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 책과 수프에서 - 따뜻한 위로의 공간, 선물 같은 하루
윤해 지음, 별사탕 그림 / 바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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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 곳곳에는 우리들의 마음을 끄덕이게도, 잠시 반짝이게도, 가끔은 묵직한 미련들을 삼키게도 하는 문장들이 담겨 있다. 이 문장들은 결국, 한 스푼 두 스푼이 되어 책을 다 읽고 난 우리 마음의 속을 든든한 수프 한 그릇을 먹은 것처럼 따스하게 데운다. 그 수프가 콩소메 수프든, 닭고기 수프든 상관없이 말이다. - '추천하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작가 윤해는 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까웠기에 소외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으며, 이게 자산이 되어 작품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소회所懷를 밝힌다. 일곱 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소설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프랑스식 수프를 파는 작은 책방에 얽힌 스토리들이 전개된다.


이십대 초반의 선영은 만화가 지망생이다. 출품한 공모 응모작이 번번이 낙선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만화 연재 기회로 인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지만 고시원 근처에 위치한 '수프 가든'이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처였다. 푸른 눈에 금발 아줌마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각종 달콤한 수제 초콜릿, 쿠키, 수프 등의 디저트를 팔고 있었고 특별히 수프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고 작업에 지친 그녀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즐겨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손님들을 위해 비치한 소량의 책 때문이다. 비록 많진 않아도 소설, 에세이, 잡지 등 장르가 다양했다. 이보다 더 마음이 쏠리는 데엔 큰 키에 마른 체형을 가진 가게 점원 정우의 넉살 좋은 웃음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게 여주인은 조카인 정우에게 이 가게를 맡기고 프랑스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봐줄 가족이 없어서다. 정작 당사자인 정우는 혼자서 운영할 자신이 없어서 북카페를 할 장소를 물색 중이었다. 이에 선영이 정우에게 함께 수프 가든을 운영해 보자고 제의했다. 이미 사귀기 시작한 관계라서 정우는 이 제의를 수락했다.


그래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가게의 이름이 '책과 수프'였다. 말하자면 책도 읽고 수프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숲속의 오두막 같은 느낌을 주려고 통나무를 쌓아올려 외관을 꾸미고, 실내엔 골동품 같은 물건들을 배치했다.


(사진, 가게의 통나무 외관)


목요일 6시 30분, 목요일에 오는 여성 손님이 있다. 이 여성(민혜지)의 직업은 신문 기자였다. 수프 알로뇽 한 그릇을 포장 주문한 후, 수프가 준비되는 동안 책을 둘러본다.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다. 손님이 원하면 판매도 가능하다고 답변한다. 혜지가 이 수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프랑스로 유학을 간 언니가 가끔 전송하는 사진 속의 음식을 연상시켜서다.


양파의 단맛은 빵과 치즈와 어우러져 입을 즐겁게 했다. 따듯한 수프사 목 뒤로 넘어가자 온기가 몸을 감사며 퍼졌다. 편안한 기분이 몸 전체로 느껴졌다. 이 순간 수프의 온기와 함께 고민도 외로움도 사라졌다. 찰나의 편안함은 이대로 끊나지 않고 긴 여운을 남겼다.


(사진, 수프 알로뇽)


수프 알로뇽은 프랑스식 양파 수프이다. 양파를 갈색이 날 때가지 서서히 볶아 단맛을 충분히 우려내어 만든 육수를 구운 빵 위에 붓고 치즈를 넉넉히 얹어 구워내 조리한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를 달래기 위해 먹는 풍습이 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북카페 '책과 수프'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하루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이 될 듯해 일독을 권한다.


