오는지라 잠시 중단해버렸다.
나머지는 다음에 정리하자.
그래. 오늘만 날이 아니잖은가.
3주 뒤에 다시 입원하러 오란 간호사의 말에 맥이 빠졌어도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건만
헐....1주일이 그새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까운 시간들.....ㅜㅜ

아빠의 항암 음식 때문에 늘 골칫거리다.
어떻게 차려야 하는 건지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아빠는 입맛을 잃어버리셔서 구미에 맞게 음식을 차린다는 게 여간 쉽지 않고 늘 스트레스다.
그래도 하루 하루 차츰 식욕을 찾아가고 계신 것 같아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려본다.

아침 일찍 고3 딸1은 학교에 공부하러 간단다.
아..그래?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떠 아침밥을 차려 줬다.
(병원에선 일찍 잠이 들어 일찍 눈을 뜨는 게 익숙했지만 집에선 아이들 때문에 매번 늦게 잠이 드니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게 힘들다. 그야말로 수면 패턴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근데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로 친구들과 약속했단다.
이런!!!!!!!!
어젯밤 잠들기 전 도시락 얘기를 했던 걸 깜빡 잊고 있었다.
(요즘 건망증이 너무 심해져 나름 고민이다.)
후닥닥.....야단법석을 떨며 도시락을 싸서 딸1을 내보내고
아빠와 학원 가야 하는 딸2의 아침밥을 또 준비했다.
아들은 일부러 깨우지 않는다.
이럴 땐 아침잠 많은 아들이 효자다.
요즘 아침을 두 번 정도는 차리게 되는 것 같다.

설거지를 끝내고 좀 씻고 나왔더니 11시!
아빠와 아들의 오전잠이 새삼 고마워 책을 펼치고 커피를 내렸다.
익숙한 자리,
익숙한 물건.
정말 오랜만에 맡아 보는 커피향과 독서대의 질감이 새삼스럽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몇몇 분들의 응원이 조용히 도착해 있었다.
커피 박스가 차곡차곡 줄을 서 있었는데
새로 바뀐 커피 박스의 로고가 낯설어 처음엔 멀리서 한참 쳐다봤다.
내가 비타민을 주문한 적 없는데, 남편이 주문했나?
만져보니 예가체프 커피 박스였다.
헐....!!!!!
이렇게나 많이 오다니?
내 생일인가? 싶었다.
책도 선물 받았다.
책과 커피를 선물해 준 분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인연이기에....^^

나란 존재가 그동안 많은 분들의 마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여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모두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제가 많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네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를 내려 마셨더니 맛있었다.
그동안 40여일 간의 드립 커피 디톡스가 되었던 걸까?
예가체프 커피의 맛이 혀끝으로 하나 하나 살아나는 것 같다.
병원에서 커피를 잠시 끊었다가 간편하게 믹스 봉지 커피에 맛이 들어 계속 아, 달다. 하면서 홀짝였더니 예가체프의 맛이 이제사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 주말에 카페에서 예가체프를 마셨었구나!
드립 커피 디톡스가 아녔군.^^;;
그 카페를 떠올리니 또 나의 어리버리하게 행했던 실수가 떠오른다.

커피를 주문할 때 메뉴판에 ‘쵸코렛맛, 과일맛....‘이라고 적혀 있는 게 눈에 띄어 종업원에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쵸코렛맛으로 따뜻하게 해주세요.˝
종업원이 주문한 메뉴를 되짚어 주는데 쵸코렛 맛은 번복하지 않는다. 응? 이상하네? 나는 쵸코렛맛을 먹어야 하는데?
갑자기 초조해진 마음이 일었다.
˝저기요. 예가체프는 쵸코렛맛이어야 하거든요.˝
둘이서 눈을 마주쳤다. 눈싸움을 좀 했는데.....
뚱해진 종업원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적혀 있는 쵸코렛 맛은 그저 늬앙스일 뿐이다.라고 했다.
헐.......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시나지 않았을 게다.

자리로 돌아와 남편에게 ˝내가 금방 있잖아...어쩌고 저쩌고 쵸코렛 어쩌고 저쩌고...내가 좀 바보같재?˝ 얘길 해줬다.
남편은 ˝울 마눌. 카페가 오랜만이라 주문도 잘 못하네? 우짜겠노?˝ 놀렸다.
자긴 주문 더 못하면서....
나이 들수록 주문이 좀 어려워 우린 늘 서로 니가 해라.
미루게 된다.
특히 키오스크 앞에선 늘 느릿느릿....

