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 - 오래 사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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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오래 고통받는 죽음, 남에게 짐이 되는 죽음, 끝내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죽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흔히 말하는 ‘마지막 네 가지 소원’이 있다. 사람들이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꼽은 것들이다.

스스로 삶을 정리하고(85.8%),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이(85.4%),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84.7%), 가족과 함께하는 것(76.8%)이다. 이 소망을 간단히 표현한 말인 ‘9988234’가 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 2~3일만 앓고, 4일째 편안히 죽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자신의 힘이 아니라 기계에 기대어 연명하고, 가족 곁이나 집이 아니라 병실에서 생을 마감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양성관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2008년부터 20년 가까이 환자 20만 명을 진찰하고 10권의 책을 썼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 속엔 아프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따듯한 시선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울림이 있다.

이 책은 생의 마지막을 둘러싼 현실과 제도, 법과 의학을 이야기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호스피스와 요양원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선택들을 다룬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이별을 맞는다. 문제는 단 하나다.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가?”

총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병원에서 죽는 시대(1편), 살리는 마음, 남겨진 시간(2편), 법정에 선 죽음(3편), 그가 스위스로 간 까닭(4편), 마지막보다 긴 시간(5편), 용기와 죽음(6편) 등을 통해 생의 마지막, 즉 죽음을 둘러싼 사회의 현실과 제도, 그리고 법과 의학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는 결국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어떤 마지막을 원하는가?"  

병원에서 죽는 시대

급성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이 줄자 감염병에 유독 취약했던 영우아 사망률도 급격히 덜어졌다. 인류 역사상 감염병 예방과 치료만큼 인간의 수명을 극적으로 바꿔놓은 사건은 없었다. “위대한 사망률 전환”이었다. 단 100년 만에 기대수명은 2배 이상 늘어, 2023년 인류의 기대수명은 73.2세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래 살게 되면 당연히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삶이 길어진 만큼 생과 죽음 사이에서 늙고 병드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의학의 발달은 비록 생명을 구했지만, 그 생명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하는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닌, 서서히 찾아오는 노화와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 연명延命 사회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연명의료, 호스피스, 안락사, 간병과 같은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생겨 났다. 또한 새로운 시대는 죽음의 ‘시간’뿐 아니라, 죽음의 ‘장소’까지 바꿔놓았다.

잡에서 임종을 맞은 사람은 6멍 중 1명에 불과하고,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여러 해 전의 일이지만 내 아버지도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그곳에서 타계했다. 이러한 흐름을 사회적·제도적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계기가 있었다. 한 사건, 그리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었다. 1997년 12월 4일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남성을 부인이 퇴원시킨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은 해당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던 ‘보라매병원 사건’은 ‘임종의 장소’에 관한 문제를 넘어, ‘연명의료’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후 의사는 환자를 집으로 보내고 싶어도 법적 책임을 떠올렸고, 보호자는 집으로 모시고 싶어도 혹시 자신이 가족을 포기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했다. 그 사이에서 환자의 뜻은 자주 뒤로 밀려났다. 병원은 생명을 지키는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죽음을 내보내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갔다. 과연 이런 현실이 진정한 사회복지일까?

살리는 마음, 남겨진 시간

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내 아버지는 아무런 의식조차 없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상에 누워만 있었다. 이는 삶의 연장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연기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기 어려워졌다. 그 배경에는 의료 제도의 변화, 법적 책임, 가족의 기대, 그리고 죽음을 실패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췌장암이 발병하여 병원에서 수술받앗으나 3년 만에 재발한 69세의 이광수 씨는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1950년대에 출생해 작은 기업을 일군 인물이었다. 진통제를 맞으며 온갖 통증을 견뎌내던 그는 “선생님, 이번 설을… 집에서 보내고 싶습니다.”라고 요청했다.

말기 암 환자가 외박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진통제와 수액을 링거로 공급받고 있었는데, 퇴원하려면 이를 모두 중단해야 했다. 또한 말기 암 환자는 언제든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생존 예후 점수로 봐도, 한 달도 어려웠다. 분명해 보이는 사실은 이번 설이 그의 마지막 명절이 될 듯했다. 그는 저자의 가운을 붙잡고 마지막 소원을 간곡하게 부탁했다.

이에 저자는 수액과 진통제를 조정하고 몇 가지 당부를 한 뒤 집에 다녀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익숙한 집의 냄새를 맡고, 자식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것들은 병원에서 절대로 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의료가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이 반드시 더 많은 치료를 더 오래 이어가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은 시간을 다시 삶의 자리로 돌려보내는 데 있다.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죽음이 오기 전까지의 시간은 환자의 것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광수 씨는 저자에게 치료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 주었다. 치료는 병을 낫게 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통을 덜고 남은 시간을 환자의 삶으로 지켜주는 데까지 이어진다.

