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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 생리학 교과서>와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뇌/신경 구조 교과서>는 서로 보완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인체 생리학 교과서>가 인체의 기능과 작용에 초점을 맞춘 동(動)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구조 교과서 시리즈는 세부 기관의 명칭과 위치 등 정(靜)적인 부분에 무게를 둔다. 


 마치 경제학에서 소득 활동이 flow 개념이고, 자산 부문이 stock인 것처럼 이들 책들은 내용면에서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내용면에서 이러한 차이가 있다보니,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구조 교과서는 보다 전문용어 설명 위주로 구성되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반면, 생리학 교과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들 수준에서 본다면 구조 교과서의 내용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中 심장 관련 부문


[사진] <인체 생리학 교과서> 中 심혈관 관련 부문


 이미 상식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포를 만들어내거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소화활동과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배설활동, 세포의 활동을 위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호흡활동 등이 여러 기관들의 협조와 연결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본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문은 '혀'와 관련된 부문이었다. 예전 과학시간에 혀에서 맛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당연하게도 따라왔었는데, 본문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맛을 느끼는 혀 부위 지도가 잘못된 것으로 검증되면서 이제는 기각된 가설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중 과연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예전에는 지방이 비만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다가 어느 순간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으로 구분되고, 이제는 비만의 원인이 탄수화물로 상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특히 건강관련 상식) 중 상당 부문은 의도된 마케팅이나 연구활동의 결과물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진] <혈관/내장 구조 교과서> 중 혀(tongue)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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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05-1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 공감합니다.. 요샌 커피 연구가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3-05-16 22:22   좋아요 1 | URL
네... 요즘은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그 정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언론이나 학계에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대중들이 유행에 쓸려다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완전경쟁 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의 개입'이다... 한 경쟁적 산업이 그 생산물의 가격을 유지하는 데에 어떻게 정부의 도움을 받게 되는가? 경쟁적인 한 산업을 가정해 보자. 그 산업에 속한 생산자 대부분이 생산물의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관세, 가격지지 프로그램, 또는 그 밖의 다른 형태의 정부 개입을 바란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로부터 이러한 지원을 받기 위해 당해 산업의 생산자들은 아마 로비 조직을 결성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압력단체로서 활동해야만 할 것이다. 이 조직은 상당한 캠페인 campaign을 벌여야만 할 수도 있다. _ 멘슈어 올슨,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 p14


 멘슈어 올슨(Olson, Mancur, Jr., 1932 ~ 1998)은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 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 Public Goods and the Theory of Groups>에서  공동이익(共同利益)을 공유한 개인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조직 활동의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분석한다. 먼저, 개인들은 공동이익의 추구를 위해 로비(lobby) 조직을 만들고, 여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공공재(公共財) 성격을 가지는 조직의 특성상 로비 집단은 구성원들에게 마치 세금과 같은 강제 과세, 의무가입을 요구하게 된다.


 마치 한 특정 생산자가 그 산업 전체로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산출량을 제한하는 것이 비합리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산업 전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 시간과 자금을 들여 로비 조직을 결성하고 유지하는 것도 합리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_ 멘슈어 올슨,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 p15


 국가가 자발적 부담 또는 납부로는 생존해 나갈 수 없고 반드시 '강제적인' 조세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국민국가가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경쟁시장에서의 높은 가격과 같다는데 있다.... 정보가 제공하는 공동의 혜택 혹은 집합적 혜택을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공공재 public goods"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서는 강제적 과세 課稅가 필요하다._ 멘슈어 올슨,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 p19


 저자 올슨은 정부의 공공재와 같은 성격을 노동조합이나 전문직종의 협회에서도 발견하면서, 이들이 강제 가입을 통해 통제력과 협상력을 강화했음을 말한다. 일반 노동조합의 영향력보다 이들 전문가 협회는 지식의 배타성으로 해당 분야에서 테크노크러시(Technocracy)를 하는 집단이니만큼 이들이 가진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대한의사협회도 길드를 지향하는 '소정부'라는데 다른 의견이 없을 듯하다.


