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해운대 너머 기장 앞바다 사진

평화로워 보이지만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 바람이 엄청났다. 한동안 더워서 못걷겠더니 오늘은 바람이 어찌나 엄청난지 저 산책로를 걷는데 파도방울들이 몸에 튀고, 파도가 만든 거품들이 풀밭쪽으로 날려오고 난리도 아닌.....

그래도 오랫만에 보는 풍경은 멋있었다.







바람때문에 20분쯤 걷다가 포기하고 서점 이터널 저니쪽으로 가다가 만난 풍경.

뭔가 괴기스럽고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그런 느낌이다.




바람을 피해 오랫만에 서점 이터널 저니에 들렀다.

입구에 해리포터 부스를 만들고 4컷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두었다.

같이 간 남편이랑 딸이랑 4컷 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있는 가운과 모자는 착용 가능하다. 딸이랑 번갈아 입고 쓰면서 낄낄.....

근데 나에게는 가운도 작고 모자도 작더라.....




그리고 책을 샀다. <키르케>와 <아킬레우스의 노래>

영화 오디세이 보다가 키르케가 너무 궁금한것도 있었지만, 사실은 이 책 실제로 보니 표지가 너무 예뻐서 샀다. 





이터널 저니에서는 책을 사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3가지 종류의 스탬프가 있는데 각자 알아서 찍으면 된다.

찍고 보니 키르케에 찍은 타륜과 파도 모양 스탬프가 압도적으로 예쁘다. 둘다 저걸로 찍을 걸.....

하나 더 찍을까 하니 딸이 말린다. 스탬프는 하나만 찍어야 예쁘다고.....




서점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부스





제인오스틴 부스에 번역되어 나온 각각이 <오만과 편견>이 전시되어 있다.

그 옆에는 이성과 감성이었는데 제인 오스틴 책은 디자인도 다 예쁘다. 

내가 부자 되면 나중에 나온대로 다 사줄게 하고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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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6-09-06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장 앞바다군요. 해운대 근처에 오래 살았는데, 기장은 자주 가지 않았어요. 그 당시엔 기장이 부산에 편입되기 전이라 더 갈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기 알라딘에는 사진 잘 찍으시는 분들이 많네요. 멋진 바다 풍경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람돌이 2026-09-07 13:13   좋아요 0 | URL
기장이 부산에 편입되고 난 이후에도 요즘처럼 핫해진건 얼마되지 않았어요. 요즘은 진짜 주말에는 기장 들어가는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옛날하고 너무 달라졌어요. 사진에 찍은 저 산책길도 오시리아 산책길이라고 해서 어
찌나 정비가 깔끔하게 잘 되었는지 정말 걷기 좋거든요. ㅎㅎ 풍경이 좋으면 카메라는 그냥 갖다대면 됩니다요. ㅎㅎㅎ
 

책과 관련된 건 뭘 사든지 꼭 자랑을 하고 싶은데 사실 여기 말고는 자랑할데도 없어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도 없고, 부러워하지도 않아. ㅋㅋ


예전 집에서 거실을 서재화 했다가 폭탄맞은 집 꼬라지로 계속 사는 바람에 다시는 거실에 책장을 만들지 않으리라 했었다죠. 

그래도 당장 보고 있는, 또는 곧 읽을 책들은 자꾸 거실로 나오는 데 그게 자꾸 책이 늘어나. 그러니까 거실에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 책이.... 이것은 숙명인가요? 


보다 못해 알라딘 책 살 때 사은품으로 줬던 플라스틱 트레이를 받아서 책을 꽂아뒀는데 

이게 안 예쁜 건 참을 수 있어.

그리고 책이 많이 꽂히는 것도 좋아.

그런데 많이만 꽂히면 뭐합니까?

책이 무거우니까 자꾸 앞으로 넘어질려고 해서 무려 청소기로 고여 놨어......ㅠ.ㅠ (이 모습은 사진도 안 찍었네....)

집에서 남편이가 매일 갖다 버리라고 잔소리 잔소리...

그래서 새로 작은 책장을 하나 사려다 눈에 뛴 책장. 

일단 예쁘고, 원목이고, 튼튼해보이고, 가격은 6만원대로 약간 비싼듯 하지만 뭐 이 정도야... 나는 부자니까..


단 하나의 문제는 이것이 집에서 배송받아서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것.

일단 나는 절대 절대 불가능. 그러면 남편이를 꼬드겨야 하는데 안 해주면 앞의 플라스틱 책장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더니 두 말하지 않고 조립해 준단다. (진짜 많이 보기 싫었나봐. ㅋㅋ)


그래서 온 책장은 역시 고난이도의 힘과 조립 능력을 필요로 해서 남편이가 1시간 넘게 끙끙거리며 조립해줬다. 