예가체프를 마시면서 그 때의 일을 떠올린다.
내가 마신 알라딘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할로 베리티는요.
꽃향기랑 살구맛이랑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고 적혀 있는데요.
살구맛이 아주 강하구요.
부드러운 단맛이 시럽맛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것이
쵸코렛맛...제가 찾던 그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번에 읽다 만 이승우의 소설책과 예가체프를 보니 또 인증샷 본능이 나를 옥죄어 와 선물받은 것들의 인증샷을 포함해 또 자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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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1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이 엉망이라 하시지만 책상 위는 아주 단정하고 에쁘네요. 저도 옷정리랑 냉장고 정리가 가장 힘들더라구요. 근데 무리하시면 안 되니 살살 진행하시어요. (저에게 하는 말일까요? ㅎㅎㅎ)
예가체프와 책이 함께하는 우아한 시간, 열렬히 응원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4-03-18 15:12   좋아요 0 | URL
책상 옆과 그 뒤는 독서대와 책으로 아주 교묘하게 가렸습니다.
담번엔 독서대 아주 큰 걸로 사서 다 가려가면서 찍고 싶네요.ㅋㅋㅋ
정리하던 순간을 다 멈춤했는데도 왜 자꾸 일이 밀리는지 모르겠네요?
집안 일이란 게 참....ㅜㅜ
몸살 나지 않게 살살 진행해야 하는 게 정말 맞는 게 집안일인 것 같아요. 끝도 없어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마저 드네요.ㅋㅋㅋ
갇혀서 잠 자는 게 불편해서 그렇지 책도 읽고 참 좋았었는데...쩝~
다 장단점이 있네요.
어쨌든 장단점을 잘 살려가며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죠.
단발 님도 이번 주 열심히 알차게 보내시길요.
응원 감사합니다.^^

2024-03-16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8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03-1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가체프 초코렛맛 님 집에 오신 거 축하해요. 정리는 천천히….

책읽는나무 2024-03-18 21:41   좋아요 0 | URL
정리가 잘 안되네요.
혹시 출장 오실 수 있나요?ㅋㅋㅋ
예가체프 초코렛맛 먹고 정리를 끝냈네요.
이번 정리는 끄읕!!!ㅋㅋ

hnine 2024-03-1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 역할, 중요한 역할, 아무나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 계세요.
자격은 없지만 힘을 드리고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4-03-18 21:44   좋아요 0 | URL
아...나인 님 댓글을 읽으니....제가 그렇게나 역할을 많이 맡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 때문에 아빠는 저의 잔소리에 시달리고 계셔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ㅜㅜ
암튼 나인 님의 말씀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4-03-16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8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4-03-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어요.
정리는 천천히~~
눈에 익은 독서대에 놓여있는 책, 반가워요^^

억울한홍합 2024-03-1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일주일이 흘렀나요~~
병원에서의 시간은 초침도 다 느껴질만큼 느리고, 지루할 때도 있는데 병원에서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어찌나 시간이 빠른건지 모르겠어요.
비운 시간 그 이상으로 엉망인 건 비단 집 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책나무님 말씀대로 오늘만 날은 아니고, 지금은 그런 정리에서 조금 자유로워져야 우리도 조금은 버텨지지 않을까요?
음식이 정말 사람 잡더라구요^^; 엄마 식사준비를 어찌어찌하는데 엄마는 식탁에 앉아 입맛없으시다고 한숨쉬고 계시고, 저는 요알못이라 음식솜씨가 없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지 싶어요. 이제는 조금 내려놓았지만요^^;;
그저 건강 잘 챙기시고, 책나무님도 잘 돌보시라는 부탁드리고 가요^^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동안 여러 상황들을 지켜보게 되고 간혹 남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몇 가지들이 있었다.
퇴원하게 되면 잊게 될 것 같아 퇴원 전에 기록해 놓아야겠다.싶어 몇 가지만 적는다.(근데 적고 보니 좀 길다.ㅜ)

1.
작년 연말 저녁 무렵이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이곳은 5시 넘으면 저녁이 시작된다.) 멍하니 오랜시간을 보낸 듯 해도 병원에서의 저녁시간은 너무 길다. 무료해 하시는 아빠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복도를 한 바퀴 도는 게 일과였었다. 물론 내가 훨씬 더 무료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그 때는 신경외과 쪽 입원병동에 있었는데 그 곳은 허리 디스크 수술 환자와 뇌수술 환자가 함께 입원 중이었다.
암튼 자가용 운전은 무서워서 못하지만 휠체어 운전엔 완전 능숙하다 못해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배길 정도로 여기 저기 휠체어를 막 몰고 다니던 차, 그 날도 늘 가던 쉼터에 도착하였다.

나는 쉼터 의자에 앉고 아빠는 휠체어에 그대로 앉아 시내 야경을 구경했다.
저녁 무렵이라 퇴근 시간에 줄 맞춰 차도에 늘어선 자동차 불빛들은 꼭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된 전구처럼 알록달록 어찌나 예쁘던지....
퇴근 시간을 재촉하는 자동차 불빛들은 뭐랄까, 멀리서 지켜보는 자의 눈엔 아늑한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그 일상의 초조함이 때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한다. 일렬로 쭉 늘어선 그 자동차 불빛들은 어둠의 경계를 오른쪽 왼쪽으로 나눠 양쪽으로 검은 개울물이 흐르는 듯 하다.
그리고 아파트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불빛들을 양쪽으로 나눠 마치 홍해의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어둠 속에서 재현시켜 주는 듯 하다. 비록 진두지휘하는 모세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암튼지간에 저녁엔 자동차 불빛멍? 야경멍? 하기가 참 좋다.

