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인간관계론 - 일, 자산, 기회의 격차, 결국 사람을 다루는 법에 달렸다
데일 카네기 지음, 김종희 옮김 / 빅피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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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 책이라고 했지만, 이 책이 다루는 것들은 사실 훨씬 더 오래된 것들이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가 틀렸다는 말을 듣기 싫은 마음. 이것들은 대공황 시대의 미국인도, 지금의 우리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 사람의 관계를 결정하고 삶의 질을 결정한다. - '역자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데일 카네기는 세계 최초의 인간관계/커뮤니케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는 훗날 '데일 카네기 트레이닝'으로 발전해 전 세계 수많은 리더와 직장인의 필수 교육과정이 되었다. 그는 빈농貧農의 아들로 태어나 세일즈맨, 배우, 강사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며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의 정수를 담아 1936년에 출간된 책이 바로 <인간관계론>이다. 


카네기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이 강의 노트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삶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쌓아온 현장의 지혜라는 뜻이다. 그 지혜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90년 전에 출간된 책이 아직도 매년 25만 부씩 팔리는 스테디셀러인 이유이기도 하다.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적을 만들지 않고 사람을 얻는 법(파트1), 말하지 않고 마음을 얻는 법(파트2),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파트3), 끌려다니지 않고 이끄는 법(파트4) 등을 통해 서른 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질문1)분명히 상대가 잘못했는데, 왜 지적할수록 관계가 어그러질까?

뉴욕의 최고급 주거지에 권총 소리와 기관총의 타격음이 한 시간 넘도롣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흥분한 시민 1만 명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이 광기 어린 광경을 지켜보았다. 뉴욕 한복판에서 이런 유혈 사태가 벌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총격전의 범인 크롤리가 체포되자 멀루니 경찰국장은 '이 무법자는 깃털 하나만 잘못 떨어져도 사람을 죽일 놈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크롤리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총알이 아파트 벽을 뚫고 들어오는 절박한 순간임에도 그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내 외투 속에는 지친 심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친절한 심장입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심장 말입니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이 있기 얼마 전, 롱아릴랜드 외곽의 시골길에서 차를 세워둔 채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다. 한 경찰이 다가와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자 이에 응하는 대신 경찰에게 총을 난사했다. 심지어 쓰러진 경찰의 몸에 확인 사살까지 했다. 잔혹한 살인마임에 분명하다. 결국 그는 전기의자 형을 선고받았다.

시카고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잔혹한 갱단의 두목 알 카포네자신을 악인惡人으로 여기지 않았다. '저는 인생의 황금기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 데 바쳤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것은 비난과 쫓기는 신세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저 세상이 몰라주는 '억울한 자선사업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 창립자 존 워너메이커는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30년 전에 깨달았습니다. 사람을 꾸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요. 님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열 올릴 시간에, 차라리 내 부족함이나 하나 더 고치는 게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 하나 똑바로 살기에도 인생은 벅차니까요' 반면에 100명 중 99명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비난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심리학자 스키너는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나쁜 행동에 대해 벌을 주는 것보다 좋은 행동을 보상할 때 동물이 훨씬 빨리 배우고, 그 효과도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의 수많은 연군는 인간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됨을 보여준다. 비난으로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상대의 원망한 사게 될 뿐이다.

(질문3)내 말은 분명히 합리적인데, 왜 사람들이 따르지 않을까?

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떠들어댈까. 참으로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당신도 자신의 욕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평생토록 그럴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타인은 당신의 욕구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다. 우리는 그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에만 필사적으로 매달릴 뿐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내일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싶다면,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라.

예를 들어 자녀가 담배를 끊기를 바란다면 훈계하거나 당신의 바람을 말하지 마라. 그 대신 담배를 피우면 농구팀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100미터 달리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줘라. 이 원칙은 상대가 아이든, 송아지든, 침팬지든 상관없이 완벽하게 작동한다.

랠프 왈도 에머슨과 그의 아들이 송아지를 외양간으로 밀어 넣으려 했던 일화를 떠올려 보자.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생각하는 흔한 실수를 저질렀다. 에머슨은 뒤에서 밀어붙였고, 아들은 앞에서 끌어당겼다. 하지만 송아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 다리에 힘을 꽉 주고 버티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녀는 송아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 손가락을 송아지의 입에 물려 젖을 빠는 듯한 안도감을 주었고 송아지를 달래며 부드럽게 외양간으로 이끌었다.