나는 그 옆에서 잘 보이려고 과일도 깎아서 먹여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춰줬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뽕~~ (뽕은 노래 부르다 잘 못 나온 뭔가...... ^^;;)


보통 이런 물건의 광고를 보면 꼭 조립자가 여자다. 그리고 이런 문구가 따라 온다.

누구나 쉽게 조립 가능

그러나 이 광고는 일부사람은 힘들지만 조립할 수도 있다로 바꾸기.....

어쨌든 뿌듯한 나의 책장


요건 조립 완성본






그리고 읽으려고 사놓고 안 읽는 책들. 언젠가는 읽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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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9-02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예뻐요!!

(아니야 사지마 절대안돼 사지마 이제 책장 둘 데도 없어 사지마 이런 거에 혹하지마 사지마 짐만 돼 절대 사지마 안돼 지금도 책장은 충분해 책이 지나칠 뿐이야 사지마..)

잠자냥 2026-09-02 13:14   좋아요 1 | URL
1시간 이상 조립이야!!!!

바람돌이 2026-09-02 14:3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책을 버리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걸 사용하지 않는 우리가 나쁜거예요. ㅎㅎ 다락방님은 혹시 동생 불러서 알바 시킬 생각은요?

잠자냥님 저는 이거 사면서 잠시 생각한게 남편이 안해주면 당근에 알바 공고를 할까 잠시 생각했어요.

다락방 2026-09-02 15:36   좋아요 1 | URL
앗. 저는 조립은 걱정 안합니다. 지금 집에 있는 조립식 책장 모두 제가 조립한 것이기에.. 똥손이라 어설프긴 하지만, 어쨌든 조립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집이.. 책장을 둘 공간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도 평생 생각만 하고 장식해보지를 못했어요. 트리를 둘 공간이 없어. 저는 빈 벽도 없습니다. 물구나무서기 연습하고 싶지만 연습할 벽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책을 버리면 공간도 생깁니다.

그럼 이만.

잠자냥 2026-09-02 15:57   좋아요 1 | URL
그럼 어디 사서 한번 조립해보든가....
1시간 기록 깨보든가.... 🙄

다락방 2026-09-02 18:0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이 춤과 노래를 제공해주신다면.. 🙄

바람돌이 2026-09-02 18:11   좋아요 0 | URL
오 저 춤추는거 영상찍어서 보내드릴까요????

독서괭 2026-09-02 21:43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6-09-02 22:26   좋아요 1 | URL
(흠.. 일이 점점 더 곤란하게 돌아가는군..)

잠자냥 2026-09-02 22:56   좋아요 1 | URL
바림돌이 님은 춤을 추고 다락방은 그 옆에서 책장 조립하는 영상을 찍어 알라딘에 올려주세요

자목련 2026-09-02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러워요! 많이많이요!!
구매하고 싶은데 조립할 자신이 없어요.

바람돌이 2026-09-02 14: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남편의 허락을 받아서..... 남편이 없었으면 동생한테 비비지 않았을까싶기도 하구요. ㅎㅎ
근데 조립 잘하는 사람은 쉽게 하지 않을까요?

건수하 2026-09-02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예쁜데요! 글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뻐요 ^^
조립은 그렇다치고 둘 곳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잠자냥 2026-09-02 13:15   좋아요 1 | URL
저 책장 왠지 고양이들이 좊아할 거 같.......

2026-09-0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6-09-02 14:35   좋아요 1 | URL
저희는 딱 저 구석자리가 적당해서 샀어요. 덕분에 바닥까지 곳곳에 널버려져있던 책이 집을 찾았습니다. ㅎㅎ

2026-09-02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9-02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6-09-02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그 플라스틱 책꽂이 ㅋㅋㅋㅋㅋㅋ 그 안 예쁨에 저도 격하게 동의합니다.
아니 이 책꽂이 책을 뒤에 꽂았는데 왜 자꾸 앞으로 쓰러져요?! ㅋㅋㅋㅋㅋ 갖다 버리고 싶은 안 예쁨...
(저는 그래서 그 앞에 책탑을 쌓아서 막아뒀어요.)

저 책장은... 1시간 조립에서 포기... ㅋ

바람돌이 2026-09-02 14:38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요. 안 이쁜 건 고사하고 왜 앞으로 쓰러지냐고요. 그래서 청소기로 고여놨었어요. ㅎㅎ
2만원 정도에 당근 알바 공고내면 누군가가 와서 해주지 않을까요? ㅎㅎ

독서괭 2026-09-02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 ㅋㅋㅋㅋㅋㅋ 귀엽습니다 ㅋㅋㅋ 아이고 책장이 제 상상보다도 더 예쁜데요. 이거 보고 많이들 구매욕 뿜뿜 하시겠습니다만… 조립이 어렵다!! 중요✅

