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불이 꺼지고 깊은 밤이 찾아오면 희미한 빛이 나타났어요. 어둠속에서는 희미한 빛이어도 잘 보이겠지만 늦은 밤 도서관 안을 다니는 빛은 눈에 잘 띄지 않았어요.

 

 희미한 빛은 가까이에서 보면 연한 파란색으로 보였어요. 귀신이나 도깨비불일까요.

 

 이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깊은 밤 도서관 안을 누비는 희미한 파란 빛은 저세상 사람이에요.

 

 저세상에 갔는데 어떻게 도서관에 오느냐면, 어떤 사람이 저세상에 갔지만 새로운 책이 자꾸 나오는 걸 보고 도서관에 가게 됐어요. 그 뒤부터 저세상 사람은 도서관에 다니게 됐어요. 다른 사람은 없는 깊은 밤에.

 

 밤에는 이 세상에 머물 수 있어서 책을 봤지만 별로 못 봤답니다. 저세상 사람은 저세상에도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저세상에 무언가를 지을 수는 없었어요. 신은 한가지를 허락했어요. 그건 책을 다 볼 때까지 그 책에 들러붙는 거였어요. 책에 들러붙은 사람은 밤에는 책 밖으로 나와 책을 보고 아침이 오면 책속에서 책을 봤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다행하게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언제까지나 책에 들러붙을 수 없었어요. 한주가 지나면 저세상에 돌아가야 했지요.

 

 오, 이런.

 

 어느새 제가 책에 들러붙어 책을 본 지 한주가 다 됐네요. 한주 동안 한권만 봤겠어요. 여러 권 봤습니다. 잠시 저세상에 갔다가 다시 와야겠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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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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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156~157쪽)

 

 

 학교 다닐 때 나만 새학년으로 올라가는 게 힘든지 알았는데, 나 같은 아이가 많은가 보다. 아니 지금 더 많아진 것이거나,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걸 지금은 크게 생각하는 걸지도.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별거 아닌 일로 아이들이 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따돌린다. 힘있는 아이가 누군가 한 아이를 찍으면 그 둘레에 있는 아이는 자신이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고 내키지 않는데도 찍힌 아이를 괴롭힌다.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그러기도 하겠지. 누군가와 함께 다른 아이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 나도 혼자 있기 싫어한 듯하다. 친한 친구는 없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다니려고 했다. 어릴 때는 왜 그럴까. 학교도 작은 사회여서 그렇겠지. 남과 다르지 않게 보이려고. 지금 아이도 학교 친구 많이 생각하는 듯하다. 이 책을 보니.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친구도 다 중학교 2학년이다. 다현이는 초등학생 때 따돌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일 때문인지 다현이는 누군가한테 미움받는 걸 무척 두렵게 여겼다. 초등학생 때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다현이한테 설아가 먼저 말하고 세 친구도 소개했다. 그리고 다섯은 다섯손가락이라 했다. 다현이는 친구들한테 그렇게 솔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거짓말 했다는 건 아니다. 친구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친구한테 맞췄다. 그럴 때는 친구가 곁에 있겠지. 그런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데. 다현이와 같은 반이 된 아람이는 다현이 짝이 된 은유를 싫어했다. 은유가 나쁜 아이여서 그랬을까.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은유가 아람이하고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아서였다. 그때 은유 마음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때가 지났다고 다시 친해지기는 어렵겠지.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은 게 마음에 안 들면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면 될 텐데 다른 사람한테도 싫어하라고 강요하다니(다른 사람은 받아들이는데 자신만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괴롭다. 그런 마음 나도 좀 알지만). 옆에서 안 좋은 말을 듣고도 “맞아, 맞아.” 하는 것도 우습다.

 

 처음에 다현이가 아람이 병희 설아 미소 눈치를 보는 게 답답했다. 다현이는 그 친구들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이것저것 사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예전에 나도 그랬구나. 난 다현이 마음과는 조금 달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걸 친구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 걸 조금 부담스럽게 생각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관계,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아주 없지 않겠지. 사람을 사귀다 보면 좋은 거나 맛있는 걸 나누고 싶지 않을까. 그건 괜찮겠지. 어쩌면 친구는 서로 부담을 주고받는 사이일지도 모르겠다. 다현이와 네 아이 사이는 건강하지 않았다. 누군가 한사람이 다른 아이를 보고 쟤 이상해 하면 모두 맞장구 치고 그러지 않으면 따돌린다니. 다현이는 마음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면서도 네 아이 말에 맞장구 쳤다.

