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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이는 노랑이를 쓰윽 훑어봤어. 그리고 말했어. "누군가 우리를 만들었을거야."(p10)... 노랑이가 물었어. "나나 너처럼 복잡하고 완벽한 걸 누가 만들 수 있겠니?...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우연이란 말이야. 어쩌다 그냥 생겨난 거라고." 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11


 노랑이와 분홍이를 대화를 듣다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바로 감(感)을 잡는다. 윌리엄 스타이그(William Steig, 1907 ~ 2003)의<노랑이와 분홍이>가 진화론과 창조론이야기라는 것을. 마치, 사뮈엘 베게트(Samuel Beckett, 1906 ~ 1989)의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 >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알지도 못하는 고도를 기다리듯, 두 인형 - 노랑이와 분홍이 - 는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말한다.


 분홍이가 말했어. "알았어. 우선은 네 말이 옳다고 치자. 그런데 넌 지금 그런 이상한 일드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일어나서 우리 둘이 생겼다고 하는거야?"(p23)... 노랑이가 대답했어. "왜 안돼?  오 초가 아니라 백만 년이면 똑같은 일들이 두 번도 넘게 일어날 수 있어.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24

 

 작가는 책에서 현대 창조론과 진화론 이론을 인형의 입을 통해 말하기에, 우리는 노랑이에게서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 )의  모습을, 분홍이에게서는 윌리엄 페일리(William Paley, 1743 ~ 1805)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오랜 논쟁이 아니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텁수룩한 아저씨와 그가 한 말이다.

 

 바로 그때 머리가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왔어.(p30) 아저씨는 분홍이를 집어서 이리저리 훑어봤어. 그리고 노랑이도 집어서 요리조리 훑어봤지. 그러다 말했어. "잘 말랐군."... 노랑이가 분홍이 귀에 대고 속삭였어. "이 사람 누구야?" 하지만 분홍이도 누군지 몰랐대._윌리엄 스타이그, <노랑이와 분홍이>, p32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와 그가 한 말은 분홍이와 노랑이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분홍이에게 그 아저씨는 자신을 만들어 준 이가 될 수 있었고, 노랑이에게는 아저씨의 말이 노랑이가 생각했던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 눈 앞에서 조물주(造物主)를 알아보지 못하는 창조론자와 충분하게 축적된 데이터 속에서도 온전한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는 진화론자. 결국 우리 인간들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랫만에 생각하게 만드는 재밌는 동화를 모처럼 읽었다. 정작 책 주인인 연의는 한 번 쳐다보고 던져버렸지만, 언젠가 연의와 함께  아래의 책들을 읽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의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PS. 아저씨와 말에 대한 다른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노랑이에게 아저씨는 자연의 진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분홍이에게 아저씨의 말은 천지창조 후 '보시니 참 좋았다'라는 <창세기>(1:31) 구절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PS 2. <노랑이와 분홍이>에서 많은 부분이 노랑이의 주장으로 채워지는데, 분홍이의 주장은 페일리의 <자연신학> 중 시계공 유추(watchmaker analogy)에서, 이에 대한 분홍이의 반박은 <눈 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의 주장을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텁수룩한 어떤 아저씨는 사실 분홍이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극단적인 노랑이의 주장은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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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12-16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릴 때 이 책이 어렵다고. 치과의사 드소토나 아이린, 실베스타와 조약돌? 다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좋은데 어렵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림책 중에 은근히 깊이 있는 책이 많은 거 같아요. 저희 아이는 특히 아이린 이란 그림책 좋아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커서는 레드벨벳 아이린도 좋아하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0-12-16 09:14   좋아요 2 | URL
저도 레벨의 아이린이를 좋아하다가...

그만 이번 어른아이 폭로를 알고나서
손절했습니다만, 짭.