 법조인과 의사처럼 번창하는, 그리고 명예스러운 전문 직종을 대표하는 많은 조직도 '강제 가입제'라는 금단의 과일에 손을 뻗쳐왔다. 사실 전문 직능단체 전반에서 '강제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넘친다. 딜런시 Frances Delancey는 "심지어 이 경향은 직업적 길드 guild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현대의 전문 직능단체나 길드는 "소 小 정부" miniature government(정부의 축소판)와 유사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부가 행사하는 모든 유형의 권력이 있다. 공공재와 집단이론>_ 멘슈어 올슨,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와 집단이론>, p217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와의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21일부터 의사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공공의대 설립, 저수가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이번 사태의 본질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이해관계가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공공의대설립과 관련한 문제점과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의사의 입장에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내가 의사 집단에 속하지 않지만, 노동 3권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이상 이들은 단체행동을 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파업을 하는 시기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5일 극우세력의 광화문 집회로 인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하루 종일 확진자 동선 안내 문자를 받으며 코로나 19의 대규모 재유행을 걱정하는 시기에 이들이 벌인 행동은 의료인들의 손길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몸값을 높여 이익을 챙기려는 얕은 술수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전 국민이 위기감을 느낄 때, 의료인들이 보인 행태는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칸나에 전투(Battle of Cannae, BC 216)에서 대참패를 당한 로마의 뒤통수를 가격한 카푸아(Capua)의 배신을 떠올리게 한다. 

 

 대규모의 군대가 적에게 이토록 적은 손실만 입힌 채, 전쟁에서 이처럼 완벽하게 전멸한 사례는 칸나이의 로마군이 유일할 것이다. 한니발은 6,000 명이 채 못 되는 병력을 잃었지만, 그 가운데 2/3은 로마군단의 첫 공격이 집중되었던 켈트족이었다. 반면 전선에 배치된 로마군 7만 6,000명에서, 집정관 루키우스 파울루스와 대리집정관 그나이우스 세빌리우스, 장교들의 2/3, 원로원 의원 80명을 포함한 시신 7만 구가 전장을 덮었다. 집정관 마르쿠스 바로만 재빨리 판단해 베누시아로 말을 몰아 목숨을 부지했다. _ 테어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3>, p188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힘들었던 전쟁 초기 2년 동안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틴 로마 연방이라는 건축물이, 마침내 결속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로마 식민도시 루케리아와 브룬디시움 때문에 심한 피해를 받았던 오래된 두 도시, 그러니까 아풀리아의 아르피와 메사피아이 우젠툼이 한니발 측으로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제2의 도시였던 카푸아는 3만 명의 보병과 4,000명의 기병을 전장에 배치할 수 있었는 바, 한니발 측으로 넘어감에 따라 주변 도시 아텔라와 칼라티아에도 영향을 미쳤다._ 테어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3>, p192


 여러가지로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하반기에는 나아지겠지라는 바람이 눈 앞에서 깨지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끼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내세우며, 전선에서 이탈하는 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배신감이 대한의사협회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공통적인 감정이 아닐까.


  의사들은 누구나 의사가 될 때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of Cos, BC 460 ? ~ BC 375 ?)의 선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선서> 이외에도 여러 저술을 남겼는데, 그 중 <의사의 마음가짐>에는 사례금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의료 수가 문제, 의사 수 확대 문제 모두 경제 문제와 연관되어 있고, 이는 환자들의 진료비와 건강보험과 직결된 문제라 했을 때,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말은 의미 심장하다.


