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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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토울스의 독자 반열에 들어선다. 독서가들 사이에서 꽤나 핫했다던 토울스의 데뷔작 <우아한 연인>은 2011년 작품이지만 작품 배경 때문인지 한편의 고전문학을 읽는 기분이 들더랬다. 작품 특유의 잔잔하고도 품격 있는 분위기가 제법 근사해서 다들 좋아할만 했겠다 싶었다. 토울스도 40대 후반에 작가로 데뷔했다는데, 이렇게 나이 좀 먹고 등단한 작가들은 연륜이 있어서 그런가, 하나같이 분위기가 예술이더라. 지각생인 만큼 열일해 주시길 바랍니다요.


이브와 케이티, 두 친구 앞에 어느 날 팅커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화끈한 이브의 애정공세로 그를 낚아챘으나, 사실 팅커는 차분한 케이티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셋 다 부상을 입고, 아름다운 이브의 얼굴은 심하게 손상된다. 운전자였던 팅커는 죄책감으로 이브를 평생 책임지기로 하는데, 이 일로 세 사람의 우정에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이 생겨난다. 여기까지가 출판사의 소개 글인데, 읽어보니까 막 의미심장한 계기는 아니었다. 이다음부터 이브와 팅커는 들쑥날쑥하고 케이티의 일인칭 시점으로 흘러가는, 얼추 케이티의 성장소설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서머싯 몸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자처럼, 케이티는 주인공이자 관찰자로써 뉴욕의 번영과 주변인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은행 중개인으로 잘나가는 팅커, 집에 손 벌리진 않지만 부잣집 딸인 이브. 그에 비해 흙수저인 케이티는 법률회사 직원으로 적당히 벌며 그럭저럭 자족하고 살아간다. 팅커와 인연을 맺은 덕분에, 케이티 또한 사교계에 발을 들이면서 유명 인사들을 소개받고 직장도 옮기고 더 좋은 집을 구하는 등, 제법 괜찮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 모든 배경에는 가진 게 없어도 당찼던 그녀의 진가를 알아본 주변과 지인들의 서포트가 있었는데, 아무리 소설적 허용이라지만 끌어당김의 법칙을 남발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슬슬 약빨이 떨어지려 할 때쯤, 이브와 팅커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팅커의 마음이 콩밭에 있다는 걸 안 이브는 프러포즈를 걷어찬 뒤에 멀리 떠나버린다. 반대로 케이티는 새로 알게 된 사교계 남성과의 만남으로 미래도 그려보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지만 역시 케이티에게도 팅커의 존재는 특별했던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야 만다. 제 본심을 찾고 이제 좀 잘해볼까 하는데, 거짓으로 쌓아 올린 팅커의 배경이 발각되자 바로 그냥 불꽃 싸다구를 날려버리는 그녀. 그러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예측불허한 삶과 세월 속에서 정답과 오답의 퍼즐을 맞춰보는 케이티. 용감한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자신처럼 틀에 박혀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린다. 또한 누구나가 용서를 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의 의미도 곱씹어 본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모습을 감춘 팅커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독자마다 관전 포인트가 다를 텐데, 나는 똑 부러진 주인공이 자신의 미성숙함을 발견해나가는 데에 주목하였다. 엄밀히 보면 사랑도 메인 테마가 아니고, 우정을 그리는 내용도 아니었다. 원제가 ‘정중함의 법칙‘임을 생각해 볼 때, 예의와 교양 있는 케이티가 어째서 팅커의 정중함의 가면을 보고 기겁했는지를 따져봐야 하겠다. 아무튼 잘 읽었고 다른 작품들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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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7-20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예술~ 이란 말씀에 동감입니다!^^

물감 2024-07-21 08:25   좋아요 1 | URL
진짜 그렇죠?? 머리에 스쳐가는 작가들마다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ㅎㅎㅎ
 
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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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역시였던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스릴러에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정통 스릴러는 역시 범죄/액션물 아니겠는가. 작중 배경인 LA에서는 온갖 살인사건과 부패정치가 들끓고 있으나 독자 된 입장에서는 그저 즐겁기만 할 뿐이니 쪼까 거시기허다.


