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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천사, 쉼, 쾌유, 치유, 평온, 감사, 오늘, 고요, 위로 등 10가지 주제에 대한 짧은 글들. 작은 판형의 책과 그 안을 큰 글씨로 채운, 얼마 안되는 내용의 책은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아 보인다.

그렇지만, 삶의 무게가 너무도 힘들어 위로가 필요할 때, 책에 담긴 지혜가 너무도 바른 소리를 내어 내 마음에 다가오지 않을 때, 주위의 위로가 사랑없이 울리는 징과 같다 느껴질 때, 이 책이 건네는 짦은 몇마디가 큰 울림이 되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짧긴 해도 가톨릭 교리와 전례, 베네딕토 수도회 전통을 배경으로 씌여진 책이기에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수도 있을 듯하다.

책에서 다룬 10가지 주제는 지금 이 순간 상처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모두 필요하겠지만, 저자는 이들을 한번에 다루지 않고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각각의 상태에 잠시 머무르고 그 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함이 아닐까. 이 안에서도 작은 선물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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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약자가 강자에게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제정된 인류 최초의 법전. 수천 년이 지나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여 공동체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요즘 세태를 돌아보게 된다. 법의 정신이 진화한 것일까, 아니면 인류 공동체가 퇴보한 것일까.

우리가 야만적이라고 배운 ‘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적용되었던 고대 법이 진정한 정의를 품은 제도는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신들을 경외하는 나 함무라비가 정의를 이 땅에 세워 악한 자들과 사악한 자들을 없애고 약자들이 강자에게서 상해를 입지 않도록 나는정의와 공정을 이 땅에 선포하였으니, 그것은 이 땅의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이다. - 합무라비 법전 서언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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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10-0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딱 그 정도만 하라는 가르침이 항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옛날에서 배움을 얻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7 23: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예외를 만들고, 임의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점차 본래의 뜻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김민우 2020-10-08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대 근동의 법전들을 분석한 책이군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08 05:38   좋아요 0 | URL
김민우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감사합니다 ^^:)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 대우고전총서 33
제러미 벤담 지음, 강준호 옮김 / 아카넷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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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의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에서는 공리의 원칙에 근거하여 법과 형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간다. 이 중에서 제13장에서는 형벌에 부적당한 사례들이 나열된다. 벤담은 형사재판(刑事裁判)에서의 형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반드시 여기에만 한정될 것인가. 여론에 의해 많은 것이 좌우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에게 정신적 형벌을 가하는 행위 역시 근거없이 행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1. 모든 법이 공통으로 가지거나 가져야 하는 일반적 목적은 공동체의 전체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그런 행복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가진 모든 것을 가능한 제거해야 한다. 달리 말해서, 해악을 제거해야 한다.

2. 그러나 모든 형벌은 해악이다. 모든 형벌은 그 자체로 악이다. 공리의 원칙에 의거하면, 만약 어쨌든 형벌이 허용되어야 한다면 오직 그것이 더 큰 악을 제거하리라고 보장하는 한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형벌을 허용하면 안 된다. (1) 근거가 없는 경우(groundless), (2) 효력이 없는 경우(inefficacious), (3) 유익하지 않은 경우(unprofitable) 나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경우(expensive), (4) 불필요한 경우(needless). (p332)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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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60
루돌프 V.예링 지음, 윤철홍 옮김 / 책세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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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 법은 이러한 투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즉 민족과 국가 권력, 계층과 개인의 투쟁이다. 이 세상의 모든 권리는 투쟁에 의해 쟁취되며, 중요한 모든 법규 Rechtssatz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 것이다.... 법은 끊임없는 노동이다. 더욱이 이것은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요구되는 노동이다.(p37) <권리를 위한 투쟁> 中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 1818 ~ 1892)은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 Der Kampf um das Recht>에서 법을 투쟁(鬪爭)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를 도출하기 위해 그는 개인간 소유권(所有權) 분쟁을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의해 부당한 권리 침해가 있을 경우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선택이 놓여있다. 법적인 다툼인가, 아니면 조용하게 넘어갈 것인가. 


 권리 침해가 있는 경우 모든 권리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자기 권리를 주장해서 상대방에게 저항할 것인가, 즉 투쟁한 것인가 혹은 다툼을 피하기 위해 권리를 포기할 것인가? 이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든 간에 권리자는 두 가지 경우에 하나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p53)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저자는 권리를 침해한 자가 모욕한 것은 그 권리가 아닌 권리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점을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강조한다. 즉, 재산권 침해가 아닌 인격모독 사건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은 인격 모욕을 참아서는 안되고, 이에 대한 반격을 해야한다. 예닝은 이를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해석한다.