바람돌이 2026-09-02 14:39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런데 저 조립이 어렵다는 제 기준인데요. 세상에 저런거 뚝딱뚝딱 조립 잘하시는 분 많지 않나요? 찬장이나 의자 이런거에 비하면 매우 간단하긴 한데..... 저는 똥손이니까 그런거고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6-09-02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두달 전 공간 작게 차지하는 책장 뭐 없나? 검색을 하다 저렇게 비슷한 모양의 책장보고 오! 했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포기했었거든요. 제가 본 건 10만 원 정도 하더라구요. 근데 조립도 어렵군요. ㅜ.ㅜ 전 그때 좀 더 저렴한 조립용 5단짜리 책장 샀다가 조립 어케하는 거야? 도무지 엄두가 안 나 저도 남편한테 시켰는데 확실히 싼 제품은 조립이 더 힘든가봐요. 남편이 땀 뻘뻘 흘리면서 낑낑대며 조립해주면서 다신 싼 거 사지 말라고…그냥 가서 만들어져 있는 책장을 구입하라고 잔소리.ㅜ.ㅜ 저도 그때 미안해서 선풍기 틀어주고 먹을 거 갖다 주고 애교 잘 안 떠는데 힘들어서 우짜노? 막 위로하는 척 해주고.ㅜ.ㅜ ㅋㅋㅋ 근데 제껀 그 난리를 쳤었는데 책이 많이 안 꽂히더라는.ㅜ.ㅜ 그리고 그리 튼튼해 보이지도 않은.ㅜ.ㅜ 근데 바람돌이 님 구입하신 책장은 이쁘고 튼튼해 보입니다. 특히나 저기 꽂힌 안나 카레니나 문동책 와. 넘 잘 어울립니다. 아니. 다른 책들도 책꽂이랑 넘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남편분 조립을 잘 하셔서 그런가봐요.^^

잠자냥 2026-09-02 14: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영혼없는 ˝힘들어서 우짜노?˝가 상상돼서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6-09-02 14:34   좋아요 2 | URL
제가 그때 진짜…저렇게 다정한 척 말해주면서 속으로 ‘내가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될 일인가?‘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랬는데 남편은 그나마 저렇게 말해줬다고 좀 좋아하는 것 같더라는.ㅋㅋㅋㅋ 와. 근데 바람돌이 님은 춤과 노래를? 또 한 수 배우고 갑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6-09-02 14:44   좋아요 1 | URL
오 저거 한 단 더 있는건 10만원 정도 하더라구요. 그 높이까지는 좀 부담스러워서 한 단 낮추니 6만원대. 만들어져있는 책장 저 정도 품질 사려면 많이 비싸요. 원하는거 사기까지 발품 엄청 팔아야 되구요. 그렇게 잘 없다니까요. ㅠ.ㅠ
울집 남편도 조립하다가 중간에 어 이 방향이 아니네 하며 나사 풀고 다시.... 그 때부터 제가 짜증내지 말라고 과일 깎아다 주고 춤도 춰주고 했다죠. 그런데 조금 있으니 제 맘도 모르고 정신사나우니까 사라지라던데요. ㅠ.ㅠ


망고 2026-09-02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원목이라 튼튼해 보이고 예뻐요. 옆에서 노래 부르고 춤 추신 결과가 너무 좋은걸요?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9-02 14:28   좋아요 4 | URL
그래서 1시간 만에 조립하신 건지도 몰라요.... 2시간 동안 바람돌이 님 춤과 노래 견뎌야 할까봐 ㅋㅋㅋㅋ
(나 왜 여기 내 서재처럼 이러고 있는지;;;)

망고 2026-09-02 14:30   좋아요 3 | URL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진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6-09-02 14:46   좋아요 3 | URL
아니 다들 나의 노력 - 춤과 노래-을 알아주지 않아서 잠시 섭섭했는데 잠자냥님은 왜 콕 집어 진실을 얘기하세요? 진실을 얘기하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100번 쓰세욧 그러고 보니 망고님도 같이 쓰세욧 ^^;;

니르바나 2026-09-02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장, 예쁘네요.
원목 느낌과 디자인, 공간도 작게 차지하는게 모두 좋아요.
자랑은 알라딘서재죠.
구매처 좀 알려주세요. 저도 동참하게요.^^

바람돌이 2026-09-02 22:06   좋아요 1 | URL
https://link.coupang.com/a/gIFrwDM67U

바람돌이 2026-09-02 22:09   좋아요 1 | URL
쿠팡에서 사서 살짝 부끄... ㅠㅠ
에코소라노라는 회사 제품이고요. 좀 더 높은것도 있어요. 니르바나님은 이런거 조립 그까이꺼 하시고 하실듯요. ^^
검색어로 에코소라노 북타워 넣으시면 될거예요

hnine 2026-09-02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장에서 책 찾을땐 목 운동이 되겠는데요. 좌우로 30도 씩 번갈아가며 ^^
이뻐요.