해리가 무려 13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던 미제 사건을 다룬다. 다년간의 형사 짬밥과 육감이 말해주는 실종 여성의 살해 용의자가 있었는데, 마침 붙잡힌 연쇄살인범이 자기가 죽였다고 자백하는 것이다. 변호사를 대동한 범인의 거래 조건은, 사형 면죄부와 피해자들의 정보 교환이었다. 권한이 없는 해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을 하고 범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범인을 따라 해리 일행은 시신이 묻힌 장소로 향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느슨해진 틈을 타 도망치는 범인. 이 과정에서 경찰 두 명이 죽고 해리의 파트너도 총 맞고 생사를 오간다. 활개치는 범인과 죽어가는 동료 사이에서 패닉이 와버린 해리. 무엇보다 이 사태의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만 할까.


유일한 목격자가 된 해리는 증언을 위해 윗선에 불려간다. 그것도 여러 번 불려가는데 매번 받는 질문들이 묘하게 뭔가 숨기고 있단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시궁창 출신의 해리가 이런 구린내는 또 기가 막히게 잘 맡거든.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를 캐봤더니 해리가 점찍었던 용의자의 회사 직원들 명의로 검사에게 거액이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역시 자신의 촉은 틀리지 않았지만 저 X-Y의 빼박 관계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읽다 보면 사태의 전말이 대강 보이는데 이걸 공론화 시킬만한 팩트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이 애간장 타들어가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받아본 것 같다.


매번 그랬지만 유독 이번 편에서는 해리의 감정이 뒤죽박죽의 연속이었다. 가장 거시기 했던 점은 총 맞은 파트너가 살아난대도 경찰국에서 잘릴지 모르는데, 해리는 다시 만난 옛 연인과 깨소금 볶는 중이라 정신이 없다. 잦은 애정씬들이 차기작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겠다만 그래도 과하긴 했다. 강제 자택근무를 하는 동안 자료분석을 하면서 수사 곳곳에 심어진 조작의 기미를 발견하고, 이것이 경찰과 범인의 짜고 치는 고스톱임을 알아챈 해리 보슈. 근데 이상하게도 은퇴를 한 달 앞둔 자신의 팀장이 엮여있었는데, 아쉬울 게 하나 없는 제 상사가 어째서 이 난장판에 개입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연쇄살인범이 변호사를 배신하고 거래 조건을 파기한 것도 이해가 안 되고, 특히 그의 범죄 동기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해했다. 아 진짜 재밌다 재밌어.


아직 못 읽은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까지만 적기로 하겠다. 이번 편은 정말 강약 조절,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고 느껴진다. 주인공이 무력해졌다가 타올랐다가를 내내 반복하는데다, 재회한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해리의 고질병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12편이나 읽었는데 아직도 시리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1992년부터 매년 시리즈를 출간하는 코넬리 옹의 넘사벽 열정에 그저 박수를. 56년생으로 올해 68세인데, 이제 슬슬 시리즈 완결 내셔야 하지 않을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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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11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12편이나 냈는데 반밖에 되지 않는다구요? 코 아저씨 괴물이네요.
저는 이런 류의 책 잘 못 읽겠던데. 저의 순백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것 같아서. ㅋㅋㅋㅋ
재밌는게 장땡이긴하죠. 저도 기회되면 함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까짓 상처쯤...ㅎㅎ

물감 2024-07-11 17:30   좋아요 1 | URL
놀랍게도 서브 시리즈와, 스탠드 얼론도 많습니다 ㅋㅋㅋ 괴물 그 잡채...
아무래도 장르물은 취향을 잘 타죠. 그런데 그런 분들도 범죄 드라마나 영화는 잘 보던데요 ㅋㅋㅋ 여튼 저는 스릴러소설 광입니다~~