 

 좋지 않은 관계는 언젠가 깨어지고 만다. 네 아이가 다현이를 다섯손가락에서 뺐구나. 다현이 대신 예전에 밉상이라 하던 아이를 넣었다. 그러면 즐거울까. 초등학생 때도 다르지 않지만 중, 고등학생 때는 친구가 무척 중요하다. 따돌림 당하면 마음이 많이 아플 거다. 다현이가 다른 네 친구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혼자는 아니었다. 다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었다(그걸 보고는 소설이니 그렇지 했다). 은유는 혼자여도 괜찮다 여겼다. 하지만 한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이 마음 모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은유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고. 만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한사람이 죽으면 그럴 수 없겠지. 은유가 두렵게 여기는 건 다른 사람 죽음이다. 다현이는 아빠가 세상에 없지만, 여기 저기 있는 것 같다고 여긴다. 언젠가 은유도 세상을 떠난 엄마가 여기 저기 있다고 여기길. 다른 네 아이도 지금 그대로 자라지 않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평생 친구? (……) 그런데 나는 영원한 친구 이런 거 안 믿어. (176~177쪽)” 친구라고 영원한 건 아니구나. 난 아직도 그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는 걸 아쉽게 생각한다. 언제쯤 난 그런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은 다 혼자다. 혼자면서 함께 하기도 하겠지. 서로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좋겠다. 자신한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을 원망해봤자 자신만 괴롭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 자신을 좋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자(나한테 하는 말이구나). 그전에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겠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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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눈은 깃털보다 무겁다

 

세상 모든 것을 감싸듯

눈은

천천히 천천히 땅에 내려앉는다

 

차갑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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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의 연회 - 연회 시작과 끝   塗佛の宴 : 宴の始末 (1998)

교고쿠 나츠히코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2017년 01월 10일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좀 긴 이야기 《도불의 연회》 ‘연회 준비’를 몇 해 전에 봤다. 이번은 ‘연회 시작과 끝’이다. 앞에 것에도 나왔을 텐데 도불은 누리보토케라는 요괴 이름이다. 이번에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건 교고쿠도 시리즈 제목에는 요괴 이름이 쓰인다는 걸. 왜 다른 거 보면서는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그저 요괴와 상관있게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일으키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언제 교고쿠도 시리즈가 백귀야행 시리즈로 바뀌었나. 《백귀야행》은 교고쿠도 시리즈 번외 같은 거 아니던가.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있다. 《백기도연대》. 어쩌다 보니 책을 보기는 했는데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이 책만 그런 건 아니구나. 사람 기억이 그렇지. 쓴다고 오래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교고쿠도라고도 하는 추젠지 아키히코는 기억을 잘 하는가 보다. 부럽구나.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니. 난 안 좋은 건 잘 잊지 않는다.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안 좋은 느낌은 그대로여서 난 내마음을 굽히지 못한다. 좋은 게 좋잖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건 책이랑 상관없던가. 아니 아주 없지 않다.

 

 여기 나오는 많은 사람 기억은 이상하다. 이상한 게 아니고 누군가 바꿨다. 한두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다. 최면술, 약물 그런 게 쓰인 듯하다. 정말 사람 기억을 그런 걸로 바꿀 수 있을까. 그저 소설일 뿐이라면 좋겠지만 일본에는 그런 생각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를 아주 바꿔버리고 싶은 사람 말이다. 그런 걸 연구한다고 하면 지원해줄지도. 아니 일본에만 그런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구나. 실제 잊고 싶은 기억만 잊게 하는 약을 만든다고 한 걸 봤다.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일상을 누릴 수 없는 사람한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을 다 갖고 산다. 그게 바로 자신이다. 나도 피하고 싶은 건 피하면서(그건 단 하나다) 안 좋은 기억이라 해도 지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구나. 자신의 기억이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기도 하다. 사람은 자기한테 좋게 기억하기도 한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것일지도.