내 곁의 아빠는 전망대 타워의 불빛을 또 어찌나 사랑하시는지!
매일 가서 보는데도 매일같이 예쁘고 훌륭하다고 감탄하시는 거다.
시골 사람들의 특징이지 않나, 싶다. 시골은 저녁에서 이른 밤이 되면 불빛이 드문드문하다. 특히나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으니 야경이란 걸 감상할만한 풍경이 전혀 없다. 그야말로 어둠과 고요한 침묵만이 함께 할 뿐이다. 암담하달까!
그러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인 이 곳에서의 짧디 짧은 야경 풍경에도 아빠는 눈을 떼지 못하시는 것 같다.
물론 아빠의 호기심, 이러한 성격도 한몫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암튼 의자에 앉아 각자의 의식 속에 빨려 들어 몽롱하게 취해 있을 때 곁에서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앉았을 때 바로 옆자리에 한 모자가 앉아 있는 걸 곁눈질 하긴 했었지만 곧 의식 속에서 사라졌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자의 대화가 들려온 것이다.

20대 중후반으로 되어 보이는 어린 아들과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신 듯한 연세가 있어 보이는 어머니는 삶은 계란을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배가 부르다고 계란을 그만 먹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들은 하나만 더 먹으라고 계속 타이르고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엄마도 나 어릴 때 맨날 조금만 더 먹으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엄마도 계란 하나만 더 먹어봐봐.˝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셨다.
그 한숨 속에 모든 게 담겨 있어 순간 넘 우스워 마스크 속에서 ㅋㅋㅋ 혼자 웃었다.
하나를 더 드셨는지 어땠는지는 차마 왼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지 못해 직접 확인을 못했지만 아마도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더 드시는 듯 했다.

모자의 대화를 몰래 엿들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나도 어릴 때 편식이 심했던지라 엄마가 조금만 더 먹어봐라, 한 입만 더 먹어봐란 소릴 자주 듣고 자랐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가 했던 그 소리를 나의 세 아이들에게 자주 했었고 지금도 그 소릴 하고 있다.
요사이는 아빠한테 늘 하고 있는 소리다.
요즘 삶은 계란을 아빠 한 입이라도 더 드시게 해보려고 매일 반으로 자르고 있다. 삶은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부녀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반으로 잘라서 먹어보라며 서로에게 강요하고 있다. 계란 반 개를 억지로 먹으면서 그 날 저녁 다정한 모자를 떠올리곤 한다. 나는 그 아들이 한 그 말처럼 다정하게 건네진 않는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아빠한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먹기 싫다고 하는 아빠!
할 수 없이 계란 단백질 하나가 오롯이 내 차지가 되는 날도 많아 나도 한숨 쉬며 먹는다. 그래서 나만 살이 찌고 있다.

보통 부모를 간병하는 보호자는 딸들이 주로 하는 편인데 간혹 아들이 보호자로 있는 곳도 보인다. 무뚝뚝한 아들도 있지만 다정한 아들도 있다. 그 날의 아들은 퍽 다정했다.
저런 아들도 있구나. 싶어 그 아들의 면상을 찾곤 했다.
복도를 지나다 그 모자가 머물고 있는 병실 호수를 발견했을 때 나는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며 그 집의 아들과 어머니를 안보는 척 하면서 꼭 확인하며 지나갔었다. 볼 때마다 아들은 어머니를 살뜰하게 챙기고 있었다.
아...내 아들도 저런 아들이 되었으면...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2.
지금은 뇌신경센타 병동에 머물러 있다.
주로 뇌질환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곳인데 그래서일까, 병동이 좀 조용한 편이다. 바로 옆의 재활병동도 연결되어 있어 복도 산책?을 하느라 자주 드나드는 편이다. 재활병동도 아주 조용하다. 저쪽 신경외과 쪽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다.

암튼 조용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복도에서 보호자들이 통화하는 소리를 엿듣게 된다. 안들으려고 해도 다 들린다.
아빠랑 복도 산책을 마치고 꺾어 돌아오는데 어떤 보호자 아주머니의 통화를 엿들었다.

˝사람은 언젠간 죽는다.
아파서 모두가 죽는다.
아파서 죽지 않는다면 그건 사고로 죽는 거다.
그러니 너희들은 아버지 걱정일랑 말고 너희들 삶을 살아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저렇게 현실적인 통찰력이라니....쩜쩜쩜!!!
그리고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마음이라니...쩜쩜쩜!!!!!!