"논리는 생각보다 사람을 잘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상대가 원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게 설득의 전부다"

(질문6)단 한 번의 만남으로 상대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비결은? 

수 세기 동안 수많은 귀족과 거물은 예술가, 음악가, 작가 들을 후원했는데, 이는 그들의 창작물이 자신에게 헌정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박물관이 풍부한 소장품을 갖출 수 있는 것 역시, 자신의 이름이 인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이들 덕분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기억되길 원하면서 타인의 이름은 돌아서기 무섭게 잊는다.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를 머릿속에 새기기 위해 집중하고 반복하고 암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너무 바쁘다는 핑계 뒤에 숨는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마주치는 수리공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크라이슬러사는 다리가 마비되어 일반 차량을 운전할 수 없었던 루스벨트를 위해 특수 제작 차량을 제작했다. 체임벌린과 한 수리공이 그 차를 백악관으로 인도하러 갔다. 체임벌린은 당시의 기억을 카네기에게 이렇게 들려주었다.

"제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게서는 매우 상냥하고 쾌활하셨습니다. 제 이름을 불러주시며 저를 편안하게 해주셨고, 특히 제가 설명해드리는 것들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계시다는 사실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라.
그 사람에게 가장 달콤하고 강력한 한마디다" 


(질문14)정면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누군가 진심으로 “아니요”라고 선언할 때, 그것은 단순히 단어를 내뱉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분비샘, 신경계, 근육을 포함한 인체의 모든 유기체가 거부 상태로 돌입한다. 온몸의 신경계가 수용을 거부하며 요새를 쌓는 것이다.

반대로 “네”라고 대답할 때는 이런 위축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신체는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수용적이며 열린 자세를 취한다. 그러므로 초반에 더 많은 “네”를 수집할수록, 상대의 관심을 당신의 최종 제안에 묶어둘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아주 단순한 기술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화 초반부터 상대와 날 선 대립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는 듯 무모하게 행동하곤 한다. 처음부터 "아니요"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들의 부정적 태도를 긍정의 태도로 바꾸기 위해서 엄청난 지혜와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작은 "네"부터 끌어내라.
그것이 쌓이면 결론이 바뀐다" 

(질문19)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자극하여 기꺼이 행동하게 만드는 법은?

한 자동차 회사의 고객 6명이 수리비 지불을 완강히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청구액 전액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각자 특정 항목이 부당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미 작업 확인서에 고객이 서명했기에 이를 무기로 삼아 회사는 고객들을 몰아붙였다. 수수료를 받기 위해 신용 관리 부서는 고객을 찾아가 연체금을 납부하라고 독촉까지 했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총지배인이 이 문제를 알게된 후 내부조사를 진행한 경과 이 고객들은 평소 대금을 제때 납부하는 충실한 고객이었던 것이다. 이 지배인은 제임스 토마스에게 미수금 문제 해결을 맡겼다. 

토머스는 카네기의 수강생이었다. 그는 고객의 얘기를 경청하러 왔음을 밝히고 아울러 이 문제의 처리가 서툴렀음을 사과하면서 고객의 이야기를 끝가지 들어주었다. 그런 후에 '고객님이 우리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청구서의 금액을 조정해 주십시요. 고객님의 결정이 최종 결정입니다'라며 고객의 반응을 기다렸다. 놀랍게도 단 한 명만 못내겠다고 버티었고, 나머지 5명은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대금을 정산해주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직하며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 합니다. 설령 남을 속이려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도, 당신이 그를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대접한다면 대부분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반응할 것입니다.”(266쪽)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라.
그러면 상대는 그 기대에 맞게 행동한다.

(질문28)평판을 먼저 부여하면 기대 이하의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성실하게 일하던 직원이 갑자기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해고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거칠게 꾸짖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는 대개 반감의 불씨만 지필 뿐이다.