 

 지난 이야기 연회 준비 마지막은 소설가로 추젠지 친구인 세키구치가 오리사쿠 아카네를 죽인 범인으로 경찰에 잡혔다. 그런 일 바로 친구들한테 알려지려나 했는데 이번 ‘연회 시작과 끝’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그때가 오고서 세키구치 이야기를 모두가 알게 된다. 소설이니 시간이 그렇게 흐를 수도 있지. 길의 가르침 수신회, 한류기도회, 성선도, 조잔보, 풍수사, 연구가. 여러 단체와 여러 사람이 한 곳에 관심을 가졌다. 그곳은 이즈 나라야먀 산골이다. 형사인 기바 어머니와 여동생도 성선도와 길의 가르침 수신회에 빠진다. 어느 날 기바는 사라진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무엇이 문젤까 하는 사람 있겠지. 누군가 그걸 알고 살짝 무슨 말을 하면 바로 거기에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신흥종교가 생각나는구나. 예전에도 이 시리즈 보면서 신흥종교가 옛날부터 있었구나 했는데. 사람 마음이 약해서 그런 데 기대는 거겠지.

 

 어떤 사람은 지난날을 잊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그걸 잊으면 그건 없었던 일이 된다고. 성선도가 그랬다.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아주 사라질까. 그건 아니다. 잊고 싶은 건 잊고 편해지고 싶은 사람은 그 말에 끌릴 듯하다. 불로불사에 끌리고 나라를 뒤집을 생각에 빠진 사람도 있었구나. 그런 사람도 모두 한 사람이 계획한 게임 말일 뿐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을 이용하고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건 재미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런 이야기 처음이 아니기는 하구나. 한사람이 모든 걸 꾸민 건 아니지만. <트루먼 쇼>던가. 그걸 보지는 않았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 꾸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구나. 언젠가는 깨질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자신이 먼저 부수려 했다. 식구를, 식구 같은 마을을.

 

 헤비토 마을 사람이 그렇게 되고 다른 곳에 살던 사람도. 한 집안은 아예 무너졌다. 식구는 누군가 조금 상관하면 그렇게 쉽게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한테 불만이 있다 해도 식구여서 참기도 한다. 그런 걸 이야기하면 좀 나을까. 가끔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구나. 여기 나오는 시대는 예전이다. 마음속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는 시대. 지금도 다 하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식구기에 참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난 그 말 싫다. 누군가는 참고 누군가는 마음대로 하다니. 나도 옛날에 태어났다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모르겠다. 어렸을 때 난 지금과 달랐던 것 같다. 이것저것 몰랐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책을 봐서 조금 알게 됐던가. 그럴지도. 어릴 때는 책을 안 봤으니 뭘 알고 생각했겠나. 책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배울 점이나 생각할 건 있다. 생각하게 한다고 해야겠다.

 

 세상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고 추젠지는 말한다. 이건 작가가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요괴가 다른 곳에서 온 기술자일 수도 있다는 말 인상 깊다.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끌려간 사기장을 신으로 모신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일본 신과 요괴는 아주 다르지 않다. 누리보토케는 여기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해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게. 그래도 추젠지가 여러 사람한테 씌인 것을 벗겨낸다. 책을 보는 사람도 무언가에 씌이는 걸까. 책이 끝나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무언가 다 끝난 것 같지 않아설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럴까. 살아 있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죽어도 모두 끝나지 않는구나.

 

 

 

희선

 

 

 

 

☆―

 

 “그렇지요. 기록이 없는 지난날은 사라지면 아주 없어집니다. 지난날을 붙들어 둘 수 있는 건 본래 물질뿐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물질에 가져오는 물리 변화만이 지난날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물질은 없어져요. 따라서 정보를 다음으로 이어가지 않는 한, 지난날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날이라는 건 본래 사라지는 것. 남겨두고 싶다면 기록하거나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불의 연회 : 연회 시작과 끝》 下권, 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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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커피 가게로 다가가니

좋은 커피 냄새가 났어요

냄새가 좋은 것처럼 맛도 좋으면 좋을 텐데 했어요

 

다시 걷다가

커피 맛을 잘 모른다는 걸 알았어요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고도

그걸 잘 모르다니

커피보다 단맛으로 마신 거겠지요

 

온전히 커피만 마셔야

맛을 알 수도 있을 텐데

 

커피 맛 잘 몰라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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