적고 보니 쓸데없는 덧글이네요 ㅠ

겨울호랑이 2020-12-16 09:15   좋아요 2 | URL
^^:) 저희 집 아이도 드소토 선생님은 좋아하는데, <노랑이 분홍이>는 별로라네요...ㅋㅋ 그림책 중에는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를 위한 책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이 책 역시 그런 주제의 책인듯 합니다... mini74님의 전(前)아이(?)는 꾸준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연의는 거의 매년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어서 종잡을 수가 없는데요..날이 춥네요. mini74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19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도를 기다리며. 이걸 연극으로 보고, 뭐 이렇게 시시하나? 생각했어요. 나의 이해 부족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이 책의 해설을 해 놓은 걸 읽었는데... 아, 그런 뜻이구나, 하고서도 역시나 시시했어요. ㅋㅋ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서 그런가 봐요. 같은 대사의 반복이 많기도 하고요.
만들어진 신, 은 너무 유명해서 내용도 알게 됐고 그래서인지 제가 읽은 걸로 착각하게 되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책 한 권의 두께를 채우는 능력이 뛰어남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저처럼 칼럼이란 작은 조각으로 메시지를 담는 사람에겐 참 어려운 일입니다. 존경스러워요.

겨울호랑이 2020-12-19 20:34   좋아요 2 | URL
^^:) 저는 자신이 가진 작은 조각을 남들 앞에 내놓은 페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만들어진 신」과 같이 널리 알려진 작품이 담지 못하는 페크님만의 매력이 책에 담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죄송하게도 아직 못 읽었네요...ㅜㅜ

2020-12-22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2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20-12-24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근하고 따뜻한 하루 되시고요,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4 13:10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서니데이 2020-12-2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가족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겨울호랑이 2020-12-24 22:42   좋아요 1 | URL
지난 한 해 꾸준히 서재를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베텔게우스 2020-12-2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마음 따뜻한 성탄절 보내세요 :)

겨울호랑이 2020-12-24 22:41   좋아요 1 | URL
베텔게우스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이하라 2020-12-24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따뜻하고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0-12-24 22:53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께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레삭매냐 2020-12-25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이르는 병>...
오래 전에 사둔 것 같은데 역시나
읽진 않았네요. 뭐 그런 거죠 ㅋ

겨울호랑이 2020-12-25 19:15   좋아요 0 | URL
사둔 책을 다 읽을 수 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가정은 하지 말아야하겠지요? ㅋ
 

  연의가 좋아하는 유튜브 인기스타 간니와 닌니가 등장하는 창작 동화.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동영상과 함께 책을 내는 것이 이제는 대세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이 내는 책은 내용적으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의 콘텐츠를 책으로 소개하는 내용의 책으로, 자신의 콘텐츠와 책이 내용적으로 짝을 이루는 책이라면, 다른 하나는 동일한 캐릭터를 활용해서 다른 주제로 영역을 확장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대표작이 <흔한 남매> 시리즈라면, <간니닌니 마법의 도서관>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유튜브 스타들의 책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충족되었다고 한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읽히고자 쓴 책을 정색하고 바라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체적으로 아동 도서는 연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지만, <간니닌니 마법의 도서관 : 1 피터 팬을 구하라!>는 조금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것은 책의 부제가 '명작 속으로 떠나는 판타지 동화 여행'이기 때문이다. 


 <간니닌니 마법의 도서관>은 오랜 고전 동화의 이야기 속으로 간니와 닌니 자매가 들어가면서 주인공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때문에 간니와 닌니가 동화 세계로 들어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도의 글이라면, 어느 정도는 고전의 주제에 대한 재해석이 담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피터 팬>이라는 동화의 주제는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으로 성장을 멈춘 네버랜드에서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웬디와 동생들은 이런 성장을 가지고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와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것이 피터 팬의 큰 줄기라 본다면, '성장'이라는 주제를 피터 팬과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간니닌니 마법의 도서관 : 1 피터 팬을 구하라!>에서 명작의 주인공들을 등장시켰다면, 고전이 갖는 주제를 어떤 점에서 접점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이런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책에서는 이러한 고민 대신 간니와 닌니를 마법 세계 판타지아를 구할 영웅(Hero)로 설정했다. 이러한 설정이 어벤져스(Avengers)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친숙할 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에 대한 별다른 고민없이 '고전을 이용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슬라임, 와이파이, 유튜브 등 아이들에게는 친숙하지만, 고전의 인물들에게는 낯선 물건들을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명작 동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또한, 책 안의 몇몇 문장들은 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 바람에 둘은 몸의 균형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커다란 나뭇잎 위였다. 간니와 닌니는 트램펄린에서 뛰놀던 실력으로 금세 자세를 잡고 안정적으로 착지했다.(p69) -> 하마터면 땅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트램펄린을 좋아한 두 아이는 커다란 나뭇잎 위로 어렵지 않게 내려앉을 수 있었다. 