 원고가 권리에 대한 굴욕적 침해를 방어하려는 소송에서는 사소한 소송의 목적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격 그 자체와 인격적 법감정에 대한 주장이라는 이상적 목적을 위해서 투쟁한다.(p55)... 내면의 소리는 그에게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며, 그에게는 이미 무가치한 소송물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 명예, 법감정, 자존심 등을 위해 소송하라고 강조한다(p56)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인격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굴욕적 불법에 대한 저항, 즉 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이것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의무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의무다.(p57) ... 어떤 물건이 우연히 내 권리 범주 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나를 침해하지 않고서는 내게서 빼앗아갈 수 없다. 나와 그 물건 사이의 유대는 우연이 아니라 나의 의지에 의해 결합되기 때문이다.(p75)... 소유권은 오직 물질적으로 확장된 내 인격의 외연에 불과하다.(p76)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어떻게 보면, 재산권 침해를 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의 비약을 막고자, 예링은 '악의(惡意)의 추정(推定)' 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법률 용어로 악의는  '법률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상대방이 악의가 있다는 것은 '내 권리를 인지했음에도 침해하려는 자'라는 것을 의미하고, 예링의 논리는 보완된다.

 

 당사자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끔 하는 유일한 것은 당사자를 소송으로 이끈, 상대방에 대한 악의(惡意)의 추정(推定)이다. 만약 이러한 악의의 추정에 반증을 제시한다면 원래의 반감은 약화될 것이며, 당사자는 이익의 관점에서 사건을 고찰하게 되고, 이에 따라 화해가 성립된다.(p61)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이러한 투쟁의 동력을 예링은 법감정(法感情)이라고 해설하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이성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개인은 투쟁해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저자는 이를 국제법으로까지 확대시켜 나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1948년에 제정된 우리 헌법에는 우리의 법감정이 흐르고 있는가?


 인간이 자기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고통은 그 권리가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즉 그것이 일차적으로는 해당 개인에게, 그 다음에는 인간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아주 강압적이고도 본증적인 자기 고백을 내포하고 있다.(p77)... 오성(悟性)이 아니라 오직 감정만이 이 문제에 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권리의 심리적 원천을 법감정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타당하다. 법의 힘은 사랑의 힘과 마찬가지로 감정 속에 깃들어 있다.(p78)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주관적 혹은 구체적 권리를 위한 투쟁은 권리의 침해 혹은 불법적인 억압에 의해 야기된다. 개인의 권리든 민족의 권리든 그 어떤 권리도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기 떄문에, 이 투쟁은 아래로는 사법으로부터 위로는 헌법과 국제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률분야에 걸쳐 반복된다는 결론에 이른다.(p51)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사진] 삼총사(출처 : http://www.isrageo.com/2017/09/23/dumas868/)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pere, 1802 ~ 1870)의 <삼총사 Les Trois Mousquetaires>의 처음을 보면 주인공 달타냥이 삼총사(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달타냥의 작은 실수에도 자신이 모욕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삼총사들은 결투를 약속하고 이렇게 그들의 모험은 시작된다..


 위의 장면을 언뜻 보면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화를 낸다고 여겨지지만, 이들의 정서에 '악의 추정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된다. 결국, 이러한 일을 통해 예링이 말한 '악의 추정 원칙'은 서구의 법감정이 반영된 것이며, 법감정에는 사회의 모든 것이 녹아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감정이 우리의 감정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헌법을 제정할 때 서구 법체계를 따랐기 때문에 우리 법 속에는 서구 법감정이 흘러있다.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체계 때문에 우리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 아닌 현실과 다른 법을 고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통해 우리의 현실과 우리의 법에 대한 생각을 2018년 7월에 일어난 슬픈 사건과 함께 엮어 하게 된다.


 나의 견해로는 민감성, 즉 권리 침해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능력과 실천력, 다시 말하면 공격을 물리치는 용기와 결단이 바로 건전한 법감정을 판단하는 두 가지 표준이다.(p79) <권리를 위한 투쟁> 中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우리는 약자의 권리 침해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능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정치인 노회찬을 잃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체계 속에서 불법을 괴로워하다 운명을 선택한 그의 죽음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54731.htm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권리를 위한 투쟁> 중 자신에게 엄격했던 그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법률을 적용하려는 용기를 가진 소수자들의 운명은 진정한 순교로 나타난다. 자신들로 하여금 자의에 승복하기를 허용하지 않는 소수자들의 강력한 법감정이 스스로에게는 저주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p86) <권리를 위한 투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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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7-25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투쟁!! 투쟁!!!

겨울호랑이 2018-07-25 15:42   좋아요 1 | URL
^^:) 사회의 잘못된 제도가 차츰 고쳐지길 바라봅니다.

