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랜드 메이킹북 - 매일의 일을 만드는 여정
소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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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시작은 유튜브였다. 2019년, 나와 모춘은 비슷한 시기에 라인이라는 회사를 퇴사했다. 우리는 사내 커플이었고 함께 살고 있었다. 퇴사를 앞둔 어느 날 밤, 우리는 허름한 집 앞 카페에서 유튜브를 시작한다. 콘티도 계획도 없이 카메라를 켜고, 모춘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출사표를 던진다. 그 유튜브 채널에 고군분투 브랜드 제작기를 날 것으로 담았다. - '회사원에서 자영업자로' 중에서



책의 저자 소호는 무비랜드 극장주로 2020년 2월 모춘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모빌스그룹을 창업했다. 자체브랜드 전개와 디자인/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서의 일을 병행한다. 창업 초기에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전개했으며, 현재는 '무비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 일곱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사업 존폐 위기(파트1), 시양 산업과 수익 구조의 문제(파트2), 상상의 구체화(파트3), 건축과 공간 디자인(파트4), 영화적 경험 기획(파트5), 큐레이션 시스템의 검증(파트6), 운영과 접객의 시행착오(파트7) 등을 통해 2024년 2월에 개관한 30석 규모의 소극장 무비랜드를 만든 여정을 이야기한다.


"손해 보지 않는 선택만을 쫓는 세상에서 단단한 심지로 근사한 정원을 가꿔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 문상훈(코미디언)


사업 존폐 위기


유튜브 채널(MoTV)를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작업하는 과정을 실시간 공개했기에 이에 따른 반응과 평가를 의식하게 되었고, 콘텐츠 제작이 건강하지 못한 구조로 흘러갔다. 문제의 정점은 2021년 연말에 열린 창업 스토어였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입점 제안을 받고 무리한 일정으로 백화점 팝업 스토어를 강행했다.


백화전점 영업 종료 후 밤샘 공사, 수천 개의 재고 관리, 디스플레이, 한달 간의 운영 인력 구성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팝업 종료가 다가올수록 재고 부담은 커졌고, 급하게 추진한 판촉 마케팅 기획은 물론이고 재고 소진에 몰두해야 했다. 결국 남은 것은 수억 원의 재고, 한 멤버와의 이별, 번아웃이었다. 2.5톤 트럭 6대를 불러 재고와 집기 등을 엘리베이트도 없는 5층 사무실로 날랐다. 2022년 1월의 추운 겨울이었다.   


한 달간 진행한 팝업 스토어의 매출은 우수했다. 그러나 외부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내부적으로 한계에 달했다는 느낌이 몰려왔다. 리셋 버튼을 누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 이상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메시지가 모베러웍스 브랜드의 핵심이었기에, 메시지의 고갈은 곧 브랜드의 끝을 의미했다. 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작업과 삶의 이야기로 시야를 넓혀야 했다.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이 필요했다. 먼저 공간부터 구했다. 2022년 초, 당시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던 성수동에 터를 잡기로 했다. 애초부터 임대는 고려 제외였다. 2~3년 간 모았던 법인 잉여자금과 대출금으로 일종의 '내 집 마련'처럼 진행했다. 연무장길 골목에 오래된 2층 주택이 매물로 나와 32억 원에 매수했다.


이제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고민했다. 일본의 <브루터스Brutus>, 영국의 <모노클Monocle>, 한국의 <매거진 B>처럼 오래된 잡지들은 고유한 관점을 갖고서 매달 반복되는 틀 안에서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극장을 잡지처럼 운영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잡지가 그달의 테마를 정하듯 매달 큐레이터를 선정하고, 그 사람이 고른 영화를 상영한다면, 그 영화들이 모여 우리의 관점이 될 것이라 믿었다. 잡지의 과월호가 한 권씩 차곡차곡 쌓이듯, 이야기가 극장에 축적되는 모습을 상상했다.(사진, 브랜드의 진화)




사양 산업과 수익 구조의 문제 


하고자 하는 일은 ‘극장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업’이기도 하다. 그 관점을 바꾸면 지금은 극장의 위기가 아니라 콘텐츠의 전성시대였다.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라서 콘텐츠 선별과 제안의 중요성도 커졌다. 같은 콘텐츠라도 어떤 플랫폼, 어떤 관점, 어떤 맥락으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된다. 

