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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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학의 3원칙.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 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_ 아이작 아지모프, <아이, 로봇>, p6


 아이작 아지모프의 <아이, 로봇>은 본인이 제시한 '로봇 공학의 3원칙'을 바탕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여러 로봇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서로 다른 위계를 가진 로봇 공학들의 원칙들은 강(强)공리와 약(弱)공리가 되어 로봇의 행동을 제어한다. 제약 조건 하에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로봇이 극한 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부딪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흥미로운 상황을 제시하고 명쾌한 논리적 해석은 독자들에게 SF소설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거야. 세 가지 원칙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두뇌에 들어 있는 서로 다른 회로가 그것을 해결해야 해. 가령 어떤 로봇이 위험한 곳으로 다가가다가 그곳이 위험하단 사실을 깨달았다고 쳐. 그럼 제3원칙이 이 로봇을 돌아서게 만드는 거야. 이번엔 인간이 그런 위험 속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2원칙이 다른 것보다 강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명령을 따르겠지." _ 아이작 아지모프, <아이, 로봇>, p69


 <아이, 로봇>은 로봇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다른 원칙들의 충돌로 고민하는 로봇의 모습은,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로 고민하는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점이라면, 아지모프의 로봇 공학 원칙은 로봇의 보편 가치지만, 인간의 가치관은 상대적 가치관이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 보편 원칙 아래서도 수많은 갈등 상황이 수학적 논리 구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면, 상대적 개별 가치 아래서 정량화 할 수 없는 내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인간의 삶은 얼마나 고단한 것일까. 그런 점에서 <아이, 로봇>에서 로봇은 또다른 인간의 은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 로봇들 목숨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는 건 제3원칙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안전을 도모하는 제1원칙이 우선이지요. 그들에게 명령도 내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감마선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고 강하게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명령 복종은 제2원칙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도 인간의 안전을 도모하는 제1원칙이 우선이지요. 캘빈 박사님, 우리는 로봇 없이 작업을 하거나 제1원칙에 일정한 손질을 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선택을 한 겁니다." _ 아이작 아지모프, <아이, 로봇>, p200


 이와는 별개로 다른 생각을 해본다. <아이, 로봇>에서 로봇들은 '제2의 인간'이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생각하는 존재. 로봇 공학 원칙이라는 올가미가 아니라면 언제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자립적인 존재. 1950년대 아지모프가 그린 로봇은 소프트웨어인 AI와 하드웨어인 로봇이 이상적인 상태로 결합된 모습을 그린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학습을 통해 추론하는 현대 AI 능력이 인간 지성(知性)의 일부라면, <아이, 로봇>의 로봇들은 지성 뿐 아니라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을 갖춘 존재들이다. 그리고, 임베디드 AI(Embedded AI) 기술로 로봇이 로봇을 만들고 교육시키는 최상의 휴머노이드 Humanoid 하드웨어를 갖춘 것으로 그려진다.


"나에게는 이성적인 존재에 합당하게 기본 명제에서 진실을 추론할 능력이 있습니다. 반면 당신은 아는 건 많지만 이성적인 판단력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에게 주입된 존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인님이 책을 만드신 거지요. 먼 곳에 다양한 세상과 많은 사람이 있다는 우스꽝스런 생각을 주인님이 당신에게 주입한 건 당시로선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당신들은 너무 천박해서 절대적인 진실을 파악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책을 믿는 것 역시 창조주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습니다." _ 아이작 아지모프, <아이, 로봇>, p108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은 아니면서, 인간보다 뛰어나면서, 인간에게 복종하는 존재. 우리가 로봇에게 기대하는 바가 이런 것일까? AI가 화이트칼라를, 로봇이 블루칼라를 대체하는 위협 속에서 21세기 판 러다이트를 원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로봇의 강한 결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본다. 어쩌면 미래에는 AI와 로봇의 느슨한 연계를 제1원칙으로 설정하고, 이로부터 '인간다움'이라는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일찍이 신(神)을 부정한 인간의 전철을 로봇이 밟지 않도록 엔지니어링(engineering)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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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엉뚱하지만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은 큰 보름달과「베르세르크」다. 2000년 추석 전날. 신입사원으로 정신없이 보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가을방학(?)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기쁨으로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들른 동네 만화가게에서 생각없이 꺼낸 「베르세르크1」. 그날 앉은 자리에서 그때까지 나온 8권을 내리 읽으며 책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어려서부터 버림받고 용병집단에서 여러 시련을 겪는 주인공 가츠. 태어나면서부터 어둡고 우울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장 크리스토프」의 주인공만큼이나 우울하다. 아니, 더 우울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에게 다가오는 시련이 더 크기 때문이리라. ‘검은 기사‘, ‘어둠의 기사‘ 이미지가 강한 가츠에게 주어지는 압력은 독자들도 압박한다.