구단씨 2024-07-1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범인이 참 협상 능력이 좋으네요.
그리고 해리는 왜 이 위급한 순간에 다시 만난 애인이랑 꽁냥꽁냥 할 정신이 있는지, 참나...
말씀하신 것처럼, 조였다 느슨해졌다 하면서 독자를 막 휘두르는 편인가 봅니다. ^^

물감 2024-07-12 09: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시리즈이기 때문에 전작들을 읽어보면 주인공의 배경과 기질 등으로 이해가 안 될 것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제3자가 보기엔 거시기 합니다 ㅋㅋㅋ
강약 조절을 잘하는 작가들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기가막히게 안다는 거잖아요. 사랑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붉은 소파
조영주 지음 / 해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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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작가의 <반전이 없다>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를 소설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수상작 <붉은 소파>를 읽으면서 과연 장르문학에 재능이 있는 분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볼멘소리가 많은 작품이지만 나님은 과감하게 별 다섯을 주겠다. 이만하면 완성도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기존 장르물들과 겹치지 않은 독창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국의 미나토 가나에 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스타 사진작가 정석주는 붉은 소파와 함께 전국을 떠돌며 촬영 중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소파 위에서 딸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떤 단서도 없이 오직 ‘촉‘에 의지하는 복수를 위해. 그의 방랑은 스튜디오의 밀린 월세로 협박하는 제자 때문에 끝이 난다. 이후 제자를 통해 형사 김나영을 만나 사건 현장의 촬영 담당을 맡는다. 하기 싫었지만 수입도 짭짤했고, 어쩐지 딸이랑 닮은 이 형사에게 눈이 계속 가는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새파랗게 어린 나영의 까칠한 태도에도 고분고분했던 주인공. 그러나 이것은 지독한 악연의 시작점이었으니.


각 사건마다 정석주가 촬영하면서 남다른 촉으로 정황을 판단하고 의문점을 풀어나간다. 이제 밀린 월세도 다 갚았고 더는 경찰과 붙어 다닐 이유가 없는데도 나영은 계속해서 석주를 찾아온다. 자신도 석주의 딸과 같은 피해자였다면서 말이다. 범인에게 당하던 중 베란다로 뛰어내려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김나영. 그러나 석주는 이 친구 때문에 딸이 죽게 되었음을 알게 돼 마음이 복잡해진다. 딸과 결혼한 제자를 유혹하고 놀아났던 과거 나영의 고백이 이어지고, 제자가 나영에게 놀러 간 사이에 집을 지키던 딸이 살해되었던 것. 딸의 얼굴을 하고서 자백하는 이 또 다른 피해자에게, 원망의 화살을 겨누지 못하는 석주의 마음을 어찌하랴.


읽다 보면 이 작품은 추리 형식을 띈 사회소설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러니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만 한다. 점점 갈수록 내막을 둘러싼 관계 구도가 복잡해진다. 범인의 연쇄살인은 스타 사진작가인 석주를 찬양했던 누군가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범죄의 씨앗은 정석주 자신이 심었던 것이었기에. 먼저 석주의 딸은 그의 친자식이 아니라, 강간당해서 낳은 누나의 딸이었다. 아마추어 시절의 석주는, 누나와 딸을 찍은 사진집으로 공모전에서 우승하여 화려하게 데뷔하였고, 그 사진집을 알아본 강간범은 몰래 누나를 찾아와 돈으로 입막음하였다. 끝내 누나는 붉은 소파 위에서 자살했고 석주가 대신해서 그 딸을 키워온 것인데, 알고 보니 누나의 자살도 딸의 죽음도 전부 제 탓이었단 말인가.