#소설 #쉬어가세요책과수프에서 #윤해 #위로 #힐링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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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에서 배우는 완벽한 삶의 지혜
동명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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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구스타프 융은 신화를 집단적인 꿈이라고 보았다. 한 집단의 공통적인 염원이 신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붓다의 신화는 붓다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신화화된 붓다의 생애는 민중이 바라는 붓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사실적인 붓다의 생애를 찾아내면서도 신화화된 붓다의 생애를 통해서는 그 신화가 상징하는 바를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동명 스님은 시인과 문학평론가로 20여 년간 활동했으며, 2010년 출가해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았고, 2015년 중앙승가대를 졸업해 구족계를 받았다. 북한산 중흥사 총무, 중앙승가대 수행관장, 광명시 금강정사 총무를 거쳐 현재 서울 잠실 불광사 주지를 맡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지난한 고뇌의 시간, 기나긴 도전과 모험의 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이란 주제로 붓다의 삶을 스물아홉 개 이야기로 펼쳐나간다.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붓다의 일생과 그 발자취를 통해 우리들은 인간 붓다를 만나게 된다.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붓다의 생애에도 많은 신화가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먼저 탄생 장면부터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다. 오랫동안 임신이 안되던 마야부인의 태몽에 따르면 여섯 개의 황금색 상아를 가진 하얀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야부인의 옆구리에 들어옴으로써 비로소 임신이 된다. 부부간의 성관계에 의한 잉태가 아닌 것이다. 이는 동정녀 마리아의 예수 잉태와 유사하다.

할리우드 영화도 영웅 이야기를 쉼없이 만들어낸다. 악을 물리치는 이 영웅에 우리들은 환호한다. 이런 영웅은 악당이 있기에 탄생한다. 하지만 만들어낸 영웅이 발전하는 만큼 악당 또한 발전하기에 영화는 비슷한 영웅을 계속 필요로 한다. 붓다의 신화는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악당 덕분에 탄생했으리라. 이에 우리들은 내면의 악당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저자는 이를 일곱 가지로 정리한다.

원력願力을 굳건하게 세워라
모험하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안주安住하지 말라
항상 성실하라
항상 자비심을 잃지 말라
내려놓음을 실천하라
알아차림을 실천하라

어떻게 살 것인가? 붓다의 신화는 청년 싯닷타가 출가의 소명을 잊어버릴까 봐 하늘의 신들이 자주 개입했다고 말한다. 즉 신들은 병자와 노인과 죽은 사람과 출가한 승려를 잇달아 보여준다. 즉 카필라 성城을 떠나 '사문유관四門遊觀'을 통해 싯닷타의 출가 의지를 확고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또 아들 '라훌라'의 탄생이 출가를 재촉했다.

왕자의 신분을 버린 싯닷타 앞엔 광활한 벌판이 펼쳐졌다. 막상 갈 곳도 분명치 않은 여행은 막막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도 결국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출가자에겐 돌아갈 집이 없다. 본격적으로 길 떠나기 전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른 싯닷타는 입고 있는 호화로운 옷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때 천신 가띠까라 범천이 출가자에게 필요한 품목을 보시했다. 가사, 허리띠, 발우, 바늘과 실, 물 여과기, 양치용 막대기를 만드는 칼 등이었다.

붓다의 생애엔 수많은 천신이 등장한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천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야 이런 이야기를 모두 신화로 받아들인다. 길 걷다 갠지스강을 만난 붓다는 뱃사공에게 도강渡江을 부탁하자 사공은 공덕을 거부하고 처와 자식의 부양을 위해 배삯을 요구한다. 때마침 5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날라가는 광경을 목격한 붓다는 게송을 읊었다. 사공은 결국 붓다가 날아가는 걸 보고 혼절해버렸다. 큰 복전福田을 눈 앞에서 놓쳤으니 말이다. 

기러기 떼가 항하를 건널 때
누구도 뱃삯을 요구하지 않는다네.
나도 이제 신통력을 발휘하여
저 기러기같이 허공을 날으리.

