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학에 대한 위당 이해의 특징은 <발본색원론>을 해설한 데서 잘 드러난다. 위당은 <발본색원론>에서 쟁탈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바로 '간격(間隔)'과 '감통(感通)'이다. 천고 사태의 변화를 간단히 개괄해서 말하면 '감통'에서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간격'에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양명은 <발본색원론>에서 쟁탈의 원인을 '자사(自私)'와 '물욕(物慾)'에서 찾는다. '자사'는 스스로를 사적 존재로 인식하는 사적 자아의식이며, '물욕'은 외부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다. 양명은 '자사;로 말미암아 너와 나 사이에 거리가 생기고, '물욕'으로 인해 너와 나 사이가 가로막힌다고 본다. '자사'와 '물욕'으로 인해 너와 나 사이에 '간격'이 생기면, 이로부터 대립과 갈등 및 투쟁이 발생한다... 쟁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와 '물욕'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면 본심 양지가 본래 지니고 있는 감통 기능이 발휘된다. 양명은 본심 양지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여기는 감통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본다. 이 양지의 감통 기능을 발휘하면 만인이 자기 재능을 실현하고 서로 화락(和樂)하게 지내는 대동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 '감통'과 '간격'은 위당이 인간 사회의 쟁탈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 제시한 두 개의 핵심어다. _ 정인보, <양명학연론>, p29 해제 中
2021년도 이제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독서의 여정에 마침이 있을 수 없겠지만, 도중에 이정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업이라 여겨지네요. 2021년 한 해를 돌아보며 서재 이웃분들의 좋은 글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보여주셔서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책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참 많은 것을 배웠던 한 해 였습니다.
올 한 해를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 1893~1950)의 <양명학연론 陽明學演論>으로 마무리를 지어 봅니다. 쟁탈을 해결하기 위한 '자사'와 '물욕'의 근원적 제거와 양지의 회복. 시대상황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위당의 글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감통'과 '간격'을 통한 대동사회로의 지향은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의 두 저작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 분업(分業)을 강조한 스미스의 생각은 자본(資本) 중심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본(人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내년에는 여러 면에서 큰 변화가 있겠지만, 외부에서 '감통'과 '감응'이 아닌 자신으로부터 이들을 꺼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인간 문화는, 이를 하나의 전체로 볼 때 인간의 점차적 자기 해방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언어, 예술, 종교, 과학은 이 과정의 다양한 국면이다. 이것들 모두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힘을 발견하고 증명한다. 그것은 인간이 그 자신의 세계, 하나의 '이상적' 세계를 건설하는 힘이다. _ 카시러, <인간이란 무엇인가> , p390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에게 더 많은 독서와 성찰이 필요하겠지요. 새해에도 이웃분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 되길 희망하며, 이웃분들 모두 원하시는 바 많이 거두시는 2022년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