대형 트럭 대리점 서비스 매니저 헨리 헹크에게는 최근 업무 성적이 곤두박질 친 정비사가 있었다. 헹크는 그를 조용히 사무실로 불러 진솔한 대화를 시도했다. 대화를 통해 이 정비사는 자신의 성적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헹크가 선물한 '훌륭한 정비사'에 어울릴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상대에게 지켜야 할 좋은 평판을 심어줘라.
사람은 자신에 대한 기대에 맞게 행동한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달라졌지만 인간은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하고, 존중받고 싶어 하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갈수록 기회와 자산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데일 카네기는 인간 본성을 정확히 통찰하고 있는 영원한 멘토이다. 더 늦기 전에 책의 완독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기계발 #인간관계론 #더늦기전에읽어야할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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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 - 지속 성장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갤럽 외 지음, 김광수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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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관리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이윤보다 더 큰 무언가를 회사에 선사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훌륭한 관리자가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는 것은 수익성을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리하는 직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훌륭한 관리자가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의 하나다. 훌륭한 관리자의 존재는 비즈니스 자체를 초월한다. 그의 행동은 가슴 깊이 자리한 신념에서 그리고 직원들을 향한 깊은 책임의식에서 우러나온다. 그것이 신의 선물이든 아니면 팀원들과의 생활에서 우연히 찾아온 기회든, 훌륭한 관리자는 자신의 믿음과 행동이 직원들에게 오래도록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들의 ‘직장생활’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후원한다. - '마지막 제언: 위대한 경영의 본질' 중에서


책의 공저자 갤럽은 비즈니스와 건강, 그리고 행복이란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자료분석과 자문, 교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짐 하터는 갤럽의 직장 관리 및 웰빙 부문 수석과학자로 업무 단위 내 직원 몰입도와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분석을 포함해 1천여 편 이상의 연구를 수행하며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AI 시대 결정적 차이는 몰입이 만든다(1부),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2부)를 통해 '몰입'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몰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리더와 관리자들에게 길잡이를 제공한다.

몰입이란 무엇인가

AI 시대를 맞은 지금,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특히, 지속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제 '어떻게 사람을 관리할까'보다는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훌륭한 관리자는 이를 이미 안다. 그들은 통제가 아니라 직원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조성해준다.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구성원과 관리자 모두의 몫이다. 똑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팀이라 해도 목표와 우선순위가 분명하고 리더의 관심을 받으며 일하고 인정받는 직원들로 구성된 팀과, 하루하루 정신없이 일을 쳐내기만 하느라 감정적인 긴장감과 피로감이 도는 팀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차이를 다루고 있다.


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직원몰입의 12가지 요소인 셈이다. 책은 이를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기본적 욕구, 개인적 기여, 팀워크, 성장 등을 통해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직원과 관리자는 서로 싸우는 관계가 아니라 성장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관계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중소업체의 경영고문을 맡고 있는 나는 개인적으로 이를 크게 공감한다.

승무원은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승무원의 역할까지 파악하고 챙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이 주고받는 신호의 종류는 100여 가지란다. 심한 스트레스속에서도 남까지 챙긴다니 놀라울 뿐이다.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서로 수신호로 의사소통하는 팀워크를 발휘한다.

항공모함 승무원들은 갑판에서 이루어지는 조화를 무용극이나 교향악 연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회학자들도 이처럼 유기적인 현상을 두고 ‘세심한 관계,’ ‘협력 활동,’ ‘인식의 교류,’ ‘집단의식’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결국, 이 모든 표현은 자기 일만 알고 챙기느냐 아니면 자기 일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함으로써 팀이 더 큰 성과를 거두도록 돕느냐의 차이를 의미한다. 진정한 팀워크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갤럽에서 관리자들이 직원의 약점을 찾아 고치는 것과 강점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 중에서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지를 파악하고자 조사했다. 비교 분석한 결과, 성과가 우수한 팀의 관리자는 권위를 앞세워 인사 결정을 내리는 관리자에 비해 각자의 재능과 강점에 알맞은 직무를 직원들에게 부여하고 생산성이 높은 직원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점의 교정보다 강점의 강화에 주력하는 관리자가 운영하는 팀의 성과가 평균 두 배 이상 높았다.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 그리고 재산까지 모두 남겨둔 채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났다. 호메로스의 기록에 따르면, 오디세우스는 오랜 벗이며 전적으로 신뢰하는 한 친구에게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친구는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텔레마코스를 명예로운 인물로 키우려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이 친구가 바로 '멘토르'이다.

