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군가는 책으로 누군가는 영화로 삶을 바라보기도 하겠다. 책과 영화는 조금 다르지만. 책을 볼 때는 머릿속에 영화가 펼쳐지겠다. 내가 어릴 때는 영화를 가끔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안 본다.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는 얼마 안 되고,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주는 걸 봤다.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지 한 적도 없다. 난 그저 재미있는 걸 봤다. 영화도 책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보지 않을까. 한가지가 아니고 여러가지여서 다행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뒤로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사람이 줄었다. 이젠 많은 사람이 영화를 집에서 보지 않나.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건 다를 텐데. 영화 안 보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앞으로 영화는 달라질까. 벌써 달라졌던가.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에서 만드는 영화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건 영화관에서 못 보겠지. 그 영화는 다른 곳에서 보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영화를 만든 곳에서만 봐야 할까. 나 같은 사람은 한곳에서만 봐야 하면 안 볼 듯하다. 넷으로 시작하는 곳에서 처음 한 만화영화가 시간이 흐르고 다른 곳에서 해주는 걸 보면, 독점은 아닌 듯하다. 만화영화와 영화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난 아니지만, 책을 보고 삶이 바뀌었다는 사람이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고 삶이 바뀐 사람도 있겠다. 영화를 많이 보고 자신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책을 보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쪽에 남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그렇다고 그게 안 좋을까. 그건 아닐 듯하다. 이런저런 영화를 보고 자기 삶을 생각하기도 할 테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멋진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다. 이 책 《고마워 영화》를 쓴 배혜경처럼 말이다. 내가 영화를 보고 글을 쓴다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려고 할 것 같다. 책도 그러는구나. 내용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면 알 텐데.


 여기에는 영화 쉰한편이 담겼다. 내가 본 건 두편쯤이다. 하나도 안 본 게 아니어서 다행인가. 보지 못했다 해도 듣거나 글로 읽은 영화도 좀 있다. 요즘은 뭐든 빨리(몇 배속) 보기도 하는가 보다. 그렇게 보면 안 좋을 것 같은데. 볼 게 많은 게 그리 좋은 건 아니구나. 책도 다르지 않던가. 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다. 내가 그런다고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기는 하구나. 본래 속도대로 영상을 보거나 책을 천천히 본다고 잘 보는 건 아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봐야지 뭐. 영화를 한번만 봐도 깊이 있게 보는 사람 있겠다. 난 그러지 못한다. 책도 다르지 않구나. 영화가 담겼는데 책을 말하다니.


 한강 작가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만든 적도 있구나. 몰랐다.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채식주의자는 다른 나라에서 연극으로 만들기도 했구나. 그 연극은 지금도 할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그게 눈에 띄었다. 영화를 보고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도 있겠다. 배혜경도 그럴 것 같다. 친구와 본 영화(<캐롤>)도 있고 딸과 함께 본 영화(<더 로드>)도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본 영화보다 혼자 만난 영화가 더 많을까. 영화가 아주 사라지지는 않겠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도 사라지지 않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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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0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와 바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진주는

바다를 좋아해요


맑은 날 바다는 무척 예뻐요

반짝이는 바다,

바다를 바라보는 진주 눈도 반짝여요


바람이 세차게 불거나

큰비가 쏟아질 때

진주는 바다를 바라보고 기도해요

빨리 잔잔해지기를


이튿날이 오면

진주 기도에 응답하듯

바다는 잔잔해져요


파도는 밀려왔다 밀려가고

갈매기는 한가롭게 날아요


진주는 여전히 바닷가 마을에 살아요

그곳을 떠났던 적도 있지만

바다가 그리워 다시 돌아왔어요


진주와 바다는

언제나 함께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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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부터 편지를 썼어. 이런 말 처음이 아니지. 어릴 때 하다가 자라고는 안 하는 것도 있겠지만, 편지 쓰기는 언제 하든 괜찮지. 이건 어릴 때만 하는 게 아니야. 편지를 써도 시간이 흐르면 그걸 받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겠어.