나영이 석주에게 매달렸던 건, 자신을 헤치려던 범인을 잡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석주의 인상에서, 늘 냉정하고 차가웠던 아버지의 ‘다정한 버전‘을 느껴서였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나영의 아버지를 향한 관심 끌기가 삐뚤어진 것이 유부남, 즉 석주의 사위에게 꼬리친 결과로 이어졌고, 그렇게 나영도 피해자가 되어 마치 자업자득이라 믿고 있음을 눈치챈 석주. 그는 나영의 친부가 자신의 광팬이라는 것과, 경찰의 촬영 협조 비용을 대준 것도 그녀의 친부였다는 사실을 듣고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나영의 친부는 석주 자신과 많은 점이 닮아있었고, 둘 다 가슴속에 괴물을 데리고 사는 공통점도 발견한다. 어째서 나영이 자신에게 친밀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 괴물의 존재까지는 몰랐을 그녀에게 결국 상처를 주기로 하는 주인공. 그리하여 나영과 부친을 붉은 소파에 앉히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제법 복잡한 내용이라 최대한 가리고 추려서 적었다. 석주의 과거와 사건의 내막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많고, ‘사진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사건들을 풀어가는지와, 주인공들의 왜곡된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장면 등등 볼거리가 다양한 작품이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진실을 듣고 더 고통스러울 것인가, 아니면 없던 일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정석주도 그 같은 선택지가 주어진다. 진실을 고른 괴물은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지르며 서서히 침몰한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괴물이 되느냐, 거짓에 복종하는 노예가 되느냐.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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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09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좀 복잡한 것 같습니다. 제목은 들어 본 것 같은데...
표지 그림이 꽤 감각적이네요. 평점도 좋고.
근데 물감님이란 저랑 같이 본 영화가 있네요. 매트릭스! ㅎㅎ
이게 뭐 철학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해서 관련 책도 나오고 토론회도하고
그랬다던데 전 잘 모르겠더군요. 좀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SF는 딱히 즐겨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그냥 보고 나온 기억이. ㅋ

물감 2024-07-09 15:12   좋아요 1 | URL
세계문학 수상작이라 들어보신 적은 있을 거에요.
주인공 직업이 사진사라서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무엇보다 인물들의 고뇌와 감정선이 미쳤습니다. 이야기를 꽤 잘쓰는 작가네요. <반전이 없다>도 재밌었고요 ㅋ
<매트릭스>는 안본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요 ㅋㅋㅋ 아무리 장르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요. 일단 키아누 리브스가 너무 잘생겼고요 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7-11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 님, 무척 재밌게 읽으셨나 봐요. 저도 읽었는데 내용도 제가 쓴 리뷰도 가물가물합니다. 5별은 주지 않은 것만 (이것도 아닐지도 ㅋㅋ)

물감 2024-07-11 15:00   좋아요 0 | URL
방금 자목련 님의 리뷰도 읽고 왔습니다ㅋㅋ 별 넷이던데요. 이정도만 후한 점수네요. 저는 매우 재밌고 흥미로웠어요. 등장인물이 죄다 애증의 관계라니, 요런 설정도 다 있네 싶더라니깐요 ㅋㅋㅋ 근데 은근히 자목련 님도 장르소설 좋아하시는 듯!?
 
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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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월이다. 여름이고 하니까 본격적으로 장르소설 뽀개기에 들어간다. 맨 먼저 미뤄두었던 장용민 작가의 <귀신나방>을 골랐는데 역시나 명불허전 페이지터너답게 이틀 만에 다 읽었다. 현재까지 다섯 작품을 읽었는데 그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구전설화를 비틀고 접목하여 또 하나의 음모론을 창조해냈다. 다만 그 소재가 히틀러와 뇌 이식이라는 점에 김이 팍 샜다. 21세기에 와서까지 히틀러를 우려먹는 것도 그렇고, 뇌 이식에 대한 소설도 몇 권 읽었는데 전부다 그냥 그랬단 말이다. 하여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어느새 미친듯한 몰입감으로 이야기에 빠져든 나님이었다.