고대의 '개인 지도' 개념은 장인과 수련생, 지도교수와 학위취득생, 전문의와 수련의 등의 관계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음악가는 실력이 더 뛰어난 음악가를 관찰하면서 배우고, 의대생은 노련한 의사의 어깨너머로 실력을 키운다. 이처럼 숙련자가 비숙련자를 가르칠 때는 가까이서 직접 지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위대한 경영도 마찬가지다. '나의 발전을 격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의 발전을 격려하는 사람이란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직원들의 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개인적 투자까지 마다하지 않는 멘토가 필요하다. 이런 멘토가 있는 집단에선 생물학적 모방 회로와 밀접하게 관련된 거울 신경세포 효과가 나타난다. 멘토가 잇는 최고경영자는 자신도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멘토가 되려 하는 경향이 말단 직원까지 확산된다.

멘토르가 텔레마코스의 후견인이었던 것처럼, 관리자가 젊은 신입사원들을 지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렇다고 멘토의 역할을 굳이 관리자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동료든 친구든 카운슬러든, 신입사원에게 모범으로 여겨질 만한 모든 사람이 멘토가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직원이 회사에서 고립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멘토의 최우선 역할이다.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된다. 어느 대기업의 여러 제조공장을 대상으로 의식차이를 조사한 바 있다. 생산성과를 기준으로 상위 25%에 포함된 공장의 직원들은 '내 의견이 비중 있게 반영된다'란 항목에 평균 세 명 중 한 명꼴로 '강한 긍정'의 의사를 표현했다. 반면 하위 25%에 속하는 공장의 직원들은 평균 일곱 명 중 한 명에 그쳤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가져다주는 이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아이디어 그 자체다. 좋은 아이디어는 직무 프로세스부터 비즈니스 성과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들이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직원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느끼는 소속감 수준도 매우 높다. 특히 ‘내 의견이 비중 있게 반영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대개 회사가 자신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므로 인종적 또는 성적 편견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관리자나 상사가 항상 자신에게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직무 성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라며 소개하는 비율이 두 배 이상 높다.

'지난 6개월간 나의 성장에 관해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있다'는 점은 생산성과 안전성 측면에 특히 많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이점에 대해 상위 25%에 속하는 사업부와 하위 25%를 비교했더니 생산성에서 10~15%, 사고율에서는 20~40%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자신의 성장에 대해 누군가와 진지하게 상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경영자나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그 비율은 겨우 절반에 불과했다.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지닌 직원은 더 열심히, 더 효과적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지난 1년간,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은 고객 만족도 및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이를 기준으로 최상위 25% 집단과 최하위 25% 집단을 비교한 결과,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에서 평균 9%, 수익성에서는 평균 10%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직무에 관심이 많고 배우려는 태도를 지닌 직원은 좋은 아이디어도 더 많이 고안한다. 높은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은 바로 이 아이디어의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위대한 경영의 본질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 관리자는 자신도 그 이상의 것을 받는다. 금전적으로 최고의 성과는 금전과 전혀 무관한 작은 동기에서 시작되고, 직원들을 위해 올바른 길을 걷는 관리자는 결국 자기 인생을 훌륭하게 완성한다. 경영관리의 동력인 '인간의 몰입'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경영인 모두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경영전략 #위대한경영의12가지조건 #갤럽 #짐하터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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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 - 러닝 앤솔러지
김연수 외 지음 / 판미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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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달리기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터득하게 된,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매일 달릴 수 있게 해 주는 훈련법이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그대로 따라 하면 누구나 매일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규칙은 두 가지다. 하나, 매일 달린다. 둘, 15분만 달린다. - '좋아하는 일에 매일 시간을 쓴다는 것' 중에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은 30년 전부터 달리기를 해 왔고, 현재는 매일 30분 달리기에 만족한다는 소설가 김연수, 홍제천과 경의선 숲길을 주로 주말 아침에 달리는 번역가 노지양, 많이 마시고 싶어서 적당히 달리는 시인 박은지, 길을 좋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대체로 혼자, 때론 같이 달리는 작가 윤이나, 사랑과 사랑 아닌 것들로 얼룩진 마음을 힘껏 젖히며 달리는 작가 김연덕, 강원도 속초에서 달리며 글을 쓰는 소설가 김혜나, 다시 달릴 때까지 잠시 멈춰 있는 소설가 최유안 등 7인의 작가들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은 한 발은 공중에 띄우고(1부)에선 소설가 김연수, 번역가 노지양, 시인 박은지 등 3인의 달리는 이유가 소개되고, 한 발은 땅에 딛고(2부)에선 작가 윤이나의 '달리는 건 도망이지만 도움이 된다', 작가 김연덕의 '특정 사랑을 위해', 소설가 김혜나의 '킵 고잉', 소설가 최유안의 '아직 유효한 핑계' 등을 담고 있다.