바람돌이 2026-09-03 09:47   좋아요 0 | URL
사진보다 큰 게 아니라서 15도 정도면 될거같아요. ㅎㅎ

chika 2026-09-03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헙, 격하게 갖고 싶은.... 안그래도 지난 주, 지지난 주 책탑이 무너져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ㅠㅠ

바람돌이 2026-09-04 09:00   좋아요 0 | URL
지르라고 막 말하고 싶은데 저게 또 그렇게 실용적이지는 않아요. 인테리어 겸 책꽂이라 일단 예쁜데 주력한 느낌입니다. ㅎㅎ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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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책에는 ‘드디어 읽었다‘라는 말을 꼭 해줘야 할듯하다. 물론 1권만 읽은 거지만 이런 경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진리일 듯하다. 이 1권을 읽음으로써 나는 남은 12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니 말이다. 정말 책읽는 나무님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다 읽어내지 못하고 언젠가는 읽으리하며 던저놓은 책에 들어갔으리라..... 역시 함께 읽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1권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궁금증 하나를 풀었다. 그러니까 도대체 서구의 소설들마다 왜 이 책이 그토록 인용되고 이야기되어지는가에 대한 것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작가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이라는 것이다.



내가 다소 불경한 표현으로 극강의 주절주절이라고 표현했는데 ‘듣기 싫은 얘기는 듣지 않았다‘라는 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1페이지 전체를 소비한다든지, 마들렌과 홍차가 일으킨 옛 추억의 소환 장면을 장장 9페이지에 걸쳐서 서술한다든지 하는 것은 독자에게는 고역이지만 앞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갈 듯하다. 그러니까 프루스트는 작가들에게는



˝봐라, 내가 첫 사랑에 빠진 소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과 심리를 알려줄게. 소년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일어나는 일은 말야˝라고 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춘기 소년의 풋사랑을 중계한다. 그 내용을 엄청난 수다스러운 문장들 속에 녹여놓는 데 그 이야기라는 것들을 예로 들어보면 이런 것들이다.



소녀의 모습은 육체와 영혼, 소년의 존재 전부를 사로잡았고(248~249쪽), 소년은 소녀의 주의를 끌고 나를 알리고 싶은 갈망에 시달렸으나 소녀는 소년이 그런 행동을 비웃듯이 지나갔고(249쪽), 그 순간 이후 소녀는 소년에게 의미를 가진 꽃이 되었고, 소년은 자신이 들어가지 못하는 소녀의 삶을 강렬하게 질투하게 되었다(250쪽). 아름다운 소녀에 비해 초라한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욕지거리를 퍼붓기도 하고(251쪽), 소녀를 다시 만나고싶으나 만나지 못하는 장애물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고(252-253쪽), 소녀를 만나기 위해 소녀가 지나간다는 곳을 하염없이 헤매면서 모든 사물에 소녀와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는(256~257쪽) 이런 것들이다.



모든 장면이 이런 식이다. 어떤 하나의 감정이나 사건을 얘기하면 그것과 관련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장면을 생중계한다고 할까? 내가 만약 작가라면 이 책은 표현의 사전, 문장의 사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듯하다. 글이 막힐 때 아 맞아 프루스트가 이런 것에 관해서 얘기한 게 있는데라고 생각해보면 반드시 있는 그런 사전 말이다. 그토록 많은 작가들이 이 책을 인용하고 들먹이는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작가들을 매료시킬 법한 것은 프루스트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안목이 꽤나 날카롭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극강의 수다 중에도 뭔가 평가를 해야 할 게 생기면 또 기가 막히게 경구를 만들어낸다.



뱅퇴유씨와 딸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딸의 부도덕성에 대해 떠들어도 뱅퇴유씨는 딸에 대한 숭배를 멈추지 않는다고 하는데(사랑이 아니라 숭배라고 표현한 것은 뱅퇴유씨의 딸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이었다는 표현이지 싶다.) 그 이유는 (객관적) 사실이 인간의 믿음을 결코 침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믿음을 낳게 한적도 없고, 믿음을 파괴할 수도 없다는 꽤나 날카로운 경구를 창조해낸다. 프로스트가 가진 관찰력과 지성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만하면 정말 작가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문득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 독서 유튜브 방송이나 숏츠를 통해 인생책 시리즈들이 엄청나게 범람하는데도 이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인생책으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왜? 작가들이 이렇게 좋아하면 독자들도 좋아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왜 없지라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곰곰히 생각했다고 하지만 또 그렇게 미친듯이 몰입해서 생각한 건 아니라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 책이 13권이라는 것이다. 토지처럼 재미있는 책도 분량이 많아서 다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물며 이렇게 사건은 없고 말만 많은 책이라니 아마도 완독한 사람이 얼마 없을 거라는 것이다. 완독하지 않은 책을 인생책으로 올리기는 좀 그렇지......