 난 말을 잘 못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어. 편지는 말이기도 해. 편지 써서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그건 늘 잠시였어. 지금 생각하니 아쉽군. 처음엔 편지 받는 게 괜찮아도 갈수록 쌓이면 싫을지도 모르겠어. 나 혼자서 하는 말처럼 보였을 테니 말이야. 어쩐지 미안하네. 편지는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써야 하는데, 늘 그러지 못한 것 같아.


 해가 바뀌고 새해가 오면 이번에도 편지 써야지 생각해. 2026년엔 어땠더라. 다르지 않았겠지만, 편지 못 썼어. 편지만 못 쓴 게 아니군. 책도 별로 못 보고, 봐도 잘 못 보고. 책 볼 때 집중이 안 될 때가 많더라고. 내가 한해 동안 책을 얼마나 보든 편지를 어느 정도나 쓰든 아무한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텐데. 아니 나 자신이 있군. 책을 깊이 보고 책 이야기를 잘 쓰는 것보다 많이 보고 싶고 편지도 자주 쓰고 싶어.


 오랫동안 글씨 많이 써서 손가락이 아프다고 한 적 있는데, 그 뒤로 글씨 덜 썼더니 손가락은 나았어. 그때 병원에 가야 하나 하다 자꾸 미뤘는데, 손을 덜 쓰니 낫더라고. 그래도 몇 달 걸렸어. 다른 건 잘 안 써도 안 낫는군. 손가락 안 아프니 글씨 좀 써도 될 텐데(아주 안 쓰는 건 아니야). 손가락 아팠을 때 편지 못 쓰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는 써야지. 내가 쓰는 편지 재미없지만. 그래도 우표 붙은 편지 받는 기분은 좀 좋겠지.






 몇해 만에 우편요금이 올랐어. 그동안 등기는 조금씩 올랐지만, 일반요금은 그대로였어. 이번에 칠십(70)원이나 올랐어. 이제 일반 우편요금은 오백(500)원이야. 이거 비싼 걸까, 싼 걸까. 다른 나라보다 쌀지도 모르겠어. 그러니 다른 때보다 많이 올랐다고 불평하지 않아야겠어.


 아직 편지나 등기 배달 그대로길 바라. 시간이 더 가면 택배만 남을지도 몰라. 그때는 우표도 우체통도 모두 사라지겠군.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우체국이 두 곳이었는데, 한곳은 지난해 시월까지 하고 문 닫았어. 그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에 편지 넣었는데. 한곳이라도 남아서 다행이야. 이제는 그쪽에 편지 넣어. 우체국뿐 아니라 은행도 줄어들고 있겠지.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기보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기로 다할 테니 말이야. 그렇다 해도 모두가 그렇게 하는 걸로 바뀌지 않기를 바라. 그건 더더더 나중이길.






 우체국 문 닫는다는 말이 쓰인 현수막을 보고 우체국 없어지기 전에 사진으로 담으려고 갔더니 우체국 앞에 차가 있더군. 그건 안 들어갔으면 하고 기다려도 차가 안 가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담았어. 한곳에 오래 서 있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는군. 우체국이 문 닫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문만 닫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시간이 흐르면 저기에 우체국이 있었다는 거 아는 사람이 얼마 없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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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8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8-20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26-08-18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반우표가 500원이군요. 우체국이 사라지는 건 슬픕니다. 저는 등기 보낼 일이 종종 있어서 우체국을 이용하는데, 사무실 근처에 있던 우편취급소가 문을 닫아서 이제는 멀리까지 가야해요. 너무 아쉽습니다. 우편이 줄어드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 저도 일반우표을 붙여서 편지 보내던 시절이 언제인지 아득하네요.