좋아하는 일에 매일 시간을 쓴다는 것

소설가 김연수는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살아온 지 20년이 넘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공원이 있어서 마음이 불편할 적엔 호수공원을 걷기만 해도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걷기 시작한 일이 이젠 달리기로 전환되었다. 달리는 순간 모든 잡념에서 해방되어 오롯이 현재를 즐길 수 있었다. 

불쑥불쑥 일어나는 슬픈 생각은 내 어깨를 잡아끌지만 나는 계속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렇게 가지들 사이의 작은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걷는다. 내가 확인하는 건 내게도 작은 하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길에도 끝이 있다는 것. 날마다 그 길의 끝까지 갔다가 나는 돌아온다.(13쪽)

매일 달릴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2년이 더 지나서였다. 그동안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중간에 달리기가 싫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달리면서 그녀는 내면의 자아에게 '나아지는 것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고, 나아지지도 않는 일을 왜 하겠다는 거야?'라고 대화를 나누었다. 달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5분 달리기를 터득하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평가 없이 매일 달릴 수 있도록 해 주는 훈련법인 셈이다. 쉽고 간단해서 누구나 이를 따라 하면 매일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2가지 규칙이 있는데, 매일 달리기와 15분만 달리기이다. 그리고 이를 끝낸 뒤 달력에 표시한다.   

이 동그라미들은 내가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좋아하는 일에 썼다는 것을 말해 준다.(중략) 15분을 달려간 뒤, 온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경로이기이기 때문에(중략) 매일매일의 날씨가 다르듯이 매일매일의 동그라미는 모두 다르지만, 그 동그라미들은 저마다 하나의 완결된 달리기다.(26쪽)

나 또한 이른 아침 시간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걷고 달렸다. 갑자기 불어난 체중을 감당할 수 없어서 이를 해소코자 살던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 공원 내 산책로를 걷기 시작해 매일 두 바퀴 이상을 거뜬히 소화해 낼 무렵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달리기만 했다. 같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달리면 훨씬 더 많은 거리를 뛸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이었기에.

미들Middle

KBS와 EBS에서 방송 작가로 활동했고, 이후 20년 동안 전문 번역가로 여러 책들을 번역했던 노지양 번역사는 홍제천과 경의선 숲길을 주로 주말 아침에 달린다고 한다. 한여름 주말 아침의 달리기를 가장 사랑해서 블루투스 헤드촌을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잭슨 파이브, 아치스, 하드록 밴드 반 헤일런, 휘트니 휴스턴 등의 명곡들을 감상하면서 달리기를 즐기기에.  

연남동과 홍제천을 달리면서부터 유독 올드팝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이는 신비로운 세계로, 다른 차원의 우주로 입성하고 싶어서다. 불순물 하나 없이 오직 나라는 사람의 본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약간은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취향이 가득한 세계, 내가 좋아하는 연필과 메모지와 열쇠고리를 넣어 둔, 처음으로 갖게 된 내 책상 서랍 같은 세계 등으로 들어가는 느낌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뒤를 도는 척하면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돈다. 갑자기 전속력으로 질주했다가, 갑자기 느릿느릿 달린다. 오늘 달리기에서 페이스라든가 기록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는 여름의 한가운데, 인생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7월의 햇살 안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63쪽)

천변을 달리자, 맥주를 마시자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박은지는 독특한 달리기 예찬론을 지닌 것 같다. 많이 마시고 싶어서 적당히 달린다고 한다.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자 더 이상 달리지 않았던 것은 대신에 '술을 달렸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주, 맥주, 막걸리, 전통주, 와인, 고량주, 위스키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셔댔다. 저녁에, 점심에, 때론 아침에, 수업 전에, 수업 후에, 퇴근 후에, 주말에 등등. 이런 과정 속에서 술맛을 알아 버렸다.

술을 마시면서 3년 가까이 요가를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7년 차라 근육량이 늘면서 주량도 덩달아 업그레이드되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2023년 10월, 중량천변을 달렸다. 무엇을 쓸까 골몰하며 산책하다가 '그냥' 달리기 시작했다. 