 다음은 사례금에 관한 것이다. 만일 당신(의사)이 치료에 앞서 환자에게 사례금에 대한 얘기를 꺼내고 환자와 당신 사이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액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진료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당신이 응급 처치를 하지 않거나 환자를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할 수가 있다. 따라서 보수에 대하여 환자와 입씨름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염려는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 특히 급성 환자에게 매우 해로운 것이다. 질병이 진행되는 동안 사례금 문제로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쳐 눈물을 흘리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훌륭한 의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명예이기 때문이다. 질병을 않고 있는 환자를 조속히 처치하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부터 유산을 받는 것보다 유익한 일이다._ 히포크라테스, <의학이야기>, <의사의 마음가짐>, p13


 의사(醫師)는 다른 직종과는 달리 선비 사(士)를 쓰지 않고, 스승 사(師)를 쓴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의사협회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면, 스승이 아닌 '사(邪)'를 느끼게 되어 유감이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초심을 가지고 <선서>에 충실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서>을 의학(醫學)의 신(神)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가 그대로 이뤄 주기를 희망한다. 특히, 마지막 대목의 실현을...


[사진] hippocrates oath(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ippocratis_jusiurandum.jpg)


 마지막으로 신들께 바라나니, 만일 내가 이 선서를 지키고 파괴하는 일이 없다면 영원히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생애와 기술을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또한 만일 이 선서를 파괴하고 지키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 반대의 보답이 있도록 하십시오._ 히포크라테스, <의학이야기>, <선서>, p10


PS. 로마를 배신한 카푸아는 그로부터 6년 뒤 처절한 응징을 받게 된다...


 (카푸아 반란에 대한) 벌은 가혹했다. 하지만 카푸아 반란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그리고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당시의 일반적인 전쟁 관례를 고려하면, 납득이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로마가 이 기회를 빌미로, 캄파니아 주정부를 철폐함으로써 이탈리아의 두 대도시 간에 오래도록 팽팽히 내재되어 있던 경쟁심을 충족시키고,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던 경쟁자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와해한 일은 온당하지 않았다._ 테어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3>,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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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8-21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생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고 의료행위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살다가 최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의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엮여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맞겠고, 또 말씀처럼 시기가 잘못된 것도 맞는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0-08-21 20:46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모로 어수선한 요즘입니다. 걱정이 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은빛님 건강하게 주말 보내세요!^^:)
 


 동물의 경우에는 단식으로 인한 건강 효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혈압과 인슐린 민감성, 일부 만성 질환 위험에 보인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단식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건강 효능을 나타낼 잠재력이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동물 연구 결과 단식은 인슐린 민감성 향상, 항암 효과, 뇌 건강 향상, 세포 저항력 향상, 암 위험 감소, 혈압 강하, 뇌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DK <음식 원리> 편집 위원회, <음식 원리> , p201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양껏 먹어도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해지는 것을 보면 신진대사(新陳代謝, metabolism)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음을 실감합니다. 덕분에, 체형도 미래인류형인 E.T처럼 진화하는 것 같아 신경쓰던 중 아내의 권유로 3일간 금식이 힘들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5kg 빼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말에 물만 만시는 금식을 했습니다. 임상실험결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5kg 정도는 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단식 1주 전과 1주 후 보식(회복식)기간을 가졌는데, 제게는 이 기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준비기간은 충분히 가져가야 후유증이 적다는 말이 있어 탄수화물과 당 섭취를 줄이는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식 전 보식기간에 1kg 정도, 금식 기간에 4kg 정도 빠지고, 단식 후 보식 기간에 1kg 정도 빠져 총 6kg 감량이 되었으니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량보다 긍정적인 요소는 안 좋은 습관을 끊어갈 수 있는 기간을 가졌다는 점이라 여겨집니다. 마치,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포맷(format)한 느낌이랄까요. 준비기간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나니 리부팅(Re booting)할 수 있어 원하는 습관을 몸에 새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 생각됩니다. 건강한 습관이 지속가능한 건강을 보장해 주리라 희망해 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단현상입니다. 평소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셨는데, 못 마시다 보니 금식 초기 금단 현상이 심했는데, 하루 정도 참고 나니 배가 고파지면서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잊게 해주나 봅니다.