그렇기에 콘텐츠의 범주를 배급사가 정한 개봉일에 따라 움직이는 ‘신작 영화’로 한정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관이라는 말 대신에 극장이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정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 극장 이외의 공간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사람을 동심童心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었다.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서점은 편안한 공간으로 책을 구경하거나 앉아서 일기 좋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이스 호텔은 어느 지점이든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지역 창작자들과 협업해서 민든 기념품이 지갑을 열게 하는 요소였다.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던 톰 삭스 전시는 영상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상영관에서 10분 남짓 영상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창업 초기부터 B2C, B2B를 병행하며 둘 사이의 균형을 지켰다. B2C에 치우칠 경우 팬층이 두터워지는 반면 수익적 성과와의 연결이 쉽지 않았다. 반면에 B2B는 수익률이 좋은 한편 파트너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므로 자체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점점 모베러웍스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해결되기 시작했다.(사진, 무비랜드 전략)



상상의 구체화

이야기를 쓰듯 기획했다. 기획이란 구체적인 상상이다. 쓸 수 있는 도구를 총동원해서,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일. 상상이 내 머릿속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되었다면, 그것이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상상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성동구에 거주하는 2030 직장인 여성이 주말에 찾고 싶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기획은 하늘에 구름처럼 떠다니는 상상이다. 그 여성이 누구이며,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느낄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때 기획은 비로소 땅에 닿는다.(사진, 스토리만이 살길)


건축과 공간 디자인
 


공간을 만드는 동안 줄곧 ‘이야기’라는 키워드를 구현해내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수작업’은 그 고민의 결과였다. 모든 수작업은 작업자의 노고가 드러난다. 작업물을 감상할 때, 조형적인 완성도보다 그 이면을 상상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이거 실수해서 덧댄 것 같은데 오히려 귀엽다’ 같은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왠지 작업자와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
 

극장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잃는 상황을 경계했다. 체력도 잃고, 돈도 잃고, 사람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극장을 만든 후에는 오히려 반대의 상황을 경계한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 상태로, 안전한 울타리에서 일하면 그 순간은 안락하지만 결과 역시 아무런 감흥이 없다. 기꺼이 잃을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을 내던져야 함을 배웠다. (사진,혼신을 다하기)


큐레이션 시스템의 검증

모춘이 무비랜드의 첫 번째 큐레이터가 되어 영화를 골랐다. 이 영화가 향후 큐레이션의 기준이 되므로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여러 방식으로 진행해 보았지만 결국 개인의 취향을 기준으로 고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모춘은 영화 4편을 선장했다. <빽 투더 퓨처>, <대부>, <대취협>, <개들의 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무비랜드에서 초대한 첫 큐레이터는 코미디언 문상훈이었다. 그가 속한 '빠더너스'와의 인연은 모베리웍스가 막 시작하던 2020년 무렵 빠더너스 측에서 모베리웍스의 마스코트와 비슷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두 번째는 '돌고래유괴단'의 선우석 감독, 이후 배우 박정민이 참여의사를 표명했다.

무비랜드의 프로젝트는 큐레이터 섭외, 영화 수급, 아트워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해 약 두세 달 앞서 업무가 시작된다. 큐레이터가 섭외되면 먼저 10~15편 정도 큐레이션 영화 리스트를 받는다. 최종 상영작은 4~6편으로 결정되지만 수급아 어려운 영화가 있기 때문에 플랜B 리스트를 받는 거다.

"권투는 이상한 스포츠지. 모든 게 거꾸로야. 고통을 피하기는 커녕 그 안으로 뛰어드니까." -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영화 대사

무비랜드는 큐레이션 극장이다 

일을 좋아하니까 일에 대한 브랜드를 만들었고, 영화라는 마르지 않는 샘을 믿고 극장을 만들었다. 즐거움만이 기다리고 잇으리라 생각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숙제들이었다. 매주 극장에 나가 팝콘을 튀기고 손님을 만나는 지금, 꿈이란 계속해서 돌아가는 '원'의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비랜드메이킹북 #무비랜드 #모빌스그룹 #큐레이션극장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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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 1880년 미천한 창부였다가 육체만으로 인기 여배우가 된 여인의 삶을 다룬 소설 ‘나나’를 출간한다.