지면을 박차는 느낌, 공중에 떠오른 발을 다시 내려놓는 소리, 이마를 스치는 바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천변의 풍경. 땀이 흐르고 얼굴이 타오를 것 같았지만 질질 끌고 다니던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72쪽)

이밖에도 책은 윤이나 작가의 '달리는 건 도망이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새로운 길을 좋아해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즐기는 달리기, 김연덕 작가의 ''특정 사랑을 향해'에서 삶의 상처를 위로받는 달리기, 김혜나 소설가의 '킵 고잉'에서 자동차 없이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며 도시의 숨결을 느끼는 신비로운 달리기, 최유안 소설가의 '아직 유효한 핑계'에서 잠시 멈춰 있는 달리기 등을 소개한다.

나는 달린다

독일 정치인이자 작가인 요쉬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2000년)를 읽은 후 나는 달리기를 준비했다. 물론 책 한 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나는 새해 단합대회로 핵심 임원들과 함께 눈 덮힌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난 체중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다이어트가 시급한 과제였다. 이런저런 방법을 검토하던 끝에 서점에서 우연히 목격한 피셔의 책이 한 몫 거들었던 건 분명하다. '그렇다. 뛰자!'라는 목표가 생겼던 것이다. 7인의 러닝 앤솔러지를 읽는 내내 이 책이 떠올랐다. 목표는 실행함으로써 그 효과가 나타난다. 달리기를 주저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에세이 #좋아한다말하기엔조금숨이차지만 #김연수외 #러닝앤솔러지 #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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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그리기 - 석정현 부부 짧은 글 화집
석정현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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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누라'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작법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는 성격상 흔히 말하는 '사랑꾼' 같은 스윗한 남자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그림을 유일한 직업이자 취미로 지닌 입장으로 많은 대상 중에서도 사람 그리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때마침 10년 넘게, 24시간 내내 내가 선택한 어떤 사람이 한 집에 있었을 뿐이다.



책의 저자 석정현은 1996년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한 이래 만화가, 드로잉 강사, 애니메이터, 에세이 작가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직 그림 하나로 세상과 소통해 온 30년 경력의 '전문 그림꾼'임을 자처한다. 스테디셀러 <석가의 해부학 노트>를 통해 인체의 비밀을 가장 명쾌하게 풀어낸 저자이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른 도서들과는 달리 목차가 없는 특징을 지녔다. 책 내용들에 굳이 경계선을 두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독자 입장에선 책장을 두루 편하게 넘기면서 유독 자신의 눈길을 끄는 대목에서 좀 더 집중해서 읽으면 될 듯 싶다. 제일 먼저 내 눈을 사로잡았던 페이지를 소개해 보려한다.



마누라는 항상 많은 생각에 잠겨 있다.

마누라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학생으로, 작가로, 여성으로....

나처럼 한 가지의 생각에만 꽂혀 사는 사람에겐 상상도 잘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 얼마나 부럽고도 답답할까 생각을 좀 해본다.


마누라는 태생적으로,

본심을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은 좀 숨겨도 나쁠 갓 같지 않긴 한데....

내 귀가 쓸데없이 좋은 건가?



인생의 7할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 비어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나와 같은 시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일이다.
굳이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된다.
그림을 그리면,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진다.



나는 나이 마흔을 앞두고 있을 때 늦장가를 갔다. 나의 배우자도 그저 공부하는 게 좋아서 대학 강단에서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던 소위 노처녀였다. 이것도 인연이었나 보다. 나도 결혼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던 노총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즐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 3 시절,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이래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주위엔 늘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사실 내 결혼은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서 한 게 아니라 막내 동생이 딸부자집 여성과 대학시절부터 교제한 터라 결혼을 심하게 종용받고 있다는 고민을 술자리에서 듣고서 그 자리에서 동생을 위해 곧 결혼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던 것이다. 동생도 형이 장가를 가야 자신도 결혼할 수 있다고 믿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이후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결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매주 주말 대구로 내려가 미리 준비된 맞선 자리를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각설하고 사촌 형수가 운영하던 동네 약국의 단골이었던 참한 노처녀를 나와의 맞선자리로 이끌어냈다. 그 많던 맞선 자리를 갖고서 내 입에서 '괜찮다'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참 편하게 느껴졌던 감정을 어머님과 형수에게 전했더니 상경하는 일요일에 애프터 미팅을 준비해주었다. 사실 양가 부모님들이 더욱 성화였다. 결혼식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 후 두 남녀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평소 지방 출장 업무와 야근이 많았던 나는 그날도 부산 지역 출장 업무를 하루 앞당겨 마치고 자정을 넘긴 시간에 귀가했다. 13평 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차린 아내도 사는 동네에 친구나 지인이 전혀 없던 탓에 독서와 그림 그리기로 소일해오다 예쁜 첫 딸을 출산한 후 육아에 전념코자 대학 강단마 포기하고 있었다. 잠자는 딸 옆에서 곤히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내의 머리맡에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다. 어린 딸의 모습들을 여러 장 스케치한 그림을 목격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솜씨였다.

