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소통은 국정의 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흐르거나,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양산된다는 우려 또한 꾸준히 제기된다. 대통령이 엄중 조치를 지시한 산업재해 문제나 차별 및 혐오 표현 같은 경우, 단박에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사회문제다. - P10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국민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입니다. 민주주의의 등불을 밝혀주신우리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빛의 혁명‘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바람과 포부는 이뤄질까? 2025년이 2026년에게 숙제를 남겼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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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소년과 함께 자란 나무 이야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우정을 나누던 소년과 나무.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소년이 청년이 되고, 중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을 보내며 그들의 관계는 바뀌게 된다. 


 함께 추억을 나누던 둘 사이를 가른 것은 시간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소년은 시간이 흘러 점차 늙어갔으니. 이에 반해 나무의 시간은 아주 더디게 흘러가며 생긴 차이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공간 때문이었을까. 소년은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세상을 만났지만, 나무는 한 자리에서 소년만을 기다려야 했으니. 나무 곁을 떠나 세상을 만난 소년의 마음에서 나무의 자리는 점차 작아졌지만, 나무에게 소년은 한결같은 크기였을 것이다. 


 나무가 소년에게 자신을 내어 줄 때마다 반복되는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이 문장은 마지막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준 뒤 다음 문장으로 바뀐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으나 ...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에 반해, 소년의 모습은 매정하게 보여진다.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의 크기는 분명 달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 나무에 비해 소년의 우정의 크기는 작지만, 소년은 나무에게 진실했다. 다만, 우정의 크기가 달랐을 뿐. 오랜 옛 친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다만, 이 지점에서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행복하지 못한 나무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제비와 함께 불에 타며 최후를 맞이한 왕자의 마음과 친구에게 자신을 내주고 불행한 나무. 헌신적인 사랑의 다른 두 결말을 비교하면서, 어쩌면 행복한 왕자에게는 '제비'라는 또 다른 동료가 있었던 반면, 나무는 혼자였기에 사랑이 주는 울림이 달랐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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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12-27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유년기에 행복한 왕자를 싫어했어요. 어린 나이에 그 고독이 넘 싫었던듯요. 그런 류의 이야기를 다 싫어했었나봐요. 성냥팔이 소녀도 제가 싫어했던 이야기예요^^

겨울호랑이 2025-12-27 23:39   좋아요 1 | URL
저는 <행복한 왕자>를 참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아마도 결말이 슬프게 끝나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슬프면서도남을 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런 어른이 되지 못해서 이야기 뿐 아니라, 제 삶도 슬프게 진행되는 것 같네요... ㅜㅜ
 

은행이 유망한 산업과 기업을 발굴해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기술과 산업의 장기 전망과 추세를 알아채는 고도로 숙련된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반면 부동산 대출은 쉽고 빠르다. 담보만 잡으면즉각적으로 이자수익이 꽂히고, 당기순이익이 급증한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와 ‘부동산 도박‘
에 빠진 사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공동체의 몫으로 전가됐다. 청년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집을 살 수 없게 되었고,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는다. - P13

지금의 금융 시스템은 부동산, 특히 주택을 매개로 움직인다. 주택을 담보로 삼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은행의 가장 주요하고 든든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면 그주택을 처분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 주담대는 꾸준한 이자수익 보장뿐 아니라 회수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우량 자산이다.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약 1927조원) 가운데 60% 정도인 1123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 P15

 ‘금융 배제‘는 ‘금융 독점‘과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학 교과서 관점에 따르면 여유자금을 가진 돈 많은 쪽이 자금을 빌려주고, 돈 없는 쪽은 빌린다.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주로 부동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많이 빌리고 그 돈을 다시 부동산에 투자해서 가격을 더 올린다. 가진 자들이 돈도 많이 빌리는 현상을 ‘금융 독점‘이라고 부른다. 소득과 자산이 적은 대다수 청년들은 은행에 내밀 명함도 없다.
- P16