죽은 것으로 발표된 히틀러의 시신은 가짜였다. 히틀러 암살을 위해 결성된 독일의 비밀조직은, 평화의 외침 속에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팀의 막내였던 바우만은 미국 경찰이 되었고, 틈나는 대로 히틀러의 정보를 수집 중이다. 뇌 이식 수술에 성공해 새로운 몸으로 부활한 히틀러. 그는 나치의 잔당들과 함께 미국을 삼켜서 제3제국을 세울 계획이다. 대체 무슨 수로 미국을 무너뜨릴까 했는데, 은행을 설립하고 금을 잔뜩 사들였다가 풀어놓아서 미국 경제를 들썩이게 하고, 이 일로 연방은행 대주주에게 불려가 그의 비서로 취직한다. 오호, 이것 봐라?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스펙터클한 전개였는데 이다음부터가 초압권이었다. 역시 장용민 작가의 무대는 넓고 화려해야 제맛이다.


기존의 히틀러 특징이나 성격을 갖다 썼다면 좀 식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작중에선 뇌 이식을 거쳐 육식주의가 되는 등 자잘한 성격 변화를 갖게 된다. 그런 덕분에 제 성질을 죽이고 가면 쓰는 게 가능해졌지 싶다. 안 그러면 총통이었던 자가 타인의 시중을 든다는 게 말이 안 되거든. 아무튼 대주주의 비서로 있으면서 미국 자본시장의 권력과 시스템을 파악한 히틀러는 연방은행과 정부의 싸움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그 방식과 발상이 어찌나 참신하고 획기적이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결국 대통령의 암살 계획으로 이어지는데 아니,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이렇게 엮다니 진짜 미쳤다 미쳤어. 그만한 빅 이슈에는 당연히 배후가 있었을 테지만, 거기에 히틀러를 갖다 쓸 생각을 대체 누가 하겠냐고요.


마침내 주인공이 새로운 히틀러의 꼬리를 밟았다. 총통 시절의 아내와 꼭 닮은 여자를 발견하여 푹 빠져버린 히틀러는 데이트를 위해 독단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총살할 기회가 찾아왔으나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총을 거두는 바우만. 그는 여자에게 남친의 비밀을 들려주고 헤어지길 권유한다. 얼마든지 살해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 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을 느껴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의 죽음을 봐야 했던 바우만이었기에, 히틀러에게도 그 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을까. 이전 작품까지는 굵직한 서사만 있었지, 이런 인물의 감정선은 잘 없었는데. 거참 놀라움의 연속일세.


나치의 잔당과 암살에 투입될 용병들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시간은 없고 손발은 모자란 상황에서 바우만은 유대인 네트워크와 흑인 갱단까지 가서 도움을 구한다. 그리고 대망의 날, 세워둔 계획들은 하나둘씩 틀어져 버리고 적에게 붙잡혀버린 바우만. 다행히 위기에서 벗어나 히틀러가 머문 파티장으로 가서 총살하는 데에 성공하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나치 일당은 시신을 데려가 또다시 뇌 이식 수술로 총통을 살려내었다. 이제 감도 오지 않는 결말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귀신나방‘은 본 내용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분의 작품들은 언제쯤 영화화될까나. 하다못해 애니화만 되어도 대박 날 텐데. 정녕 어디서도 러브콜이 없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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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02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이 그 어디였지..태국이었나. 어디 가니까 대형 서점에 번역되어 있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이 책 재미있고 두 명의 남자 사람에게 읽으라고 줬는데 둘 다 별로라고 해서 아?! 했었습니다. 서재브리핑에서 물감님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있다길래 별은... 셋일까? 하면서 왔는데 다섯 주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4-07-02 09:50   좋아요 0 | URL
간만에 다락방 님과 통하는 작품이네요 ㅋㅋㅋ 저는 이분의 팬이라서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분간 장르소설 위주로 갈 건데 이번처럼 점수 체크 해봐주세요 ㅋㅋ 글고 외국에서 국내작품 번역본 보면 되게 반가울 거 같아요! 오늘부터 본격 장마 시작인데 감기 조심하세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3:06   좋아요 0 | URL
감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4-07-02 15:24   좋아요 0 | URL
음... 정정 할게요. 비조심 하세요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07-06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역시 여름엔 장르소설이죠!!
장마가 일본 갔다는 말이 있던데, 적당히 왔다갔다 하면서 날씨는 덜 덥고 강수량은 적정하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가 참 무섭네요.