그리고 순수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딱히 감동적이지도 흥미진진하지도 공감이 막 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 예로 든 사춘기 소년의 사랑의 감정을 보더라도 아 딱 내가 저렇게 느꼈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중에 어떤 점은 나도 느껴봤어라고 일부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에 대해서 수긍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작중 인물 누구에게도 공감이나 일체화가 잘 안되는 소설이 독자에게 완전히 주목받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겨우 1권을 다 읽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음....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면 앞으로 읽어가면서 수정할 기회가 있겠지 뭐...



그러면 나는 왜 1권을 읽고 그만 읽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인가? 물론 책읽는 나무님과의 약속도 있지만 정말 못읽을 정도였다면 책나무님한테 사과하고 저는 안되겠어요라면서 하차했을테다. 그런데 기어이 13권을 완독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의외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극강의 주절주절에 말이다. 말이 너무 많으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문장들을 손으로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읽어보면 일단 이해 못할 문장은 딱히 없다. 다만 계속 문장이 가리키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그 풍경속으로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심심찮게 있다. 책은 재미없지만 이런 순간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이 13권의 책을 완독하면 내가 무수히 많은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인생의 한 단면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장면을 그릴 수 있을지도....그리고 좀 더 인간에 대해서 이해 깊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 이런 게 생기는 거다. 물론 진짜 생길지는 내년에 완독 후에 돌아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1권을 읽음으로써 이후 계속할 힘을 얻었고, 궁금증도 풀었고 나와 책읽는 나무님에게 화이팅을 보낼 힘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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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6-08-31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보태드립니다!!

바람돌이 2026-09-01 15:35   좋아요 1 | URL
화이팅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6-09-01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멋집니다!! 화이팅!!!

바람돌이 2026-09-01 15:35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의 멋짐환호와 화이팅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이드 2026-09-01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시작이 반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지금 4권.. 읽고 있고, 올해 다 읽으려고 피치 올리고 있습니다. 지구만한 사과를 안 끊기고 깎는 느낌이에요. 챕터도 없고 챕터도 없고 챕터도 없고 ... 잃시찾 읽는 모든 분들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6-09-01 15:36   좋아요 0 | URL
하하하...지구만한 사과를 안 끊기고 깍는 느낌이라니 너무 실감나는 표현 아닙니까? ㅎㅎ 저는 안 끊기고는 안되겠고, 끊어가면서 일단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

희선 2026-09-01 0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남은 것도 다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셨군요 정말 시작이 반인 느낌입니다 재미있게 읽히신다면 좋은 거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6-09-01 15:37   좋아요 0 | URL
일단 생각이 들었다는거죠. 하지만 미래는 알수 없는것이니 장담은 하지 않으려고요. ㅎㅎ

유부만두 2026-09-01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바람돌이 2026-09-01 15:37   좋아요 0 | URL
화이팅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6-09-01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이 반 맞네요. 극강의 주절주절 속에 숨은 매력을 찾아내고 계시군요..! 마지막까지 화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6-09-01 15:38   좋아요 1 | URL
숨은 매력이 이거 하나뿐이면 안되는데 더 많은 매력이 숨어있을거라고 꼭 그럴거라고 믿는다기보다는 자기 세뇌를 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6-09-01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보내드립니다! 저도 하이드님 댓글에 동의하며, 이 책은 시작이 반인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심지어 5권까지 읽은 지금도 반도 못읽었다고 계속 한숨만 내쉬고 있어요. 아마도 저는 바람돌이 님보다는 이 책을 재미없게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장황해서 진짜 제 타입이 아닌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러나 화이팅, 화이팅 입니다! 제가 얼른 완독해서 앞에서 끌어드릴게요. (과연..)

바람돌이 2026-09-01 15: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읽고 계시죠. 뭐 좀 나아집니까? ㅎㅎ 딱히 그래보이지는 않을듯하나 그래도 깨알같은 재미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책을 한숨쉬면서 계속 읽겠다고 덤비는 우리가 웃기는 인간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지금 또 잠시 해봅니다. ^^ 다락방님이 끌어주는 길을 조용히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

잠자냥 2026-09-01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이 책은 시작이 반인 거 같습니다....
4권 이후 5권을 다시 집어들지 못하고 있는 잠쟈냥... 다시 들어라! ㅋㅋㅋㅋ
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한숨이? ㅋㅋㅋㅋㅋ 세상엔 재미난 책이 너무 많아~~)

잃시찾 읽는 중인 모든 알라디너들~ 화이팅입니다.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6-09-01 15:41   좋아요 0 | URL
세상엔 재미난 책이 너무 많아에서 다시 현타가 약간.... 나 지금 뭐하고 있지? 세상에 재밌는 책을 그토록 많이 놔두고 지금 뭐?????
아니 아니 그래도 뭔가 읽기 어려운 걸 읽어내면 뭔가 다른 세상이 내게 올거야라고 다짐 다짐...
아 어려워. 혼자는 힘드니까 잠자냥님도 빨리 5권을 읽으세요.