 

 또한, 3일 동안 몸의 통증이 가볍게 있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두통이 있었고, 둘째 날에는 복부(위)에서, 셋째 날에는 허벅지 근육에서 통증을 느꼈는데,  금식을 끝내고 먹은 끊인 토마토가 들어가니 곧 해결되더군요. 통증의 원인은 첫째 날은 금단현상으로, 둘째 날에는 지방 연소, 셋째 날에는 근손실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가끔 가지는 휴식 시간처럼 정기적으로 금식으로 몸을 쉬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금식이 제게는 맞았습니다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기에 추천 드리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계신 분께서는 매우 위험하겠지요. 


 24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것은 십중팔구 불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을 버리게 되면 여가는 늘고, 마음의 동요는 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이것을 불필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자문(自問)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생각도 피해야 한다... 26 너 자신을 단순화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p60


 단식을 준비하던 중 이 기간을 의미있게 보낼 요량으로 <코란>, <셰익스피어 전집>을 골랐습니다. <코란>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Ramadan)에 <코란>을 읽는 이슬람 신도들을 심정에 가까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셰익스피어 전집>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골랐습니다만, 모두 하루만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배고픈 것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절감했습니다. 이들을 대신하여 아내는 새로운 책들을 꺼내 주었는데, 이 때 읽었던 책은 페이퍼의 마무리에 소개하겠습니다.(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베일리스(W. M. Bayliss)와 스탈링(E. H. Starling)가 개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그들이 한 실험에서 소화 기관은 매우 입체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현상은 재현성이 매우 높았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소화 기관의 근육 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험을 반복한 결과 소화 기관의 내용물을 한 방향으로만 밀어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방식의 연동 운동은 매우 조직화해 있었으며, 구강 수축에서 항문의 이완에 이르는 하향식으로 조화롭게 움직였다. 장 안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항문을 향해 나아갔다.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압력에 반응하는 소화 기관의 움직임을 '소화 기관의 법칙'이라 불렀다. -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5


 배고픔과 관련해서 마이클 D. 거숀(Michael Gershon)이 <제2의 뇌 The Second Brain>에서 말한 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소화 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한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읽겠다'는 뇌 또는 의지는 '배고프다'라는 원초적 기관의 신호에 무력해짐을 느낀 저로서는 소화기관이 뇌의 지배를 받지 않은 독립된 기관임을 더 실감했습니다.


 신경계가 끊기기 전이나 다름없이 수축이나 이완같은 소화 기관의 연동 운동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뇌 혹은 척수에서 오는 입력 신호와 관계없이 하향식 연동 운동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이클 D. 거숀, <제2의 뇌>, p7


  배고픔 이외에도 <코란>을 못 읽은 것에는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율법서에 해당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경전을 읽다보니 지루함을 느낀 것도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상세 내용은 후에 정리하겠습니다만,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코란>에서는 다른 경전(經典)과는 달리 유대교와 기독교(그리스도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명문화 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는 후발 종교로서 이슬람교가 앞선 두 종교와 차이점을 명확히 할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이러한 경전의 구절들이 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일찍이 알라께서는 이스라엘이 자손들과 계약을 맺은 일이 있다. 그때 그들 중에서 열두 사람의 우두머리가 뽑혀 왔다. 알라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있다. 만일 너희들이 예배를 지키고 희사(喜捨)를 하고 나의 사도들을 믿고 그들을 도와, 신께 좋은 대부(貸付)를 한다면 아래에 냇물이 흐르는 낙원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그후에 너희들 중 믿음을 배반하는 자가 있으면 그야말로 바른 길에서 멀어져 미로에서 헤매게 된다.' 13 그러나 그들이 그 계약을 깨뜨렸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을 저주하고, 그 마음을 굳게 다졌다. -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14 또 '우리들은 그리스도교도이다'라고 청하는 사람들과도 우리들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르침을 받은 바의 일부를 잊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활의 날까지 그들 사이에 적의와 증오를 일으켰다. 알라께서는 그들이 한 행실에 대하여 일일이 알려 주실 것이다.- <코란>, 5. 식탁(食卓)의 장(章), p143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의 작품은 <헨리 6세>를 읽었습니다. 이 역시 내용 정리는 추후 하도록 하고, 간단하게 작품의 성격만 <셰익스피어의 책>을 통해 옮겨봅니다. <헨리 6세>는 100년 전쟁(the Hundred Years' War, 1337 ~ 1453) 후반부터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1455 ~ 1485)까지 이르는 시기에 2번의 재위기간을 가진 헨리 6세(Henry VI, 1421 ~ 1471)와 주변 인물을 다룬 작품입니다. 