법정에 선 죽음

보라매 병원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 후, 또 한 번 한국에서 죽음의 방식을 바꾸는 사건이 벌어졌다. 2008년 2월 16일, 76세의 김 할머니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서 기관지 내시경 검사 도중 예기치 않은 출혈로 인해 기도가 막히고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로 심장은 다시 작동했지만 이미 뇌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기에 이후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말았다. 회복이 되지 않자 보호자인 딸과 사위는 연명치료 중단을 병원에 요청했다. 평소 김 할머니는 이런 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평소 자주 말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병원은 이를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법정 공방에 들어갔다. 의사는 '생명권'을, 가족은 '자기결정권'을 내세웠다. 대법원 판결로 한 달 후인 6월 23일에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는 제거되었다. 이런 사건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의료 윤리에 반한다는 인식 때문에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반복되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의학계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병원마다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연명의료 중단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연명의료는 단순한 의학적 처치를 넘어 윤리와 법, 가족의 선택, 환자의 가치관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한국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불확실한 죽음, 확실한 순간

얼마 전에 읽은 한 소설에선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이며 말기 암 환자인 여주인공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한국에선 불가능한 안락사安樂死를 위해 스위스 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현지 의료센터에서 제공하는 약을 먹고 가족들을 뒤로 한 채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내용이었다.

안락사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합성어로 '좋은 죽음'이란 뜻을 지녔다. 하지만 죽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에 단지 ‘나쁜 죽음’과 ‘덜 나쁜 죽음’만 있을 뿐이다. 의료조력사망이나 적극적 안락사라는 선택의 의미는 죽음을 앞당긴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 없고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확실한 순간’으로 바꾸는 데 있다. 마지막을 둘러싼 결정은 병실의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병과 돌봄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다.

마지막보다 긴 시간

74세 박정순 할머니는 체력이 한계에 이르자, 돌보던 남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2018년까지 한국 언론에 노출된 기록에 따르면 살해 뒤 동반 사망 등을 포함한 사망자 수는 111명에 달했다. 간병 살인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고립과 빈곤, 절망과 분노가 뒤엉켜, 백척간두의 절벽 끝에서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비극이다. 긴 병은 효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치매는 오래된 전구 같다. 처음에는 이따금 깜빡이다가, 나중에는 아주 드물게 켜진다. 희미해지던 세상이 끝내 사라지고 만다. 치매 약은 있지만 병을 고치지 못한다. 증상 완화나 악화 속도를 조금 늦출 뿐이다. 암과 달리 치매에는 ‘완치’라는 목표가 없다. 치매는 멈추지 않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치매의 고통은 한 사람의 병으로 시작해 결국 가족 모두의 삶으로 번진다.

용기와 준비

어떤 대화나 의논도 없이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침상에서 하늘 나라로 떠난 내 아버님도 그랬다. 당시 상장기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나는 회사 소유주인 회장의 양해를 얻어 임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버님이 다니시던 성당의 신부님에게도 미리 이를 알려 드렸고, 급격히 악화된 아버지의 상태를 감안해 긴급하게 아내에게 연락해 대구 소재 병원으로 내려오도록 했다. 물론 형제들에게도 연락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아내와 작은딸은 나와 함께 임종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임종 직전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 대부분의 연명의료 결정은 가족이 내린다. 특히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는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워, 사전 결정이 필수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의 결정도 환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 동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죽음은 혼자 준비할 수 없다. 자신의 뜻을 미리 생각하고 가족과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삶의 마지막을 생각해야 할까.


죽음의 선택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특히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그 간극은 더 커진다. 부모는 나이와 병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지만, 자식은 아직 부모의 죽음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그 죽음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부모의 고통을 지켜보는 일보다, 부모를 포기했다는 죄책감이 더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자식은 머리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끝내 놓지 못한다.

난 아버님의 연명치료가 사망으로 종료된 후 장례식을 끝낸 다음, 그동안 많은 고통과 시간을 함께 해준 가족들과 함께 회식을 가진 후에 아내와 두 딸 앞에서 나의 뜻을 분명하게 전했다. 나는 할아버지처럼 결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사전에 아내와 미리 상의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을 이야기할 시간

의사로서 저자는 많은 마지막을 보았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의사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막는 일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고통을 덜고 불안을 줄여, 삶의 마무리를 도왔다. 이제 질문이 바뀌어야한다. '나는 어떤 마지막을 원하는가?'


#인문 #교양철학 #사회복지 #연명치료 #연명치료는사양하겠습니다 #양성관 #히포크라테스 #동아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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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9-1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명치료 동의 여부는 제일 먼저 환자 자신이 결정해야 될 것입니다.주변에서 겪어본 바에 의하면 자식들의 경우 연명치료 여부에 따라 부모님이 좀 더 사실 수 있다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비용이 들더라도 연명치료에 동의하는 편이죠.특히 평소에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부모님들이라면 더 더욱 연명치료 거부를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급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울 것에 대비해서 부모님들이 미리 자녀와 의사에게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하실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한비자, 권력의 법칙 - 감정과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조직을 움직이는 법 서가명강 시리즈 46
이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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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인생을 뒤흔든 전환점은 누군가 그가 쓴 책을 진나라에 전달하면서 시작되었다. 훗날 진시황이 되는 진나라 임금이 '고분'과 '오두' 편을 읽고는 “아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직접 교유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때 제나라의 직하학궁에서 한비와 동문수학했던 이사가 “이는 한비가 지은 글입니다.”라고 아뢰었다. 이에 진나라는 오직 한비를 얻기 위해 급히 한나라를 공격했고, 한비를 사신으로 보낼 것을 한나라에 요구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의 저자 이강재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왔으며, 강좌 '논어와 현대사회'로 전국 최다 수강생을 기록하며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는 등 대중들과 소통하는 대표적 고전학자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리더십은 인격이 아니라 설계다(1부), 감정을 지우고 시스템으로 장악하라(2부), 사람이라는 변수를 제거하는 기술(3부), 리더의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가(4부) 등을 통해 한비자가 강조한 법의 기본 정신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한비자는 법가法家의 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인데, 이전에 법가를 대표하는 사람은 단연코 상앙(기원전 390~ 기원전 338년)이다. 상앙은 '상군商君'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사마천은 <사기>에서 '상군열전'을 따로 둘 정도로 행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상앙은 위나라 군주의 후궁이 낳은 아들로 성은 공손, 이름이 상鞅이다. 당시엔 위魏가 최강국이었고 혜왕惠王이 군주였는데, 재상 공숙좌의 천거에도 불구하고 나라 일에 중용하지 않았다. 워낙 상앙의 능력이 출중한 탓에 중용하지 않을 바엔 죽여서 후환을 미리 없애라는 공숙좌의 건의까지 있었고, 심지어 이를 상앙에게도 알렸다. 그럼에도 상앙은 중용하지 않으면 죽이지도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타국으로 도피하지 않았다.