chika 2026-09-0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는데 ...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ㅎ

바람돌이 2026-09-01 15:42   좋아요 0 | URL
저도 읽고싶은 생각이 1도 없었는데 그놈의 궁금증이.... 하여튼 이 지구는 나중에궁금증 때문에 망할지도 몰라요. 그쵸? 일단 잃시찾때문에 저의 독서 루틴이 깨지고 있는건 맞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6-09-0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바람돌이 님만 믿고 함께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시도해보고 싶으신 분들 계시다면 이참에 함께 읽으신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안내해 주시니 잃시찾이 그리 어려운 책이 아닌가보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 책이 어렵고 난해한 책이 맞긴한데 바람돌이 님의 말씀처럼 또 묘하게 재밌기도 한 부분들이 있는 책이 맞긴 합니다. 저도 그걸 살짝 느꼈어요. 근데 이런 묘한 기분이 뭔지 잘 몰랐었는데 바람돌이 님께서 콕 집어주셔서 아하! 했네요.ㅋㅋㅋ 사람이 느끼는 그 어떤 감정과 기분 또는 감각의 표현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놓아 맞아. 내가 마들렌 먹었을 때 저런 맛이었던 것 같아! 또는 맞아, 기다리던 엄마가 굿나잇 키스를 해주러 오지도 않는다면 저런 기분일 것 같아, 한 번 더해달라고 했을 때 화를 내는 엄마를 보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 심정을 절묘하게 표현한 부분들이 조금 감탄스러우면서도 좀 재미가 있더군요. 아, 작가들이라면 좋은 교본이 될 법도 하겠어요. 상세하게 눈에 그려지듯 표현하되 저렇게 주절주절 길게는 쓰지 않는다?!라고 말이죠.ㅋㅋㅋ 농담입니다만 ㅋㅋㅋ 참 저도 이번에 재독하면서 좀 더 눈에 들어온 장면들이 고모할머니나 조부모님들 그리고 뱅퇴유씨등 인간군상들의 성격을 묘사도 그러하지만 대화를 통해서도 독자가 꽤 몰입되도록 풍자나 비꼼 또는 공감이 가도록 서술되어 있는 게 좀 신기했었어요. 물론 문장을 읽다가 매번 집중력 떨어져 누굴 얘기하는 거? 하면서 주어를 찾기 바빴지만요.ㅋㅋㅋ 암튼 이 시리즈가 읽어볼만한 책인가? 아니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겁이 좀 났었는데 바람돌이 님 리뷰를 읽다보니 으쌰으싸 용기와 기운이 솟습니다. 개학 해서 계속 읽기 진행하시기가 수월치 않으실 텐데 암튼 그래도 전 바람돌이 님만 믿고 읽고 또 2권 완독 후, 수다 떨고 싶네요.^^
 
태양 아래 올리브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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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 보다 구체화된 느낌이다. 이번에는 의식과 몸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경계를 묻는다. 질문을 하지만 사실은 작가는 대답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우리는 품을 수 있냐고, 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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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6-08-27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다놓았어요. 아직 읽기 전인데 별 다섯이로군요. 또 읽고나면 몽글해지겠군요.^^

바람돌이 2026-08-28 11:01   좋아요 0 | URL
살짝 4개와 5개 사이에서 고민.... ㅎㅎ 그러나 김초엽작가님은 저의 최애 작가님이니까요. ㅎㅎ
지금까지 장편이 3개가 나왔는데 저는 요 앞에 나왔던 파견자들이 더 좋긴 했어요. ㅎㅎ
 
















  정말은 이 책을 읽고싶지 않았다. 읽지 않아도 어떤 책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마들렌이 일으키는 추억 1장면에 9페이지를 할애하는 극강의 주절주절과 더불어 주어 아래 서술어가 어디 붙어있는지를 매번 찾아야 하는  만연체 문장이라니..... 내가 가장 곤란해하는 대화 대상이 자기 얘기를 끊지 않고 끝없이 얘기하는 사람이다. 지금 직장에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런 경우인데 그 사람이 얘기를 시작하면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다. 듣다보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런데 책조차도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고? 거부하겠다가 나의 확고한 결심이었는데.......


  그런데 정말 서양 쪽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끊임없이 소환되는 책이 바로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얼마 전에 읽은 <상상속의 삶>에서도 또 이 책이 소환되고.... 하여튼 이 곳 서재에서도 이 책을 완독하는 서재인들이 제법 많아 우와 대단하다라는 감탄만 연발하고 부러움의 눈길만 보내기 어언 세월..... 어떤 일이든 자꾸 듣다보면 결국은 하게 되고, 책도 읽게 된다. <상상속의 삶>을 읽고 책나무님과 수다를 떨다가 그럼 우리 그냥 읽어볼까? 혼자서는 힘들 듯하니 물귀신처럼 이미 1권을 읽은 책나무님을 끌어들여 우리 둘이서 한달에 1권 읽기 어때요라고 내가 내 발등을 찍고야 말았다. 맘씨 좋은 우리 책나무님은 또 막 호응해주시고.... 나의 든든한 책 동반자 책나무님 사랑해요. ^^


8월에 여행갔다온다고 좀 바빠서 3일 전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100페이지 읽었다. 예상대로 극강의 주절주절이 펼쳐진다. 