 별로 좋은 글솜씨는 아니지만, 위의 세 문장을 윗 문장처럼 바꾸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으로 읽혀 글이 쉽게 넘어가지 않은 문장이었다. 또한, 아래 문장의 존재(存在)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게 느껴졌다. 어린이 동화에서 존재라... 보다 쉽게 쓸 수도 있지 않을까. 부족한 솜씨로나마 고쳐본다.


 자매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낯선 이곳에서 서로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p79) -> 간니와 닌니는 서로 꼭 끌어안으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런 점에서 <간니닌니 마법의 도서관 : 1 피터 팬을 구하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지만, 주제와 문장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고전을 소개한다는 의도는 매우 훌륭하고 충분히 멋진 시도임은 분명하지만, 조금은 더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진하게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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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은 걱정 말아요... 아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가 어렵다.


 제목을 통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되지만, 선뜻 잘 지은 제목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무엇일까. 그것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 때문일까.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책 내용처럼, 이 제목은 '걱정'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의 원제는 <Rudy's Worry>.


 비록, '걱정' 프레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걱정은 걱정 말아요>는 주제를 잘 표현한다. 걱정은 혼자 만의 문제가 아니며, 함께 나눔으로써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의 입장에서 잘 표현한 책이다. 무어보다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걱정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에서 걱정과 불안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살아있는 동안 우리 곁 그림자의 다른 이름이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걱정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 마음에 다가온다. 다만, 걱정 중에서도 나눌 수 없는 문제(죽음과 같은)도 있다는 것은 책에서 말하지 않는데 이는 아이들 수준을 넘는 인생의 큰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걱정하지 말고 문제해결에 집중해라' 식의 결론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적절한 메세지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일단은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멋진 어린이일테니까. 걱정을 걱정하지 않기는 어른들도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근심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마음을 닫고 혼자 고민하는 부모들에게도 이 책은 여러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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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9-2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은 걱정말아요 노래🎤가사 같은 제목이네요~ 문제(또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은 비단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고향집 책장에 꽃혀있는데 겨울호랑이 님 글을 보니 기억이 났어요 이번 추석에 내려가는 김에 갖고와서 읽어보아야겠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20-09-23 22:20   좋아요 1 | URL
^^:) 그렇습니다. 저도 바로 노래 가사가 떠오르더군요. 한글 제목은 노래의 영감을 받은 듯 합니다. 파이버님 말씀을 들으니 곧 추석임이 떠오르네요. 행복한 추석 연휴, 즐거운 독서 되세요! 미리 인사드립니다

han22598 2020-09-24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걱정을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같아요.ㅠㅠ 걱정의 감정과 생각을 환기 시키기 위한 방법이나 기술(노하우) 등이 조금 필요하기도 한 것 같아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0-09-24 05:12   좋아요 0 | URL
han22598님 말씀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만의 의식, 방식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초등 2학년 온책읽기 4번째. 입이 똥꼬에게...

특이한 제목의 「입이 똥꼬에게」는 여러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입, 눈, 코, 똥꼬 등 몸의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어느 것 하나 우리 몸에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냄새나는 똥꼬까지도.