스승인 공숙좌가 사망한 후 상앙은 진나라 효공이 인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로 입국해 효공을 섬기게 되었다. 그는 법률에 근거한 통치를 강조하며 법령을 제정했다. 법령엔 전국을 열 집, 다섯 집 단위로 조직해서 상호 감시, 적발토록하는 연좌제와 고발하는 사람에겐 포상을 하고 고발하지 않은 사람에겐 동일한 형벌을 주는 제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법 시행 초에 백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상앙이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3척 길이의 나무를 성城의 남문 부근에 세워놓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면 거금인 열 금을 주겠다고 공고했다. 이를 아무도 믿지 않자 이후 오십 금으로 인상, 마침내 한 인물이 이를 옮기자 정말로 상금을 주었다. 이에 백성들은 나라가 내건 약속을 믿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상앙은 한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인격이 훌륭한 리더는 왜 실패하는가?


대부분의 인간들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 본연의 속성을 결코 벗어날 수 없기에 그렇다. 이렇게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기분에 휩싸여 변덕을 부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먼저 헤아릴 수 있을 법하다.


이렇듯 불완전한 리더의 판단에 기댄 정치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미리 깨달은 한비자는 사람 중심의 통치인 '인치人治'의 맹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객관적인 시스템인 법에 의한 통치인 '법치法治'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한비자의 통치술이다.  


한비자 '괴사詭事' 편에 따르면, 현실 세상은 늘 올바른 정치의 길과 거꾸로 돌아간다. ‘괴사’란 일이 상식과 완전히 어그러져 부조리하게 뒤틀린다는 의미로, 시스템이 무너진 조직에서는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하는 성실하고 충직한 사람이 도리어 세상으로부터 ‘고루하고 융통성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윗사람을 가볍게 여기고 법령을 교묘히 무시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영악한 자들이 ‘유능하고 충직하다’며 칭송받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형벌과 규율을 두려워하지 않고 멋대로 날뛰는 무법자들이 조직을 위한 열사로 추앙받고, 말만 번지르르할 뿐 현실에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들이 포부 큰 대인으로 과대평가받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라 지적했다. 이는 마치 현재의 한국 정치판을 보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진짜는 없고 사이비만 득세를 하는 이런 풍토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보상과 책임은 어떻게 권위를 만드는가


한비자의 통치 철학에서 부국강병을 이루고 군주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수단은 '술術'이며, 술의 가장 근본적인 형태가 바로 상과 벌을 적절하게 주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리더의 손아귀엔 반드시 이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중형重刑을 내리는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사람에게 고통을 주려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저지른 간악한 죄를 초기에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온 나라에 사악함이 퍼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고도의 통치술이다. 만약 형벌이 가볍다면 백성들은 책임을 묻는 군주의 권위는 물론 사회 질서를 얕보고 서슴없이 죄를 범하기 때문이다. 

또 무서운 형벌로 백성들의 범죄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막지 않다가 죄를 범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을 처벌하려 드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백성을 잡기 위해 교묘하게 함정을 파놓고 그들을 궁지로 내몰아버리는 짓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바로 한비자의 주장이자 정당하다는 발언인 셈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들은 그 법을 깨부수고 이상한 법을 만드는 데 혈안인 정치 집단을 목도하고 있다.

나라를 개혁하거나 회사를 개혁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권력자가 개혁을 원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벽에 막혀 좌절되고 만다. 이미 한비자가 위나라에 경험했듯이 개혁을 주장하는 법술지사와 반대편에 서 있는 중인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였다. 즉 문고리 권력인 중인들이 법술지사를 군주에게 추천할리 만무하다. 중인의 권세는 날로 강해지고 군주의 비위를 맞추며 조직의 이익을 독점함으로써 법술지사는 오히려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무너지는 조직은 언제나 '예외'를 적용해왔다

많은 리더들은 안정성을 내세우며 유연성이란 유혹이나 함정에 빠진다. 이에 대해 한비자는 철퇴를 가한다. 즉 원칙에 위배되는 한 번의 예외例外라도 용인되는 순간, 나라의 통치 시스템은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고 생각했다. 원칙보다 관계가 우선되고 감정이 기준보다 앞설 때 구성원들은 더 이상 원칙을 신뢰하지 않고 덩달아 리더의 권위도 힘을 잃기 때문이다.