 근거로 미루어 볼 때 <헨리 6세 1부>는 <헨리 6세> 3부작 중 제일 마지막에 집필되었고, 1592년에 초연되어 격찬을 받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헨리 6세> 2부와 3부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배경을 제시하는 프리퀄(prequel) 성격을 띤다. 1부는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대구모의 전투 장면과 스릴 넘치는 백병전이 펼쳐지는 장대한 작품인 반면, 2부와 3부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6


 <헨리 6세 3부>는 헨리 6세의 통치기(1422 ~ 1461, 1470 ~ 1471)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연극 세 편 중에 마지막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미전쟁 시기를 다루고 있어, 요크가가 왕위 쟁탈전에서 헨리의 랭커스터가를 제압하고 요크 공작의 장남이 헨리에게서 왕좌를 빼앗아 에드워드 4세로 즉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탠리 웰스외 공저, <셰익스피어의 책>, p42


 <헨리 6세 1부>에서는 잔다르크(Jeanne d'Arc, 1412 ~ 1431)도 등장하는데, 프랑스의 국민영웅이 영국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다르게 조명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淵蓋蘇文, ? ~ 665)이 중국 경극에서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된 것처럼 한 인물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느껴봅니다.


[사진] 경극에 나타난 연개소문(출처 : KBS)


 글이 다소 길어졌지만, 단식 3일을 함께 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페이퍼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단식 기간에는 되도록 머리를 가볍게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는 말로 아내가 꺼내준 애장판이지만, 제게는.... 만약 리뷰를 쓸 수 있다면 제 서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 분명하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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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0-07-2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가면은 상당히 재밌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7-23 13:27   좋아요 0 | URL
닷슈님 말씀처럼 유리가면은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와 갈등묘사가 뛰어난 작품이고, 여기에 재미까지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순정만화는 거의 접하질 않아서 처음에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hnine 2020-07-2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식을 성공하셨군요. 유리가면 저렇게 통째 가져다주고 단식하면서 보라면 저도 단식 기꺼이 도전해볼것 같은데요 ^^
(라마단은 금식 기간이라기 보다 해 떠 있는 동안 안먹는 기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0-07-23 13:56   좋아요 0 | URL
hnie님 감사합니다. 단식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은 무리하지 말고 휴가온 것처럼 해야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처럼 라마단은 해가 떠 있는 기간동안 안 먹는, 간헐적 단식에 해당하는 기간이기에 수정했습니다.^^:)

페넬로페 2020-07-23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끼만 굶어도 너무 힘든데
어려운 일을 해내셨네요~~
그것도 책과 함께요^^

겨울호랑이 2020-07-23 17:11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하시니 쑥스럽습니다. 그저 만화책 보고 놀고 마시고 잤을 뿐인걸요. 조금만 배고파도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7-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 현실이지만, 다음 글처럼 한번 살찌면 평생 다이어트 해야 한다고 합니다. ㅠㅠ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훗날 대비해 지방 분자를 저장하는 지방 조직은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지방 조직이 피부를 제외한 다른 신체 조직과 다른 특성이다. 지방세포는 원래 크기의 열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지방세포는 크고 둥근 지방 방울을 싸는 얇은 막과 같은데, 돼지고기로 채워진 소시지의 막보다 더 잘 늘어난다.
섭취한 식품에 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체내 존재하는 지방세포가 다 흡수할 수 없으면, 신체는 새로운 지방세포를 생산해서 남은 지방을 흡수한다.
또 지방세포는 한번 생성되면 죽은 법이 없다. 체중이 줄 때는 지방세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수축하는 것뿐이다. 한번 만들어진 지방세포는 절대로 죽지 않고 지방질이 풍부한 식품을 늘 기다리고 있다.”

