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ㅣ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이 목소리가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집필의 출발점이 되었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이번 권의 핵심 키워드는 '소멸'이다. (중략) 처음에는 중산층의 소멸에 주목했지만, 이 외에도 일본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일본 기업들의 고민 또한 '소멸과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지은이 정희선은 트렌드 분석가이자 애널리스트로 소비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 I.E.K. 컨설팅의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던 경영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을 했고, 일본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및 해외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도왔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양극화:중간이 사라지다(1장), 탈세대脫世代:세그먼트 대신 취향(2장), 지방 소멸:관계 인구를 늘려라(3장), 1인 가구:혼자이기를 선택하다(4장), 인구 감소:새로운 수요를 만들다(5장) 등 다섯 가지 주제어를 중심으로 분석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양극화
양극화 현상은 유통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중저가 제품 판매의 부진이다. 소비자들은 중저가 제품에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저가 브랜드는 압도적인 가성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고가 브랜드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전해준다.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가 반드시 한쪽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소비자임에도 특별한 날에는 고급 메뉴로 ‘작은 사치’를 즐기고, 일상에서는 부담 없는 저가 메뉴를 선택하는 등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
즉, 소비자의 선택이 양극화로 이분화되었다고 이해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선택이 상황에 따라 신축적이며 유연해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에 외식업계는 복합적인 소비 성향을 모두 만족시키지 위해 세분화되고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신축적인 소비 행태는 불경기에 특히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의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할애할 것인가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이다.
탈세대脫世代
‘두 아이를 둔 엄마’라든가 ‘혼자 사는 20대 남성’이라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 더 이상 소비자들이 규정되지 않는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제시한 '옴니보어' 개념과 결을 같이 한다. 참고로 '옴니보어'란 잡식성 동물을 의미하지만 다양한 소비를 자유롭게 즐기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즉 취향, 성향, 삶의 방식에 따라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한다.
이는 곧 기업이 시장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고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지금, 이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구 피라미드의 가로축인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 취향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인구 감소 시대에 오히려 더 큰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아래 사진 참조)

일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 시장도 작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치관이 수렴되면서 세대를 초월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오히려 메가 히트 상품이 탄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세그먼트를 점점 더 잘게 나누는 대신, 연령을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감정’과 ‘공감대’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방 소멸
2023년 기준 일본에는 총 1,799개의 지방자치단체(시·구·정·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이 중 약 절반에 달하는 896개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있다. 2024년 읿본의 연간 출생아 수는 70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며 고령화는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그리고 지방 소멸. 이 문제는 일본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역시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과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래 사진 참조)

일본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관계 인구関係人口’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2017년 총무성 간담회에서 제시된 관계 인구란, 해당 지역에 완전히 이주한 ‘정주 인구’도, 단순 관광객인 ‘교류 인구’도 아닌, 특정 지역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뜻한다. 즉,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반복적으로 방문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등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많은 일본 지자체가 관계 인구의 창출과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내각관방 조사에 따르면, 관계 인구 관련 행정 서비스를 시행한 지자체는 2023년 기준 78.7%였으며, 2024년에는 80.4%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오카야마현의 니시아와쿠라촌은 인구 약 1,3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관계 인구로 등록된 사람은 2,100명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단계적 지역 관계 모델'이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1인 가구
'1인 가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혼자서 고독하게 지내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 사회에는 '나홀로족'이라 불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증가하고 있다. '혼자 지내는 것'을 즐기는 것이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령, 성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혼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지금은 혼자가 좋아” 혹은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라고 스스로 조절해가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제 ‘혼자’라는 상태는 미혼이나 독거처럼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사진, 드라마 '솔로 활동 여자의 추천)

인구 감소
"은행 점포 1년 새 50곳 넘게 문 닫았다"
2025년 1월 10일자 <한경비즈니스>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말 한국 내 은행 점포 수가 1년 전보다 53곳 줄었다.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인데, 이는 인터넷 뱅킹의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해 시장이 줄어들고 축소되는 산업이 많지만, 이런 접근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2024년에 기출간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에서 소개한 '미고객', 즉 제품을 사지 않는 사람들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를 담고 있다.


소위 '사양 산업'이라고 불리는 은행업과 서점업은 일본에서 상품 판매를 넘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금융업의 운영 노하우를, 서점은 공간 설계와 서점 운영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고 있다. 즉,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팔며,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은 양극화, 탈세대, 지방 소멸, 1인 가구, 인구 감소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빠르게 변해가는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들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트렌드 변화에 따른 기존 시장의 소멸이란 부정적인 관점보다는 오히려 다음 시장(새로운 시장)이 시작되는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제경영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트렌드분석 #도쿄트렌드인사이트2026 #정희선 #원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