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쉬어가세요, 책과 수프에서 - 따뜻한 위로의 공간, 선물 같은 하루
윤해 지음, 별사탕 그림 / 바른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의 이야기 곳곳에는 우리들의 마음을 끄덕이게도, 잠시 반짝이게도, 가끔은 묵직한 미련들을 삼키게도 하는 문장들이 담겨 있다. 이 문장들은 결국, 한 스푼 두 스푼이 되어 책을 다 읽고 난 우리 마음의 속을 든든한 수프 한 그릇을 먹은 것처럼 따스하게 데운다. 그 수프가 콩소메 수프든, 닭고기 수프든 상관없이 말이다. - '추천하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작가 윤해는 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까웠기에 소외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으며, 이게 자산이 되어 작품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소회所懷를 밝힌다. 일곱 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소설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프랑스식 수프를 파는 작은 책방에 얽힌 스토리들이 전개된다.
이십대 초반의 선영은 만화가 지망생이다. 출품한 공모 응모작이 번번이 낙선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만화 연재 기회로 인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지만 고시원 근처에 위치한 '수프 가든'이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처였다. 푸른 눈에 금발 아줌마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각종 달콤한 수제 초콜릿, 쿠키, 수프 등의 디저트를 팔고 있었고 특별히 수프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고 작업에 지친 그녀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즐겨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손님들을 위해 비치한 소량의 책 때문이다. 비록 많진 않아도 소설, 에세이, 잡지 등 장르가 다양했다. 이보다 더 마음이 쏠리는 데엔 큰 키에 마른 체형을 가진 가게 점원 정우의 넉살 좋은 웃음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게 여주인은 조카인 정우에게 이 가게를 맡기고 프랑스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봐줄 가족이 없어서다. 정작 당사자인 정우는 혼자서 운영할 자신이 없어서 북카페를 할 장소를 물색 중이었다. 이에 선영이 정우에게 함께 수프 가든을 운영해 보자고 제의했다. 이미 사귀기 시작한 관계라서 정우는 이 제의를 수락했다.
그래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가게의 이름이 '책과 수프'였다. 말하자면 책도 읽고 수프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숲속의 오두막 같은 느낌을 주려고 통나무를 쌓아올려 외관을 꾸미고, 실내엔 골동품 같은 물건들을 배치했다.

(사진, 가게의 통나무 외관)
목요일 6시 30분, 목요일에 오는 여성 손님이 있다. 이 여성(민혜지)의 직업은 신문 기자였다. 수프 알로뇽 한 그릇을 포장 주문한 후, 수프가 준비되는 동안 책을 둘러본다.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다. 손님이 원하면 판매도 가능하다고 답변한다. 혜지가 이 수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프랑스로 유학을 간 언니가 가끔 전송하는 사진 속의 음식을 연상시켜서다.
양파의 단맛은 빵과 치즈와 어우러져 입을 즐겁게 했다. 따듯한 수프사 목 뒤로 넘어가자 온기가 몸을 감사며 퍼졌다. 편안한 기분이 몸 전체로 느껴졌다. 이 순간 수프의 온기와 함께 고민도 외로움도 사라졌다. 찰나의 편안함은 이대로 끊나지 않고 긴 여운을 남겼다.

(사진, 수프 알로뇽)
수프 알로뇽은 프랑스식 양파 수프이다. 양파를 갈색이 날 때가지 서서히 볶아 단맛을 충분히 우려내어 만든 육수를 구운 빵 위에 붓고 치즈를 넉넉히 얹어 구워내 조리한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를 달래기 위해 먹는 풍습이 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북카페 '책과 수프'를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하루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이 될 듯해 일독을 권한다.
#소설 #쉬어가세요책과수프에서 #윤해 #위로 #힐링 #바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