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때문이다.  - P9

K는 엄연히 법치국가에 살고 있었다. 어디든지 평온이 지배하고, 모든 법률이 엄존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거처까지 쳐들어와 그를 급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항상 매사를 편하게 생각하고, 최악의 일도 닥쳐온후에야 믿으며, 사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도 미리 별다른 대비를 하지않는 성격이었다.  - P13

 그런데 여러분,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제 경우에서처럼 대개 아무 성과도 없는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이렇게 무의미한데, 어찌 관리들이 완전히 부패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 P65

도대체 너는 이번 소송에서 지고 싶은 거야? 그게무얼 뜻하는지 알기나 해? 그건 네가 간단히 지워져버린다는 뜻이야.
그리고 집안사람들도 모두 함께 휩쓸려 들어가거나 아니면 적어도철저히 수모를 당한다는 의미지, - P119

현재 무슨 이유로 기소되었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그것이 어떻게 확대될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삶 전부를 아주 사소한 행동과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기억속에 떠올려 서술하고 모든 방면에서 검토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P157

 이제는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까지도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먼저 자기를 소개하고, 그런 다음에 서로 알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 P263

 ‘동일한 사안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과 잘못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다.‘  - P271

 "그러니까 나는 법원에 속한 사람입니다." 신부가 말했다. "그러니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법원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당신이 오면 받아들이고, 가면 내버려둘 뿐입니다." - P279

‘지금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은, 차분하게 분별할 수 있는 이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거야. - P283

 "개 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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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7-12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왤케 마니 읽으셨죠? 바람돌이님? 자신없으시다면서요!! 대답하셔요!!

바람돌이 2024-07-12 14:24   좋아요 0 | URL
아직 독후감 안 썼잖아요
ㅠㅠ 끝난게 아니야
 
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편영수 감수 / 소전서가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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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좋고 카프카를 제대로 읽고 싶어지는 책. 카프카의 작품들을 더 읽으면 그가 친구에게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미출간물들을 불태워버리라고 한 마음이 이해될까라는 궁금증이 정말 생겼다. 그런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먹기까지의 작가의 내면에 무엇이 있엇을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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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6-28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는 모두 태우지 않고 나중에 책으로 내기도 했군요 작가가 없애라고 했을 때 실제 없앤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아요


희선

바람돌이 2024-07-02 09:2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우리에게는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전 만약 제 친구가 저런 부탁을 한다면 시키는대로 할거 같아요. 내 친구 중에 작가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ㅎㅎ

공쟝쟝 2024-07-01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아! 바람돌이님 카프카입성!‘ 기대됩니다!! 저랑 같이 한 권 읽으실래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4-07-02 09:23   좋아요 1 | URL
쟝쟝님 추천 해주세요. 더운 여름을 카프카로 견뎌보아요. ㅎㅎ

공쟝쟝 2024-07-02 09:27   좋아요 1 | URL
소송 아니면 성 을 읽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4-07-02 09:41   좋아요 1 | URL
둘 중에 뭐가 좀 덜 난해할까요? 둘다 마찬가지겠죠. ㅎㅎ 일단 제가 소송이 책이 있으므로 소송을 먼저 볼까요? ^^

공쟝쟝 2024-07-02 09:46   좋아요 0 | URL
좋아요! 이번주 안으로 소송을 마련해보겠습니다 🫡🫡!! 독후감 써쥬시긔🤗

바람돌이 2024-07-02 09:49   좋아요 1 | URL
쟝쟝님은 걱정 없으니 저에게만 화이팅입니다
 

 그는 무자비한 전체주의 권력에 대한 무력한 개인의 공포를 정밀하게묘사한 작가이다. 독자가 카프카 문학에 매혹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프카 문학의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불안에서 자신의불안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카프카〉일 수 있고, 카프카는 <누구나〉일 수 있다.