  한편 우리 할머니의 두 여동생인 노처녀들에게는 할머니처럼 고결한 마음씨는 있었지만 그 정신은 없어서, 형부가 이같이 하찮은 일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이 두 분은 고상한 것을 동경했기 때문에.......그들의 청각이 일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청각 기관을 쉬게 함으로써, 진정한 기능 수축을 시작을 감내하게 할 정도였다.......  48쪽


  그러니까 자기들이 듣기 싫은 얘기는 안 들었다는 단 한 문장으로 해결될 말을 무려 한 페이지에 걸쳐서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으며 심지어 이것을 자신들의 청각기관을 쉬게 한다는 매우 우아한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다. ㅎㅎㅎ 우와 프루스트는 어쩜 이리 많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한마디를 한 페이지로 늘릴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런데 나 역시 지금 이런 불평 불만을 늘어놓고 있지만 사실은 좀 이 책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이다.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지는 단문을 가장 명확한 문장으로 높이 치는 나 같은 단순한 사람에게 프루스트의 세계는 생경하지만 매력적이다. 그의 저 주절주절을 땀 흘리면 주어 서술어 찾아가면서 해독하다보면 마치 내가 콩브레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화자가 보는 인물들은 활자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모순 투성이의 인간 그 자체를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인물들이 살아서 내 옆에서 주절주절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우아하고 다정한 화자의 할머니는 좋은 책과 문장, 교양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 손자에게 조르주 상드의 업동이와 양어머니 사이의 근친애를 다룬 책을 선물한다.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라 작가의 명성과 우아한 문체를 중시하는 할머니는 당시 전형적인 부르조아적 교양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몇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되는 화자의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에 대한 강박적 갈구는 한편으로 뭐 이렇게까지 할건가 싶다가도 내가 어린 시절 꽂힌 어떤 것에 대해서 얼마나 상상의 나래를 폈던가를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불행히도 나는 내가 무엇에 그리 집착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이런 강박적 갈구는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텐데 - 그게 아니라면 이토록 상세하게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쓸수가 없을테다 -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문장으로 끝도 없이 늘어놓으면서 결국은 독자를 자기 세계로 포섭해버리는게 프루스트의 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생각보다는 덜 힘들고 - 힘들지 않다는게 아니라 생각보다는 덜 힘들다는 것이다. - 생각보다는 훨씬 좋다. 내가 어디쯤에서 이 여정을 그만둘지, 아니면 책나무님 말씀대로 우리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 사람이 되어 자랑질을 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1권을 읽으면서 확실한건 생각보다 프루스트의 문장들이 재밌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완독 청신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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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6-08-21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상상 속의 삶 읽고 잃시찾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화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6-08-22 15:21   좋아요 2 | URL
상상속의 삶을 읽은 분이 많네요. 앤드루 포터의 인기가 생각보다 많은걸 이제 알았어요. 근데 상상속의 삶 읽고 전 앤드루 포터의 다른 책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이 궁금해졌으니 이건 작가의 의도일까요? 아닐까요? 좀 궁금해집니다. ㅎㅎ

건수하 2026-08-21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두 분도 같이 읽으시는군요 ^^ 저는 주술호응 맞추기가 힘들어지면 (한 페이지 넘어가는 문장이라던가) 그냥 마음으로 느끼며 읽었어요. 지치실 땐 그렇게 넘어가보셔요 ^^ 완독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6-08-22 15:25   좋아요 1 | URL
이게 강제력이 없으면 읽기 힘들거같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책나무님한테 슬쩍 뭉갰어요. 같이 읽자고... ㅎㅎ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또 무책임해지기 쉬우니 소수 정예오다가... ㅎㅎ
저는 주술 안 맞으면 이해 갈때까지 되새기며 읽는 약간 강박적인 독서형이라 미음로가 안돼요
아예 이해가 불가능한건 그러려니 넘어가지는데 문장이 길어서 헷갈리는건 이해될때까지 문장 분석하면서 읽기 되네요. 진듀가 안 나가요. ㅎㅎ

독서괭 2026-08-22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과 책나무님도 읽고 계시군요! 저도 <Imagined life> 읽으니 계속 프루스트 나와서 ㅋㅋ 읽어야하나 싶은데.. 책이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미루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6-08-22 15:29   좋아요 2 | URL
미국에서 영어로 책 읽고 계시는 괭님. 부러울따름입니다. 괭님이 읽는 영어 책들보다 그래도 한국어니 제가 읽는 읽시찾이 훨씬 나으리라 확신합니다

hnine 2026-08-22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부러워라. 혼자 읽는 것과 누군가와 함께 읽고, 거기다가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다면, 이건 완전 다른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인용해주신 부분, 아주 이 책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주는데 딱! 인걸요.