신통력神通力이란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을 한참 뛰어남은 특별한 능력이다. 붓다가 단기간에 대규모 교단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신통력에 힘입은 바 크다. 붓다는 많은 이교도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쌍신변의 신통'을 보였다. 상반신에 불이 나타나는가 하면 하반신에서 물이 흐르고, 하반신에서 불이 나타나는가 하면 상상반신에서 물이 흐르게 햇다. 몸의 모든 부위에서 물과 불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불교 경전 <금강경金剛經>에선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강조한다. 보시를 했을지라도 햇다는 상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티를 내지 않는 행동을 말하는 셈인데, 어디 이게 쉽겠는가. 전시효과만 노리는 못되 먹은 정치인은 구호물품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기념촬영으로 흔적을 남기는 게 목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 꺼지지 않는 등불)

목숨을 건 보시도 있다. 소위 '빈자 일등貧者一燈'에 대한 이야기이다. 붓다가 라자가하에 있을 때 아자따삿뚜 왕이 붓다와 제자들을 초청해 대중공양을 마친 후 궁궐문에서 죽림정사에 이르기까지 등을 설치토록 했고, 백성들도 동참하도록 했다.

가난한 노파 난다는 이 소식을 듣고 등 공양을 하고자 겨우 2전錢을 구걸해 가름집에 갔다. 이에 주인장은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백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과 같은 세상에 살면서 지금껏 공양을 한 적이 없었는데 백성도 동참할 수 있도록 허용하니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겠다는 답변이었다. 

노파는 밤이 깊어도 공양한 등불 앞에 서서 합장 자세를 견지했다. 날이 밝아 모든 등을 소등했지만 난다의 등은 세번이나 시도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목숨을 지탱해 줄 양식을 포기하고 공양을 한 노파에게 붓다(깨달은 사람, 해탈을 뜻함)를 이룰 것이라는 수기受記를 내린다. 

   
붓다의 위대함

아무리 힘세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해도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위 하지 않는 이는 악마이지, 영웅이 아니다. 붓다야말로 세상의 뭇 영웅 중에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분이며, 마음이 지극히 평온한 분이며, 지극히 지혜로운 분이다. 어떤 신이나 영웅도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붓다의 위대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 '나오며' 중에서

#불광출판사서포터즈빛무리 #붓다의신화 #동명스님 #부처님 #불교 #불교책추천 #신화 #역사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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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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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은 필요할 때 언제든 머릿속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을 담고 있다. 기억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경로는 시각 이미지를 통해서라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여러분도 인도 국기를 보고 간디의 이루지 못한 신조를 바로 떠올라게 될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드미트로 두빌레트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태생으로 키예프 대학교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한 후 기자, 은행가를 거쳐 핀테크 회사를 공동 창업해 모노 뱅크를 출시하기도 했으며, 2019년부터 젤렌스키 정부의 내각 장관을 지냈다. 이 책은 러우전쟁 발발 6개월 전에 출간되었다.

깃발을 주제로 다루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기를 통해 주변의 모든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권하는 초대장에 가깝다고 평하는 저자는 '한 나라의 국기가 왜, 어떻게 특정 형태를 띠게 되었는지 배우다 보면 그 나라의 역사, 지리, 문화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콩고 민주 공화국 국기를 장식한 별은 아서 코난 도일 경이 1909년 <콩고의 범죄>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라고 비판한 벨기에 정부의 인권침해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또 멕시코 국기에 등장하는 독수리는 아즈텍 부족이 라이벌 부족의 딸을 신에게 제물로 바친 사건을 상기시킨다.