 당시 금융기관들은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에게 자문했는데, ‘한국 조선업엔 전망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포기 결정을내렸다. 결국 조선업은 붕괴 직전으로 치달았다.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금융기관들은 매우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금융기관들이 조선산업의 사업성을 평가할 만한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 컨설팅 회사들 역시 재무나 구조조정의 전문가일 뿐 산업은 몰랐다.
당시 20만여 명에 달하던 조선업 부문의인력이 이 사태 이후 2년 사이 8만명으로 줄었다. - P19

집단소송은 원칙적으로소송 참여자들뿐 아니라 같은 피해를 입은 모든 당사자에게 확정판결 효력이 미치지만, 공동 손해배상 소송은 소송 참여자에게만 효력이 미친다. 지금의 대규모공동소송에 쿠팡이 방관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P25

하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지역마다 의과대학을 세워달라는 목소리는엄청 높은데, 제가 진주 경상대병원부터 제주대병원까지 10여 년 지역 의료에 있어보니, 정작 지역의 거점 의료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그리 높지 않다. 같은실수를 해도 빅5 병원은 괜찮고, 지역 대학병원은 욕을 먹는다.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지역 병원을 지켜보고 이용해주셔야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을 곁에 둘 수 있다. - P35

윤석열 정부 시절의 방통위에 비해 의사결정의 효력은 좀 더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의제를 통해 의도했던 바가 이번에도 잘 실현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합의제는 그 합의를 수행할 주체 혹은 합의의 공간을 만드는주체로서의 정치, 그 합의의 장에 들어갈 자격과 수준을 지닌 전문가, 그리고 그곳에서 결의된 합의를 합의가 아닌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것으로 받아들여줄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 P40

공적연금제도가 세계 최초로 시작된 건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 때인 1889년이다. 획기적 정책이었지만 이것이 노동자의 복리를 위한 정책으로 평가받지는않는다.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연금 수급 연령은 70세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의 연금제도는 체제에 위협이 되던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자를 포섭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으로 진화했다. - P52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공일반지능은 좁은 의미의 정보처리과정으로 쪼그라들거나 일반지능의 많은 요소가 생략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생략과 의도적 변형 덕분에 AI는 초지능에 가까운 지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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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방치됐던 보건진료소를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다.
농어촌 주민의 일상에 가장 근접한 곳에서 예방·치료·돌봄을 수행해온 유일한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완성된 해법‘을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된 제도임에도 누구도 제대로 챙기고 가꾸지 않아 인력은 부족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기능과 역할 재정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남아 있다. - P15

한양대·고려대·성균관대도서관 ID가 거래되는가 하면, 올리브영무신사, 네이버, 탑툰, 카카오, 멜론, 텀블벅,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의 ID등이 매물로 등재되어 있었다. 각 서비스매물에는 실명인증한 아이디를 제공한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ID당 가격은100~300위안(약 2만~6만원) 수준이다.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접속 정보 보호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내는 모습이다. - P17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무인기 침투이후 북한 내부 경계가 삼엄해졌다. 북한은 경비 인력을 재배치하고 사상 교육을 강화했다. 동시에 러시아 방공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등 경계 태세를 올렸다. 바깥으로는 방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10월15일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와 철도를 폭파하면서 "이번 조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연결통로가 철저히 분리됐다"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P20

"단기적으로는 환헤지(환율변동에 따른위험에 대비해 사전에 특정 환율로 고정하는 것), 외환 스와프 연장 등의 수단으로 외환의 공급을 늘려 환율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한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경쟁력 약화가원화 약세의 기저에 있다." 단기 처방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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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 : 독서에 관하여 위대한 생각 시리즈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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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아름다운 책들이 갖는 위대하고 뛰어난 특성 중 하나로 작가에게는 '결론'이고 독자에게는 '시작'인 것이다. 우리는 작가의 지혜가 끝날 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 작가가 우리에게 해답을 주기를 원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우리에게 욕구를 불어넣는 것이다.(p33) ... 작가는 말하는 순간 모습을 감춘다. 바로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한계이다. 시작임에 불과한 것을 마치 규범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독서에 지나치게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인 삶의 도입부에 있다. 독서는 그러한 삶에 안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_ <독서에 관하여>, p35