겨울호랑이 2020-07-24 19:54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마치 늘어진 위장처럼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때문에, input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식을 해보니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평상시에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정기적으로 금식을 하는 것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자발적인 금식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2020-07-2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로나19 관련 기사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삼킨 2020년 3월. 예년 같으면 새학기 준비로 바쁘게 가방을 챙겼을 아이도 계속된 방학에 한가로이 하루를 보낸다.

거의 5년마다 반복되는 전염성 질환을 보면서 오래전 읽었던 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건강검진을 통해 평균치를 설정하고 기준치와 통계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outlier를 환자로 규정하고 의료제도의 이름으로 혈압약 등 각종 약복용을 강요하는 모습.

우리는 이러한 모습에서 중세 신의 이름으로 죄의식에 빠진 이들에 구원을 위한 신앙고백을 강요했던 종교의 dogma 가, 건강을 잃은 환자에게 건강한 삶에 대한 구원을 약속하고 대신 약품을 파는 과학의 dogma 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과거 종교에 대한 신앙이 과학에 대한 신앙으로 바뀐 현대에서, 영원한 생명을 위해 면죄부가 판매되듯, 건강을 위해 코로나를 막아주는 마스크가 대량으로 판매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영원한 삶을 위해 면죄부 보다 인간다운 삶이 더 필요하듯, 우리에게는 마스크보다 손씻기가 더 건강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없는 질병도 만들어 내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전염성 질병은 그야말로 성장시장이 아닐까. 뉴스에서 반복되는 마스크 관련 기사를 보면서 이번 사태의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일런지 「질병 판매학」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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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1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류의 근대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이 동물들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유행병을 일으키는 이 세균들은 대부분 오늘날 거의 인간들에게만 감염되고 있다.(p287)...  대중성 질병들은 반드시 대규모의 조밀한 인구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구 집단은 약 10000년 전에 농업의 발생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지금으로부터 몇천 년 전에 도시의 발생과 더불어 가속화되었다.(p299) <총, 균, 쇠> 中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의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가축 사육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신석기 혁명으로 형성된 도시 발달은 이들 질병을 전염성 질병을 가져왔음을 밝힌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자면, 문명(文明 cultivation)은 질병(疾病 disease)을 발전시킨 것으로, 이들을 동반자 관계로 해석된다. 현대인의 많은 질병이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사실은 이와 같은 관계를 뒷받침하지만, 동시에 문명과 질병은 서로 죽고 죽이는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한스 지거리스트(Henry Sigerist, 1891 ~ 1957)는 <문명과 질병 Civilization and Disease>은 경쟁관계에서 이들을 조명한다.


 의학은 농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계속 살펴보았듯이, 의학의 역사는 문명 전체의 발전과정을 반영한다. 문명이 진보함에 따라, 질병에 맞서 싸우는 힘이 점점 더 커지고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투쟁에서 의학은 가장 주된 무기였다.(p373) <문명과 질병> 中


  <문명과 질병>에서 인류는 문명의 고도화를 통해 개체의 생명을 연장하고 사회를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질병은 퇴치해야할 적이다. 지거리스트는 본문에서 특히 사회과학으로서 의학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에 대해 강조한다. 지거리스트가 바라보는 의학의 목적은 개체 치료가 아닌 사회 치료다.