드로잉은 단순한 그림 연습이 아니다.
내가 그리는 대상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내가 태어난 이후 유일한 순간의 흔적,
내 몸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낀 생명 현상의 증거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전, 아내는 나에게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나와의 맞선 자리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서의 유학 일정까지 뒤로 미룬 걸 알기에 아내를 위한 유럽 첫 여행지는 바로 파리였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 감상을 위해 미술관 투어를 겸했다. 난 영어 구사밖에 못하지만 아내는 불어도 잘 했다. 이때 난 미리 준비해간 여행 노트에 제법 많은 드로잉을 그렸다. 그곳에 아내도 살을 붙였다. 하지만 카메라백을 도난당해서 모든 기록물 또한 분실하고 말았다. 이후 여러 차례의 유럽 여행 때도 도난 사고는 뒤따랐다.

마누라를 기록하다

비록 내가 전문 그림꾼은 아닐지라도 못난 나를 만나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아내와의 추억을 남기는 작업을 조만간 해 볼 작정이다. 특히, 늘그막에 벌어졌던 나의 사업 실패로 인해 합의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초라함을 기록으로 남겨 두딸에게 전달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기록해두지 않은 추억은 서서히 소멸되기에 말이다.


#에세이 #그림에세이 #마누라그리기 #석정현 #도서출판성안당 #취미미술 #인물드로잉 #드로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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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투자 불패의 법칙 - 돈 걱정 없는 노후 50년을 만드는 연금 자동화 시스템
영주 닐슨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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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는 은퇴가 꿈이 아니라 공포가 된 걸까. 답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한국의 퇴직연금 현황을 들여다봤을 때, 나는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는 걸 알았다. 퇴직연금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있다고 해도 수십 년을 일하며 쌓은 돈의 대부분이 사실상 예금에 묶여 있었다. 그들이 땀 흘려 모았을 목돈은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이율로 조용히 계좌 안에 잠들어 있었다. 투자를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잘못된 구조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영주 닐슨은 성균관대학교 교수이자 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로 15년 이상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 헤지펀드를 두루 경험하며 투자에 대한 안목과 노하우를 쌓은 투자 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을 자문하고 한국투신운용 사외이사 등을 맡으며 국내 금융시장과 연금 운용의 최전선에서 경험을 쌓았다.

총 4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왜 돈 걱정은 늘 끊이지 않을까(파트1), 평생 월급을 만드는 투자 시스템(파트2), 연금 투자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도구(파트3),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투자 습관(파트4) 등에 걸쳐 아홉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연금 투자의 방향과 구조를 제시한다.

돈 걱정과 투자 방식

우리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 정보에 둘러싸인 시대를 살고 있다. 유튜브, 뉴스레터, 리포트, 커뮤니티 등에서 수많은 전문가의 분석도 읽을 수 있다. 마치 '과유불급'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서 오히려 투자 성과를 해치고 있지 않은지 의심마저 든다. 사실상 투자에서 길을 잃는 이유는 나쁜 운도, 나쁜 종목도, 나쁜 타이밍도 아니다. 

실상은 명확한 목적지가 없었고, 길게 보지 못하고 짧은 타이밍만 좇았기 때문이다. 또 순간적인 감정으로 결정했고, 정보는 많았지만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적지, 타이밍, 감정, 구조 등 이 네 가지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바로 ‘시스템의 부재’다.

책은 흔히 말하는 ‘좋은 종목’을 알려주지 않는다. 내일 오를 테마도, 지금 담아야 할 ETF 순위도, 시장을 이기는 비법도 없다. 그 대신 한 번 만들어두면 매일 신경 쓰지 않아도 돌아가는 투자 구조, 시장이 흔들려도 팔고 싶지 않은 시스템, 20년 후 돌아봤을 때 꾸준히 자라 있는 자산, 열심히 매달리지 않아도 삶을 빼앗기지 않는 투자 방식을 다룬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게 투자의 전부라는 착각을 내려놓는 것, 그게 평생 투자의 시작이다.