책은 세계 곳곳의 삼색기, 유니언 잭, 깃발에 십자가가 등한다면, 오렌지색 줄무늬, 오각별의 세계, 동유럽의 가로 줄무늬, 범아프리카색, 범아립색, 깃발에 초승달이 등장한다면, 아메리칸 드림, 로마에서 날라온 독수리, 깃발에 태양이 등장한다면 등 17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프랑스 삼색기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삼색기를 탄생시켰다.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으로 절대왕정의 시대는 물러나고 여러 나라에서의 혁명전쟁에 불을 댕긴 도화선과 같았다. 당시 혁명군은 파리의 상징색인 파랑과 인민을 상징하는 빨강으로 된 표식을 모자에 달고 다녔다. 삼색기의 중앙 하얀색은 바로 부르봉 왕가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이는 유럽의 지도를 완전히 뒤집어놓은 역사적인 대혁명이었다. 삼색기는 전 세계 혁명가들의 이성과 감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즉 자유, 평등, 박애라는 원칙이었다.

프랑스 국기와 관련한 또 다른 돌발 사건은 1873년에 일어났다. 그해 프랑스는 나폴레옹 3세와 파리코뮌을 타도하고 왕정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의회는 부르봉 왕가의 후손인 샹보르 백작 앙리에게 왕위를 제안했는데, 앙리는 프랑스혁명을 상징하는 삼색기를 거부하며 다시 백합기를 국기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백합기 절충안)


의회는 삼색기 정중앙의 흰 줄무늬 속에 백합 문양을 넣어 혁명과 절대군주제의 상징을 모두 포함시키거나, 삼색기를 국기로 그대로 두는 대신 백합기를 왕기로 사용하라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샹보르 백작에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샹보르 백작은 왕좌를 거절했고 왕정 복구 계획은 무산되었으며 프랑스는 공화국으로 남게 되었다.

덴마크 십자가 기

깃발에 그려진 십자가는 국기라는 개념만큼이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덴마크 국기(단네브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국기로 빨간 바탕에 흰 스칸디나비아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국기가 긴 역사 동안 공식적으로 도안 변경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1219년 덴마크는 탈린 근처에서 비기독교 국가였던 에스토니아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덴마크가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능레서 흰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 깃발이 뚝 떨어지자, 용기를 얻은 덴마크근이 결국 승히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리하여 빨간 바탱에 흰 십자가가 그려진 기旗가 왕실 깃발로 채택되었다.   

통상적으로 각 나라는 국기 모독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데, 덴마크의 경우에는 세계 모든 나라의 국기 화형식을 금지하면서도 자국 국기에 대해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예외를 허용하기 때문에 2006년 덴마크 국기는 세계에서 화형식을 가장 많이 당한 국기 중 하나가 되었다. 어쩌면 미국의 성조기를 능가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 덴마크의 한 신문사가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싣자 급진주의 이슬람 단체들이 이에 항의하며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던 탓이다.


(사진, 덴마크 국기)

공산주의 깃발

가장 유명한 공산주의 깃발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의 국기일 것이다. 1922년 수립되어 1991년 12월 붕괴시까지 이 붉은 기는 크렘린궁에서처럼 지구 육지 면적의 6분의 1에 달하는 영토에서도 휘날렸다. 소비에트 지도자들은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공산주의를 건설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공산주의 깃발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오각형 모양의 별(오각별)은 마르크스 사상으로 포섭해야 할 5개의 대륙을 상징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여섯 번째 대륙인 남극엔 자비를 베풀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유대인의 상징인 육각별을 사용하는 게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또 다른 유명한 공산주의 상징인 낫과 망치는 농민과 산업 노동자의 간결을 상징한다. 낫과 망치는 소련의 국기뿐 아니라 국장國章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국장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처음 이 문양이 도입된 시기는 1923년의 국기 공모전 우승 작품이었다. 그런데, 낫 자루의 위 아래가 바뀐 구식 낫의 모양으로 14년 동안 사용되었던 것이다.



(사진, 소련과 북한 국기) 

북한의 국기는 1948년에 채택되었는데, 이는 북한의 주체연호에 따르면 37년에 해당한다. 북한은 김일성 동지가 직접 이를 도안하였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분단 전부터 쓰던 태극기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태극기에 담긴 고대 불교 상징을 미신으로 여긴 소련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결국 모스크바에서 오각별이 그려진 붉은색 바탕의 새 국기를 도안해 평양에 전달했다. 소련이 북한의 국기에 그토록 간섭하고 싶어 한 것은 엄격한 무신론 국가였기 때문이다.