부모 돌봄은 아이들 육아 돌봄과는 비슷한 듯 좀 다른 세계다.
아빠를 돌봐 드리면서 꼭 초등학생적 아이를 돌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가 조금 손이 덜 가는 갓난 아기를 돌보는 느낌도 든다. 노인이 된 아빠는 너무나도 행동이 느리고 굼뜬다. 그런 아빠를 지켜보다 치료 시간이 촉박하면 차마 못기다리고 내가 모든 걸 손봐드리고 거의 끌고 가다시피 아빠를 부축하곤 한다. 하지만 간호사는 웬만하면 본인 의지로 일상 생활을 하시게 놔두라고 한다. 그래서 ‘혼자서 할 줄 알아야한다‘ 이것을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인다만 좀 헷갈린다. 꼭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다. 묵묵히 기다려주기가 잘 안 된다.

며칠 전 재활병동에서 재활 운동 하나를 실행하시는 아빠를 기다리며 보호자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아빠가 재활 치료사의 손을 잡고 어깨를 쫙 펴고 걸어나오셨다. 자고 일어나면 또 구부정 80대 노인의 어깨가 되지만 늘 그 시간엔 어깨를 쫙 펼 줄 아시는 게 새삼 놀랍다. 그래서 늘 재활사들의 손이 참 시기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 바로 옆에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어떤 딸이 내지른 감격의 도가니 비명소리였던 것이다.
˝엄마, 걸었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엄마를 주시했었고 함께 놀라워했다.
놀랍기도 했지만 나는 아빠한테 귓속말로 생색을 냈다.
˝아빠 처음 걸어서 나왔을 때, 나도 저렇게 놀라웠어요.˝ 아빤 반응이 없다. 듣는 귀가 어두운 오른쪽 귀에다 얘길 했던가 보다.

순간 몇 달 전 아빠가 걸어서 치료실을 나오실 때 광경이 떠올랐다. 나도 그때 분명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리액션을 밖으로 막 표출하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마스크 안에서만 ˝헉!!˝ 내 귀에만 들리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도 놀라웠다.
걷는 게 새삼 놀랄 일인가! 싶겠지만 병원에서 수술환자들이 누워 있다가 자리에 앉게 되는 걸 보면 1차로 놀라게 되고(헉!), 침대에서 일어서면 2차로 놀라게 되고(헉!!), 그러다 걸음마를 떼면 완전 감격의 도가니탕이 된다(헐!!!!!).
아이가 일어나 앉고, 일어서고, 걸음마를 떼면서 놀라고 감격하는 그 순간들이랑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격은 햇빛 찬란한 미래를 꿈 꾸고 기대하며 느끼는 기쁨의 감동이라면, 편찮으신 내 부모를 돌봐드리며 느끼는 감격은 뭐랄까, 가슴 한 쪽에 찌르르 통증이 동반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를 키워준 엄마가 또는 아빠가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건 안도 섞인 기쁨인 것이다.

아침마다 <인간극장>을 본다. 그 전엔 <인간극장>을 보고 싶어도 언제, 어디서 하는지 몰라서 못봤는데, KBS 1 TV 아침 7시 50분쯤 하더라. 아침 먹고 식판 퇴식 사물함에 가져다 놓은 후 시청하면 딱이다.
이번 주 내용은 ‘엄마의 102번 째 봄‘(맞나?)이란 제목으로 102세가 되신 어머님을 돌보는 내용이 전개된다. 100세가 넘으신 어머님이 계시다니....다섯 째 딸이 어머님을 돌봄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현재 치매를 약하게 앓고 계셨다.
시청 중 문득 딸과 지인의 대화가 귀에 확 들어왔다.

부모를 돌봄한다는 건 시간이 정해져 있는 돌봄이라고 했다.
물론 이 시간이란 건 그 끝을 알 수 없다.
10년, 20년이 될 수도 있고, 내년 또는 바로 다음 달이 될 수도 있다.
이별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돌봄이라고 했다.
부모의 돌봄은 이별을 준비하는 돌봄이라니...
그래서 순간 순간 버겁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이러면 안되겠구나!
생각을 고쳐 먹곤 한다.

아빠는 내가 <인간극장>을 쳐다보는 걸 썩 내켜하지 않으신다.
줄곧 부모를 간병하거나 돌봄하는 내용들을 다루다 보니 영 싫으신가보다.
아빠는 물려줄 게 없어 아픈 아빠를 간병하는 걸 물려줬다고 내내 궁시렁 대신다.

암튼 그 딸은 엄마가 걸어서 치료실을 나온 그 감격을 주체못해 본인의 아빠한테 동영상을 걸어 이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아빠도 좋아서 웃는 모습이 핸드폰 화면으로 다 보였다. 그렇게 딸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펴보다 보니 나는 넘 무뚝뚝한 딸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저 집의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눈 앞에 그려져 흐뭇하게 바라봐졌다.