NamGiKim 2018-07-25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싶어 집니다.^-^

syo 2018-07-25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투쟁의 결과물이 법은 아닐까요. 투쟁의 승리자들이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문을 만들고 겸사겸사 전리품도 챙기고.....

겨울호랑이 2018-07-25 20:13   좋아요 0 | URL
예링은 본문에서 타인에 대한 투쟁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법에 대한 투쟁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syo님의 투쟁의 결과물이 법이라는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실에서도 판례가 또 하나의 법으로서 작용하는 모습을 보면 법은 역사와 더불어 승자의 기록이라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갱지 2018-07-28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리를 위한 투쟁...의 원동력은 인간의 힘이겠지요. 중생들이 모여서 만든 힘이던, 소수 권력자가 가지는 힘이던,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부가 중심이고.
그런 논리라면 법의 세분화라는 게 신용할 수 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또 기본적인 윤리도덕조차 법이 필요한 세상이니
참 난감한 법이네요.

겨울호랑이 2018-07-28 10:28   좋아요 1 | URL
갱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법으로 인간 삶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기 전에 사회의 상식으로 조화롭게 조정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2018-08-02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3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p20)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은 역사적 사건의 기록이며, 이를 통해 지난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되었다. 대통령의 파면 선고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르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p19)


위의 선고문을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하 박근혜)가 헌법 제7조, 제66조, 제69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근거하여 파면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해당되는 법조문은 아래와 같다.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제66조] 

②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탄핵 인용 선고를 통해 대통령 파면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결과에는 차이가 없겠지만, 세월호와 관련한 선고에 대해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관련 선고 결정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 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p14)


위의 선고 결정문을 요약하면 '"성실(誠實)"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위의 사유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선고는 우리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다. 법전문가들은 세월호 조사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常識)과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식은 전혀 근거없는 감정적인 판단이기만 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판단근거는 있고, 우리는 이를 우리의 전통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


孟子曰:“人皆有不忍人之心。先王有不忍人之心,斯有不忍人之政矣。以不忍人之心,行不忍人之政,治天下可運之掌上。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皆有怵惕惻隱之心,非所以納交於孺子之父母也。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非惡其聲而然也。由是觀之,無惻隱之心,非人也;惻隱之心,仁之端也;凡有四端於我者,知皆擴而充之矣,若火之始然,泉之始然。苟能充之,足以保四海;苟不充之,不足以事父母”


'맹자가 말했다. “사람에게나 누구나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선왕들에게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정치가 존재했다.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정치를 펼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차마 타인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사람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얼핏 보고는 누구나 깜짝 놀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기 위한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좋은 명성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니며,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점을 보건대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게 이 네 가지 단서(四端)이 있는 것은 사람의 몸에 사지가 있는 것과 같다. 나에게 있는 네 가지 단서를 확충할 줄 안다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고 샘이 처음 솟아나오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것들을 확충할 수 있다면 천하를 보전할 수 있지만, 그것들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부모조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孟子>, 公孫丑上, 황종원 譯,p132 




[성실(誠實)]


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也.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

 

'성(誠)함은 하늘의 도요, 성(誠)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다. 성(誠)한 자는 힘쓰지 않아도 표준에 들어맞고, 생각하지 않아도 얻으며, 자연스럽게 도에 부합되니, 그는 성인(聖人)이다. 성(誠)하고자 하는 자는 선을 가려 그것을 굳게 붙잡는 자이다.'


<中庸> 第20章 황종원 譯 p105


이에 근거하여 거칠게 나마 선고문을 쓴다면 다음과 같이 쓸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 헌법수호의지 부족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국가의 통수권자로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당시 사람으로서 당연한 '惻隱之心'에 맞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惻隱之心'을 확충할 수 없다면 부모도 섬길 수 없을 텐데, 하물며 국가의 수반으로서야. 또한, 국가 수반으로서 선(善)을 가려 그것을 굳게 붙잡으려는 성(誠)을 행하지도 않았는데, 이 역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 판단된다. 피청구인의 언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헌법(憲法)에는 이러한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 1948년 제헌 당시 세계 각국의 헌법을 참고하여 가장 좋은 덕목을 모아 만들었다는 우리의 헌법에는 정작 우리의 정서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고, 나는 이번 <대통령 박근혜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을 통해 그러한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개헌(改憲)문제가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비록, 시기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지만 헌법개정이라는 대전제에는 국민적 합의에 이른듯 하다. 언제 개헌이 되더라도 제7공화국의 헌법안에는 우리의 상식이 녹아들어있는 상식적인 헌법이 되길 기원해본다.



ps. 