희선 2026-08-20 05:10   좋아요 1 | URL
지난달부터 올랐어요 여기뿐 아니라 어디나 우체국 많이 사라졌을 것 같습니다 우체통은 그보다 더 일찍 많이 줄어들었군요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이라도 있기를 바라고 편지를 써야지 한 적도 있는데... 요새는 얼마 안 써서 걱정되기도 하네요 우체국 앞에 있다고 마음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우체통은 다른 우체국 앞에 있는 거...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그게 가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좋았는데, 그런 걸 경험하는 사람 많이 줄었겠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6-08-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보다 우체통도 잘 보이지 않고, 우편취급소가 가까우면 조금 더 자주 이용할텐데, 조금 멀어요. 손편지는 적어져도 우편으로 발송되는 고지서 등 우편물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우체국이나 은행 등 오프라인 지점이 적어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일반 우표도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네요.
희선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끈질기게 하기





하루만 하면 안 되는 건 당연하지

하루하루 그리고 스물하루가 지나고

더 늘어 일백이 되면

비로소 버릇이 돼


버릇이 됐다고 그만하면 안 돼

그걸 오래 이어가야지

그렇게 해도 는 것 같지 않기는 해

더 많은 시간을 쌓으면 좋아질까


시간을 쌓는 건 바보 같다고

그럴지도 몰라

평생 해도 엄청 좋아지지

않을지도 몰라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조금 나을 거야


겨우 얼마 안 되는 것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쓴다는

생각이 들지도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글 쓰기 멈추지 못할 것 같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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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6-08-19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끈질김은 저의 천적...같아요 ㅠㅠ 끈질기자!

희선 2026-08-20 04:43   좋아요 1 | URL
뭔가를 멈추지 않고 한다 해도 조금 쉴 때도 있겠지요 그런 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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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똥별을 보면 바라는 일을 빌라고 한다. 그건 한번도 본 적 없어서 무언가를 빈 적은 없다. 달은 어떨까. 커다란 보름달을 보면 무언가를 비는 사람 있겠다. 옛날 사람은 보름달이 뜬 밤 사발에 냉수를 떠놓고 빌었던가. 그건 다리 뜬 밤은 아니었을지도.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인가. 하늘과 땅 모든 신에게 비는 건가 보다. 난 달을 보고 뭔가를 빌어본 적 별로 없다. 그저 달을 보면 반갑게 여겼다.


 달도 신도 하나던가. 《울지 않는 달》에서 달은 사람이 자꾸 자신한테 무언가를 비는 게 싫었다. 자신은 사람이 바라는 걸 들어줄 힘도 없었다. 사람은 기도하고 이뤄지지 않으면 달을 원망하기도 했다. 달뿐일까, 신도 원망하겠다. 하늘에 떠 있던 달이 땅으로 내려온다. 전쟁으로 그렇게 된 듯하다. 달이 하늘에 없으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달이 하늘에서 없어진 걸 알고 깜짝 놀라거나 세상이 끝나려나 했을지.


 달이 땅에 내려올 때 전쟁 때문에 다친 여자가 자기 아이를 달이 보살펴주기를 바랐다. 여자는 죽어가면서 달이 하늘에 있다고 믿고 그런 기도를 한 걸지도. 늑대 카나와 짝은 굶주렸다. 짝은 새끼를 밴 카나한테 먹을 걸 잡아다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멧돼지한테 죽임 당한다. 멧돼지가 늑대를 공격하고 죽이기도 하던가. 그럴 수 있을지도. 이 이야기에서는 멧돼지를 좀 안 좋게 그렸다. 다른 이야기에서도 멧돼지를 안 좋게 그리던데. 자연에서도 그럴지. 멧돼지는 사람까지 잡아먹었다.


 늑대 카나는 새끼를 다른 늑대한테 보내고 숲에서 만난 아이를 돌본다. 달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둘을 따라간다. 카나와 아이가 멧돼지한테 쫓기자 달은 카나한테 호수 안 섬으로 가라고 한다. 멧돼지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고. 호수 안 섬에서는 카나와 아이 그리고 달이 평화롭게 지낸다. 아이가 심하게 아프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더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심하게 아프자 카나와 달은 아이를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려고 섬을 떠난다. 아무 일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멧돼지가 나타난다. 카나와 달은 아이를 지킨다. 카나는 죽고 달은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간다.


 사람만 서로 돕고 살지 않는다. 동물이나 식물도 서로 돕고 산다. 종이 달라도. 거기에 달도 있었구나. 달은 땅에서 보낸 일을 잊고 하늘로 돌아갔지만. 아이가 사람과 살아도 자신을 보살펴준 달과 늑대 카나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 아니 살다보면 잊을까.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아이는 가끔 달을 보면 그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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