3.
엄마가 돌아가신지 올 해 9년 째가 된다.
그동안 살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다 혹시라도 엄마를 닮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최근엔 그 생각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엄마와 비슷하신 분을 만났다.
지난 번 신경외과 병실에서 그것도 아빠 침대 바로 오른편 침대에 입원하신 어르신의 보호자 아주머니였다. 나는 그게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아주머니 얼굴을 자세히 뜯어 보면 또 그렇게 엄마와 닮았나? 좀 갸웃거리게 되지만 처음 봤을 때 얼굴형이 엄마와 비슷한 이미지였다.(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

그 때 아빠는 음식을 삼키기 힘든 상황이라 콧줄로 액체 영양액을 주입하던 시기였었다.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아빠 옆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게 참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만 먹고 다른 음식들은 일부러 먹지 않았다. 그러니 냉장고에 음식을 가져다 넣지 않아서 편했고, 살도 절로 빠져 은근 기분 좋았다.(덕분에 그동안 나의 뱃살의 주범은 간식살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냉장고에 먹을 걸 챙겨 넣지 않은 걸 눈치 채셨던 아주머니는 자꾸만 나에게 간식을 챙겨 주셨다.
아빠 수술하고 급하게 병실 온다고 먹을 것을 제대로 못 챙겨온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듯 했다. 아니라고...아빠 옆에서 음식을 안 먹으려고 일부러 안 가져왔다곤 차마 말은 못하고(아빠가 들으면 마음 아파하실까봐.) 그렇다고 주시는 빵이랑 음료수랑 과일들을 거절도 못하고 처음엔 받아만 놓다가 할 수 없이 하나씩 아빠 몰래 먹었다. 참 고마웠었다.

아주머니께 정말 감사한 일이 있었다.
중환자실에 며칠 계셨던 아빠가 병실로 옮겨온 첫 날 밤부터 며칠은 아빠의 섬망 증상들과 가래도 심해서 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초저녁쯤 되면 아빠는 꿈나라로 빠졌고 12시쯤 되면 깨셔서 낮인 줄 착각하셨다. 초저녁에 못 주무시게 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안됐다. 포기하고 나도 곁에 누워 말똥말똥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커텐 밖으로 아주머니가 뭐 하나? 지나가며 들여다 보시는 듯 하더니 나의 왼쪽편의 환자 어르신과 보호자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시는 거였다.
˝옆 환자 수술하고 올라와 어젯밤에 이 집 딸이 아버지 간병한다꼬 잠을 한숨도 못자데예. 지금 잔다고 누워 있는 것 같은데 좀 쉬게 해주입시데이. 사실 우리도 잠을 못자긴 했십니더.˝
커텐이 얇디 얇아 다 들렸다.

옆 침대도 얘길 들어보니 내일의 어르신 디스크 수술을 앞두고 부자가 이런저런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던 차, 아주머니의 말씀으로 대화가 뚝 끊겼다.
깜짝 놀란 나는 민망하기도 해서 누워 있던 자세 그대로 얼어붙어 꼼짝도 못했다. 아...... 어떡해야 하지? 못들은 척 하자!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자고 있는데 눈물이 계속 흐르는 거다.
이런 것도 인연인가?
생전 처음 보는 아주머니였건만 그저 ˝울 친정 엄마를 많이 닮으셨어요!˝ 그 한 마디에 정말 나를 딸처럼 대해주다니...
너무 고맙고 황송하였는데도 미처 감사하단 말씀을 제대로 못드렸었다. 아빠랑 재활치료 병동을 다녀온 그새 퇴원하신 빈 침대를 보며 아주머니를 더 이상 못뵙는다는 그 섭섭함은 오래도록 남았다.

어쨌든 남자 병실이지만 또 보호자는 대부분 여성들이어서(간병인분도) 제법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낯가림이 심해서 커텐을 딱 치고 생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아빠가 연세가 많아서인지 커텐을 자꾸 걷을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이나마 정을 나누게 되는 보호자 어르신들이 종종 있었다.
그 중 엄마를 닮은 그 아주머니는 줄곧 생각나는 아주머니다.

4.
퇴원하려면 이번 주 한 주를 잘 견뎌야 한다.
읽던 책을 다 읽었기에 딸들에게 엄마가 읽었으면 싶은 책 두 세 권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더니 몇 권 가져다 주긴 했다.(<달려라 토끼>, <산책자>, <느끼고 아는 존재> 세 권)
누가 하라고 하면 갑자기 하기 싫듯 책도 읽으라고 정해서 가져다 주니 아무리 딸들이어도 갑자기 싫은 거다.
그래서 주말 아빠 주무시는 동안 외부 서점에 들러 책을 두 권 사가지고 왔다. 그래서 갑자기 일주일에 다섯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 책冊무가 생겼다. 책탑을 쌓고 보니 좀 부담스럽다.