카프카는 막스브르트에게 자신이 죽은 뒤 미출간된 작품들을 모두 태워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러나 친구 막스브로트는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다. 그는 카프카의 문학 작품뿐 아니라 일기, 편지, 전기 등을 출간했고, 카프카가 오늘날세계 문학에서 지닌 신화적 위치에 오르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카프카의 작품은 1930년대 들어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문학평론가는 물론 정신분석가, 철학자, 종교 해설가에 이르기까지 카프카가 남긴 유산에 대해 각자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해왔다. 이러한 극단적인 다의적 모호성이야말로 카프카의 글이 지닌 위대함이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다방면에서 시대를 초월하기도 하며 동시대성 역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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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유명한 비유처럼 우리 모두는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왕국의 이중국적자다. 하지만 질병의 왕국으로 이주할 때 필요한준비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 세계를 휩쓴코로나19로 언젠가 질병의 왕국에서 사용할 본인의 여권을 한번씩 들춰본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포스트 코로나 혹은 영원히지속될 것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느닷없이 질병의 왕국으로이주할 이들을 위한 기본 매뉴얼이 절실하다. - P19

뜻밖의 비극에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 소식을 전해들은 모든 가족, 친척들이 저마다 자신의 지난 과오와 크고 작은지병, 사소한 악행에서 이유를 찾았다. 경미한 교통사고였는데도굳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다고 조카가 저주를 받을 리없다. 임신인 줄 모르고 초기에 먹었던 두통약이 손녀의 중병을야기할 리 없다. 그만큼 모두에게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일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발병 원인은 나한테서찾는 것이 가장 쉬웠다. - P39

결혼한 여자의 사랑은 왜 항상자기파괴적인가. 국가가 복지로 책임졌어야 할 돌봄이 가족에게전가되고, 모든 가족구성원이 함께 나눴어야 할 책임은 사랑이라불리며 여자에게 전가된다. 그렇게 여자의 사랑은 이름을 잃고주인을 살해한다. 그 과정이 너무 가혹할 때는 운명이라고도한다. - P42

 그러니까 진짜비극은 아이의 병이 아니었다. 팔자 센 엄마의 운명에 원인을돌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스라이팅이바로 비극이다. 이 오래된 관습이 여자의 진짜 사랑을 파괴한다. - P42

윤이는 언제나 나를 이해하거나 용서했다. 그리고 자기도사과를 잊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매일 밤 차곡차곡 쌓아 올린일대일의 관계, 둘 간의 사랑과 믿음, 온전히 두 사람만 알 수있는 관계의 역사, 이것은 모성이 아니다. - P49

보이지 않는 돌봄노동의 강도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자기도모르게 모성 신화를 강화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공모자가 된다.
불평등한 돌봄노동은 그렇게 모성 신화의 스테로이드제가 되어온갖 부작용을 남기며 내성을 키운다. - P56

나의 간병을 통해서야 나는 알았다. 아이에 대한 나의 감정이상호호혜적인 사랑에 기반한다는 것을. 내 돌봄이 모성에서발현된 헌신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의리와 도덕에 더 가깝다는것을 의도치 않고 실현하게 된 이 모종의 윤리가 사실은 이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누구와도 이런 종류의사랑을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이가 아닌 그 누구도 나를이렇게 사랑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감정을 모성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 P62

이제 나는 안다. 일하는 엄마가 졌던 돌봄 부채를 일거에중도상환한 지금에서야 주저 없이 확신하게 됐다. 여성의 야망은마치 식욕처럼 사회로부터 통제받는 욕망이라는 것을.  - P88

엄마의 몫은 전체이자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코로나팬데믹이나 경제불황, 가혹한 회사 탓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일과 돌봄을 저글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지금껏일과 돌봄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꾸려왔고, 그래서 돌봄이자신의 또 다른 일인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가 단한 번만이라도 돌봄에 절실해지기를 바랐다. 자신의 일만큼이나돌봄에 치열해지기를 기대했다. 그건 엄마의 의무가 아니라부모의 의무다. - P98

 그들이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는천편일률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채 관념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그것은 키치다. 소도시 변두리에 느닷없이 들어선, 먼나라의 르네상스 양식을 조야하게 흉내 낸 왕궁예식장 같은키치다. 책에서 본 성평등을 흉내 내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인간해방을 추종하고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가부장제인 가짜성곽이다.  - P100

다시 말하면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붕괴,
정치의 실패다. 사람들 간의 숱한 갈등이 폭력 사태나 전쟁으로이어지지 않고 대개 공동체 안에서 해결되는 것은 정치가작동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생명 존중, 인권보호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공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견이나차이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협력하며 우리는 그것을 정치라고부른다. - P110