“금파리는 거리에 버려진 썩은 고기에서 죽음을 묻혀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윙윙대며 날아다니다가 남자들에게 독을 옮긴다.”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 중에서



이는 팜므 파탈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동시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매춘부에게 매료되면서도 병균을 옮기는 금파리만큼 멸시했던 상류층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졸라와 돈독했던 마네는 발간 전부터 이 소설을 알고 있었고, 이에 영감을 받아 소설과 같은 제목의 그림을 먼저 선보였다. 마네가 '나나'를 그린 지 1년 6개월 만에 졸라는 <나나>를 연재했고, 이듬해 책으로 출판했다. 매력적인 고급 창녀 나나의 부귀영화와 몰락을 통해 당시 고위층의 부패를 비판하는 내용은 출간 즉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화가 (1832~1883)는 1877년 같은 제목의 그림을 먼저 선보였다. 바로 위 그림이다. 고급 창녀의 부귀영화와 몰락을 통해 고위층의 부패를 시각예술로 비판한 작품이다.


마네의 작품이 나오자 파리 시내가 들썩였다. 그림의 실제 모델이 고급 창녀 출신 여배우 앙리에트 오제르였기에 누가 봐도 매춘을 소재로 한 작품이란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시선을 그림으로 다시 옮겨 보자.


그림 속 여인은 관능미가 넘친다. 속옷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서 한껏 멋을 내려는 여인은 화면 밖 관람객을 향해 은밀히 눈짓한다. 동그랗고 큰 눈, 오뚝한 코, 붉고 도톰한 입술, 잘록한 허리에 볼록한 엉덩이.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화면 오른쪽 소파에 앉아 나나의 몸단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신사도 이미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상태. 여인의 화장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그의 눈길이 풍만한 엉덩이에 꽂혀 있다. 엉덩이를 보는 신사의 눈길과 화장하면서도 시선을 느낀 듯 엉덩이를 당당하게 내미는 여인의 표정이 해학적이다.


등 받침대가 있는 커다란 소파는 상류층이 침대 대용으로 애용하던 쾌락의 공간이었으며 뒤쪽 벽에 그려진 학은 매춘부를 상징한다.


#그림이야기 #나나 #에두아르마네 #매춘 #고급창녀 #고위층의부패 #에밀졸라소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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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박수 칠 때 떠나라
송인창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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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얼마 할 것이냐?” 하는 질문에 앞서 “비트코인이 왜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우선이다. 비트코인은 당초에 스스로를 ‘미래의 화폐’라고 하더니 이제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한다. 화폐로서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디지털 금’이 될 거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이 부정될 때마다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그럴듯한 새로운 서사story를 창작해서 설파한다. - '시작하며' 중에서



책의 저자 송인창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석사, 요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정경제부에서 국제금융정책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내며 국제 통화, 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이사로 근무하며 개발 금융 현장을 경험했다. 최근까지 G20 국제협력대사로 활동하며 국제 경제 이슈를 다루었다.


총 6막으로 구성된 책은 탐욕과 투기, 그리고 버블(1막 전설), 비트코인과 다양한 암호 화폐(2막 심문), 비트코인의 본질(3막 물고기), 국가와 비트코인(4막 굿), 연극이 끝나고 난 뒤(5막 쇼),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6막 끝을 보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 칠 때 떠나라'(2005년)의 스토리 구성을 차용, 비트코인 붕괴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암호 화폐의 성지 대한민국


한국이 암호 화폐 투기의 핫존이란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사실상 한국은 '전 세계 2대 암호 화폐 시장’으로 평가받는데, 그리 유쾌한 얘기는 아니다.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모바일 환경, 24시간 열려 있는 거래소,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빈틈 등이 중첩되어 암호 화폐 투기 자체가 하나의 유흥용 게임처럼 변질된 것이다.

심지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고자 1,000만 명 이상이 거래소 계정을 통해 가상 자산 거래를 한다. 그 규모가 연간 2,500조 원에 달해 세계 3위 수준이다. 또 원화는 달러화에 이어 전 세계 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법정 통화 2위다.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거래에선 세계 1위이다.