딸과 부담이란 이야기가 나오니 몇 주 전 막내가 나를 부담스럽게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녀석은 뜬금없이 나와 남편 뒤에서 ˝엄마, 아빠 혹시 내 운명이 바뀔만한 숨겨둔 비밀이 없나요?˝
응? 없는데....했더니 한 가지라도 말해 달란다.
그래서 늘 하던 거짓말을 들려줬다.
실은 너희들은 쌍둥이가 아녔지. 누가 자신의 아기를 대신 좀 키워달래서 데려오다 보니 쌍둥이가 된 거다!!!
몇 번을 일러줬더니 요즘은 콧방귀도 안 뀐다.
그것 말고 좀 SF적으로다 운명이 바뀔만한 숨겨온 비밀을 들려달라는데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줘야 하는 걸까?
˝넌 사실 사람이 아니다.....˝
.............또 콧방귀도 안 뀐다.

이제 서서히 10대를 마무리할 정신 연령에 도달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저런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아직 먼 것 같은데....

어쨌든 이젠 정말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뭘로 하나?
병원에서의 이번 주 책탑 사진으로 마무리 하련다.
공든 책탑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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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03-05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심각 진지 감동받으며 읽다가 마지막 막내 발언에 빵 터졌네요 ㅎㅎㅎ 막내 귀여워요!!
책나무님 글 너무 좋네요❤️❤️❤️❤️❤️

책읽는나무 2024-03-06 12:09   좋아요 1 | URL
막내는 막내라서 용서합니다.^^
이제 고3인데 저런 질문을 하다니....

한 번은 애들한테 뭔가 느낌이 와서 친구들이 뭐래? 하고 물었더니 큰아들부터 쌍둥이까지 죄다 친구들이 ˝너 4차원이다.˝라고 하더랍니다.
내 그럴 줄 알았죠.
사실 저도 그런 소릴 들었으니까요.ㅋㅋㅋ

구단씨 2024-03-05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원 생활, 많이 힘드시죠?
저도 여러 번 병원에 드나들면서, 그 중 대부분은 보호자와 간병의 역할로 머물렀는데요.
글 보다가 많이 공감하고 웃고 갑니다.
병원 생활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서요. 같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더 이해가 쏙쏙.
그나마 지금은 보호자의 병원 밖 출입이 나아져서 다행입니다. 서점에도 가고.
코로나 때는 진짜 병원이 감옥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빨리 나아지셔서 건강하게 퇴원하시기를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6 12:0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몇 달 전 병원에서 생활한 것보다는 훨씬 낫네요.^^
수술직후의 간병은 정말 깜놀했었구요. 그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어요.
예전에 엄마도 수술하셨었는데 그땐 아빠가 상주 보호자여서 제가 잘 몰랐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구단씨 님도 병원 생활 같은 경험이 있으시군요. 어휴...코로나 때였으면 정말 힘드셨겠어요.ㅜ
그땐 정말 엄격했었지 싶어요.
사실 지금도 상주 보호자가 병원 밖까지 나가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원칙적으론 안되지 싶은데 보호자들이 넘 갑갑하고 불편한 것들이 많다 보니 몰래 몰래 외출했다가 오는 것 같아요.
원래는 환자 곁을 딱 지켜야 하는 게 맞을 거에요.
가족들 병실 면회도 안되어 1층 로비로 내려가서 면회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덕분에 병실은 조용해서 좋긴 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퇴원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구단씨 님도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4-03-05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다 웃다 나무 님 글. 😹 수술환자에게는 진짜 걷는 게 중요하죠! ㅎㅎ 저도 재작년 수술하고 나서 앉고 걷고 좀 더 걷기 할 때마다 옆에서 부둥부둥 잘한다 우쭈주하던 거 생각 나네요. ㅋㅋㅋㅋㅋㅋ 아버님도 빠른 쾌유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6 11:56   좋아요 1 | URL
아...몇 년 전 수술하셨다고 하셨죠?
앉고 서고 걷고.....그 쉬운 동작들이 경이로워지는 순간이 돌쟁이 아가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녔어요. 그 경이로운 행동을 잠자냥 님도 하셨군요.ㅋㅋㅋ
장하십니다. 저도 옆에 있었더라면 박수 쳐줬을 것 같아요.👏👏👏ㅋㅋㅋ
아버지의 쾌유 응원 감사드려요.
잠자냥 님도 집사2님도 육고들도 그리고 자냥 님네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4-03-06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이 나이드시다 보니 저도 친구들 만나면 하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부모님 돌봄에 관한 이야기에요. 세월의 무게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곧 우리의 일이 될 테고. 그럴 때 자식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꿋꿋하게 잘 이겨내시는 모습에 많이 배웁니다. 아무쪼록 이번 한 주 잘 지내시고, 아버님 퇴원과 회복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넌 사실 사람이 아니다.....˝
책나무님의 이런 고급 유머....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딱 제 스타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3-06 11:52   좋아요 1 | URL
제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은 막내가 많아 부모님 편찮으셔서 돌봄과 간병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들어온 것 같아요. 이제 그게 제 나이가 맞닥뜨린 나이가 된 거죠.
들은 말들이 많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처음엔 당황스러워 갈팡질팡 했었네요. 지금은 좀 많이 내려놓아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냥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거겠죠.^^;;