리뷰를 쓰기 위해 헌법을 찾던 도중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헌법에 근거한 '청렴의 의무'는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 적어도 조문상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는 '청렴의 의무'는 주어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만 부패할 수 있다는 이런 조문 내용 또한 일반 상식과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도 이번 개헌 때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 제46조] 

①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③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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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12 14: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정미 재판관님이 주문할 때 소름이^^;
강일원 재판관님과 더불어 역사속의 ˝위인˝이 될 것입니다.
두분 존경하구요. 특검팀 또한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셨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14:50   좋아요 5 | URL
^^: 네 북프리쿠키님 말씀처럼 마지막에 반전이 극적이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사법질서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이번에 느끼게 되었네요. 북프리쿠키님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3-12 18:30   좋아요 4 | URL
처음과 세월호까지에서 설마,,, 뭐야,,, 아닐거야,, 눈물날만치 좌절했다가,,,,
와!!!!
주문을 할 땐 멍~~ 소름,,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주문 낭독이었어요.
감격해서 그 영상 다운받았죠ㅋㅋ
다들 감동하셨구나ㅋㅋ
제 북풀 친구님 중에는 친박이 없어서,,, 이래서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2 18:34   좋아요 2 | URL
마르케스찾기님 잘 지내셨지요?^^: 고생하셨고 탄핵을 축하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2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페이퍼로 적극 추천합니다. 연달에 두세 개 기각했을 때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 어어어어어... 이거 잘못하면.... 다행히 그러나.. 로 시작하는 후반부가 있더군요...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3-12 15:34   좋아요 1 | URL
^^: 추천에 감사합니다. 곰곰발님. 저도 소추안이 계속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참 침통했습니다... 헌법이 상식대로 돌아가는 세상의 기초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의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이제는 그렇게 되겠지요?^^: 기대를 가져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2 15: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똥도 쓸 데가 있다더니 박근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만만치 않더군요. 박근혜가 아니었다면 누가 헌법의 소중함을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그토록 견고했던 박정희는 독재는 했어도 축재는 않했다는 개소리 신화가 깨지는 계기를 박근혜가 제공했으니 ......

겨울호랑이 2017-03-12 15:36   좋아요 2 | URL
곰곰발님 말씀이 맞습니다. 큰 손실에 따라오는 작은 소득이긴 하지만요.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되겠지요^^:

북다이제스터 2017-03-12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2 18:4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축 탄핵입니다^^:

2017-03-12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2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3-12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월호에 대한 국민안전 보호 의무에 대한 판결은 상당히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7시간의 해명이 전혀 없었거든요..다만 소수의견으로 성실의무 위반이었다는 결론이 부가적으로 있었음에 부족했지만 다행이더군요. 대한민국은 세월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겁니다. 국민의 안전이 국가의 존립의 근거이자 목적이거든요.....공권력의 목표이기도 하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있어야할 이유가 사라지거든요..곧 이것이 헌법의 기초거든요.

참고로, 일본의 헌법 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봉건적인가요..ㅎㅎㅎㅎ국민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겨울호랑이 2017-03-12 20:03   좋아요 2 | URL
네 유레카님 저도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350여명의 인명이 죽어갔음에도 별다른 조치나 원인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유레카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되었으니 새출발을 기대해 봅니다^^:

AgalmA 2017-03-13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탄핵 사유에 세월호 건을 주요하게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한 것도 이럴 걸 예견해서 였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씨가 중대한 잘못을 너무 많이 저질러 피할 도리가 없었단 게 다행?

겨울호랑이 2017-03-13 21:14   좋아요 1 | URL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부족해야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총체적으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을 물러나게하는게 정말 힘이 많이 드네요.. 두 번만 탄핵했다간 국민들이 먼저 지칠것 같네요..

AgalmA 2017-03-13 21:26   좋아요 1 | URL
내 옆의 한 사람 맘이나 생각 돌리기도 어려운데 권력과 연줄로 카르텔을 만든 자를 끌어내리기가 그리 쉽겠습니까^^; 이런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한국인이 더욱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바탕이 된다는 게 이 운동의 가장 큰 힘이겠죠.
마틴 루터 킹도 처음엔 대단한 인권 운동가가 되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었잖아요^^
한국의 이 촛불집회는 카리스마 지도자 없는 진정한 운동은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죠.

겨울호랑이 2017-03-13 21:26   좋아요 1 | URL
^^: 이번에 제대로 한국민주주의를 극한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친듯 합니다.. 아직도 왕조의 신민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국민의 인식부터 형식적 삼권분립이라는 제도적 문제까지 한번에 터졌으니 큰 경험이 되겠지요..다른 한편으로는 벌써 대선이라 마치 춘추전국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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