탐욕의 광풍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동물이다. 탐욕의 광풍엔 너무나도 빨리 올라탄다. 역사적으로 투기 광풍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신제도 또는 신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맹신’이다. 

즉 신기술이 새로운 부를 초래한다는 기대감을 부풀리지만 정작 그 기술을 검증할 역량이나 신뢰할 만한 정보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리 되면 스스로의 판단을 포기하고 남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며 이를 맹신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팩트보다는 그럴듯한 스토리에 쉽게 빠져든다. 더구나 큰 이득을 보장받을수록 열광적으로 이를 믿는다. 

네델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 광풍'을 떠올려 보라. 양파 뿌리와 흡사한 튤립 구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당시 집 한 채 가격으로 거래되다가 한 선원이 이를 양파로 착각해 먹어치운 사고로 인해 제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이내 광풍은 거품 녹듯 사그러들었고 튤립 가격은 급락세를 탔다.

이번엔 다르다?

비트코인이 등장할 때 '미래의 화폐'란 말로 유혹했지만 그 신뢰성에 의구심이 커지자 이젠 '디지털 금'으로 변신해 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의 버블은 튤립, 닷컴 기업등 그 실체를 볼 수 있었으나 비트코인의 경우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더구나 경제학자와 금융인들은 비트코인의 쓰임새조차 불명확하므로 위험한 투기로 간주하고 있다.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환각제를 마구 뿌려 시세의 반등을 유도한다.

세상에 출현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과거의 대표적 버블 붕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그 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금융사를 보면 버블이 붕괴된 후 시세는 거의 바닥 수준까지 하락한 다음 반등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롤러코스터를 거듭했던 비트코인은 하락한 후 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곤 했다.

이런 모습이 그릇된 이해로 인해 오히려 투기 광풍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가치가 있어서 시세가 반등하므로 이는 '버블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틀렸다. 버블이 아니란 일종의 착각이 빚어낸 현상일 뿐이다. 또 가치가 있어서 오르는 게 아니라 사이비 종교 신도들처럼 맹신에 빠져 이를 매수하기 때문에 오를 뿐이다.

비트코인의 반등은 기술적 개선이나 실제 사용의 확대보다는, 기관 투자자의 진입, ETF 승인 기대, 통화 불안, 반감기 등 새롭게 만들어진 서사에 의해 촉발되어 왔다. 기업의 주가 상승은 신기술 개발, 신상품 발매, 신시장의 개척 등으로 매출과 이익의 증가 때문인 것과 다르다. 즉 비트코인 가격의 반등이 ‘내재 가치의 회복’인지, ‘다음 사이클의 투기적 기대’인지는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이는 여전히 버블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없다. 법정화폐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거래마다 복잡하고 분산화된 인증이 필요하고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위해 검증을 거쳐야 하며, 이 검증은 새 블록이 생성되는 주기에 맞추어 진행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평균 10분에 한 번씩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고, 이 블록은 1MB 크기로 제한되어 있어서 한 블록에 포함될 수 있는 거래 수는 대략 2,000~3,500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초당 처리량으로 환산하면 거래 처리 속도는 초당 약 3~7건 정도다. 이는 비자카드의 평균 초당 최대 처리량인 2만 4,000건과 비교하면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런 한계점은 거래가 몰릴 때 확연하게 취약점으로 드러난다.

2011년 상업적 거래에 최초로 사용된 실적은 '실크로드'라는 웹사이트였다. 이 사이트에선 헤로인, 엑스터시, 코카인, 총기 등이 거래되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활용해 암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 비트코인은 지하 경제용이다. 해킹 사건이 생겨도 이를 되찾으려하기보다 오히려 쉬쉬한다.

비트코인은 이론상 脫중앙화된 화폐임애도 실제론 국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었다. 이는 비트코인이 주장하는 '국경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네트워크라는 이상理想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비트코인의 가치와 가격

고대 그리스 철학가 플라톤에서부터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 였다.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물은 가격이 낮은 반면, 아름다움 말고는 별 소용이 없는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엄청 비싸다. 오늘날의 경제학자는 이를 '한계 효용'으로 설명한다. 즉 물의 총효용은 압도적으로 크지만 충분히 공급되기에 추가 1단위가 제공하는 만족(한계 효용)은 낮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가치와 가격의 관계에 있어서 '시장은 항상 옳다는 믿음'이 작용해서 '가격을 가치로 간주'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도 몇 배 상승하는 암호 화폐의 가격을 보노라면 과연 암호 화폐의 가치가 일순간에 그렇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 의문이 든다.