 의학의 목표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사회의 의미 있는 일꾼으로 되돌려주는 것, 또는 질병이 환자를 덮쳤을 때 재정비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학의 임무는 환자의 신체적인 회복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병이 나기 전에 누리던 사회적인 위치에 복귀하거나 필요하다면 새로운 자리를 찾을 때까지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의학이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인 이유다.(p134) <문명과 질병> 中


 지거리트는 <문명과 질병>에서 역사 속에 나타난 치명적인 질병인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등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질병보다 이러한 질병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적 배경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여러 질병에 취약한 계층을 줄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예방의학이며, 궁극적으로 의학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건강상태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가운데 매우 중요한 한 가지가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다. 빈곤은 인류에 대한 저주다... 처방은 명백하다. 서방의 몇몇 부유한 국가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또 어떤 계층이 다른 계층들을 희생시키며 번영을 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적어도 사회생활의 기본과정과 생산, 분배, 소비 등에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리고 과학적 방침에 따라 전 세계적 규모로 사회생활을 계획한다면, 지구촌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건강상태는 교육수준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무지 역시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다.(p384) <문명과 질병> 中


 질병으로 환자는 노동력을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빼앗기며 그에 따라 경제적인 재앙이 생기므로 환자와 그 가족들은 전적으로 사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질병은 예방할 수 있고 또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과 치료에는 돈이 든다. 사회는 의사, 공중보건 담당자,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p128) <문명과 질병> 中


 사회적 차원에서 예방의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역량이 집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질병에 취약한 계층이 점차 사라진다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와 같은 대규모 전염성 질환에 대한 걱정도 한층 줄어들 것이고, 질병의 사회적 비용 또한 감소될 것이다.


  2020년 2월 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내 확진 환자가 12명으로 늘은 현 시점에서 사회 불안은 한층 커진 듯하다. 실시간 중계방송 하듯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언론과 이를 정쟁거리로 만들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이 12명의 확진자를 가져온 질병보다 더 크게 사회를 흔드는 현실은 병을 고치는 왕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 <기적을 행하는 왕 Les Rois thaumaturges>을 연상시킨다. . 결핵성 경부 임파선염(scrofule)인 연주창을 치료하는 왕의 기적을 분석한 마르크 블로크(Mark Bloch, 1886 ~ 1944)의 글 안에서 우리는 극한 현실에 담긴 인간의 신념을 확인하게 된다. 연주창이 아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담긴 누군가의 신앙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있다면 그 신앙은 무엇일까.


 왕의 기적은 무엇보다도 최고의 정치권력을 나타내는 어떤 관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p67)... 연주창은 왕의 병으로 불리는데, 그것은 왕이 손대면 병을 줄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p69)... 무서운 질병이 왕들의 손과 접촉하고 나면 치료된 것처럼 보이거나 때때로 정말로 치료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거기에 신성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적에 대한 신앙을 만든 것은 거기에 기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대를 거듭해 증언이 축적되었고 점점 증가했으며 사람들은 경험에 근거해서 말했으므로 그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존엄하신 분의 손가락과 접촉했음에도 병이 지속되는 경우는 꽤 많았을 텐데,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그것을 빨리 잊어버렸다. 이렇듯 왕의 기적에 대한 신앙에는 집단적 오류의 결과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p475) <기적을 행하는 왕> 中


 사실, 이러한 의도와 무관하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큰 희생없이 이번 위기가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과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과 (아직은 결정되지 않은)피해자를 남기고 마찬가지로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도 다른 변종 바이러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할까.


 아니면, 우리는 종편 방송의 수많은 건강관련 프로그램과 몸에 좋은 식품 소개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고, 질병에 취약한 계층을 줄여 사회 체질을 강화시켜 진정한 사회 공동체 차원의 예방의학 정책을 실시할 수 있을까. 질병을 통해 문명의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질병은 문명의 동반자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질병의 치료에서 인간의 심리가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문명과 질병>의 한 대목을 옮기며 페이퍼를 마무리한다. 

 

 오늘날 우리는 암시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있고 의식적으로도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암시와 자기 암시가 특정 질병의 어떤 증상들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념이나 종교적 열정에 의한 긴장이 치료에 가장 적합한 마음의 상태를 만든다.(p232)... 근대적 경험은 신경증뿐만 아니라 특정한 기질적 질병도 암시나 다른 종류의 심리치료에 의해 완전히 낫지는 않아도 현저히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p234) <문명과 질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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