타인의 평판만을 근거로 능력자라 판단하여 높은 자리에 올리는 예외를 허용하게 되면 조직은 흔들릴 수 있다. 타인이 칭찬한다고 상을 주고 비방한다고 벌을 주다 보면, 상을 좋아하고 벌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상 사람들은 마땅히 해야 할 공적인 행동은 버려두고 사적인 뜻으로 패거리를 형성하는 데 몰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땅에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정치 패거리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듯 싶다. 아무튼 이렇게 관리를 등용하게 되면, 조직의 구성원들은 오직 서로 사귀고 인맥을 관리하는 일에만 힘을 쏟을 뿐 규칙을 따르려고 하지 않게 된다. 결국 망하는 일만 남게 될 뿐이다.

일류 리더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지혜를 이용한다

조직이 위기에 처하거나 성과가 부진할 때, 흔히 리더들은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실무 현장에 뛰어든다. 리더 본인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많이 알고, 충분히 잘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십의 최종 기착지는 '내가 없어도 되는 조직'을 완성하는 데 있다.

한비자는 '팔경八經' 편을 통해 리더의 수준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하급의 군주는 자기 능력을 다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쓰고,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가져다 쓴다고 말했다. 즉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짜낸다고 이를 고갈시키는 반면, 일류 리더는 남이 가진 지혜를 최대한 끌어다 쓴다.  

한비자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많은 사람을 당하지 못하고 한 사람의 지혜로는 모든 것을 다 파악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 리더 한 명이라도 세상의 복잡한 모든 변수와 실무를 통제할 길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유능함에 기대어 조직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은 온 나라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서 쓰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삼류 리더가 스스로 모든 것을 챙기느라 혼자서만 지쳐갈 때, 진정한 일류 리더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구성원 각자의 지혜가 발휘되도록 판을 깐다.

법과 사람은 공존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법률의 가치를 놓고 끊임없이 논쟁 중에 있다. 심지어 법률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마저 있다. 시대에 걸맞는 법률적 판단의 주체는 국민(시민)이어야 한다는 비교적 설득적인 주장도 있다. 한비자가 살던 전국시대는 군주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집중되어 전쟁이 빈번해 백성의 삶은 매우 피폐했다. 민주적 원칙이라곤 없었다. 따라서 한비자의 이론을 현대인의 삶과 사법 시스템에 대입하긴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법가 사상은 사회 질서 확립에 있어 즉각적인 효율과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동양철학 #역사 #중국사 #고전 #한비자권력의법칙 #이강재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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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물리학 물화생지 문해력 기르기
이승재.오영훈 지음, 오얼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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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리학도라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고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역학에 담긴 통찰을 소개합니다. 여기에 더해 물리학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인 현대 우주론을 함께 다룹니다. 고전역학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물의 운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고전역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할 모든 물리학 분야가 결국 고전역학을 토대로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책은 두 사람의 공저자에 의해 저술됐다. 이승재는 물리학 박사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여 그 결과물을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게재했으며, 현재 국내 게임사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공저자 오영훈은 반도체 엔지니어로 지구환경과학과 물리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현재 대만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총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고전역학1(파트1), 고전역학2(파트20, 전자기학(파트3), 양자역학(파트4), 열역학(파트5), 일반상대성이론과 현대 우주론(파트6) 등에 통해 뉴턴 역학, 다체多體의 운동, 사물의 회전, 전자기장, 난해한 양자역학, 열역학,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현대 우주론 등을 설명한다. 


변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우리는 변화를 여려워하지만, 막상 바뀌고 나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지하고 싶은 고집. 즉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당연한 상식인 '관성의 법칙'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이유는 바퀴가 구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엔진, 연료, 변속기, 구동축, 기어 등 정교한 내부 장치 때문이다.


아무런 장치가 없는 평범한 야구공을 공중에 던지면 잠시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진다. 특별한 장치가 없는 공은 던지는 행위를 통해 상태가 변해 날아가는 공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야구공은 우리의 손이 움직이던 방향으로 날아가기를 택했다. 바로 이것이 사물이 가진 관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관성이라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질 때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문과 출신인 내가 이 책을 이유가 바로 이런 숨은 스토리들에 지적 호기심이 많은 탓이다. 먼 옛날 서양인들의 세계관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 천동설天動說로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지상에 속한 존재들은 정지 상태가 가장 안정적이므로 별도의 힘을 받지 않으면 운동을 멈추어야 함을 주장했다. 던져진 창이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지고, 바람을 받지 못하면 돛단배는 나아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란 설명이었다. 약 2천년 동안 서양인들의 세계관에 이는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그러나 16세기의 천문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地動說로 인해 천동설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지구는 어째서 계속 움직일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답이 필요했다. 여기서 17세기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모든 물체는 원래의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 단계 발전시켜 주장했다. 나아가 모든 물체의 운동이 이런 성질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등장했다. 어째서 우리는 지구가 움직이고 있음을 왜 느낄 수 없는가?란 것이다. 천동설 신봉자들의 질문을 살펴보자. 그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항해하는 배 위에 있으면 배가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지구 위에 있는 우리는 왜 지구가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지는 못하는가?


