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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 -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에 관하여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이 세상에는 분명 우주에 관한 서로 다른 수많은 관점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중 7가지 관점을 탐험할 것이다. 이 탐험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종교 사이의 대화, 영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덧없는 본질 사이에서 빚어지는 충돌, 인간의 존재가 그저 하나의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 현대 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도록 단절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작은 존재로서,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이며 작가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이 책에서 우리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를 살펴본다. 우주를 설명하는 최신 과학 이론을 통해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우주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우연의 우주, 대칭적 우주, 영적 우주, 거대한 우주, 덧없는 우주, 법칙의 우주, 분리된 우주 등 일곱 가지 우주를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루리들은 우주는 단 하나의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우주를 의미하는 단어 'universe'는 '하나'를 의미하는 라틴어 'unus'와 '어떤 상태가 되다turn'라는 의미를 지닌 'vertere'의 과거분사 'versus'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universe'의 본래 의미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 상태'다.
우연의 우주
이제 우주는 추측의 영역으로 향한다
현재 ‘영원한 급팽창이론’과 ‘끈이론’이라는 두 과학 이론에서는 자연법칙들을 이끌어낸 똑같은 기본 원리들이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면서도 자기모순이 없는 수많은 다른 우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신발가게로 들어가서 발 크기를 재보았더니, 240 사이즈 신발도 내 발에 맞고, 260 사이즈도, 300 사이즈도 내 발에 잘 맞는 상황과 같다.
이런 맥 빠지는 결과는 이론물리학자들을 대단히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분명 자연의 기본 법칙이 내놓은 정답은 하나가 아닌 듯하다. 즉 우주는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우주가 아니다. 최근 많은 물리학자들이 생각한 바에 따르면 우리들은 무수히 많은 우주 중 한 우주에 살고 있다는 거다.
대칭적 우주
우리는 왜 대칭에 끌리는가
분명 부분적으로는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대칭은 질서를 나타내고,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이상한 우주에서 질서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대칭을 찾아나서는 것, 그리고 대칭을 찾아냈을 때 찾아오는 정서적 즐거움은 분명 우리가 주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복되는 계절에 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뇌는 수억 년에 걸쳐 햇빛, 소리, 촉감을 통해 몸 주변의 세상과 연결되어 반응하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우리 뇌의 구조는 꽃, 해파리, 힉스 입자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은 시행착오, 똑같은 에너지 원리, 똑같은 순수수학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렇다. 우리 인간의 미적 특징은 필연적으로 자연의 미적 특징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 아름다움, 대칭, 최소한의 원리는 우리가 우주에 포함시켜 놓고 그 완벽함에 감탄하는 속성들이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바깥에서 안을 구경하는 외부 관찰자가 아니다. 우리 역시 그 안에 속해 있다.
영적 우주
우리에게는 해답이 없는 질문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항상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질문을 추구한다. 일찍부터 우리 과학자들은 명확하고 분명한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 따위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배운다. 하지만 예술가와 인문학자들은 해답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해서 모두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에 들어 있는 구상이나 교향곡에 담긴 감정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모호함 때문에 복잡하다. 소설 <죄와 벌>에 등장하는 매우 세심한 인물인 라스콜니코프가 늙은 전당포 주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지, 플라톤이 주창한 이상적인 형태의 정부가 과연 인간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만약 우리가 천 년을 산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지와 같은 질문에 결코 완벽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애매모호함 때문이다.
거대한 우주
우주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가스 일링워스와 그의 동료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 가장자리까지 우주를 측정해 지도를 그려냈다. 이들은 물리법칙이 허용하는 관측의 한계점에 거의 도달했다. 바다와 하늘, 행성과 항성, 펄서, 퀘이사, 암흑물질, 머나먼 은하계와 은하단, 항성 형성가스의 거대한 구름 등 파악 가능한 우주의 모든 존재가 인간에 의해 측정되고 관찰된 우주적 의식 안에 모였다.

(사진, 가스 일링워스)
일링워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는 물리적으로 결코 접촉할 수 없을 것들을 연구하고 있잖아.’ 우리는 중간 크기 정도의 은하에 자리 잡은 볼품없는 이 작은 행성 안에 앉아 있는데도 우주 대부분의 특성을 밝혀낼 수 있어요. 이것이 제게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엄청난 상황 자체가 놀랍고, 그런 상황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또 너무나 놀라워요.”
덧없는 우주
시간의 화살은 미래를 향해 날아갈 뿐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는 자신을 마모시키고 허물며 스스로를 최대의 무질서 상태로 몰아간다. 이것은 확률의 문제다. 처음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질서 정연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를테면 몇 개의 행성이 중앙 항성 주변을 보기 좋은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는 태양계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다른 항성이 태양계 주위를 무작위로 스쳐 지나가면서 그 중력으로 태양계를 뒤흔들어놓는다. 그러면 태양계의 행성들은 자기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주 공간을 정처 없이 방황할 것이다. 질서가 무질서에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결국 우리가 확률을 이길 수는 없다. 한동안은 도박판에서 돈을 딸 수도 있겠지만, 결국 무제한의 시간을 판돈으로 갖고 있는 우주를 이길 도박꾼은 없다.
법칙의 우주
인간은 합리성을 찬양하고 비합리성을 사랑한다
저자는 본인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을 원한다. 자유를 원한다. 자신의 뇌 속에 일종의 ‘나’로서 존재하는 상태가 있기를 원한다. 본인이 신경세포와 나트륨 채널, 아세틸콜린 분자를 모아놓은 집합체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결정을 내리는 선장이기를 원한다. 그 결정이 좋은 결정인지 나쁜 결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체험은 신비다. 신비는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요람에 자리 잡은 근본적 감정이다." - 아인슈타인
저자는 신비의 힘을 믿는다. 저자 본인도 모든 해답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에 그것으로부터 영감과 자극을 받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가장자리가 늘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가장자리 너머가 바로 기이함,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생명이 자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분리된 우주
오감 너머의 세계
요즘은 세상과의 접촉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 휴대폰, 아이패드, 채팅방, 향정신성 약물 등 다양한 인공 장치를 통해 중재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중에서 양자 세계의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해 알고 있거나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사실 양자역학은 트랜지스터, 컴퓨터 칩, 그리고 이런 장치에 의존하는 현대의 모든 디지털 기술을 뒷받침하는 과학이다.
그와 유사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송 전파, 전화국, 무선통신중계기, 무선 모뎀 등을 통한 정보의 송신과 수신은 모두 맥스웰과 헤르츠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기술에 동반되는 심리적 변화는 좀 더 미묘하게 나타나며,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육체와 분리된 기계와 장치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일에 차츰 익숙해지고 있다.
우주엔 우리만 살고 있을까?
과학은 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을까? 종교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가장 흥미로운 저자의 제안은 '다중多重우주'였다. 불자佛者인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우주관을 통해 무량광대無量廣大한 우주를 설득력 있는 설법으로 받아들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급속한 기술 진보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세계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를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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