아이들은 참 똥을 좋아한다. 똥 얘기만 나와도 코를 틀어쥐지만, 항상 웃음을 보여준다. 「입이 똥꼬에게」는 똥꼬 이야기를 통해 이런 아이들의 마음에 맞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내용에는「배꼽이 없어요!」처럼 몸의 일부가 없어져 벌어지는 소동이 포함되지만, 별다른 신체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배꼽과는 달리 큰 난리가 난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을 통해 아이들에게 지각과 소화에게 각 기관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이런 면에서 책은 아이들에게 개체로서 신체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과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역할, 직업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이런 면에서「입이 똥꼬에게」는 아이즐 인체 팝업북 시리즈와 같이 인체를 설명하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 어렵지만, 꼭 이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직접 만져가면서 그림으로 이해하는 책이라면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어려서 부모가 읽어주거나, 읽지 않았던 글 내용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것은 부차적 성과로 여겨진다.

이처럼 인체 백과사전을 통해 지각과정과 호흡과정에 대한 지식도 함께 읽히면서, 음식이 우리에게 오는 과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활동에 대한 공부까지 한다면 「입이 똥꼬에게」의 주제 전반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금 욕심을 내서 DK 인체 시리즈도 꺼내놓지만, 일단 그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이미 아이에게는 차고 넘칠만한 양이니까...

그림만 보던 인체팝업북의 글도 시간이 흘러 읽은 것처럼, 언젠가 관심있으면 보겠지... 마지막으로 책이 부모에게 전하는 메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부모들 아이들의 꿈을 존중해줄 것을 넌지시 요청한다. 아이들이 커서 입이 될 지, 손이 될 지, 아니면 똥꼬가 될 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무엇이 되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선택을 받아들여달라는 요청은 숨겨진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내용은 정리되었으니 아이와 함께 나눔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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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21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똥뿐만 아니라 방귀도 좋아한답니다. 누가 방귀 끼면 막 웃지요.

겨울호랑이 2020-09-21 16:16   좋아요 0 | URL
^^:) 그렇습니다. 왜 지저분한 것만 좋아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편견이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연의의 책장에서 지금은 읽기 쉬워진 책들을 골라 따로 챙겨 놓고 있습니다. 사촌동생들에게 책을 주기 위해 비워진 공간들은 곧 새로운 책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1946 ~ )의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최고야>책에 잠시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엄마와 아빠의 자식 사랑을 다룬 두 책이지만,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우리 아빠 최고야>의 아빠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에게 '보여지는' 존재인데 반해, <우리 엄마> 속에서는  '함께 하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겠지요. 두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함께 하는 아빠와 자신을 버리고 함께 하는 엄마의 차이는 작지 않은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엄마와 자녀의 모습이 표현됩니다. 그저 엄마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우리 엄마> 中


 '엄마, 어디 있어요? 엄마!' 나는 '으앙!' 하고 울었어요. 무릎에서 빨간 피가 흘렀어요. 엄마를 소리쳐 불렀어요. "엄마!" "희진아, 엄마 여기 있어~".... 엄마를 찾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中


  도올 김용옥 교수의 <효경 한글역주>에서는 이러한 엄마와 자녀의 관계를 <부모은중경 父母恩重經>을 통해 설명합니다. 출산의 고통을 통해 맺어진 이들의 관계는 생명의 탄생이라는 원초적 관계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맺어진 아버지와의 관계와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효(孝)의 가장 원초적 출발은 모성애이다. 동물의 세계에 있어서도 수컷은 수태과정에 주로 기능하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출산과 양육은 암컷의 모성애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효의 교감의 가장 원초적 대상은 엄마일 수밖에 없다(p166)... 아버지에 대한 효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며 문명의 가치관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라는 것도 문명화되고 윤리화되었지만, 그 바탕에는 자연적이고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그 원초성이 퇴색되지 않는다.(p167) <효경 孝經 한글역주> 中