시장이 합리적이라면 가격은 가치를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장기적으론 가격이 가치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많은 행동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적 편향과 감정이 가격을 체계적으로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행동 경제학은 가치의 심리적 기반을 강조하며 반복적 편향이 가격을 합리적 가치로부터 장기간 이탈시키는 메카니즘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앵커링, 과신, 확증 편향, 군집 행동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항상 모든 가격이 곧 가치'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의 가격은 사람들의 편향, 시장 구조, 사회적 제도, 정보 부족,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이유로 '본질적인 가격(가치)'으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가격이 중요하지 가치는 생각치 마라" 또는 "비트코인 가격이 곧 가치"란 말을 자주 한다. 마치 소피스트처럼 말이다.

비트코인 붕괴 시나리오

터지지 않는 버블은 없다. 지금까지의 금융사金融史를 살펴보면 그러하다. 터지지 직전까지 도달한 풍선은 결국 터지고 만다. 수많은 경제학자, 금융인, 투자자들이 암호 화폐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닥터 둠'이란 별칭을 가진 루비니는 "암호 화폐의 99퍼센트는 사기이며, 나머지 1퍼센트도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세로운 형태의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맹신도의 귀엔 그저 잡소리일 뿐, 오히려 미친 개가 짖는다고 폄하한다.

2022년 11월 6~8일, 단 72시간 동안 세계 2대 암호 화폐 거래소였던 FTX 거래소에서 약 60억 달러가 인출되었다. 사상 최초의 대규모 '코인 런' 사태였다. FTX의 파산은 가상 자산 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붕괴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비트코인은 은행 예금과 달라서 누군가의 채무가 아니라서 '뱅크 런'과는 또 다른 위험이다. 즉 '자산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포로 변해 급속히 확산되고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암호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는가?'라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일부는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연산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 화폐를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리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는 탈취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런 해킹이 가능할까? 현재의 양자 컴퓨터는 실험실 수준으로 미약하므로 실제로 암호 화폐 체계를 공격할 만큼 안정적인 용량을 갖추고 있질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론적으론 가능할지라도 현실적으론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된다. 언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2050년 이전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1988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연극이 끝난 후>의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혼자서 객석에 남아/조명이 거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음악 소리도/분주히 돌아가던 조명도/모두 다 멈춘 후/객석에는/정적만이 남아 있죠'

비트코인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만든 권력이 아니라 누구도 변형할 수 없는 코드를 신뢰하라"라고 명확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강철 같은 규칙은 흔들리는 권력보다 위험하다.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인가?

실질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으면서 끝없이 가격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코 투자라고 불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저 '투기'일 뿐이다. '한탕주의'라는 모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스트래티지란 회사가 일찌기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과거 4년간 수익률이 무려 2,228퍼센트라는 명성을 얻었다. 과연 이 회사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걸까? 더 이상의 부조리는 멈춰야 한다. 지나친 탐욕은 화를 부를 뿐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이 말 정말 명언이라 생각된다. 비트코인 투자를 고민중인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재테크 #비트코인 #비트코인박수칠때떠나라 #송인창 #미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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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화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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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업을 비전 없는 단순노동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땀 흘리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때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체력으로 버티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배송업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이화는 배송인그룹 총괄팀장으로 자본 없이도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창업 모델임을 증명해낸 실전형 리더이다. 그녀는 침대조차 없는 좁은 방에서 세 자매가 함께 자라야 했던 결핍을 통해 배운 '사람 냄새'나는 현장을 스스로 택했다.