깃발에 등장한 태양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읜ㄴ 극단으로 치달았다. 일본 지도자들은 모든 면에서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거의 망상적인 점을 강조하며 군인들의 사기를 고양시켯다. 이때 일본 국기가 꽤나 도움되었다. 일장기는 '태양의 원'(히노마루)을 표시해 다른 국기에 비해 눈에 크게 띠었다.

일본은 이 깃발을 1184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기록(구전에 따르면 645년)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깃발 중 하나임에도 희한하게도 1999년까지 공식 국기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기는 외부 세계, 즉 국제 무대에서의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능임에도 과거 일본은 외부와의 단절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세기 말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잇달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 기조가 바뀌면서 비로소 일장기는 신성한 지위를 얻었다.


(사진, 일본 국기)   

1999년 일장기를 일본의 국기로 규정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국가 제창과 국기 게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학교 관행을 놓고 교사와 학교 이사회가 대립하던 중 한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단이 되어 일장기는 일본 사회에서 여전히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비록 공식적 지위를 얻었지만, 국기법을 따르기를 거부하다가 벌금을 물거나 해고까지 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뉴스가 잊을 만하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아마도 군국주의의 부활을 거부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국기를 통한 낯선 나라들의 역사

저자가 책 속에 다룬 역사 이야기는 참으로 방대하다. 굳이 이를 다 외우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여러 국가의 깃발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시금 되새기고 싶을 때 마치 국기 사전처럼 이 책을 펼쳐보면 되기 때문이다. 국기에 담긴 정체성이 나라별로 다양할 뿐더러 여러 나라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 #세계사 #펄럭이는세계사 #깃발 #국기 #드미트로두빌레트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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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의 뇌과학 - 50세부터 시작하는 두뇌 저속노화 솔루션 쓸모 많은 뇌과학 9
가토 토시노리 지음, 전화윤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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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회복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별도의 두뇌훈련이나 뇌 활성화 활동도 필요하지 않다. 나이 제한도 없다. 뇌는 나이에 상관없이 성장하는 기관이다. 늘 젊게 사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그들은 좌뇌 감정에 충실하며, 하고 싶은 일을 기꺼이 실천에 옮긴다. 이들이 바로 최강의 ‘호기심 뇌’를 지닌 사람들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가토 도시노리는 1만 명의 뇌를 스캔한 세계적인 의학박사로 환자들의 뇌 분석을 통해 뇌기능 저하의 핵심은 노화가 아닌 '잃어버린 호기심'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억눌린 호기심을 되살리는 것이 뇌 활성화의 근본적 해결책임을 주장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뇌의 잠재력과 호기심의 관계를 뇌과학적 측면에서 살피고, 2장에서는 호기심을 키우는 8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뇌 섹터별로 ‘호기심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안내한다. 책을 통해 ‘호기심 뇌’의 주인이 되어 보자.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아마도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뇌의 노화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뇌에 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자신의 문제점을 치유 또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인간의 뇌는 탄생했을 때도, 성인이 되어서도 완성형이 아니라고 한다. 평생 동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는 경험을 통해 그 모습을 바꿔가며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기관器官이다. 그런데, 성인이 된다고 해서 잘 발달한 뇌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없거나 자극이 없다면 뇌의 나뭇가지는 자라날 수 없어서다. 따라서, 마흔 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뇌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사용하지 않는 뇌는 젊은 나이임에도 퇴화退化할 수 있다.