갈릴레이는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만약 큰 배의 선실 내부에 있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다면 선실 안을 돌아다니는 모든 과정에서 배가 움직인다고 느낄 수 없고 구별하기가 힘들다고 답했다. 또 지구가 움직이고 있을지라도 그 위에서 우리가 움직임을 느낄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갈릴레이의 배' 실험은 물체가 서로에 대해서 움직이더라도 그것은 상대적인 움직임일 뿐, 어느 하나가 멈춰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움직이는 게 아니란는 '상대성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는 관성의 법칙과도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즉 모든 물체는 각자의 입장에선 정지해 있는 것과 다름없으며 그저 서로 상대적인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용수철을 사랑하는 물리학자들


용수철龍鬚鐵, 이를 풀이하면 '용의 수염을 닮은 쇠'란 뜻이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의 수염을 떠올리며 이런 용어를 개발한 선인先人의 상상력도 정말 신기하다. 이 발명품은 15세기 경 유럽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진다. 시계 같은 정밀기계의 부품으로 들어가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젠 볼펜, 침대, 자동차, 건물의 내진설계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용수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되려는 성질이다. 이를 '복원력'이라 부른다. 17세기 물리학자 로버트 훅은 실험을 통해 복원력은 용수철이 늘어나거나 줄어든 길이에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수식으로 나타냈다.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수철에 매달린 물체의 속력 역시 물체가 현재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정확하게 결정된다. 또 매달린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탄성 잠재력에너지로 변환했다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는 특징은 용수철로 하여금 단순히 힘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넘어 에너지 저장의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용수철과 현재의 움직임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물체의 전혀 다른 두 성질이 만나 이토록 역동적인 진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역시, 서로 다른 방향성이 팽팽하게 공존하기에 동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회전의 미학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앞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성은 물체의 회전운동에서도 유사하게 작용한다. 외부의 돌릴 힘이 없는 상태라면 가만히 있는 물체는 계속 가만히 있고, 돌고 있는 물체는 그 회전을 유지하려 한다. 물리학에선 이를 관성모멘트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커지는 성질을 지녔다.

마치 체조 경기의 평행봉 처럼 보도블록 가장자리 턱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넘어질 듯 말 듯 스릴을 즐기던 아이들은, 몸이 옆으로 기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자연스럽게 양팔을 옆으로 쫙 펼친다. 우리 모두 대부분 어릴 적에 다 해본 장면이다. 


왜 그럴까? 팔을 몸통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뻗으면 몸 전체의 관성모멘트가 커지고, 그 결과 몸이 옆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며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물리학 이론을 모르더라도, 관성모멘트를 이용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이런 마법같은 기술은 이미 본능적으로 아는 셈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

패러데이맥스웰을 비롯한 많은 물리학자 덕분에 인류는 전자기력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추게 되었고, 빛의 정체 또한 밝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전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주체인 전하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원자는 또다시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과 음전하를 가진 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박을 마찰시키면 뭔가 신비로운 성질이 깃들어 깃털이 달라붙게 된다고 생각했다. 18세기에 들어 이 전기적 성질이 실을 통해 대전帶電된 물체에서 그렇지 않은 물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이때부터 물리학자들은 전기를 띠며 흐르는 무언가가 내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하를 양전하와 음전하로 분류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전하電荷에 대한 이해가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맥스웰 방정식(전기장과 자기장에 관한 연립방정식)이 완성되고 한참 뒤의 일이다. 1897년, 영국 물리학자 조지프 존 톰슨이 전자를 발견한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19세기 중후반에 들어 사람들은 진공상태의 관 양쪽에 고전압을 걸어 한쪽을 음극, 반대쪽을 양극으로 만들면 음극 쪽에서 음전하를 띤 무언가가 튀어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를 음극선이라 불렀다. 톰슨은 음극선의 경로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걸어가며 성질을 분석, 그 정체가 질량을 가진 입자란 결론을 내렸다. 이후 어니스트 리더퍼드의 살험을 통해 원자핵의 존재가 밝혀지고, 원자가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과 음전하를 가진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오늘날의 원자모형이 탄생했다.   

물리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전자기 현상들을 어떻게 전자를 통해 설명할까? 스마트폰에 자꾸 먼지가 달라붙어 곤란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는 반드시 먼지가 대전되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먼지도 스마트폰에 달라붙을 수 있다. 중성인 물체가 어떻게 정전기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나일론 천으로 유리 재질의 스마트폰 화면을 닦게 되면 마찰에 의해 스마트폰 표면이 대전되고, 그로 인해 전기장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전기장은 근처 먼지 내부의 전하 분포를 변화시켜 부분적인 대전을 일으키게 된다. 구체적인 과정은 물질의 특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현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당시 물리학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것이었다. 뉴턴 역학은 일상의 물리법칙들을 설명해왔고, 물리학자들은 체계가 완성되었다고 믿었지만, 아인슈타인이 그 체계를 다시 세운 것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음에도, 물리학자들은 뉴턴 역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속도가 빛에 비해 충분히 느린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여전히 훌륭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뉴턴 역학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틀로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물리학이 발전하는 주요한 방식이다. 기존 이론이 설명하는 세계를 포함하면서, 그 너머까지 밝힐 수 있는 깊은 이론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물리학의 흐름을 바꾼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20세기 물리학이 가져온 혁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시기, 물리학의 다른 영역에서 진정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원자론의 마지막 퍼즐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된 것은 결국 원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보어의 원자모형은 수소 원자의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모형은 수소가 아닌 다른 원소들의 분광 스펙트럼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 당시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여러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약점도 존재했다. 해결할 수 없는 아래의 문제들이 있었다.