3부(배송 창업 제대로 알기, 리스크 제로로 시작하기, 배송 창업으로 인생 재설계하기)에 걸쳐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현실을 마주하라(1장), 배송 창업의 모든 것(2장), 나에게 맞는 배송사업 찾기(3장), 모르면 100% 당하는 함정들(4장), 배송 창업자 인생 로드맵 5단계(5장) 등을 통해 배송 창업에 관한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월 천만 원 벌기 신화'는 허상이다

월 천만 원 벌기 신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이는 지금과 같은 불안의 시대가 만든 허상이다. 취업의 문은 좁아지고,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 듯 상승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끝없이 벌어지는 게 현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계층의 이동 사다리가 단절된 지금, ‘노력 없이 빠르게 성공하는 법’은 불안의 틈새를 쉽게 파고든다. 이렇게 속임수와 사기는 쉽게 먹혀 든다.(사진)


통계청이 발표한 <근로소득 통계>(2022년)는 월 천 신화가 얼마나 하황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 월 1천만 원 이상의 급여 소득자는 전체의 단 2.6%다. 그렇다.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뿐이란 얘기가 된다. 이 지점에서 재테크 고수 모건 하우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부는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다. 부는 천천히, 그러나 영구적으로 축적된다" - <돈의 심리학> 중에서

새벽 배송 시장이란 새로운 기회

소위 '총알 배송'이라 불리는 한국의 배송은 속도와 품질 면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서비스 분야이다. 저녁에 주문한 식재료가 다음낭 아침 새벽 집 현관에 배송되고, 한강 공원에서 주문한 치킨과 음료 또는 자장면이 지정한 장소에 신속하게 배달되는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이외엔 거의 없다.

이런 배송은 온라인 쇼핑을 부추기는 현상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이같은 물류는 39홈쇼핑(현, CJ홈쇼핑), LG홈쇼핑 등 홈쇼핑 시대가 도래하면서 판매업을 지원하는 배후 사업으로 출발한 면이 강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내 기억으론 홈쇼핑 출발과 함께 한때 운송전문 회사 '한진'이란 주식 종목이 급등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배송업의 증가세를 유발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배송업이 깜짝 성장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마도 인구구조의 변화, 즉 나홀로 세대의 증가와 함께 장보기 배송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기인한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고령화 추세 또한 온라인 주문 증가로 인한 택배 수요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단연 새벽 배송이다. 한때 일부 신선식품 업체의 차별화 전략으로 여겨졌던 이 방식은 이제 유통 전반의 표준 매뉴얼이 되었다.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까지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새벽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제 새벽 배송은 '있으면 편한 서비스'란 단계를 넘어섰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의 증가는 신선식품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과거 퇴근 후 마트에 들리거나 주말 장보기에 나서던 사람들의 구매 패턴까지 달라진 탓에 '밤에 주문하고 새벽에 배송을 받는' 방식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월급쟁이 vs 사업자

배송 창업은 단순히 배송 차량을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차량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작은 물류 사업이다. 그 차이는 바로 월급쟁이가 삶을 간신히 유지하는 구조라면, 사업자는 삶을 확장하는 구조다. 물런 이 두 가지 길에 대해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의 적성과 취향은 제각각이기에.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이 자신의 목표와 성향에 맞는가일 것이다. 이왕 배송업에 발을 들이려 한다면, 같은 땀을 흘리더라도 이 땀에 대해 정직한 보상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스스로의 선택은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삶을 바꿀 것이다. 창업을 원한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된다.

배송 창업의 준비 요소

화물운송종사자격증~ 국가 자격증
배송 차량~ 이동식 사업장
영업용 번호판~ 노란색 번호판(아래 사진)
사업자등록증~ 개인사업자 등록


길치여도 괜찮아

배송업은 남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체력이 약한 여성이나 60대 은퇴자들이 배달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 때문에 지레 포기할 일이 아니라 그 조건에 맞는 배송 일을 찾으면 된다. 책을 많이 읽는 나의 경우로 말한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한 도서를 배송하는 분은 삼십대 여성이다. 

길을 찾는 게 힘들다는 초보 기사들이 많다. 특히 아파트 단지는 초반에 가장 큰 벽이 된다. 규모가 큰 단지는 길이 복잡하게 느껴진다. 동의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건물 내부의 구조가 낯설면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서도 헤매게 된다. 또 단독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에서도 이런 난관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소위 '길치'는 배송업을 할 수 없는 걸까? 답은 '아니다'이다. 배송업은 ‘택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루에 수백 곳을 도는 일도 있지만, 하루에 정해진 몇 군데만 가면 되는 일도 있다. 그렇다. 동선이 단순하다면 길치의 약점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납품 배송, 간선 차량 운행처럼 정해진 곳으로 정기 납품하는 일은 초보자에게 특히 안정적이다.