바람돌이 2026-08-22 15:30   좋아요 0 | URL
ㅎㅎ hnine님 혹시 안 읽으셨다면 동참하셔도 됩니다. 아무 조건 없이 그냐우한 달에 1권 읽을뿐입니다. ㅎㅎ 생각보다는 재밌어요.

책읽는나무 2026-08-22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바뀌니 댓글 쓰기도 쉽지 않네요.🙄 암튼 며칠 전 잃시찾 읽으신다는 피드를 보고 저도 1권 가져와 곁에 두고 있어요.^^ 읽던 책들 마무리하고 대여한 만화책들 마무리하고(또 대여해 왔지만요.ㅋㅋ) 읽으려고 준비 중입니다. 근데 제가 다음 주 수요일을 위해 버지니아 울프 책 한 권을 읽고 있는데요. 울프 소설도 뭔가 프루스트 소설 느낌이랑 비슷한 느낌이 든달까요? 저만 그런가요? 그래도 프루스트 소설보단 문장이 짧긴 합니다만^^ 암튼 시간을 보내면서 수하 님 말씀처럼 마음으로 느끼며 읽어야 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른 잃시찾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가 달라져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ㅋㅋㅋ 암튼 같이 읽어 좋네요. 저도 바람돌이 님 많이 사랑합니다.^^

바람돌이 2026-08-22 15:45   좋아요 2 | URL
저도 바뀐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데 좀 보기도 댓글쓰기도 더 힘들어진거 같아서... 화면의 직관성이 확 떨어졌어요. 뭘 위한 변화인지 좀 궁금요. ㅎㅎ

저도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랑 비슷하단 생각 많이 했어요. 의식의 흐름이니 하는게 이 때 최신 유행이었으니 다들 나름대로의 해석을 더해 이런 글쓰기를 시도한듯요. 그래도 울프의 글은 강단이 있고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진 사람의 풍모가 느껴져 훨씬 박력있는 느낌이에요. 프루스트는 아직 엄마의 굿나잇키스 가지고 징징거려서 그런지 좀 쫀득하면서도 말랑거리는 느낌이에요
요거 다 읽고 아면 의식의 흐름의 또 다른 대작 율리시즈가 읽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그건 그 때 일이고 어쨌든 힘내서 읽겠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6-08-22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웰컴 투 더 극강의 주절주절랜드! ㅋㅋㅋㅋㅋ 엄마 뽀뽀 집착 진짜 ㅋㅋ 노이해죠?! 저도 4권에서 멈췄는데 얼른 5권 시작해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6-08-22 15:53   좋아요 1 | URL
전 처음에 얘가 12살에서 13살 정도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이것은 무슨 근친상간같은 사춘기소년이냐 했는데 클로드에게 물어보니 화자가 7살-8살 아이로 추정한대요. 그거 보고 그냥 수긍하기로 했습니다. 아기는 뭔들 간절하지 않겠어요. ㅎㅎ 다만 어릴적의 기억을 저렇기 강박적으로 되새길수 있다는건 프루스트가 그 어릴적의 강박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짐작이 되긴 해요. ㅎㅎ

저희는 12월이 되면 5권을 읽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 기다리시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6-08-22 21:04   좋아요 1 | URL
앗! 저는 아까 낮에 엄마의 굿나잇 키스 그 부분 인용문으로 필사를 했는데 말이죠.ㅋㅋㅋ 아. 부끄럽네요.ㅋㅋㅋ 저는 당연히 애기 때의 회상으로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엄마 아빠는 애가 응석이 늘까봐 징징대면 화를 내고 그런 장면들이 꼭 내모습 같아보여(화 내는 엄마!ㅋㅋ) 밑줄을 그었다죠.

바람돌이 2026-08-22 22:47   좋아요 1 | URL
7살이면 네 뽀뽀에 집착할 수 있습니다. 그 나이로 생각하니까 저는 이 엄마 아빠가 너무 지나치게 엄격하던걸요. 애기를 데리고 무슨..... 손님 있어도 잠시 올라가서 뽀뽀해줄 수 있지 그쵸? 나무님이랑 저는 이제 다키웠고 어쨌든 애들이 나쁜 사람으로 크지 않았으니까 과거는 뭘해도 다 잘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자목련 2026-08-23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은 읽어서 말씀하신 ‘극강의 주절주절‘은 알 것같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6-08-23 11:02   좋아요 0 | URL
ㅎㅎ 써놓고보니 이 위대하다는 작가에 대한 불경인가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