첫째는 원소의 주기성이다. 1869년 주기율표라고 불리는 표를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제작했다. 모든 원소는 원자 번호와 화학적 성질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규칙은 그의 경험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왜 그런 주기성이 나타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째는 원자들이 자기장 속에 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인 제이만효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1896년 네델란드 물리학자 피터 제이만은 자기장이 원자의 스펙트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자기장이 스펙트럼 선을 두껍게 만드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하나의 선이 여러 개로 갈라지며 나타나는 것이었다.  


어쩌면 완전한 물리학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결핍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였으니까. 혼란과 충돌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갔다는 증거이다. 완전하지 않기에 계속될 수 있다.

물리학은 세상 만물의 이치를 탐구한다

이밖에도 책은 열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 및 현대 우주론에 관한 설명을 이어간다. 나는 학창 시절에 과학, 물리학 같은 학과목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신문기사나 독서 중에 알기 못하는 용어나 이론이 나오면 인터넷을 활용해 검색해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해 왔다. 그래서 부족한 과학 지식을 채우고자 이 도서를 읽게 되었고 정말 유익한 공부 시간이었다. 나처럼 문과 출신이라 과학 분야에 약한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과학 #물리학 #외우지않아도괜찮아물리학 #이승재 #오영훈 #위즈덤출판사 #위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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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벤처 - 1명이 10,000명의 AI 조직원을 지휘하는 시대
송인혁.이은영 지음 / 휴먼큐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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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규모로도, 아니 작기 때문에 오히려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세상. 일곱 명이 쉰여덟 명의 일을 해내고, 한 사람이 세계를 상대하는 세상. 사회가 정해놓은 학벌이나 경력 같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조직의 틀에 끝내 편입되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자기 힘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문이 열린 세상. 우리는 그 속에서 비상을 겪었고, 곧 알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만의 행운이 아니라 인터넷의 등장에 맞먹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라는 것을. 바야흐로, 작은 것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송인혁은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로 2025년 사업적 위기로 58명이던 회사가 7명이 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버려진 맥북 몇 대를 엮어 AI 에이전트 ㅈ조직 솔루션 AXIT를 구축하며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소수 정예 조직이 흑자 전환을 달성한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공저자인 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는 경험 기획자로 역사문화유산부터 K-POP IP까지 위치기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척하며 '서울관광 스타트업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올해의 관광벤처 최우수기업상'을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현장 밀착형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영역에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인해 회사의 근로자가 쉰여덟 명에서 일곱 명으로 줄었다. 그것도 두 대표를 포함해서다. 이후 사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 규모를 90% 가까이 줄인만큼 사업도 매우 쪼그라들어야 할텐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오히려 사업의 규모는 더 커졌고, 각 사업도 훨씬 잘 돌아가고 있다. 매출은 쉰여덟 명 시절을 능가했음에도 한 달 운영비는 그 때에 비해 10분의 1로 내려갔다. 매달 영업이익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추적해 보자.


나노벤처의 시대가 왔다


이스라엘의 슬로모, 네델란드에서 태어나 발리에서 일하는 레벨스, 프랑스의 마크 루, 미국의 기숙사 친구들, 그리고 서울의 리얼월드 등 나노벤처는 실리콘밸리의 유행만이 아니라 인터넷이 닿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성공할수록 커지는 대신 성공할수록 더 작아지고 강해지려는 회사. 사람의 노동이 아니라 AX로 무장한 시스템이 실행을 맡고, 구성원 전원이 저마다의 에이전트 팀을 지휘하는 체인저인 회사. 작아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작아서 더 잘하는 회사. 대기업의 시대와 스타트업의 시대를 지나, 나노벤처라는 새로운 종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것들의 시대

조직 안에서 늘 책임을 다하고, 어제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 개선해보려 하지만 그만하라는 말, 무리하지 말라는 말, 하던 대로 하라는 말에 지쳐버린 사람. 슈퍼맨처럼 하고 싶은 일이 마음속에서 솟아나더라도 조직 안에선 힘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 사람. 회의 시간마다 새로운 걸 해보자고 손을 들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사람. 계속 창업을 꿈꿨지만 돈과 사람과 조직이라는 벽 앞에서 접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 이미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데, 아무리 애써도 커지지 않는 규모의 벽에 부딪혀온 사람. 통계학에는 이런 존재를 부르는 말이 있다. 아웃라이어outlier.

AI는 그 매듭을 끊었다. 소통 비용 없이 불어나는 실행력, 게으름을 모르는 노동력, 사람을 끌어올리는 도구, 그리고 사람들 사이가 아니라 시스템 안에 살게 된 조직의 능력. 그 위에서 회사의 최적 크기는 다시 계산되고 있고, 그 새로운 답이 바로 나노벤처다. 