배송 창업자 인생 로드맵

시작~ 초심으로 무장하기
정착~ 3개월 안에 적응하기
성장~ 수익 극대화하기
확장~ 노동에서 관리로 업그레이드
졸업~ 배송 이후의 삶 설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밖에도 책은 초보 창업자의 꿈과 영혼을 앗아가는 사기꾼의 덫을 소개하며 진입해보기도 전에 우울한 마음에 들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는 몰라서 당하는 경우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에도 유효하다. 차량을 강매하는 지입 사기는 가장 흔한 경우이며, 또 수수료 빨대를 꽂는 브로커들의 알선 사기도 조심해야 한다. 온몸이 땀 범벅이 될지언정 가장 중요한 성공 보증수표는 '강한 멘탈'이다.

#경제경영 #창업 #배송창업 #물류사업 #나는트럭으로월700만원번다 #김이화 #나비의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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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세계사의 미스터리
기묘한 밤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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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현실과 맞닿을 때, 그것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각 시대의 두려움과 꿈을 담아 몸집을 불려 갑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결국 지금의 우리 앞에까지 도달해, 여전히 생생한 숨을 전하고 있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기묘한 밤은 대중에 알려진 것부터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던 것들까지 '미스터리'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 수 110만 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1등 미스터리 채널이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조선의 역사, 그 뒤에 숨은 의문들(1장), 전쟁은 끝났지만 미스터리는 남았다(2장), 역사를 뒤흔든 기묘한 인물들(3장), 기독교 전설의 숨겨진 수수께끼(4장), 신화가 된 역사 속 미스터리(5장), 세상을 놀라게 한 기묘한 선비(6장)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도선의 왕건 탄생 예언


"내가 왕이 될 상相인가?"라는 유명한 대사를 용하다는 관상쟁이에게 날린 주인공은 바로 '수양대군(훗날 세조)'이다. 그는 당시 어린 왕인 조카 단종을 허수아비 격인 상왕으로 승격시키고 조선 7대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조카 단종을 등에 업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좌의정 김종서와 영의정 황보인을 추종하던 세력들을 일거에 도륙한 무자비한 폭력성을 내보였던 '계유정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은 제법 있다.


통일신라를 물려받고 소위 후삼국을 평정해 새롭게 고려 시대를 연 태조 왕건의 탄생에 관한 설화 또한 미스터리다. 시대가 혼탁한 상황엔 여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소위 '예언'이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형태를 띤다. 미스터리란 그 실체가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야 점점 기승을 부리며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별안간 ‘왕이 될 인물이 날 것’이라는 예언을 명승名僧 도선으로부터 들은 왕융(왕건의 아버지)이 이를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도선은 송악松嶽(지금의 개성)의 지맥이 백두산에서 시작해 물의 운명[水母]을 띠고 있음을 설명하고 물의 대수大數에 맞춰 집을 짓고 기운을 받아야 대영웅을 얻을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전한다.


이에 왕융은 '같은 값이면 붉은 치마'란 심정으로 도선이 지정한 곳에 새로운 집을 지었고, 이후 예언대로 아들을 얻어 이름을 ‘건建’이라 지었다. 이 인물이 바로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다. 그런데, 왕건은 도선의 능력을 완전 믿었다. 자신의 묫자리는 물론이고, 후대 왕들에게 남긴 '훈요 10조訓要十條'에 도선과 관련된 내용을 국가 지침 중 하나로 기록했다.


바다민족, 청동기 시대를 파괴하다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트로이에 이르기까지 그간 번성했던 수많은 대도시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거나 살아남은 문명조차 회복 불능 상태의 상처를 입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불과 50년 남짓 사이에 동부 지중해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충격적인 사건을 역사는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라고 부른다.