 작가의 끝 그리고 독자의 시작. <독서에 관하여>안에서 프루스트는 작가와 독자의 단절을 말한다. 작가는 책을 '쓴다'. 독서가 이루어지는 동안 독자들은 이미 떠난 작가가 남긴 자취를 따라 자신만의 여행을 간다. 작가와는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독자의 머리 안에서 작가가 남긴 흔적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조립될 것이고, 독자 자신은 DIY로 조합되고 해석된 의미를 통해 책을 '읽는다'. '쓴다-읽는다'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타인의 구미에 맞추어 일할 때 우리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일할 때 그 결과는 반드시 누군가의 공감을 끌어내기 마련이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한 무엇이 아무에게도 같은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이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독특하지 않고, 천만다행으로 삶에서 그토록 큰 기쁨을 주는 호감과 이해심으로 우리의 개인성은 보편적인 틀 속에 짜여 있다. _ <러스킨에 의한 아미앵의 노트르담>, p64


 보편성과 개별성. 많은 경우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공감을 받는 보편성을 갖는다고 여긴다. 자신과 남들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작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들은 잘 이해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반응하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최소한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갖는 이들에게만이라도 이해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작가의 기대는 그렇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작가와 같은 사회적 배경에 있더라도, 드러나지 않은 저마다의 개인감정을 통해 읽혀진 작품에 대한 반응은 마치 무회전 공처럼 예측하기 힘들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예측 불가능한 틈. 어쩌면 이곳이 창조성 발현 공간은 아닐까?


 창조적인 행위는 그것에 관한 어떤 법칙을 알고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고 신비한 힘, 그것을 밝혀낸다고 해서 더 강해지지는 않는 그 어떤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_ <샤르댕과 렘브란트>, p64


 작품이 온전하게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쓰고 읽는', '그리고 보는', '연주하고 듣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예술의 창조성은 과정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과정 안에 숨겨진 힘.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속하지 않는 영역에서의. 이처럼 작가와 독자라는 둘 사이의 '신비한 힘'에 의해 이루어진 창조물(작품)은 그것을 낳은 작가와 구별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작가와 작품은 구별되어야 하며, 곧 프루스트 예술론과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독서에 관하여>에서 드러난 프루스트의 예술론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화자가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독자나 관객을 작가의 의도를 관철시켜야 하는 대상이 아닌, 작가가 바라본 관점과는 다른 관점을 가진 '제2의 창작자'로 받아들이고  독자의 몫을 남겨야 한다는 프루스트의 예술론을 알고 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다른 의미에서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배려는 아닐까 라는 작은 물음과 함께 책을 덮는다...


 예술작품을 통해 민중에게 교훈을 주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을 추구하려 했던 러스킨의 미학은 예술가의 정치적이며 사회참여적인 자세를 유도하기에 이른다. 이는 다시 말하면 모든 훌륭한 예술가는 자신이 속한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창작해야 한다는 논리로까지 전개될 수 있다(p225)... 프루스트에게 있어 예술가의 임무는 숨어 있는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글이건 그림이건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하여 예술작품을 승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가가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기준은 오로지 진리의 추구인 것이다. _ <독서에 관하여>, 역자해설 p227

고전작품은 동시대 작품들과 달리 그것을 창조한 정신이 아름다움만을 불어넣은 것이 아니다. 고전작품들은 그보다 더 감동적인 다른 것을 간직하고 있는데 바로 그 작품을 구성하는 재질, 그것이 쓰인 언어이다. 그 재질은 삶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 P53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법이다. 그들이 이제껏 우리에게만 기쁨을 주던 것들의 엄숙한 이름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부를 때, 그것이 현실에 우리보다 더 종속된 이들에 의해 이같이 다루어질 때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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