 <부모은중경>의 뛰어난 사실은 "부모"를 말하면서도 오로지 "엄마의 무한한 은혜"를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p170)... <부모은중경> 은 극적인 대화로써 사람을 끌어들이며 곧바로 엄마가 아기를 가진 후 열 달 동안 고생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한 달, 두 달, 세 달... 열 달까지 그 태아의 생성모습을 그리는 언어가 오늘날의 발생학적 사유와 대차가 없으며 그 묘사기법이 매우 절실하다. 그리고 천 개의 칼로 배를 휘젓고 만 개의 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하 엄마의 산고를 묘사하고 곧이어 앞서 말한 어머님 은혜 십게찬송(十偈讚頌)이 설파된다.(p171) <효경 孝經 한글역주> 中


 아빠의 사랑은 사회적 관계이고 엄마의 사랑은 원초적 관계이기에, 전자는 위압적이고 권위적이며 수직적이고 당위적이며 이성적인 반면, 후자는 인종적이고 포용적이며 수평적이고 자연적이며 감성적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냉정하게 들리지만,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했다 생각됩니다. 조금은 다르지만, 세라 블래퍼 허디 (Sarah Blaffer Hrdy, 1946 ~ )의 <어머니의 탄생 Mother Nature>은 아기와 엄마의 결합을 진화적 논리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젖빨기의 에로스와 연인의 에로틱한 감정의 대립 구도는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까지 거슬러올라 갈 수 있겠지만, 가족 내의 사랑을 이렇게 대립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는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모성(母性)과 성성(性性)은 부성(父性)과 남성(男性)의 성적 경험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다. 남성과 다른 영장류 수컷의 성적 욕망은 암컷과의 교미가 자신의 정자가 난자를 수정시킬 가능성을 높여 주었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난자의 수정은 교미가 여성의 번식 목표에 봉사하는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p834)... 젖 빨기의 에로스, 아니면 이성애적 어른 커플의 에로틱한 감각 중 어떤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나는 전자가 먼저라고 추측한다. 모성은 성적 감각과 단단하게 엮여 있으며, 투덜거림과 속상임, 촉감과 냄새를 통해 어머니가 이 아기를 최우선 수위에 두도록 만드는 어머니 대자연의 보상 체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아기의 일이다. 진화적 논리는 그 자신을 위해 어머니 역할의 감각적인 측면을 향휴하는 어머니들의 편에 굳게 서 있다.(p835) <어머니의 탄생> 中


 <어머니의 탄생>에서 보여지는 대립 구도와는 달리 매트 리들리(Matt Ridley, 1958 ~ )는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Nature Via Nurture: Genes, Experience, and What Makes Us Human>에서 태어나는 인간과 만들어지는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누구와의 관계가 더 밀접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필요한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시선과 기대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는 엄마와 아빠의 숙제인 듯 합니다. 


 아이의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래 전 읽었던 책들 안에서 서로 다른 부모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PS. 최근에 개정되어 나온 <우리 아빠>는 이전 제목인 <우리 아빠 최고야>때보다 권위를 내려놓은 아빠의 느낌을 받게 되어 좋게 느껴집니다. 내용까지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아빠와 자녀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진 다른 표현이 아닐까 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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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02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효경 생각에 반대합니다. ^^
아빠와 엄마 역할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산물이라고 봅니다.
효경 당시 문화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7-02 07:51   좋아요 2 | URL
제가 인용한 <효경 한글역주> 중의 내용은 도올 김용옥 교수의 해석으로 <효경>의 본문과는 조금 다릅니다. 해당 부분은 <부모은중경>에 대한 설명이 더 많이 되어 있습니다만, 본문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대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엄마와 아빠의 역할도 달라지고,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감정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엄마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연의를 보면서 제 한계가 아닌 아빠의 한계라 스스로 위안을 했는데,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을 듣고 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제가 더 노력해야겠네요 ^^:)

단발머리 2020-07-02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책 나와서 반갑습니다. 거짓말 1도 안 보태고 제가 맨 위의 두 권은 백번도 더 읽었다죠 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0-07-02 18:02   좋아요 0 | URL
정말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네요. 다른 문화권에서도 꾸준히 아이들에게 사랑 받는 것을 보면,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들의 감정을 잘 잡아내는 작가의 뛰어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2020-07-05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5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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