큰 조직은 변화 앞에서 오히려 무겁다. 지켜야 할 방식이 있고, 설득해야 할 사람이 있고, 무너드려야 할 자기 성이 잇다. 반면 아웃라이어에겐 지킬 것이 없다. 표준 경력이 없다는 것, 큰 조직에 속하지 못했다는 것, 100년 동안 약점이던 그 조건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유리한 출발선이 되었다. 마침내 아웃라이어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이다.

나노벤처의 인재: 체인저의 탄생

체인저는 이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다. 연구자들은 이들을 제너럴리스트라 부르지만 이말로는 다소 부족하다. 제네럴리스트는 자칫 여러 가지 두루 아는 사람, 옛날의 스페셜리스트의 반대편에 선 사람 정도로 좁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이다. 핵심은 넓이가 아니라 방향이다. 넓게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앎으로 눈앞의 문제를 실제로 풀어 상황을 바꿔내는 사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정의하고, 시스템을 세우고, 여러 도구와 사람을 엮어, 없던 해결을 있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바꾸는 사람, 체인저라 부른다. 방금 말한 문제 해결자와 체인저는 같은 사람의 두 얼굴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그 힘이 결국 상황을 바꾸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3가지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첫째, 경계 없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다.
둘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셋째,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회사의 자산을 시스템에 담기

회사의 경험과 자산을 ‘스스로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내는 것. 8년의 노하우가 폴더 속에 잠드는 게 아니라 매일 아침 출근해서 일하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 그러니까 에이전트 시스템 구축이란 IT 프로젝트가 아니다. 회사 구성원의 능력을 시스템 안으로 옮기는 이사다. 즉 나노벤처의 심장 만들기인 셈이다.

AI 활용의 4단계

1단계~ 묻고 시키는 단계
2단계~ 코딩의 단계
3단계~ 에이전트의 단계
4단계~ 오케스테이션


러닝 루프를 만들기

앞서 우리는 심장을 만들었다. 에이전트라는 배역들이 관문을 따라 흐르고, 데이터와 기억이 내 쪽에 쌓이는 시스템. 그런데 이 심장에 숨은 성질이 하나 더 있다. 뛸수록 강해진다는 것. 세상의 심장은 뛸수록 닳는다. 기계도 쓸수록 낡는다. 조직도 그랬다. 시간이 갈수록 굳고, 느려지고, 묽어졌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야기할 구조를 갖춘 회사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일할수록 강해지고, 실패할수록 똑똑해지고, 시간이 그 회사의 편이 된다.

삼성전자도 KT도 이를 만든다. 다만 그들은 수천억 원의 예산과 수년의 시간으로 만든다. 결재를 받고, 부서를 조율하고, 위원회를 거치면서 말이다. 반면 몸이 가벼운 회사는 같은 구조를 몇 달이면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 회사는 일곱 명으로 여섯 달 만에 만들었다. 그것이 이 시대가 작은 회사에게 건네는 형평의 선물이다.


나노벤처가 되려면

나노벤처가 되려면 리더가 맨 앞에 서야 한다. 회사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선봉에 서서, 혼자서든 구성원들과 함께든 회사가 일하는 방식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절대로 AI 전환을 구성원에게 위임하지 마라.

사람을 심판하기 전에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기능의 담장이 서 있는 한 그 안의 사람은 담장 안에서만 생각한다. 담장을 허물고, 일을 기능이 아니라 문제 단위로 다시 묶어야 한다. ‘당신은 디자이너입니다’가 아니라 ‘당신이 이번 주 이 문제의 주인입니다’로. 기능은 시스템이 맡고 사람은 문제를 맡는 구조. 그것이 앞서 말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사람 쪽 이야기다.

한쪽 문이 닫힐 때, 신은 어딘가에 창문을 열어둔다

지금 세상을 뒤흔드는 AI 회사들은 월 매출액이 조 단위를 넘나들지만, 그 조직의 규모는 기존의 공식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 기숙사에서, 여행길에서, 폐허가 된 사무실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은 주인공들도 학력이나 배경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들도 현 상황을 어리둥절해 한다. 단지 먼저 시도했고 미래로 그들을 일찍 데려다 놓았다. 나노벤처란 새로운 시대는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경영전략 #나노벤처 #송인혁 #이은영 #AI조직원 #휴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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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북 서평단에 선정되어 샘플북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투자란 단순히 매물을 사고파는 기술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비좁은 시공간을 넘어서겠다는 선언이자, 현재의 삶을 완전히 전복해 보겠다는 결기가 담긴 행동이다. 무리가 주는 편안함과 거짓 안도감에서 당장 빠져나와라. 돈 공부의 최종 목적은 자본의 노예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도권을 완전히 되찾는 것이다. 홀로 외롭고 쓸쓸한 길을 걸으며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하는 사람만이 상위 10%, 나아가 1% 부의 정점에 설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수영(부투스쿨TV)는 날카로운 투자 인사이트로 30만 구독자를 사로잡은 유튜브 채널의 대표이자 20년 차 실전 투자자다. 스무 살 무렵,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좁은 고시원 방에서 2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자본주의와 돈의 작동 원리를 파고들었다. 이후 스물한 살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1,800만 원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첫 투자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투자 활동을 이어오면서 현재 150억 원의 자산을 일구었다.