물감 2024-07-06 10:41   좋아요 1 | URL
날씨가 비올랑 말랑 하면서 계속 꿉꿉해요 ... 주말부터는 비가 온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쏟아지는 게 낫지 않나요ㅋㅋㅋ <귀신나방> 정말 재밌어요. 슬럼프일때 이겨내기에도 딱이다 싶고요. 휴가철에 한번 읽어보셔요. 저는 당분간 장르소설 위주로만 달리려고 합니다 하하핳
 
전락 창비세계문학 11
알베르 카뮈 지음, 유영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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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카뮈의 3대 장편을 완독했다. 그 밖에도 <반항인>, <시지프 신화> 등이 있지만 카뮈는 이 정도만 읽어도 될 듯싶다. 짧은 분량에 비해 너무도 어려웠던 이 작품은 기존 서평들을 참고하여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막 이렇다 할 서사는 없었고 주인공의 독백으로 진행되는데 웬걸, 무인도에서 탈출한 사람이 방언의 은사까지 생겨난 것처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말에 귓구녕에서 피가 철철 흐를 지경이다. 카뮈가 이만한 투 머치 토커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작가이자 기자에 철학가, 사상가인 저자의 깊은 속내를 헤아릴 자신이 없다. 하여 적당히 쓰고 싶지만 마지막 리뷰니까 성의를 보이기로 했다. 치안판사인 클라망스는 과거 자신이 얼마나 만 점짜리 알파메일이었는지를 소개한다. 본업 외에도 이런저런 도움을 주어가며 남들에게 점수 따내고 이미지 쌓는 일에 진심이었던 클라망스. 비록 계산된 행동이라곤 하나 선행 자체로는 문제랄 것도 없지 않은가. 뭐 그런갑다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한 여성을 방관한 이후로 자뻑에서 벗어나게 되었단다. 여기까지가 출판사들의 소개 글인데, 작중에서는 요 사건을 스치듯 다루어서 그게 그렇게 중요했었는지도 몰랐더랬다. 그 일이 계기가 되었다면 종종 언급이 되었을 법도 한데 그러지는 않았거든. 아무튼.


클라망스는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할 만큼 매우 야무진 남자였다. 타인의 호감을 손쉽게 샀던 그는,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으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남을 사랑할 수 없음을 간파했다(36p). 그래서 별다른 수고 없이도 알파남이 될 수 있었고, 그렇게 허영과 위선 속에 살다가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된다. 도로에서 엔진이 나간 오토바이의 주인과 실랑이하는 클라망스에게, 뒤 차량 운전자들이 와서 마구 쏘아댔고, 그 사이에 오토바이는 멀리 달아났다. 본때를 보여주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자, 문득 이 사건으로 그동안의 위선을 깨닫게 된다. 법으로 다스리는 재판관이 아닌 폭력으로 해결 보려는 폭군임을, 그렇게 자신에게도 양면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서 이 일화를 설명하기 전, 굴종의 노예란 곧 자유인이며 떳떳한 양심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보상이라고 하였다(48p). 따라서 죄 앞에 피해자가 되거나 피고인이 되는 것도 본인에게 달렸다는 뜻일 터. 클라망스 명함에 적힌 ‘희극배우‘가 무얼 의미하는지 잘 생각해 보시라.