저런 질문엔 과연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하나요? 제 딸이지만 가끔은 참...ㅜㅜ
그래도 고심해서 대답해 준 말에 고급 유머라고 해주시니 기쁘네요.^^
식구들은 제 유머를 인정해 주질 않아요.ㅜㅜ
너무 남발해서 그 이상의 유머를 발사해야만 웃어줄까요?ㅜㅜ
그래도 단발 님과 이웃 알라디너 님들이 웃어 주시니 이래서 제가 알라딘을 찾아오게 되는가 봅니다. 으쓱으쓱ㅋㅋㅋ


페넬로페 2024-03-06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송국에 연락 해야겠어요.
여기 인간극장 100회 분의 사연이 있다고요.
슬기로운 간병생활은 또 어떨까요?
내용과 감성이 넘 풍부합니다.
저의 엄마도 요즘 입을 꾹 다물고 음식을 안 드시려해요 그럴때마다 옛날 생각이 나요
입 짧은 자식 먹이려고 엄마가 엄청 고생했거든요 ㅠㅠ
만희 만복이도 참 대견하네요.
엄마가 집에 없어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요.
이번 주까지 왕창 고생하시고
아버지 건강하게 퇴원하실 수 있도록 응원할께요^^

책읽는나무 2024-03-06 11:39   좋아요 2 | URL
앗! 방송국이요?
이러시면 곤란하겠지만....🤔
알겠습니다.
퇴원하면 곧장 미용실과 피부과를 알아보며 관리 들어가겠습니다.
앗차...100부 시리즈의 사연이 많이 부족하군요? 사연도 억지로 많이 만들어보겠습니다.ㅋㅋㅋ
부모님들 연로해지시니 왜 다들 음식을 드시지 않으실까요?
아빠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먹는 거랍니다. 이것 참....
뭘 어떻게 만들어 드려야 할지? 퇴원하면 저는 그게 가장 부담스러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ㅜㅜ
만희 만복인....쌍둥이라서 지네들끼리 아웅다웅 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방학을 잘 버텨줬네요.
대신 주말에 갈 때마다 거실의 화분 하나씩을 죽여 놔서....ㅜㅜ
암튼 응원 감사드립니다.
페페 님의 어머님도 잘 드셔서 더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psyche 2024-03-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글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눈물 글썽했다가 웃었다가 했네요. 남은 일주일 조금만 더 고생하시고 나무님 건강도 꼭 챙기세요. 간병하는 일이 무척 힘들잖아요. 아버님께서 퇴원 잘 하시고 회복도 수월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6 10:00   좋아요 0 | URL
프시케 님의 이런 저런 생각....저도 프시케 님의 그 생각들에 순간 집중하게 됩니다.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일들. 페이퍼를 쓰고 보니 혼자 너무 요란했나? 싶기도 하구요.^^;;
암튼 오로지 퇴원 할 날만 기다리게 되네요. 더 힘을 내겠습니다.
지금의 간병은 예전에 비하면 그리 힘들진 않아 엄살을 부리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만....그래도 퇴원은 무척 기다려집니다.ㅋㅋㅋ
프시케 님도 먼 곳 우짜든동 건강 잘 챙기시고 가족들도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봄이 되면 올 해도 텃밭 농사 일지가 올라오나요?^^

거리의화가 2024-03-06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의 말씀과 마음이 뭔지 느껴져서 이 아침에 눈물이ㅠㅠ
어머님을 닮은 아주머니의 사연도 애틋하고요.
저는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제가 너무 챙기지 못한 것 같아 계속 이후 죄송하더라고요. 부모님을 돌보는 것은 이별이 예정된 한정된 기간의 돌봄이라는 말을 기억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 잘 보내시고 아버님 잘 회복되셔서 퇴원하시길 응원할게요. 나무님도 잘 챙겨드시길!

책읽는나무 2024-03-06 09:53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제가 분위기를...ㅜ
마음으로 읽어주셨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도 아버지의 병명에 따라 그리고 제가 만약 직장을 다니고 있었더라면 또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니 후회는 마셔요. 그 때 화가 님은 분명 최선을 다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별이 예정된 부모의 돌봄은 <인간극장>을 보며 전해듣고 저도 크게 공감하게 되었네요.
이번 주 편이 뭐랄까요. 찡한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화가 님도 직장 다니시랴 많이 피곤하실텐데 모쪼록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4-03-06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10시 35분...?)인데 책읽는나무님 페이퍼 읽다 눈물이 또르르....

공든 책탑 무너지지 않듯, 따뜻하고 효성스러운 그 마음 결코 무너지지 않고 건강과 안녕을 가져오기를 기원합니다!