총 4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당신이 가난한 진짜 이유(파트1), 돈 버는 자들의 사고방식(파트2), 지금 당장 돈 버는 전략(파트3),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의 미래(파트4) 등에 걸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흔세 가지 이야기와 함께 투자에서 끝까지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반면, 지금 읽고 있는 샘플북엔 '돈은 늘었는데 왜 우리는 더 가난해지는가', '빈자는 다하고 부자는 곱한다', '사실 당신은 부자가 될 생각이 없다', '자유는 소비가 아니라 소유에서 나온다', 자본주의의 두 계급, 사는 자와 파는 자', '서울 집값은 만만했던 적이 없다', '시장이 미친 게 아니다', '시간과 노동력을 부자의 그릇에 담아라' 등 여덟 가지 이야기만 담겨 있다.


빈자貧者는 더하고 부자富者는 곱한다


자본주의에서 돈을 모으는 방식은 두 가지뿐이다. ‘덧셈과 곱셈’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덧셈으로 돈을 모은다. 매달 일하고 받은 월급을 계속 저축한다. 하지만 덧셈의 세계는 잔인하다. 잠을 줄이고 밤거리를 달리며 투 잡, 쓰리 잡을 뛸 수 있지만 결국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모든 소득도 함께 멈춘다. 그렇다. 노동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끝내 부의 임계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부자들은 곱셈으로 돈을 번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팔지 않고 대신에 돈이 스스로 돈을 벌어오는 시스템과 자산을 구축하고, 여기에 레버리지(대출, 타인의 시간)까지 추가해서 곱셈의 규모를 키운다. 즉 종잣돈 1,000만 원이 10%의 수익을 내면 100만 원이지만, 이들은 레버리지를 끌어와 종잣돈을 1억 원으로 불려서 수익을 1,000만 원으로 만든다. 이처럼 노력은 비숫함에도 그 결과는 열 배의 차이가 된다.

레버리지에 대한 나의 추억을 얘기해보려 한다. 이 용어는 1970년대 후반 대학시절 재무관리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 미국 유학파 교수가 이를 도표로 그려가며 강의에 열성이었다. 직감적으로 난 '이건 시험문제로 출제되겠다'고 느꼈기에 노트에 강의 내용을 빼곡하게 기록했다. 예상대로 중간고사에 출제되었다. 사실 레버리지란 무겁고 덩치 큰 물건을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지렛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교수님은 부채를 활용하여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강의했었다.

상고商高를 다닐 때 '부채'란 갚아야 할 돈이므로 가급적 빌리지 말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던 터라 나쁜 이미지의 선입견先入見을 갖고 있는 나에게 '레버리지 강의'는 매우 흥미롭고 충격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이후 난 배운 대로 부채(은행차입)을 활용해서 투자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비교적 일찍 재테크에 눈을 떴다.     

자유는 소비가 아니라 소유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착각한다. 언젠가부터 유행하던 '파이어족'의 자유도 이런 상태로 잘못 비유하곤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고, 계절별로 의류 뷰띠크에서 신상 옷을 사 입고, 연휴엔 최고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삶이 바로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일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코 자유가 아니다. 현실의 자본주의는 인간을 이런 착각에 빠지도록 구조화한 셈이다.    

자본資本은 주말도, 밤도, 휴가도 포기하고 언제든 나를 위해 일하라고 요구한다. 얼핏 보면 근로자들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예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혼과 시간을 갈아 자본에 충성을 다하는 근로자들에겐 일반인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몸값을 준다. 고소득 직장인들이 누리는 거창한 소비력은 바로 자신이 투입한 영혼과 시간의 대가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한다면 '소비력'이 아닌 '소유'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언제, 어디서, 누구와 일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유가 크고 많아질수록 이에 따른 선택권 또한 확장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유는 바로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다. 사랑하는 가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롯이 내 시간을 모두 바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비싼 선물이다.

시간과 노동력을 부자의 그릇에 담아라

뭐니뭐해도 현금이 최고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금방 사용하기엔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싶다. 국세청에서도 현금 사용 추적엔 한계가 있다고 실토한 바도 있었다. 그래서 음성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현금을 제일 선호한다. 종종 정치인의 집을 압수수색 나섰다가 고액권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거나 불법 카지노를 운영했던 사업자가 마늘밭에 현금 다발을 묻어 두었다는 기사들도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하지만 현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존 게임에서 가장 게으른 자산이다. 쌓아놓은 현금은 좀처럼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은 갈수록 돈의 가치를 갉아먹는다. 부자들은 돈이 생기면 주식,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한다. 그 이유는 자산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돈이 돈을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부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의 영원한 스승 공자"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며 배움學을 강조했다. 그런데, 배움이 배움 그 자체에 머문다면 사실 '죽은 지식'이 되고 만다. 지식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부富도 쌓아놓기만 하고 투자하지 않으면 돈을 버는 자산으로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레버리지를 활용해 더 큰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두렵다고 망설이면 멈추게 된다. 부자들은 두려운 상태에서도 한 걸음 내딛는 야성을 발휘했다.

부자가 되는 삶

책은 현실적인 고민들을 충실히 담고 있다. 무작정 투자하라고 등 떠미는 대신에 돈의 흐름을 읽고 기회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워 단순히 '돈을 버는 사람'을 넘어 스스로 돈을 버는 시스템인 '자산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책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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