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간다





고장이 나면 고치고

또 고장이 나면 고쳤는데,

이젠 그것도 하지 못하네


더는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

시계는 시간을 새기며 낡아갔지


한 시대가 가는 걸 알리 듯

시계는 영영 멈추었네


잘 가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같은 달 아래
지미 리아오 지음, 정진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아, 미안해. 하늘 아래엔 사람만 살지 않는군. 많은 생물이 지구에 살고 같은 하늘 아래를 걷지. 달리고 기고 나는 것도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한 건 이번에 그림책 《같은 달 아래》(지미 리아오)를 만나서야. 지구 어디에 있든 해와 달을 보겠어. 시간은 조금 달라도 어디에서 보든 해와 달은 그렇게 다르지 않겠어. 그런 거 생각하면 신기하지.


 유유는 집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뭔가를 기다렸어. 처음 유유 집을 찾아온 건 뭐였을까. 사자야. 동물의 왕이다 하는 사자가 나타나다니. 난 사자가 나타난다면 무서워서 문이 잘 잠겼는지 봤을 텐데. 유유는 기쁜 목소리로 엄마한테 사자가 왔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가. 사자 발에 못이 박힌 걸 보고 유유는 못을 빼주고 발에 붕대를 감아줬어. 아픈 사자를 위로해주기도 해.


 달이 바뀌는 모습을 유유는 다친 동물과 봐. 다음엔 엄니를 다친 코끼리가 찾아와. 그때도 유유는 코끼리를 반기고 잘 치료해줘. 두루미는 날개에 화살이 꽂혔어. 유유는 동물 치료를 잘 해주는군. 동물 사이에 유유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까. 여기엔 사자 코끼리 두루미만 나왔지만, 다른 동물도 유유를 찾아왔을지도 모르겠어. 달도 함께 보고 잠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겠어.


 여전히 유유는 창가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기다렸어. 차가 멈췄어. 유유는 그걸 보고 바깥으로 뛰어나갔어. 거기에서 유유가 만난 건 누구였을까. 아빠라고. 맞아. 유유가 늘 기다리던 건 아빠였겠지. 아빠는 전쟁에 나갔던 거였나 봐. 아빠는 다리를 다치고 돌아왔어. 유유는 아빠 다리에 붕대를 감아줬어. 그동안 동물을 치료해줘서 힘들지 않았겠지. 유유 아빠가 죽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행이군. 엄마도 아빠가 돌아온 걸 기뻐했어.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해도 유유는 창가에서 바깥을 볼 것 같아. 다친 동물이 또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그때는 유유와 아빠가 함께 다친 동물을 치료해주고 붕대를 감아주겠어. 달구경도 함께 하겠군.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 낮, 겨울 나무





겨울 낮에도

하늘은 파랗지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가 봐


겨울엔 낮에도

어두운 느낌이 들어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 때문일지도


겨울엔 나무도

잠자는 것 같지만,

그건 보이는 것뿐이야


겨울 나무는

열심히 다음 봄을 준비해


새파란 하늘과 나뭇가지는

잘 어울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자기 컵





오래전에 난 흙이었어

흙이 되기 전에는 돌이었어

돌에서 흙이 되고

흙에서 컵이 됐어


지금 이 모습이 끝일까


어느 날 난 탁자에서 떨어졌어

도자기는 높은 데서 떨어지면

깨지고 말지


슬프고 아쉽지만

도자기 컵인 내 삶은 끝났어

난 흙으로 돌아가


언젠가 다시 흙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그런 날이 올까




희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26-02-04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날은 오겠죠?^^

희선 2026-02-05 03:52   좋아요 1 | URL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6-02-06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자기 컵이 깨지면 신문지 등으로 싸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죠. 그 봉투는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실려 소각장으로 가고, 소각장에서 고온의 불에 타서 재가 될 거예요. 그 재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옮겨져 쌓이겠죠. 매립장의 재는 아주 오랫동안 방치될거예요. 최근에는 모든 쓰레기를 소각하고 그 재를 매립하도록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생활 쓰레기를 그냥 그대로 매립했기에 매립장에서는 유독가스가 계속 올라오고 악취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그 땅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죠. 아주 오랫동안 아마도 몇십년이 아니라 몇 백년이 지나야 그 땅의 유독가스와 악취가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그때 즈음이 되어야 비로소 이 컵이었던 재는 다른 흙들과 섞여 다른 형태가 될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흙이 압력과 다른 요인으로 다시 바위가 되려면 또 수백 아니 수천년이 걸리겠지요. 고작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상상하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위로





내가 쓴 글이

위로가 되면 좋겠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조금이라도 그렇게 될까


좋은 마음은 잠시고

다시 안 좋은 마음이 돼


글은 화로 쓰는 건가

그런 적 있어

부끄러운 글이 되지만

그때 쓰지 않았다면 더 안 좋았겠지


화나는 거든

다른 거든

쓰면 좀 낫겠지

겉으로 드러내는 거니까


이건 위로가 안 되겠어

미안, 미안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26-02-0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쓴이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어떤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화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것이 글쓴이의 잘못이거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희선 2026-02-05 03:54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도 저는 뭐가 좋은데 할 때 있기도 하네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이상한 건가 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있기도 하면서, 그게 아니어도 괜찮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위로해주지는 못해도 상처주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