(사진, 뇌 MRI)

그렇다면 뇌의 노화는 왜 발생할까? 40대 후반이 되면 이전까지는 뇌 속에 거의 없던 아밀로이드 베타 등 인지장애의 원인이 되는 '노화물질'이 늘어난다. 아무리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이라도 신경세포가 노화를 시작하면 '해마'에 위축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 또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오십대의 뇌엔 나이가 들면서 노화 징후가 서서히 나타난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개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품은 뇌라고도 할 수 있다. 45세 전후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급격히 노화가 찾아온 사람과 일과 취미를 더 건강하게 이어가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뇌 성장 그래프) 


도파민은 기억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의욕도 고취하기 때문에 인간의 인지기능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불안과 스트레스 정도를 낮추는 세로토닌과 공감력을 높이는 옥시토신은 본래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며 행복감을 선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되면 의욕과 행복감이 증폭되고, 두근거림과 설렘이 생겨나고 호기심이 발현된다. 이것이 호기심의 선순환 구조다.

호기심은 누군가가 선물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고 키워갈 때, 호기심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호기심을 품고 살아가는 삶은 뇌의 성장을 촉진해 건망증과 인지장애를 예방할 뿐 아니라, 노화 방지에도 기여하므로 뇌에 이로운 감정이다. 중년은 또 다른 시작점이다. 호기심 가득한 도전을 통해 빛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수면 부족은 확실히 뇌와 몸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우리의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체다. 세포에는 내구성의 한계가 있으며, 지나치게 많이 쓰면 수명이 단축된다. 반대로 과도한 수면 시간(평균 수면 시간이 9시간을 초과)에 빠진 사람은 우울증 및 사망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하루 8시간 전후의 평균 수면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뇌 활동과 호기심의 스위치가 제대로 켜진다. 다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자신의 최적 수면시간을 찾아보자.

'뇌 섹터'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세포 집단이 모여 형성된 뇌의 특정 기능 영역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능영역은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신경생리학적 활동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대뇌 피질에만도 약 50~60여 개의 대표적인 기능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8개의 뇌 섹터)


좌우 대뇌반구 전체로 확장해보면, 뇌에는 100개 이상의 주요 기능 단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뇌는 세분화된 인지·운동·감각·정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소 100여 가지 이상의 영역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기능을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일상에서 자주 활용되며, 호기심을 정리하고 뇌를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8개의 핵심 섹터는 심도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각, 전달, 움직임, 감정, 이해, 청각, 시각, 기억을 관장하는 여덟 개의 뇌 섹터다.

호기심 하나로 뇌와 삶이 달라진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즉 좌뇌 감정을 다시 살리고, 호기심을 회복하면 뇌와 삶 전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방법을 일상에서 실천하다 보면 호기심이 살아나고, '호기심 뇌'는 일상을 변화시켜 삶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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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10년 넘게 한 회사만 다닌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 생활에서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역사책 읽기였죠. 그러던 2019년 초, 고등 세계사 교과과정에 있는 모든 내용을 교과서보다 조금 더 깊게 다뤄보기로 다짐하며 첫 영상을 올렸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저스티스는 경희대학교 사학과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저스티스의 역사여행'을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표로 삼아 교과서 내용만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역사적 궁금증을 해결코자 7년째 영상을 만들어 대학 진학 수험생, 임용고시 준비생, 중교교 역사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찬란한 영광의 시기인 고대 유럽사, 암흑 같은 대흥망의 중세 유럽사, 강력한 재탄생의 근세 유럽사, 프랑스대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근대 유럽사, 미국발 경제 대공황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한 현대 유럽사까지 다루고 있다.   

고대 유럽사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4세기에서 7세기까지 지속된 역사적 사건인데, 로마 제국 밖에 살고 있던 게르만족이 로마 제국 안으로 이동하면서 로마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국가를 세운 시기를 일컫는다. 이런 이동이 시작된 주요 원인은 훈족의 압박이었다. 