계속해서 그는 여자들과의 유흥을 예로 들어 자신을 정의하고 증명한다. 순조로운 교제와 섹스를 즐겼지만 되려 그것은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사랑이라는 오락거리를 통해서 제 능력의 탁월함을 확인하고 자기만족에 빠져살던 주인공. 이렇듯 그는 계산된 행동 속에서만 생명력을 부여받고 존재를 증명할 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 위 자살 사건에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자신에게 충격을 받는다. 전지전능했던 자기애가 무너져내리자, 그것이 폭력과 침묵으로 쌓아 올린 허상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그로부터 클라망스의 고백은 온통 ‘자살‘로 귀결된다. 결국 죽어야만 자신이 겪는 고통의 깊이를 제대로 알아준다면서(73p). 하지만 클라망스는 삶에 대한 애착 또한 대단하다. 하여 그동안의 과실에도 불구하고 심판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행복해지고 심판을 받겠느냐, 용서받고 비참하게 살겠느냐(79p). 누구나 본인의 결백과 정당성을 위해 타인을 심판해대고, 어떤 반박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 도덕적 결함이 사람의 천성 중 하나라면 그건 선악의 공존이 아니라 원래 일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이놈의 이중성은 죽음만이 정답이지만 그렇다 해서 너 죽고 나 죽자는 좀 아닌 거 같으니 인간들의 심판의 때를 기다리기로 한 주인공. 하여 치안판사로 직업을 바꾸고 법을 선포하며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재판관을 자처했다. 심판을 거부했던 그는 스스로를 심판할 권리를 갖추어 죄인이자 의인이 되기로 한다. 모든 심판자가 결국 속죄자가 되는 이상, 마지막에 심판자가 되기 위해 먼저 속죄자의 일을 해야 한다면서(134p).


저자가 평생 동안 부조리에 집착한 이유를 그의 생애에서 알 수 있다. 결핵으로 대학 포기, 공산당 활동, 신문사 해고, 레지스탕스 활동 등 부당함 가운데 정의의 불완전함을 내내 목격했을 테고, 그것들은 카뮈의 저항심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전락>을 통해 부조리가 우리를 어떻게 인간답게 바꿔놓는지를 설명한다. 카뮈의 부조리란, 인간의 합리적인 욕구와 세계의 비합리적인 현실 사이에서 생기는 충돌이다. 이것을 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계속 저항했던 카뮈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이따금 자신의 치욕을 대중 앞에서 큰 소리로 고백할 각오로,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138p).‘ 부당함과 무력함의 해방을 위해서 인간은 대항하고 또 대항해야 한다는 것, 부조리한 세계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인간 존재의 가치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 카뮈에게 박수를 쳐줍시다. 정말, 읽는 중에는 도통 뭔 얘긴지 몰랐는데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겨우 가닥을 잡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난 실존주의니 허무주의니 이런 거 잘 모르겠다. 그닥 알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드럽게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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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30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카뮈 별로 안 좋아합니다.
믿음도 없으면서 방언한다고. ㅋㅋㅋ
그래도 페스트가 그중 읽기가 낫다고하는 것 같기도 한데.
전 이방인 사 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습니다.
물감님 아는지 모르겠는데 몇년 전에 이방인 번역 문제로 알라딘에서
뜨거운 논쟁 있었잖아요. 바로 그 문제의 버전으로.
근데 까뮈 자체가 쉽지가 않은데 번역이 무슨 대순가 싶기도 하고.
<작가수첩>은 읽어보고 싶긴하던데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갖고 글을 쓰나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 볼 생각은 없나요?

낼부터는 어느 덧 한 해의 반의 첫날이네요.
점점 더 더워져 정신 줄 놓기 딱 좋은 때라 쉽지 않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재밌는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암튼 힘차게 시작하십쇼!^^

물감 2024-07-01 09:43   좋아요 1 | URL
세 권 읽어보니까 확실히 종교 관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더군요.
말씀하신 번역 문제는 잘 몰라요. 뭐였을까요 ~
카뮈랑 카프카는 뭔가 알 것도 같으면서 어렵더라고요. 다른 저서들을 참고하면 좀 더 다가갈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을만큼 매력은 못느껴서요ㅋ

벌써 상반기가 다 지나갔어요. 시간 왜이리 빠른지 원. 7월도 파이팅 하시고 즐독하셔요 ㅋㅋㅋ 저도 스릴러나 읽어야겠습니다!

2024-07-01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3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7-03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