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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ㅣ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평점 :

꽤 놀라웠다고 하는 유키 하루오 소설 《방주》는 읽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십계》는 만났구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읽다 보니 트릭이나 범인 맞히기보다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가 더 마음 쓰였다. 추리 소설에도 나름대로 사람을 죽인 까닭이 나오기는 한다. 트릭이나 범인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놀란다 해도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처음엔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작가 책 ‘방주’는 정말 놀라울까. 이번에 본 ‘십계’는 모르겠다.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읽으면서 뭔가를 알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무의식은 알아챈 게 아닐까 싶다. 무의식이라니. 처음에 혹시 그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버렸다. 그런 생각은 안 하고 봤다면 좋았을지도. 생각만 하고 마음 써서 보지는 않았다.
개인이 섬을 살 수 있다니. 그건 누구한테서 사는 걸까. 한국도 그럴 수 있을지, 그런 섬에 혼자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잠깐 했는데. 섬을 살 돈은 없구나 하고, 필요한 걸 만들 돈도 없어서 안 되겠다 생각했다. 섬이어도 여러 가지가 다 있으면 거기에서 사는 거 어렵지 않겠지. 오무로 슈조는 오무로 리에 큰아빠로 별장처럼 쓰는 섬이 있었다. 섬을 별장처럼 쓰다니 정말 부자구나. 오무로 슈조가 차 사고로 죽고 만다. 그 섬을 리조트로 만들자는 사람이 리에 아빠한테 연락한다. 리에와 리에 아빠와 여러 사람이 섬으로 시찰을 가게 된다. 관광개발 사람, 부동산 사람, 건설회사 사람 그리고 큰아빠 친구 모두 아홉 사람이다.
섬을 생각하면 어떤가. 섬은 바다로 둘러 싸여서,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무서울 것 같구나. 바깥과 연락하지 못하고 고립된 곳을 클로즈드 서클이다 한다. 폭풍우 치는 외딴 섬이나 눈보라 치는 산장이 그런 거다. 여기 나오는 곳은 외딴 섬이다. 그런 곳에 가면 꼭 폭풍우가 쳐서 섬을 나오기 어렵고 사건이 일어난다. 이 《십계》에서는 조금 다르다. 폭풍우는 치지 않고 바깥에 연락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자 아무것도 못한다. 그건 범인이 시킨 거다. 섬에는 아주 많은 폭탄이 있었다. 그걸 신고해야 한다고 한 사람도 있고 신고하지 말자는 사람도 있었다. 신고했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그건 모르는 일이구나. 신고하지 않고 이튿날이 오자 한사람이 죽임 당했다. 그 사람을 죽인 범인은 나머지 사람한테 여러 가지 지시를 써두었다. 범인을 찾지 말고 사흘 동안 섬에 머물라고 한다.
사람을 죽인 사람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것 같다. 섬에 있는 사람 가운데 범인이 있을 테니. 범인을 찾으려 하면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해서 모두 범인이 시키는 대로 한다. 범인이 하라고 한 걸 꼭 지켜야 하는 ‘십계’처럼 여긴다. 살인사건은 한번이 아니고 세번이나 일어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한사람 한사람 거의 죽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시키는 것을 하는 건 범인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걸 안 할 수 없어서 하는데, 누군가는 죄책감을 크게 느낀다. 섬을 나간 뒤에는 어떻게 될까도 걱정했다. 모두가 죽을지도 모르는 때 범인을 밝히는 게 좋을지 그냥 있는 게 좋을지. 이건 쉽게 결정하기 어렵겠다.
혼자 비밀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건 쉽지 않겠다. 제목이 ‘십계’여서 종교와 상관있는 사건이 나오려나 했는데, 그런 것과는 별 상관없다. 범인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자기 말을 듣게 하고 누군가를 감시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를 했다면 그 사람도 죽였을까. 사람을 죽이기보다 거기 있는 사람과 이야기해 보는 길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범인이 일으킨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내 짐작이 맞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