훈족은 4세기 중반에 흑해 북쪽에서 갑자기 등장해 서쪽으로 이동하며 전 유럽에 걸쳐 파괴와 공포를 불러일으킨 중앙 아시아 출신의 유목 민족이었다. 훈족의 압박 외에도 4세기 이후 북유럽과 동유럽을 덮친 기후 변화로 농업이 어려워진 점도 게르만족의 이동을 촉발한 원인이었다. 추운 북쪽 지역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려는 게르만족은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로마 제국의 영토를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중세 유럽사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유럽의 기독교 연합군과 이슬람 세력이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역을 차지하고자 벌인 일련의 전쟁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전쟁’이라 부르지 않고 ‘성지로 가는 길’이라고 여겼으며, 참가자들은 ‘순례자’라고 불렀다. 무기를 들고 떠나는 특이한 형태의 순례길을 나섰던 것이다.

서유럽은 1071년 동로마 제국이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셀주크 제국에 패배하며 이슬람 세력에게 위협받는 상황을 똑똑히 지켜봤다. 동로마 제국이 더 이상 유럽의 방어선으로서 강력하지 않음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슬람의 위협을 인지한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동로마 제국의 요청 없이도 직접 군대를 이끌고 동방으로 출정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약 200년간 이어진 9차례의 십자군 전쟁은 유럽의 근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근세 유럽사

14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어 17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와 지식, 철학을 재발 견하고, 이를 중세의 기독교 중심적 세계관에 맞서 부활시키려 는 지적, 예술적, 사회적 운동이었습니다. 학문과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개인의 창의성,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이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지중해 무역권이 오스만 제국에게 넘어가면서 유럽은 큰 문제에 직면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오스만 제국을 통해 향신료를 수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찾아야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포르투갈, 스페인과 같은 해양 국가들은 남쪽으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모험을 시작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 유럽사

백년전쟁(1337~1453년)의 결과, 영국은 프랑스 내 모든 영지를 상실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예상치 못한 이점을 얻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플랜더스 지방의 방직업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영국으로 이주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방직 기술을 획득, 특히 영국 왕실은 방직 기술을 적극 장려하며 모직물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기화로 영국에선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1789년 7월 14일,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해 총과 대포를 탈취한 후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다. 이 감옥은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곳이라 혁명의 조짐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등 인접 왕조들은 불똥이 자신들에게도 향할까 봐 우려하여 프랑스대혁명을 저지하려 했다. 프랑스는 이에 맞서 1792년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프랑스혁명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제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건은 사라예보 사건이다. 세르비아의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자국이 오스트리아에 합병된 것에 대한 반발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이다. 

프린치프는 보스니아 출신 세르비아인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보스니아 합병에 반발해 범슬라브주의를 주장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인 흑수단黑手團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저항하고 세르비아를 포함한 모든 슬라브 민족들이 하나로 통합되길 바랐던 것이다. 비록 사건 자체로는 작게 보일지리도 당시 유럽의 복잡한 동맹 관계와 긴장된 정치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현대 유럽사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잿더미로 변한 반면, 미국은 전후 유럽 재건에 투자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제 세계사의 중심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졌다. 

1920년대는 미국 경제의 황금기였고 미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1925년부터 건설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들며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의 침체는 공업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졌고 소비자 수요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생산 둔화로 이어졌다. 결국 1929년 10월 24일(검은 목요일)에 대공황이 시작되었다. 이는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바탕으로 유럽국가들의 전쟁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이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아이젠하워 장군이 이끄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함께 독일 점령지를 대대적으로 진격해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독일 본토를 향해 진군했다. 마침내 1945년 5월에 독일은 항복을 선언했다. 

1947년,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고자 유럽에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보호하고자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는데,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마셜 플랜이 등장한다. 

마셜 플랜은 미국이 전후 유럽의 재건을 지원하고자 대규모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의 목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를 부흥시켜, 공산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고 서유럽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유럽을 연방체제로 만들어 독일의 재무장을 막고, 중부 유럽을 소련으로부터 방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만들어진 냉전 체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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