책읽는나무 2024-03-06 12:16   좋아요 2 | URL
저녁에 써서 올려도 아침에 읽으시니....
우리? 나이대가 감수성이 넘 풍부하여 눈물이 많아지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생각해요.ㅋㅋㅋ

얄라 님의 좋은 말씀 가슴에 잘 새기겠습니다.
얄라 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24-03-06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06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긴글 보니 너무 반갑네요!
힘든 간병 생활에도 열독하시는 나무님
아버님이 든든하실 것 같아요
저도 기운 모아 드려요!

책읽는나무 2024-03-06 21:45   좋아요 1 | URL
좀 길었죠?^^
며칠 나눠서 쓰다 보니 자꾸 글이 길어져 저도 난감했습니다.ㅋㅋㅋ
퇴원하면 아마도 이렇게 페이퍼를 쓰고 책을 읽고 할 시간이 있을까? 싶어 요즘 병실에서 무리?를 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의 기운을 잘 받들어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3-10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0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9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0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0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4-03-12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나무 님!!! 너무 좋아요!!! 야경 보시며 흐뭇해하시는 아버님, 걷게 되고 어깨도 쫘악 펴고 나오시는 아버님, 이제 퇴원을 기다리시는 아버님... 그리고 모든 걸 함께 하는 책나무 님. 돌봄이 여성에게 짐이 될수도 있지만 때론 얼마 안 남은 생의 추억이 될수도 있잖아요. 제 남편도 본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병간호 했거든요. 그래서 자주 이야기하고, 드시고 싶다는 거 사드리고, 가시고 싶어 하는데 모셔다 드리고 이랬죠.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니 오히려 남편은 실컷 엄마랑 이야기 했다, 잘 한 것 같다 이러고 누나와 여동생은 여전히 그리워하고 못해준 것들을 생각하더라구요. 살아계실 때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나무 님!!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산책도 하시고 건강 챙기셔요!!!

아버님 얼른 다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2024-03-13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4-03-13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ㅠㅠ
돌봄!
아이를 돌보는것과 비슷한듯 다르다는 말씀 뭔지 알겠어요.
책나무님 말씀하시는 에피소드가 모두 인간극장으로 다가옵니다. 아버님 빨리 회복하시길 바래요.

2024-03-13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미니즘의 도전 (15주년 기념판)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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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지 20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읽어도 놀라운 책이다. 정희진 선생님의 사이다적 통찰력과 관점 그리고 해박한 지식에 놀랍기도 하지만, 20년이 지나고 있건만 세상의 변화는 아직도 더디기에 새삼 놀랍다.
˝열등감과 분노, ‘불평불만‘은 새로운 인식, 즉 실천의 출발(47쪽)˝ 밑줄긋기를 또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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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홍합 2024-03-04 0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노와 우울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데 요즘의 제 감정이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4-03-04 13:33   좋아요 1 | URL
종이 한 장 차이일 때도 있고, 순식간에 초와 분의 차이일 때도 있죠. 감정이라는 게요.
책에선 우울로 침잠할 게 아니라 분노로 폭발시켜야 무엇이든 실천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우울보다는 분노로 표출하려고 노력해야겠는데 그게 잘 안되긴 합니다.ㅜㅜ
노력하려구요.^^;;;
 
상황과 이야기 -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 마농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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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표현력, 구조를 이해하는 본능적 감각, 서술의 표면 아래 언어를 가라앉히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183쪽)‘에 자신의 경험을 녹아내어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의 능력은 실로 넘사벽이다. 하지만 그런 글을(특히 에세이와 회고록) 잘 읽을 수 있는 독자로 능력을 상향시켜 주는 듯한 고닉의 우아하고 섬세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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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살, 흙 - 페미니즘과 환경정의 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1
스테이시 앨러이모 지음, 윤준.김종갑 옮김 / 그린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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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신체성‘이란 새로운 용어를 알게 해준 책이다. 자연과 인간 신체성이 맺는 관계는 횡단(가로지른다)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코 각각 분리될 수 없고 상호연결성이 중요하단 개념을 어렴풋하게 깨달았지만, 읽으면서 줄곧 내 주변의 환경오염 물질 유해성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내내 뒤따랐다. 아마도 책의 내용이 어려워 자꾸 옆길로 새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환경에 대한 이론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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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02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읽는나무 2024-03-02 16:02   좋아요 3 | URL
책 너무 어렵네요. 쩝...
읽긴 했는데 뭘 읽었을까? 그저 어리둥절??? 쩝쩝...
스테이시 앨러이모가 제 친이모였다면 ˝이모. 이 부분들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물어나봤을텐데 말입니다.ㅋㅋㅋ

독서괭 2024-03-02 17:37   좋아요 2 | URL
흐흐흐 그러게요~

책읽는나무 2024-03-03 08:23   좋아요 2 | URL
흐흐흐 괭이모!!!!

햇살과함께 2024-03-02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책읽는나무 2024-03-03 08:23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4-03-03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책읽는나무 2024-03-03 18:19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