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림책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얼마나 많이 위안 받고 배웠던가? 그러나 시나브로 그림책과 멀어지던 차에 "2024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이라는 홍보문구를 보고 바로 데려왔다.
페루 작가 '이사 와타나베Issa Watanabe'의 『킨츠기』!
처음엔 책 제목이 사람 - 그림책 속에서는 날아가 버린 새로 상징된 가족원(저자의 딸)- 이름이라고 짐작했다. 왜냐하면 저자가 "사랑하는 딸 마에Mae에게"라고 그림책을 헌정했고, 주요 캐릭터인 토끼와 새가 부모자식 관계처럼 상상되었으므로.

토끼 한 마리가 찻잔 두 개를 들고 식탁으로 이동한다. 양복바지와 양장용 구두 차림으로 미루어 '아버지'로 상상된다. 테이블, 토끼 맞은편에는 빨간 새가 자리한다. 하지만 새는 어디선가 부름을 받은 듯 뒤를 돌아보더니 홀연히 날아가 버린다. 그 순간, 토끼가 새와 함께 가꿔나가려 했던 일상의 자잘한 재미거리가 와르르 무너진다. 조각난다. 말 그대로 절망, 무력감, 슬픔과 그리움이 뒤엉킨 카이오스 상태이다.
토끼는 떠나버린 새를 찾아 다른(무채색, 생기 없음, 어두움, 초월, 망자, 영혼) 세계를 헤매고 다닌다. 하지만 새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망연자실했던 아버지는 자세를 바로 잡아 앉더니 깨진 조각들을 주워 수리하고 정렬한다. 조각들을 이어 붙인다. 다시 희망의 나무를 키워내려는 심정으로.

비록 글자는 없지만, 이 그림책 [킨츠기]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 보는 가까운 존재, 즉 가족을 상징하는 인물이 갑작스럽게 사라짐(죽음)을 소재 삼았다는 것은 눈치 없는 독자라도 금새 알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나는 차마 자세히 보기 어렵다. 상실의 고통과 다 포기하고 싶은 좌절감을 상상하게 될까, 토끼에게 감정이입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책장을 빠르게 넘긴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간다. 두 번 연거푸 [킨츠기]를 본 후, 궁금해져서 제목을 검색하다 그제야 알게 된다. '킨츠기'는 사람 이름이 아니고 저자의 딸 이름이 더더욱 아님을. 킨츠키kintsugi는 일본의 전통도예수리기법이다.

Mishima ware hakeme-type tea bowl with kintsugi gold lacquer, 16th century
작가 이사 와타나베는 싱글 맘으로서 본인이 색연필로 한 땀 한 땀 수놓듯 그리는 그림책은 모두 딸, 마에Mae를 위한 선물이라고 한다.
https://www.redcariboushop.com/blogs/news/interview-with-issa-watanabe-the-art-of-storytelling-through-images-and-silences
Q: Has your experience as a mother influenced your work in any way?엄마가 된 경험이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Being a mom influences every aspect of your life. Your perspective on things changes. (...)
I want Mae to read what I make and enjoy it... I dedicate everything to her..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쳐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죠. (…) 저는 메이가 제가 만든 책을 읽고 즐기기를 바라요. 그래서 제 모든 작업을 딸에게 바칩니다.
인터뷰를 읽고 작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쓰나 알고 나니, [킨츠기]에서 처음 느꼈던 고통과 절망의 압박감이 조금 가벼워진다. '결국 작가가 진정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절망, 파괴 혹은 붕괴, 깨어짐 보다는 접합, 회복, 치유, 희망이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포근해진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소개해본다. 이런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고 자라는 페루 꼬마공주님 Mae의 행복을 멀리 한국에서 빌어본다.
5월 30일 한가로움으로 어슬렁 거리다가 찍은 사진들이다. 그림책 [킨츠기]의 메시지와 잘 어울리는 듯하여 나란히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