수많은 문자와 기록이 사라졌고, 발달했던 기술의 맥이 끊겼으며, 세상은 '암흑 시대'로 퇴보하고 말았다. 당시 지중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문명과 많은 왕국들이 줄줄이 망했으니, 지중해 연안 전체의 경제력 또한 침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중심엔 소위 '바다민족'이라 불린 정체 불명의 집단이 있었다. 고대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이들은 마치 재앙처럼 갑자기 출현하여 인류 최초의 주요 제국 중 하나인 히타이트 제국과 고대 그리스의 청동기 시대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미케네 문명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대 이집트조차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쇠퇴하기 시작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 민족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는 당시의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 메디네트 하부 대신전에 새겨진 비문에는 당시 이집트 제20왕조 제2대 파라오 람세스 3세가 델타 전투에서 바다민족을 격퇴한 기록이 남아 있다.(사진)



람세스 3세의 델타 전투 승전을 기록한 신전 벽의 부조엔 깃털 모자를 쓰고 둥근 방패와 긴 창을 든 침략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이집트 기록과 다른 고대 문헌을 종합해 볼 때, 바다민족은 제커, 데니엔, 웨세쉬 등 다수의 해양 민족으로 구성된 연합체였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의 기원과 목적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기독교 전설의 수수께끼

성경 속 이야기는 팩트(진실)일까, 꾸며낸 허구일까? 고고학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찾아나섰다. 성경에 따르면 골리앗은 블레셋의 '가드' 출신이다. 이스라엘 바일란대학교의 고고학자 아렌 메이어 박사는 1997년 동료들과 함께 발굴 후보지 중 한 곳인 팔레스타인의 '텔 에스 사피'란 마을에서 첫 삽을 뜬 것이다.(사진)


메이어 박사팀은 발굴 현장에서 '오스트라콘'이란 작은 도기 조각을 발견함으로써 성경 속 골리앗의 고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도기 조각에 새겨진 비문에 등장하는 글자가 성경 속 골리앗을 뜻하는 글자와 매우 유사한 철자와 문양을 갖고 있었던 거다.   

경에 묘사된 골리앗은 키가 무려 3미터에 달하고, 입고 다니는 갑옷의 무게만 50킬로그램, 창날의 무게만 7킬로그램에 달했다고 하는 괴력을 소유한 거인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 수치 때문에 골리앗은 오랫동안 허구의 인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유전학 전문가들은 골리앗의 거대한 체구가 특정 질병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2014년, 퀸즈대학교의 디어드리 도넬리와 유전학 전문가 패트릭 모리슨은 골리앗이 ‘유전성 뇌하수체 장애’, 즉 말단 비대증을 앓았을 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성경은 골리앗의 거대함이 유전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사무엘기(하권)'엔 골리앗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한 거인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섯 개씩 모두 스물넷으로 거인족의 자손 중 한 명인데, 이는 다지증多指症으로 유전 증후군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리앗은 실존 인물이었을까?

명나라의 수도 북경 대폭발과 하늘의 버섯구름 

1626년 명나라 천계天啓 6년 5월 초엿새 사시巳時, 명나라의 수도 북경은 일순간 아비규환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도시 전체가 흔들렸고, 놀란 시민들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즉 하늘에는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역사 기록은 흔히 정통성을 부여하거나 사건을 과장하고자 신화적 은유를 사용하곤 하지만 ‘북경 대폭발’ 혹은 ‘천계 대폭발’ 사건은 명나라 조정의 공식 기록인 <희종실록熹宗實錄>, 명나라 조정이 발행하는 신문인 '저보邸報', 청나라 학자 주이준이 저술한 <일하구문日下舊聞> 등 비교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여러 사료에 공통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미궁에 빠져 있는 기괴한 사건이다.



버섯구름이란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참상이 아닌가 말이다. 혹시 외계인의 소행일까? 1986년, 중국에서 북경 대폭발 360주년을 맞아 대규모 학술 토론회를 가졌다. 새로운 가설들이 등장했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한 결론을 못내고 막을 내렸다고 한다.

기묘한 미스터리 이야기는 더욱 흥미를 끈다

총 서른 가지의 미스터리한 세계사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내 취향에는 잘 맞다. 사실 학창시절 이런 류의 미스터리에 빠져 관련 책을 읽는다고 밤을 꼬박 지새우다가 제대로 된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책을 읽는다고 아버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 호기심을 결코 멈출 수가 없었다.

#역사 #세계사 #미스터리 #기묘한세계사의미스터리 #기묘한밤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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