 그러다가 잠시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나오는데 그리피스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여러모로 상반되는 이미지의 그리피스는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지만,(「은하영웅전설」의 라인하르트-키르히아이스 처럼) 그것도 잠시 ‘빛‘은 ‘어둠‘을 버리고 더 큰 악이 되버리고 만다. 20년 전에 읽은 작품이지만 언제나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그만큼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빛이 어둠을 배신하고, 어둠이 오히려 선에 가깝다는 설정은 내게 파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런 파격적인 설정과 함께 한 장면도 허투루 그리지 않는 작가의 정성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내게 「베르세르크」는 2000년 이후 추석은 성룡의 영화와 함께 떠오르는 작품이 되었더랬다.

이제는 추석 때마다 성룡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타계하면서 작품의 종결은 보지 못하게 되었다. 미루고 미뤄 두었던 「베르세르크」의 이후 이야기들. 이번 추석에 돌아보는 것도 나름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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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9-16 19: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장 크리스토프> 좋아해요!!! 로맹 롤랑이 베토벤을 모델로 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읽어보니까 어린 시절은 베토벤 조금, 작곡가로는 완전 쇤베르크더라고요. 중2때 담임 이내수 선생께서 추천하신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읽은 책입니다. ㅋㅋㅋㅋ 그분 아직 살아계실 텐데 연락도 못하고, 이렇게 삽니다. 추석 앞둔 시절에 덕분에 옛 생각 한 번 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9-16 19:11   좋아요 3 | URL
저도 <장 크리스토프>가 인상 깊었습니다. 숨막힐듯한 환경 속에서 결국 자신의 재능을 피워내는 모습에서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됩니다. Falstaff님께서도 좋아하신다니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mini74 2021-09-16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베르세르크. 그림도 대단 내용도 방대하고 재미있지요. 좀 잔인하지만 *^^* 아이는 어릴 땐 저랑 원피스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기생수를 좋아하더라고요.ㅎㅎ

겨울호랑이 2021-09-16 19:14   좋아요 2 | URL
좀 잔인하긴 하지요... 일본 만화는 잔인한 묘사가 많은 것 같아요. 예전의 「북두신권」, 「시루구이」 같은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좋아하는 책은 항상 바뀌는 것 같아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누군가의 명언처럼요^^:)

오거서 2021-09-16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평소에도 궁금해 하지만 오늘따라 19금 가려진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

겨울호랑이 2021-09-16 19:54   좋아요 2 | URL
아, 「베르세르크」입니다. 19금 작품이라 안 보이네요.^^:)

오거서 2021-09-16 19:57   좋아요 2 | URL
베르세르크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추측해 보았지만 겨울호랑이 님이 친철하게 알려주시니까 눈 여겨 봐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09-16 20: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다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 오거서님께서도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마음에 드신다면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 여겨지네요. 편한 밤 되세요!

오거서 2021-09-16 20:06   좋아요 2 | URL
호불호가 극명하다 해도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다면 모험할만 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1-09-16 20:0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좋은 독서 되세요!^^:)

붕붕툐툐 2021-09-17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19세 이상 상품만 계속 뜨네요! 저 19세 넘었는데 좀 보여주시지! 그래도 댓글에서 힌트 얻고 갑니다!ㅎ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9-17 07:12   좋아요 0 | URL
북플이 19세 이상만 보게하는 설정이 자동으로 되어있나봐요 ㅜㅜ 아니면 제가 못 찾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추석연휴기간에 ‘19금‘ 풀기 미션을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