피곤한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드센 딸이 되고 싶지 않아서화를 숨기고 마땅히 느낄 법한 불편을 자신의 예민함으로 형질전환해온 인정투쟁의 연대기가 비단 나만의 역사일까.  - P113

엄마나 아빠가 부족해서 가족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
이상적인 가정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은 가족이라는 작은공동체의 불완전성, 그리고 돌봄을 오로지 개인에게 떠맡기는사회 구조에 있다. 남편이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것도 문제이지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실은 더 근본적인원인인 것이다. 그 구조를 바꿔내지 않으면 아내도, 남편도,
무엇보다 아이들도 영원히 피해자 위치에 머물게 된다. 가해자는없고, 피해자만 늘어나는 이 유독한 시스템은 가계를 통해 대를잇는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 P126

그중에서도 돌봄노동은 공공의 개입이 사실상 없다고봐도 좋을 정도다. 우리처럼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나라 어디에서도 이렇게 보호자가 폭 80센티미터도 안 되는간병인 베드에서 쪽잠을 자며 돌봄을 도맡지 않는다. 병원의간병서비스는 당연히 비급여항목이고, 간호간병통합병동은턱없이 부족하다. 무급 가족노동, 정확히는 여성 가족구성원의헌신에만 기댄다. 여성의 역할은 변화했는데 남성의 역할이가사노동, 돌봄노동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처럼 국가의의료 정책도 돌봄노동, 간병노동에 대응하지 못했다. - P134

아이 컨디션에 따라 온라인스쿨과 학교 정상등교를 병행해도 되는지 문의했더니 학교에서난색을 표했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담임교사와특수교사, 보건교사 전부가 아이의 의료적 상황을 지속적으로추적해야 하고, 현장학습이나 급식 등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야할 사안이 많아 어렵다고 했다. 윤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난치병이라 당장 복귀도 어려운아이에게 공직자가 번외 열정을 쏟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픈 학생과 동행할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전무했다. - P156

내러티브와 달리 일화는 철저히 개인을 중심에 두며,
플롯처럼 인과관계를 중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일화를이론과 결합하려는 시도가 바로 일화 이론이 된다. 일화 이론을알게 된 후, 나는 이번에 시도했던 읽다생각하다-쓰다-산다의순환이 앞으로도 내게 유효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과사회, 사랑과 정치, 이론과 경험, 인식과 실천이 더 이상 대립하지않고 결합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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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프랑스는 식민지 권력의 본산이 전혀 아니었다. 그곳은 정말로 모국이었고, 파리는 유일하게 그들의 삶에 광채를 부여하는 빛의 도시"였다. - P11

소외된 사람이란 자신이 될 수 없는 게 되려고 애쓰는 사람인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사랑하지 않아서다. 새벽 두시, 잠이 들려는 순간에 난 혼미한가운데 절대 소외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P18

 아버지도 어머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서구문화만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그걸 습득하게해준 프랑스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는 동시에, 어머니도 아버지도 피부색으로 인한 열등감은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총명하고 가장 지적이라고 믿었는데, 그확실한 증거는 자신들이 속한 "위대한 흑인 혈통의 전진.
이런 게 ‘소외된다‘는 걸까? - P20

내게는 이 이야기 전체가 특히나 이국적이었고 비현실적이었다. 노예제와 노예 매매, 식민지 억압과 인간에 의한 인간 착취,
가끔 상드리노가 들려줬던 경우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내게 말해준 적이 없었던 피부색에 얽힌 편견들의 무게가 대번에 내 두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백인은 흑인과 어울리는 법이 없다는 걸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원인을, 내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어리석음과 측정할 길 없는 맹목성으로 돌렸더랬다. - P137

 내가 속한 계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내놓을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내가 속한 계층을적대하기 시작했다. 그 계층에 속했기 때문에, 나는 풍미도 향기도 없는 존재가 되었고 내가 이웃해 지냈던 프랑스 어린이들의형편없는 모사품이 되었다.
나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었으니, 프란츠 파농이 내놓을글은 바로 나를 위한 거였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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