연금 투자를 하기 전에 정해야 할 기준

회사원들은 입사하면 자동으로 퇴직연금에 가입되고, 매월 월급에서 국민연금 또한 빠져나간다. '젊을 때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어디서부터 뭘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편이다. 한국의 30, 40대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흔한 풍경인 셈이다.

연금에서 '나중'은 없다. 주식 투자는 30대에 시작하든 40대에 시작하든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연금은 다르다. 연금의 핵심은 시간이다. 똑같은 금액을 넣어도, 연금 투자를 20대에 시작한 사람과 40대에 시작한 사람이 은퇴 시점에 손에 쥐는 돈은 완전히 다르다. 투자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복리가 작동할 공간이 줄어들고, 그 차이는 나중에 돈으로 메울 수 없다. 그래서 연금 준비를 미루는 행위는 단순히 투자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포기하는 셈이다.

장기자본시장가정의 평균을 믿고 구조를 만든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사는가’보다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주식과 채권을 어떤 비율로 가져갈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어떻게 나눌지가 더 중요한 결정이다.

이 비율을 정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각 자산이 장기적으로 어떤 성적의 수익을 낼지에 대한 가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기자본시장가정이 등장한다.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은 매일 시장을 예측하지 않고 대신에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수익을 가정한다. 중요한 사실은 숫자의 정확성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준이 있어야 개인도 투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포트폴리오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몇 가지 오해가 있는데, 월배당이면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 배당이 높으면 좋은 투자일 것이라는 믿음, 최근 1년간의 성과가 좋으면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여기에 더해 ‘월배당이면 최소한 이 정도의 금액은 계속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다. 

얼핏 합리적인 생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네 가지 생각은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오해’에 해당된다. 왜 위험할까? 표면적인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배당 ETF는 확정적인 월급이 아니다. 이를 볼 때 핵심적으로 확인해야 할 요소는 3가지다.

변동성~ 현금흐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지속 가능성~ 과거에 분배금이 줄어든 적은 잇는지
품질~ 지급되는 분배금이 실제 수익에서 나온 것인지

흔들리지 않는 투자 시스템의 기반

최근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는 국내 주식 보유비율에 관한 것인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의 시세가 폭등함에 따라 보유비율의 조정이 핵심 쟁점이었다.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 매도에 나서면 코스피 지수 급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민주당 정부는 이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주가관리에 개입한 셈이다. 나쁜 선례임이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을 주가관리라는 특정 목적에 이용되면 스스로 안전핀을 뽑아버리는 행위이기에 말이다.

리밸런싱을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10년, 20년이 지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차이는 수익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중요한 차이, 즉 '시장이 흔들릴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다. 이를 꾸준히 해온 투자자는 시장이 안 좋을 때도 비교적 침착함을 보인다. 이미 정해진 원칙이 잇고, 이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리밸런싱 없이 시장을 따라가면 '감정'이 투자를 지배하게 된다. 이에 장기투자는 흔들린다.   

리밸런싱은 결국 투자를 시스템화하는 일이다. 매번 ‘지금 팔아야 할까, 사야 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미리 정해둔 기준에 따라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감정의 개입을 줄일 수 있다. TDF는 자동으로 리밸런싱이 이뤄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ETF로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1년에 한두 번 점검하고 조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길을 찾은 투자자 6명의 이야기

20대, 더 이상 차트를 보지 않는다.
30대, 유튜브 구독을 절반으로 줄였다.
40대, 시장이 하락할 때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했다.
50대, 아내에게 처음으로 계좌를 보여줬다.
60대, 매달 들어오는 돈의 의미가 달라졌다.
70대, 아들에게 처음으로 투자를 설명했다.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30대에 시작해서 60대에 은퇴하고 이후 100세까지 그 돈으로 살아가는 긴 여정이 바로 '투자'다. 그 긴 시간 동안 시장은 수십 번 출렁거릴 것이다. 주위 사람들 중에 대박을 냈다는 소문도 있고, 지금 당장 매수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릴 것이다. 심지어 불안한 뉴스로 인해 모든 걸 팔고 싶은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기억해야 할 핵심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다. 투자에서 시간은 내편이다. 지금 시작하면 된다. 연금 투자를 고심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재테크 #연금투자불패의법칙 #영주닐슨 #다산북스 #투자시스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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